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은 두 종류다. 연구실에 새로 들어온 사람이 하나이고 이미 있던 사람이 새 프로젝트나 새 주제로 옮겨 갈 때가 다른 하나다. 두 경우 모두 그 주제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므로 필요한 것이 같다. 새로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첫 몇 주에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를 정해 주어야 한다. 논문 목록을 만들어 건네는 방식이 가장 흔하고 대체로 잘 작동하지 않는다. 목록을 받은 학생은 논문을 하나씩 구해서 읽고 각자의 방식으로 정리하며 그 정리는 연구실이 쌓아 온 정리와 형식도 관점도 다르다. 몇 달 뒤 그 학생이 만든 문서를 연구실 위키에 합치려 하면 합쳐지지 않는다. 파트 1에서 만든 위키가 있으면 다른 방식을 쓸 수 있다. 지도교수가 먼저 그 분야의 중요한 논문을 읽고 흐름을 파악한 다음, 정리한 결과를 건네는 대신 골라낸 논문들을 건네는 것이다. 정리는 학생이 자기 위키에서 직접 한다. 고르는 일에 들어가는 판단이 지도교수의 몫이고 그 판단의 결과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이 학생의 몫이다. 자기가 스스로 새 주제로 옮겨 갈 때는 고르는 쪽과 받는 쪽을 한 사람이 맡게 되므로 두 절반을 순서대로 자기에게 적용하면 된다.
정리해 둔 문서를 그대로 건네면 학생은 그것을 읽는다. 읽고 이해했다고 느끼고 실제로 그 순간에는 이해한다. 남는 것이 다르다. 남이 정리한 문서를 읽어서 얻는 것은 그 분야의 현재 지식이고 자기가 정리하면서 얻는 것은 그 지식에 이르는 경로다. 뒤의 것이 연구자에게 필요하다. 원문에서 어느 대목이 결론을 떠받치는지 고르고 그것을 자기 문장으로 옮기고 옮기다가 이해되지 않는 대목을 발견하는 과정이 훈련이기 때문이다. 정리된 문서를 받으면 그 과정이 통째로 빠지고 그래서 이 방식이 지금까지 시험해 본 것 가운데 가장 효과가 좋았다.
그렇다고 논문 목록만 보내는 것과 같지는 않다. 목록을 받으면 학생은 논문을 구하는 데서 시작하고 구하는 일은 배우는 것이 없으면서 시간만 든다. 그래서 PDF를 함께 보낸다. 무엇을 읽을지 고르는 판단과 원문을 손에 넣는 수고를 지도교수가 맡고 읽고 정리하고 잇는 일을 학생이 맡는 분업이다. 고르는 일에는 실제로 시간이 든다. 새로 온 학생은 아직 그 분야의 논문을 읽지 않았으므로 무엇이 중요한지 알 수 없다. 정리 문서와 논문 페이지를 함께 보낼 때도 있는데 그때는 형식의 예시로 준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예시로 받은 문서는 자기 것을 만들 때 틀로 쓰고 그 논문의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한다.
이 책이 근거로 삼은 위키에는 논문 페이지가 17,591건 있고 50개 카테고리에 나뉘어 있다. 새 학생에게 이 폴더를 통째로 주면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검색을 걸어도 자기 주제와 상관없는 문서가 대부분 올라온다. 규모가 큰 위키는 그 위키를 몇 년 동안 키운 사람에게만 지도로 작동한다. 그래서 잘라 낸다. 무엇을 잘라 내는가가 이 장의 실제 내용이고 잘라 내는 기준은 그 학생이 앞으로 석 달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가다. 잘라 낸 묶음의 크기는 논문 열 편에서 스무 편 사이가 적당하다. 그보다 많으면 읽지 않고 그보다 적으면 비교할 대상이 생기지 않는다.
묶음의 본체는 골라낸 원문 PDF다. 여기에 몇 가지가 함께 간다. 첫째는 읽는 순서와 그 순서의 이유다. 열 편을 아무 순서로나 읽으면 앞의 논문이 뒤의 논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왜 이 순서인지가 적혀 있으면 그 자체가 분야의 지형을 알려 준다. 둘째는 위키의 지침 파일이다. 무엇을 어디에 두고 무엇을 확인하는지가 정해져 있어야 학생이 만든 문서가 나중에 연구실 위키와 맞는다. 셋째는 정리 문서와 논문 페이지의 예시 한둘이다. 스무 개를 보내면 읽을 자료가 되어 버리므로 한둘로 제한하고 그 논문은 순서의 맨 앞에 두어 학생이 자기 것과 대조해 볼 수 있게 한다. 넷째는 종합 문서다. 논문들이 어느 지도 위에 놓여 있는지는 종합 문서에만 적혀 있고 그것이 없으면 열 편이 서로 무관한 열 편으로 읽힌다.
종합 문서도 한두 개 함께 넣는다. 논문 페이지들이 어느 지도 위에 놓여 있는지는 종합 문서에만 적혀 있고 그것이 없으면 열 편의 논문이 서로 무관한 열 편으로 읽힌다. 넣을 종합 문서는 그 논문들이 실제로 연결된 것으로 고른다. 분야 전체를 서술하는 개관 하나와 반복해서 나오는 개념 문서 한둘이면 충분하다. 아직 답이 없는 열린 질문을 담은 문서를 함께 넣는 것도 방법이다. 연구실이 지금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가 그 문서에 적혀 있고 새로 온 학생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도 대체로 그것이다. 목차 문서는 반드시 넣는다. 폴더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려 주는 입구가 없으면 학생도 에이전트도 어디서 시작할지 정하지 못한다.
무엇을 담을지는 그 학생이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로 정해진다. 분석 방법을 익혀야 하는 학생과 분야의 지형을 파악해야 하는 학생은 서로 다른 묶음을 받아야 한다. 앞의 경우에는 방법을 서술한 논문과 그 방법을 쓴 원저 몇 편, 그리고 그 방법의 한계를 다룬 문서를 넣는다. 뒤의 경우에는 분야를 훑는 리뷰 한 편과 그 리뷰가 인용한 원저 몇 편, 그리고 최근 몇 년의 변화를 담은 개관을 넣는다. 두 묶음에 같은 논문이 들어가도 상관없다. 같은 논문이 어느 묶음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읽는 순서와 함께 놓이는 문서가 달라지고 그 차이가 무엇을 배우는지를 가른다. 묶음을 만들 때 순서도 함께 정해 준다. 열 편을 아무 순서로나 읽으면 앞의 논문이 뒤의 논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래 블록은 AI 도구의 채팅창에 그대로 붙여 넣는 프롬프트다. 묶음을 만드는 요청은 다음 정도면 된다. 자기 위키 폴더에서 세션을 열고 쓴다.
새로 온 학생에게 줄 온보딩 폴더를 만들어 달라.
학생이 앞으로 석 달 동안 할 일: <한 문장으로 적는다>
다음 순서로 진행해 달라.
1. 이 주제와 관련된 종합 문서를 먼저 찾아 목록으로 보여 달라.
2. 그 종합 문서들이 실제로 인용하는 논문 페이지를 모아 달라.
3. 그중 읽을 순서를 정해 10편에서 20편으로 좁혀 제안해 달라.
왜 그 순서인지 한 줄씩 붙여 달라.
여기까지 보여준 뒤 멈추고 내 확인을 기다려 달라.
확인한 뒤에 아래를 만든다.
- 고른 논문의 PDF, source note, wiki page 세 벌
- 함께 넣기로 한 종합 문서
- 폴더 안에 무엇이 있고 어떤 순서로 읽는지 적은 index.md
사람이 확인하는 단계를 두는 이유는 무엇을 넣을지가 지도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검색으로 올라온 논문이 그 학생에게 지금 필요한지는 그 학생의 배경을 아는 사람만 정할 수 있다. 순서에 이유를 한 줄씩 붙이라고 한 것도 확인을 위해서다. 이유가 붙어 있으면 순서가 이상할 때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보이고 그 이유를 그대로 index.md에 옮기면 학생이 왜 이 순서인지 알게 된다.
학생이 늘어나면 묶음을 만드는 일이 반복된다. 매번 처음부터 고르면 같은 논문을 매번 다시 고르게 되고 고를 때마다 조금씩 다른 목록이 나온다. 그래서 두 부분으로 나눈다. 연구실에 들어오는 사람이면 누구나 읽어야 하는 공통 부분과 그 학생의 주제에 맞춘 부분이다. 공통 부분에는 연구실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려 주는 개관, 반복해서 쓰이는 방법을 정리한 문서, 그리고 데이터를 다루는 규칙이 들어간다. 이 부분은 한 번 만들어 두고 새 논문이 나올 때만 고친다. 개인 부분은 앞 절에서 말한 기준으로 매번 고른다. 두 부분을 나눠 두면 공통 부분을 고칠 때 그 개선이 다음에 오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공통 부분이 실제로 고쳐지는지는 학생들이 어디서 막혔는지에 달려 있다. 세 사람이 연달아 같은 개념에서 막혔다면 그것을 설명하는 문서가 공통 부분에 없거나 있어도 읽히지 않는 것이고 그곳이 다음에 고칠 곳이다. 이 판단의 근거는 학생이 던진 질문이다. 온보딩 기간에 받은 질문을 그때그때 답하고 넘기면 같은 질문이 다음 사람에게서 다시 온다. 답한 내용을 개념 문서나 열린 질문 문서로 만들어 공통 부분에 넣으면 그 질문은 한 번만 받는다. 연구실의 위키가 자라는 방식 가운데 이것이 가장 값싼 축에 든다. 새 논문을 읽어서 늘리는 것과 달리 이미 아는 것을 적는 일이라 시간이 적게 들고 적어 두지 않으면 사람이 바뀔 때마다 사라진다.
위키의 일부만 뽑아낼 때 반드시 생기는 문제가 링크다. 논문 페이지들은 서로 위키링크로 이어져 있고 종합 문서는 수십 개의 논문 페이지를 가리킨다. 스무 편만 뽑으면 그 링크의 상당수가 묶음 안에 없는 문서를 가리키게 된다. Obsidian 같은 도구에서 그런 링크를 누르면 빈 문서가 새로 만들어지고 학생은 그 빈 문서를 원래 있어야 하는데 비어 있는 것으로 오해한다. 이 책이 근거로 삼은 위키에서 링크 규약이 어긋났을 때 정확히 같은 일이 벌어졌고 열 때마다 유령 페이지가 생겼다. 처리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묶음 안에서 닫히는 링크만 남기고 밖으로 나가는 링크는 일반 텍스트로 바꾸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링크 대상을 한 단계까지 따라가 함께 담는 것인데, 한 단계만 따라가도 문서 수가 두세 배로 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링크가 성립하려면 vault의 루트가 어디인지도 맞아야 한다. 원래 위키에서 링크는 지식 층 폴더를 루트로 삼아 적혀 있고 잘라 낸 폴더에서도 한곳이 루트가 되어야 한다. 폴더 구조를 평평하게 펴서 건네면 링크가 전부 어긋난다. 잘라 낼 때 폴더의 층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 간단하고 그렇게 하면 학생이 나중에 자기 논문을 넣을 때도 한곳에 넣게 된다. 링크가 제대로 걸렸는지는 건네기 전에 확인한다. 묶음 안의 모든 위키링크를 훑어 대상이 실제로 있는지 세어 보고, 없는 대상이 몇 개인지 학생에게 함께 알려 준다. 몇 개는 남아도 되지만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 학생이 자기 잘못으로 오해한다.
묶음을 건네는 일은 위키의 일부가 연구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학생은 자기 노트북에 그 폴더를 두고 그 노트북은 연구실 관리 아래에 있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건네기 전에 확인할 것이 정해져 있다. 지식 층에는 원래부터 출판된 내용만 담고 준비 중이거나 심사 중이거나 중단된 연구실 원고는 제목조차 들어가면 안 된다. 이 규칙이 지켜지고 있어도 새어 드는 경로가 여럿이다. 머리말의 상태 표시와 비어 있는 식별자, 출판 논문 페이지에 붙인 진행 중 과제 관련 절, 태그에 남은 코드명, 코드명으로 제목을 단 종합 문서, 그리고 그 문서를 가리키는 링크가 그렇다. 여섯 가지를 따로 적어 두는 이유는 하나만 막으면 나머지 다섯으로 새기 때문이다.
확인은 기계로 한다. 살아 있는 과제의 코드명과 원고를 가리키는 표현을 묶음 전체에서 검색해 결과가 0건인지 본다. 특히 종합 문서를 조심해야 한다. 개관과 개념 문서에는 여러 논문을 읽고 내린 판단이 들어 있고 그 판단에 아직 발표하지 않은 결과가 섞여 들어가 있을 수 있다. 논문 페이지는 논문 한 편에 대한 서술이라 새어 나갈 것이 적지만 종합 문서는 그렇지 않다. 보충 자료를 함께 넣을 때는 배포 조건도 본다. 출판사가 배포를 제한한 파일이 있고 그 조건은 파일마다 다르다. 학생에 관한 기록은 이 묶음에 들어갈 일이 없다. 사람에 관한 기록은 애초에 다른 작업 공간이 소유하고 지식 층에 있지 않으며 그 기록은 점수나 등급이나 동료 비교를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운영된다.
여기서부터는 받은 쪽의 이야기다. 폴더를 받으면 가장 먼저 지침 파일과 목차 문서를 읽는다. 두 문서가 이 폴더에서 무엇을 어디에 두기로 했는지를 알려 주고 그 규칙을 모르면 자기 문서를 아무 데나 만들게 된다. 그다음에 정해진 순서대로 논문을 읽는데 읽는 방식은 정리 문서를 먼저 읽고 원문으로 내려가는 순서가 빠르다. 정리 문서를 읽고 이 논문이 무엇을 했는지 파악한 뒤, 결론을 떠받치는 수치와 조건을 원문에서 확인한다. 확인하다가 정리 문서와 원문이 어긋나는 곳을 찾으면 그것을 적어 둔다. 어긋난 대목을 찾아내는 일은 새로 온 사람이 가장 잘하는 일 가운데 하나인데, 그 문서를 쓴 사람은 자기가 쓴 것을 다시 읽을 때 원문 대신 기억을 보기 때문이다.
세 편쯤 읽고 나면 위키에 질문을 던져 본다. 답이 근거와 함께 나오는지, 근거로 제시된 문서가 실제로 그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 단계에서 위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손에 잡힌다. 그다음이 자기 논문을 한 편 넣는 것이다. 자기 주제와 관련해 최근에 읽은 논문 한 편을 골라 4장의 여섯 단계를 그대로 따라간다. 이때 남이 쓴 문서 열 개가 형식의 기준이 되므로 빈 문서 앞에서 막히지 않는다. 넣고 나면 그 논문을 기존 종합 문서와 잇는데 잇는 일이 가장 어렵고 가장 배우는 것이 많다. 어느 개관에 붙일지 정하려면 그 개관을 읽어야 하고 읽고 나면 그 분야가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가 처음으로 자기 문장으로 정리된다. 첫 주에는 이 순환을 한 바퀴 돈다.
이 단계에서 흔한 실수가 하나 있다. 스무 편을 다 읽은 다음에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것이다. 다 읽고 나면 앞의 논문이 기억나지 않고 기억나지 않는 채로 종합하려니 다시 읽게 된다. 세 편째부터 질문을 던지고 다섯 편째부터 자기 논문을 넣으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읽기와 쓰기를 번갈아 하면 앞에서 읽은 것이 뒤의 작업에서 쓰이므로 기억에 남는다. 다른 실수는 정리 문서를 원문 대신 읽고 넘기는 것이다. 정리 문서는 잘 쓰여 있고 읽기 편해서 그것만으로 이해했다고 느끼기 쉬운데, 그 느낌은 남의 판단을 자기 판단으로 착각한 상태다. 논문 한 편에서 원문으로 내려가 확인할 대목은 서너 개면 충분하므로 시간이 많이 들지도 않는다. 어느 대목으로 내려갈지 고르는 감각이 붙는 것이 첫 달의 실제 성과다.
학생이 만든 문서가 연구실 위키로 돌아올 수 있는지는 처음에 같은 형식을 주었는가로 대체로 정해진다. 형식이 같으면 파일을 옮기고 링크를 잇는 것으로 끝나고 형식이 다르면 다시 쓰는 것과 비용이 같다. 다만 자동으로 합치지 않는다. 학생이 만든 정리에는 검증을 거치지 않은 판단이 들어 있고 그것이 그대로 위키에 들어가면 이후의 모든 종합에 그 오류가 섞인다. 합치는 절차는 미팅을 거친다. 학생이 넣은 논문 가운데 연구실 위키에 필요한 것을 함께 고르고 그 문서의 결론 부분을 지도교수가 원문과 대조한 뒤에 옮긴다. 이 과정 자체가 지도의 한 형태다. 어느 문장이 원문에 있고 어느 문장이 해석인지를 함께 짚는 일이 논문을 읽는 훈련의 상당 부분이다.
학생에게서는 문서와 함께 읽다가 찾아낸 어긋남, 정리 문서에서 빠져 있던 조건, 그리고 위키에 답이 없던 질문이 함께 돌아온다. 세 번째가 특히 값이 크다. 새로 온 사람이 던지는 질문은 그 위키를 오래 쓴 사람이 이미 답을 안다고 여겨 문서에서 빠진 대목을 정확히 짚는다. 그 질문을 열린 질문 문서로 만들어 두면 다음에 오는 학생이 한곳에서 막히지 않는다. 학생마다 다른 대목에서 막히므로 이 문서는 학생이 늘어날수록 촘촘해진다.
건넨 묶음은 만든 날의 스냅숏이고 연구실 위키는 그 뒤로도 계속 자란다. 반년이 지나면 새 논문이 들어와 종합 문서가 고쳐져 있고 학생이 가진 묶음의 종합 문서는 그때 그대로다. 그래서 묶음을 정본으로 삼지 않는다. 학생에게 건넨 것은 시작점이고 그 뒤로는 학생이 자기 폴더를 자기 축으로 키운다. 낡았다고 다시 뽑아 주는 방식은 대체로 좋지 않다. 학생이 그동안 넣은 문서와 새로 뽑은 묶음을 합치는 일이 생기고 합치다 보면 어느 쪽이 자기 것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지도교수의 위키에서 무언가가 크게 바뀌었다면 그 문서 하나만 알려 주는 편이 낫다. 어느 문서를 건넸는지 기록해 두면 그 판단이 쉬워지는데 목록이 없으면 그 학생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반년 뒤에 알 수 없다.
같은 이유로 학생의 폴더를 지도교수의 폴더와 동기화하지 않는다. 두 폴더는 소유자가 다르고 판단의 책임도 다르다. 지도교수의 위키에 있는 문장은 지도교수가 검증한 것이고 학생의 위키에 있는 문장은 학생이 검증한 것이다. 두 폴더를 이어 붙이면 누가 무엇을 검증했는지가 사라지고 학생은 자기 판단을 훈련할 기회를 잃는다. 두 폴더는 앞 절에서 말한 미팅을 통해 연결한다. 학위 과정이 끝날 때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학생이 키운 폴더는 그 학생이 가지고 나가고 연구실 위키에 남는 것은 미팅을 거쳐 옮겨 온 문서다. 나가는 사람의 폴더를 통째로 흡수하려 하면 검증하지 않은 문장이 한꺼번에 들어오고 그때는 어느 것이 검증된 것인지 가릴 방법이 없다. 반대로 나가는 사람에게 폴더를 두고 가라고 하면 그 사람이 몇 년 동안 만든 작업 기억을 빼앗는 것이 된다. 사람이 여럿이 되면 이런 결정이 매번 생기므로 그때마다 새로 판단하지 않으려면 규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