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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번째 논문 쓰기

부록 2: 논문을 처음 읽는 학생들을 위한 가이드

나는 2학년 1학기 수업에선 유전학을, 2학기에는 프로그래밍을 가르친다. 1학기 수업은 수업자료, 슬라이드를 위주로 진행된다, 그러나 2학기의 수업은 프로그래밍을 배우면서, 동시에 학생들은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한다. 포트폴리오는 출간된 논문을 선택해서, 해당 논문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분석하고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것이다. 이 수업은 생물학과 학생들에게 제공되는데, 일생 처음으로 프로그래밍도 배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과학 논문을 읽어본다.

학부생들이 자주 하는 질문은 “교수님 학부생이 왜 논문을 읽어야 하나요?”이다. 나는 이에 대한 강한 관점과 의견을 갖고 있다. 과학은 매일 발전되며, 그 발전을 외우는게 아니라, 발전의 관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학생들은 과학의 주체자로 성장할 수 있다. 과학 논문은 학술지에 출간되며, 그 학술지는 전문지식을 다루지만, 본디 과학적 사실이 읽혀지기 위해 작성된다. 20세기보다 21세기,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과학 연구 논문은 점점 두꺼워지고, 어려워진다. 생물학이 발전하는 만큼 하나의 연구를 읽기위해 다양한 지식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논문은 본디 몇가지의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작성되었으며, 주요 뼈대를 잘 찾아서 읽을 수 있다. 더욱이 요즘 시대에는 AI 기술을 이용하여 두꺼운 발견을 학부생들의 수준에서 읽을수 있다.

“교수님, 논문은 대학원에 가서나 읽는것 아닌가요?”라고 묻는 학생이 있다면, “학부 때 논문을 못읽으면, 대학원에 가도 논문을 읽을 수 없다”라고 답하곤 한다. 논문은 학부 때도 읽을수 있다. 그래서 내가 학부 2학년 수업에 사용하는 논문 읽는 법을 정리하여, 글을 적어본다.

논문의 종류

학술 논문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연구 논문(research article)과 리뷰 논문(review article). 각각의 특성과 읽는 방법이 다르므로, 먼저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 논문 읽기

연구 논문의 구조

연구 논문은 가설을 수립하고 실험을 수행한 뒤, 그 결과를 해석하여 발표하는 논문이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구조를 따른다:

Abstract (초록)

  • 연구의 전체 내용을 압축한 요약본이다
  • 넷플릭스나 영화 소개처럼, 해당 연구를 간단히 설명한다
  • 서론, 본론(실험 및 결과), 결론을 각각 2-3문장으로 구성한다
  • 일반적으로 영어 기준 200-300단어로 작성된다

Introduction (서론)

  • 연구 주제를 소개하고 배경 지식을 요약한다
  • 연구의 필요성과 문제의식을 제시한다
  • 경우에 따라 연구진의 사전 연구를 소개하기도 한다
  • “우리는 이러한 연구를 수행하였다”는 식으로 마무리된다

Materials & Methods (방법)

  • 연구에 사용한 실험 방법을 상세히 기술한다
  • 학술지마다 배치 위치가 다를 수 있다 (본문 중간 또는 참고문헌 뒤)
  • 내용이 길 경우 Supplementary Material(보충자료)에 별도로 제공된다

Results (결과)

  • 실험을 통해 관찰한 결과를 제시한다
  • 간략한 해석을 포함하기도 한다
  • “데이터가 연구자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에 해당한다

Discussion (토의/결론)

  • 결과에 대한 심층적인 해석을 제공한다
  • “연구자가 데이터를 해석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 연구자의 주관적 견해와 기존 연구와의 비교가 포함된다

References (참고문헌)

  • 논문 작성 시 인용한 다른 연구들의 목록이다

효율적인 연구 논문 읽기 전략

1단계: 전체 윤곽 파악하기

논문을 처음 접할 때는 다음 순서로 읽는다:

  1. 제목 읽기: 연구의 핵심 주제를 파악한다
  2. 초록(Abstract) 읽기: 연구의 전체 흐름을 이해한다
  3. Results 섹션의 소제목들 읽기: 보통 5-7개의 섹션이 있으며, 각 섹션 제목은 넷플릭스 시리즈의 에피소드 제목처럼 연구의 흐름을 보여준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이 논문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상상해본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전에 소개문을 읽으며 기대하는 것과 같은 과정이다. 물론 이런 방법을 모든 연구자들이 추천하거나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글을 적는 나는 극 N이기에, 보통 이렇게 하고 상상을 하며 기대한다.

2단계: 시각 자료 중심으로 읽기

텍스트를 줄줄이 읽기보다는, Figure(그림)와 Table(표)를 중심으로 읽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각 그림과 표는 연구의 핵심 데이터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각 Figure나 Table을 보면서:

  • 이 데이터가 무엇을 보여주는지 이해한다
  • 2-3문장으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정리한다
  • 반드시 본인의 언어로 정리한다 (논문의 문장을 그대로 베끼지 말고)

이 부분에서 AI 툴의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보통 논문을 처음 읽는 학생들은 논문의 PDF를 챗지피티에 올려두고 “요약해달라”고 할텐데, 그렇게 하고 나서 각 Figure를 하나씩 올리면서 각 부분을 설명해달라고 하자. 만약 AI의 설명이 너무 어렵다면, “대학교 1학년 학생의 수준에서 Figure 1A를 설명해줘”라고 구체적으로 요청을 해보자. 보통 이 정도의 요구를 하면 여러분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을 해줄 것이다.

3단계: 선택적 읽기

Methods는 처음엔 가볍게

  • 논문 읽기 초보자는 Methods를 처음부터 세세하게 읽을 필요가 없다
  • 같은 분야의 논문을 여러 편 읽다 보면,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방법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 예를 들어, 엑솜 시퀀싱 논문을 여러 편 읽다 보면 “어떤 캡처 기술을 사용했는가?”, “시퀀싱 깊이(depth)는 얼마인가?” 같은 공통 패턴이 보인다
  • 처음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메모해두고, 비슷한 논문들을 더 읽으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한다
  • 많은 학부생들이 통채로 논문을 읽으려다가 길을 잃거나 흥미를 잃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봤다. 두가지가 어렵다. 유전체 연구와 같은 분야는 굉장히 다양한 첨단 기술을 사용한다. 그래서 기술의 용어가 충분히 통용되지 않은채로 논문이 작성될 수 있다. 교과서적인 용어가 등장하지 않을 수 있다. 정말 최신 기술이니까. 그래서 처음엔 실험 방법이나 기술명 자체에 집착하며 읽을 필요는 없다. 비슷한 몇편의 논문들을 읽다보면, 주요 기술이 눈에 보인다.

Introduction은 나중에 깊이 있게

  • 논문 읽기 초보자에게 Introduction은 우선순위가 낮다
  • Abstract를 읽고 바로 Figure/Table로 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 Abstract를 읽으며 상상한 내용이 실제 데이터와 부합하는지 확인해본다
  • 처음엔 잘 안 맞을 수 있다. 이는 여러분의 실력 부족일 수도 있고, 논문이 잘못 쓰인 것일 수도 있다
  • 하지만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논문 읽기가 익숙해지면 Introduction이 보물창고가 된다

  • 잘 쓴 Introduction은 해당 주제에 대한 미니 리뷰 역할을 한다
  • 그런 논문들을 모아서 글의 구성 방식, 문단 구조 등을 분석한다
  • 나는 좋은 Introduction 문단들을 복사해서 모아두고, 필사하듯 반복해서 읽는다
  • 마치 그 문장들이 내 것이 될 때까지 익히는 것이다

4단계: 연구자 추적하기

논문의 교신저자(corresponding author, 보통 마지막 저자)의 이름을 기억하고 추적해본다. 그 연구자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면, 비슷한 주제의 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을 것이다. 마치 영화 배트맨 트릴로지를 순서대로 보듯, 한 연구자의 여러 논문을 시간 순서대로 읽으면 그 분야의 논의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볼 수 있다.

연구 논문의 종류

연구 논문에도 길이에 따른 구분이 있다:

  • Full-length article: 일반적인 연구 논문
  • Short communication / Brief report: 간단한 연구 결과를 빠르게 발표하는 짧은 형태의 논문
  • 학술지마다 명칭이 약간씩 다를 수 있다

리뷰 논문 읽기

리뷰 논문의 특징

리뷰 논문(review article, 또는 종설 논문)은 특정 연구 주제나 최신 동향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논문이다. 한 명 또는 여러 명의 전문가가 수십 편에서 수백 편의 연구 논문을 읽고 분석한 결과물이다.

리뷰 논문의 큰 장점은 참고문헌(References)이 해당 분야의 중요 논문 목록이라는 점이다. 특히 Nature Reviews, Trends in … 시리즈 같은 고품질 리뷰 저널은 각 참고문헌마다 한두 줄로 핵심을 요약해주어 매우 유용하다. 우리나라 학회에서 운영하는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이나 Molecules and Cells 와 같은 저널에도 좋은 리뷰 논문이 많이 올라온다. 이런 학술지에서 리뷰를 찾는것도 도움이 된다.

효율적인 리뷰 논문 읽기 전략

섹션 단위로 나눠 읽기

리뷰 논문을 한 번에 통째로 읽으려 하지 말자. 보통 100편에 가까운 연구를 소개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대신 이렇게 접근한다:

  1. 하나의 섹션을 선택한다 (보통 3-4개 문단으로 구성)
  2. 그 섹션에서 언급된 연구 논문을 하루에 한두 편씩 읽는다
  3. 각 논문은 위에서 설명한 방식으로 읽는다: Abstract → Figures/Tables
  4. 본인의 문장으로 다시 정리한다

정리할 때의 팁:

  • 완벽한 문장이 아니어도 된다
  • 한글, 영어, 혹은 혼용해서 작성해도 된다
  • 중요한 것은 매일 조금씩, 몇 개월간 꾸준히 하는 것이다
  • 특정 주제에 대한 연구들의 관계, 공통점, 차이점이 보일 때까지 계속한다

복수의 리뷰 논문 비교하기

리뷰 논문도 저자의 관점과 의도가 반영된다. 따라서:

  • 같은 주제의 리뷰 논문을 2-3편 선택한다
  • 비슷한 섹션을 비교하며 읽는다
  • 각 저자가 어떤 연구를 강조하고, 어떤 관점을 취하는지 파악한다

리뷰 논문의 패턴 파악하기

여러 리뷰 논문을 읽다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같은 저자가 쓴 여러 리뷰에서 구성 방식, 내용 전개 등이 상당히 유사한 경우가 많다. 이는 해당 연구 분야에서 주로 논의되는 핵심 쟁점들이 있다는 의미다.

이런 공통 패턴을 파악하며 읽다 보면:

  • 특정 주제에 대한 “나만의 관점”이 생기기 시작한다
  • 여러 리뷰의 좋은 부분들을 종합하는 능력이 생긴다
  • 나는 첫 리뷰 논문을 쓸 때, 우수한 리뷰 논문 몇 편을 선정해서 그 구조와 토픽을 참고하며 작성했다

일반적인 팁과 조언

1. 용어 정리

전문 용어 단어장을 만든다

  • 생소한 용어를 만날 때마다 기록한다
  • 각 용어의 정의와 맥락을 함께 적어둔다
  • Nature Reviews 같은 저널은 Box 형태로 용어 설명을 제공하기도 한다

2. 꾸준함이 핵심

하루 30분, 6개월의 마법

  • 처음에는 정말 어렵고 막막하다
  • 하지만 하루 30분씩 꾸준히 6개월만 하면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다
  • 고단한 과정을 지나면, 여러 개념들이 연결되기 시작하고 재미를 느끼게 된다
  • 지름길은 없다. 꾸준함만이 답이다

3. 반복 읽기의 힘

어려운 논문은 덮어두고 다시 읽는다

  • 한 번에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 다음 날 다시 읽어본다
  • 며칠에 걸쳐 반복해서 들여다본다
  • 갑자기 “아하!” 하는 순간이 온다

4. 완벽주의를 버린다

논문 읽기 초보자가 흔히 하는 실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 처음부터 100% 이해할 수 없다
  •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비슷한 논문을 더 읽으면서 이해도를 높여간다
  • “이해의 깊이”는 시간과 경험에 비례한다

실전 연습 가이드

초보자를 위한 4주 실천 계획

1주차: 리뷰 논문 한 편 선택

  • 관심 있는 주제의 최신 리뷰 논문을 찾는다
  • 하루 30분씩 한 섹션씩 읽는다
  • 이해가 안 되어도 괜찮다. 전체 흐름만 파악한다

2주차: 연구 논문 3편 읽기

  • 리뷰 논문에서 언급된 연구 논문 중 3편을 선택한다
  • 각 논문의 Abstract와 Figures를 중심으로 읽는다
  • 각 Figure를 2-3문장으로 요약하는 연습을 한다

3주차: 같은 저자의 논문 추적

  • 흥미로운 연구 논문의 교신저자를 찾는다
  • 그 저자의 다른 논문 2-3편을 찾아 읽는다
  • 연구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시간 순으로 정리한다

4주차: 비교하며 읽기

  • 같은 주제의 연구 논문 2편을 선택한다
  • 두 논문의 접근법, 결과, 결론을 비교한다
  •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한다

중급자로 가는 길

논문 읽기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 Introduction을 자세히 읽기 시작한다
  • Methods의 세부 사항을 비교하기 시작한다
  • Discussion에서 저자의 해석과 한계점을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 본인만의 견해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마무리하며

논문 읽기는 과학적 사고의 기본이다. 처음에는 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낯설고 어렵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꾸준히 연습하면 누구나 능숙해질 수 있다.

기억하자:

  • 완벽을 추구하지 말고 꾸준함을 추구한다
  • 전체를 한 번에 이해하려 하지 말고 핵심부터 파악한다
  • 남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본인의 언어로 재정리한다
  • 하루 30분, 6개월만 투자하면 확실한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논문 읽기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적 사고방식을 배우고, 비판적 분석력을 키우며, 결국 본인만의 연구 질문을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이 가이드가 그 여정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더 읽어볼 자료

논문 읽기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다음 자료들을 참고하자:

영상 자료

블로그 글

이 자료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논문 읽기 전략을 제시하므로,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