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학년 1학기 수업에선 유전학을, 2학기에는 프로그래밍을 가르친다. 1학기 수업은 수업자료, 슬라이드를 위주로 진행된다, 그러나 2학기의 수업은 프로그래밍을 배우면서, 동시에 학생들은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한다. 포트폴리오는 출간된 논문을 선택해서, 해당 논문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분석하고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것이다. 이 수업은 생물학과 학생들에게 제공되는데, 일생 처음으로 프로그래밍도 배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과학 논문을 읽어본다.
학부생들이 자주 하는 질문은 “교수님 학부생이 왜 논문을 읽어야 하나요?”이다. 나는 이에 대한 강한 관점과 의견을 갖고 있다. 과학은 매일 발전되며, 그 발전을 외우는게 아니라, 발전의 관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학생들은 과학의 주체자로 성장할 수 있다. 과학 논문은 학술지에 출간되며, 그 학술지는 전문지식을 다루지만, 본디 과학적 사실이 읽혀지기 위해 작성된다. 20세기보다 21세기,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과학 연구 논문은 점점 두꺼워지고, 어려워진다. 생물학이 발전하는 만큼 하나의 연구를 읽기위해 다양한 지식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논문은 본디 몇가지의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작성되었으며, 주요 뼈대를 잘 찾아서 읽을 수 있다. 더욱이 요즘 시대에는 AI 기술을 이용하여 두꺼운 발견을 학부생들의 수준에서 읽을수 있다.
“교수님, 논문은 대학원에 가서나 읽는것 아닌가요?”라고 묻는 학생이 있다면, “학부 때 논문을 못읽으면, 대학원에 가도 논문을 읽을 수 없다”라고 답하곤 한다. 논문은 학부 때도 읽을수 있다. 그래서 내가 학부 2학년 수업에 사용하는 논문 읽는 법을 정리하여, 글을 적어본다.
학술 논문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연구 논문(research article)과 리뷰 논문(review article). 각각의 특성과 읽는 방법이 다르므로, 먼저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 논문은 가설을 수립하고 실험을 수행한 뒤, 그 결과를 해석하여 발표하는 논문이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구조를 따른다:
Abstract (초록)
Introduction (서론)
Materials & Methods (방법)
Results (결과)
Discussion (토의/결론)
References (참고문헌)
1단계: 전체 윤곽 파악하기
논문을 처음 접할 때는 다음 순서로 읽는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이 논문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상상해본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전에 소개문을 읽으며 기대하는 것과 같은 과정이다. 물론 이런 방법을 모든 연구자들이 추천하거나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글을 적는 나는 극 N이기에, 보통 이렇게 하고 상상을 하며 기대한다.
2단계: 시각 자료 중심으로 읽기
텍스트를 줄줄이 읽기보다는, Figure(그림)와 Table(표)를 중심으로 읽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각 그림과 표는 연구의 핵심 데이터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각 Figure나 Table을 보면서:
이 부분에서 AI 툴의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보통 논문을 처음 읽는 학생들은 논문의 PDF를 챗지피티에 올려두고 “요약해달라”고 할텐데, 그렇게 하고 나서 각 Figure를 하나씩 올리면서 각 부분을 설명해달라고 하자. 만약 AI의 설명이 너무 어렵다면, “대학교 1학년 학생의 수준에서 Figure 1A를 설명해줘”라고 구체적으로 요청을 해보자. 보통 이 정도의 요구를 하면 여러분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을 해줄 것이다.
3단계: 선택적 읽기
Methods는 처음엔 가볍게
Introduction은 나중에 깊이 있게
논문 읽기가 익숙해지면 Introduction이 보물창고가 된다
4단계: 연구자 추적하기
논문의 교신저자(corresponding author, 보통 마지막 저자)의 이름을 기억하고 추적해본다. 그 연구자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면, 비슷한 주제의 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을 것이다. 마치 영화 배트맨 트릴로지를 순서대로 보듯, 한 연구자의 여러 논문을 시간 순서대로 읽으면 그 분야의 논의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볼 수 있다.
연구 논문에도 길이에 따른 구분이 있다:
리뷰 논문(review article, 또는 종설 논문)은 특정 연구 주제나 최신 동향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논문이다. 한 명 또는 여러 명의 전문가가 수십 편에서 수백 편의 연구 논문을 읽고 분석한 결과물이다.
리뷰 논문의 큰 장점은 참고문헌(References)이 해당 분야의 중요 논문 목록이라는 점이다. 특히 Nature Reviews, Trends in … 시리즈 같은 고품질 리뷰 저널은 각 참고문헌마다 한두 줄로 핵심을 요약해주어 매우 유용하다. 우리나라 학회에서 운영하는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이나 Molecules and Cells 와 같은 저널에도 좋은 리뷰 논문이 많이 올라온다. 이런 학술지에서 리뷰를 찾는것도 도움이 된다.
섹션 단위로 나눠 읽기
리뷰 논문을 한 번에 통째로 읽으려 하지 말자. 보통 100편에 가까운 연구를 소개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대신 이렇게 접근한다:
정리할 때의 팁:
복수의 리뷰 논문 비교하기
리뷰 논문도 저자의 관점과 의도가 반영된다. 따라서:
리뷰 논문의 패턴 파악하기
여러 리뷰 논문을 읽다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같은 저자가 쓴 여러 리뷰에서 구성 방식, 내용 전개 등이 상당히 유사한 경우가 많다. 이는 해당 연구 분야에서 주로 논의되는 핵심 쟁점들이 있다는 의미다.
이런 공통 패턴을 파악하며 읽다 보면:
전문 용어 단어장을 만든다
하루 30분, 6개월의 마법
어려운 논문은 덮어두고 다시 읽는다
논문 읽기 초보자가 흔히 하는 실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1주차: 리뷰 논문 한 편 선택
2주차: 연구 논문 3편 읽기
3주차: 같은 저자의 논문 추적
4주차: 비교하며 읽기
논문 읽기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논문 읽기는 과학적 사고의 기본이다. 처음에는 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낯설고 어렵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꾸준히 연습하면 누구나 능숙해질 수 있다.
기억하자:
논문 읽기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적 사고방식을 배우고, 비판적 분석력을 키우며, 결국 본인만의 연구 질문을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이 가이드가 그 여정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논문 읽기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다음 자료들을 참고하자:
영상 자료
블로그 글
이 자료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논문 읽기 전략을 제시하므로,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