대학원 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부연구생들을 위한 논문 읽기 습관 들이기 프로그램을 적는다. 대부분의 학생은 논문을 처음부터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익숙해지는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논문을 이해하기 위해선, “논문의 구조”도 알아야하고, 해당 분야의 논문들에서 자주 쓰는 용어 (aka 과학 사투리)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눈문이 쓰여진 이전 연구들의 맥락도 이해해야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학생들이 처음 논문을 읽을때 모든 문장을 이해하려 하겠다고 생각하고 논문을 읽기 시작하면, 두세 페이지를 넘기기도 어렵다. 그래서 논문을 읽고 요약하는 형식이 아니라, 요약하고 읽는 형식을 추천한다. 우선 논문과 친숙해지기 위하여, 그리고 자신이 찾는 토픽이 어떠한 논문들에 등장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번 장에서는 100일 동안 매일 100개의 논문을 요약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는 튜토리얼을 적는다.
먼저 논문을 쇼핑하자. PubMed나 Google Scholar에 들어가서 읽고 싶은 키워드를 넣고 검색한다. 나는 Web of Science (WoS)를 학생들에게 추천한다. 학교 와이파이 혹은 학교 도서관 사이트를 통해 들어가면 접속할 수 있다. WoS에서는 보다 구조적인 검색이 가능하다. 키워드를 넣고 검색하면, 논문이 어디에 출간되었는지, 몇번 인용 (다른 연구에 의해 언급된 것)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좋은 저널에 출간된 연구 논문을 선택해야한다. 가능하면 아래 저널에 출간된 논문을 선택하자.
Nature, Nature Genetics, Nature Neuroscience,
Nature Medicine, Nature Communications, Nature Machine Intelligence
Cell, Neuron, Cell Genomics, Cell Reports Medicine
Science,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Science Advances
Genome Biology, Genome Medicine,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
JAMA, Lancet
Molecular Psychiatry, Biological Psychiatry
Cancer Discovery, Cancer Research
검색 결과로부터 논문을 선택하자. 다음과 같은 기준을 고려하여 선택한다.
논문 링크에 들어가서 PDF 파일을 다운받는다. PDF 파일을 그대로 AI 툴 (ChatGPT, Gemini, Claude, NotebookLM 등)에 업로드한다. 즉, 읽기 전에 AI에게 먼저 요약을 시킨다. 이렇게 100일동안 100편은 논문의 논문을 완벽히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이 과정을 반복하며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핵심은 ‘논문 구조와 언어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요약은 읽기 전에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미리 길을 밝혀주면, 학생은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본문을 볼 수 있다.
1번의 논문 검색시, 사용할 키워드가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나는 자폐 유전체가 관심이 있는데..”라고 하면, “Autism Genetics” 혹은 “Autism Genomics”로 검색하면 된다. 여기에 키워드를 보완해서 “Autism AND whole genome sequencing”으로 검색해도 된다.
이렇게 검색을 해도 검색 결과가 모호할 수 있다. Genetics라는 것은 단지 유전체 연구 뿐 아니라, 동물 모델이나 이미징 연구들까지 포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10-20일 정도는 검색 결과에서 적절한 논문을 찾는게 어려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몇가지 요령을 터득해야하는데, 관련 키워드를 넓히는 방식이다. 가령 “Autism Genetics” 라고 처음 검색하다가, 몇가지 유전자들을 찾아서, 해당 유전자를 기반하여 검색어를 입력할 수도 있고, 단일세포 전사체나 AI와 같은 키워드를 넣어서 검색할 수도 있다. 혹은 완전히 새로운 키워드로 주제를 검색하여 논문을 요약하다가, 이전의 주제와 결합하여 생각해볼수도 있다. 그래서 가능한 검색 키워드는 넓고 자유롭게 접근하는게 좋다.
혹은 이 부분에서 너무 막연함을 느낀다면 (특히 MBTI가 ST, SF 학생들)은 지도교수와 상의하여, 검색 키워드를 조언 받는게 좋다.
아래 프롬프트를 그대로 복사해 사용한다.
다음은 유전체학 또는 생명과학 분야 논문의 초록과 Figure 설명이야.
이 내용을 바탕으로 논문 전체의 구조와 핵심을 7개의 문장으로 요약해줘.
각 항목은 한 문장으로 명확하게 작성하고, 불필요한 수식이나 인용은 생략해줘.
형식은 아래와 같아:
1. 연구 배경 (Background):
2. 연구 질문 (Research Question):
3. 데이터 또는 샘플 (Data / Sample):
4. 연구 결과 및 의의 1 (Result & Implication 1):
5. 연구 결과 및 의의 2 (Result & Implication 2):
6. 연구 결과 및 의의 3 (Result & Implication 3):
7. 연구 결과 및 의의 4 (Result & Implication 4):
논문 초록과 Figure 설명:
"""
(여기에 PDF에서 복사한 내용 붙여넣기)
"""
AI의 결과는 논문을 읽기 전에 훑는 사전 개요(pre-map) 로 사용한다. 처음에는 요약만 보고 논문을 닫아도 좋다. 지금은 논문을 수집하고 빠르게 훑는 것만 연습한다.
(100일 후) 당신은 이보다 더 깊게 논문을 읽을 수 있다. AI로 요약하는 것 뿐 아니라, 논문의 구조와 주제를 연결하며 읽게 된다. 그리고 어느정도의 논문 읽기 근육이 생기면, 그때부턴 정독을 하며 읽어야 한다.
AI의 요약을 보고 난 뒤, 8번째 줄에 자신의 생각을 한 줄 남긴다. “왜 이런 접근을 썼을까?”, “이 결과가 의미하는 게 뭘까?” 같은 간단한 질문이면 충분하다. 이것은 정확하지 않아도 된다. 적는 것에 의미가 있다. 날이 지날 수록 더 나은 생각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정확함이 아니라 ‘나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경험이다.
8. 나의 생각 / 의문: (자신의 생각과 언어로 작성할 것)
처음엔 질문이 얕을 수도 있다. 날것의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로 괜찮다. 하루 한 줄씩 적다 보면, 어느 날부터는 질문의 질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간 수집한 연구들 간의 연결점이 생각날 수도 있다. 그게 바로 연구자로서 사고의 첫 신호, 당신의 눈에 비늘이 벗겨지는 순간이다.
요약과 생각을 Notion에 기록한다. 논문을 100편 쌓는 것이 목표다. 한 편에 30분, 하루 한 편이면 3개월, 주 5회면 약 20주면 된다.
이 시기의 목표는 “깊이 이해”가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이다.
| 날짜 | 저널 | 논문 제목 | 링크 | 주요 키워드 | 요약(1–9번) | 나의 생각(10번) |
|---|---|---|---|---|---|---|
| 11/02 | Nature Genetics | Rare coding variants shape synaptic regulation in autism | [링크] | autism, synapse, rare variant | (GPT 요약 내용) | “결과와 발달 시기의 관계를 더 찾아보고 싶다.” |
GPT 요약을 본 뒤, 논문을 다시 열어보자. 이번에는 초록과 Figure를 천천히 읽는다. 이제 논문은 낯선 문서가 아니라, 이미 개요를 알고 있는 이야기가 된다. 이 작은 차이가 ‘읽기’의 부담을 완전히 바꾼다. 하지만 100편을 모을때까지는 이 과정을 30분 이상 쓰지 않는다. 도리어, PDF 만 올리고 요약만 받아도 된다 (이러면 5분 이내로 할 수 있다). 대신 중요한 것은 매일 반복해서 하는 것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논문 읽기를 가르칠때 자주 언급하는 말이 있다. “초록과 Figure만” 읽어도 이해가 되는 논문이 있다. 논문을 구조적으로 잘 쓴 논문이다. 반대로 이해가 안되는 논문이 있다. 아무리 Nature, Science에 출간된 논문이어도 그렇다. 그래서 이와 같이 읽었을때, “아 잘 안읽힌다. 나는 못하네..”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당신의 실력이 부족한 것이라면, 100일의 연습이 지나고 다시 판단해도 된다. 처음부터 잘 안읽히는 몇가지 이유에 대해 너무 염려 할 필요가 없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논문을 완벽히 읽는 것이 아니다. 논문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드는 것, 매일의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처음 100편은 “요약하고 읽는” 시기다. 그 100편이 지나면,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읽고 요약하는” 시기가 온다.
매일 30분, 가볍게 한 편. 이 루틴이 쌓이면, 당신은 어느새 논문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