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예일 대학교의 네나드 세스탄(Nenad Sestan) 연구실은 Nature에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Spatio-temporal transcriptome of the human brain,” 직역하면 인간 뇌의 시공간 전사체다. 이 논문이 하려고 했던 것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인간 뇌의 여러 영역에서, 발달의 여러 시점에서, 모든 유전자의 발현을 동시에 측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전사체(transcriptome)란 세포 안에서 실제로 만들어진 모든 RNA의 총합을 뜻하는데, 유전자라는 설계도 중에서 특정 시점에 특정 세포가 실제로 꺼내 쓴 페이지들의 목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두 개의 유전자나 한두 개의 뇌 영역이 아니라, 전체 유전체를 여러 영역과 여러 시점에 걸쳐 체계적으로 매핑하겠다는 것이었고, 뇌 발달의 분자적 지형도를 그리려는 최초의 본격적인 시도였다.
이 연구가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려면, 그 이전의 상황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2011년 이전에도 뇌에서 특정 유전자가 발현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다. 예를 들어 PAX6는 대뇌 피질의 뇌실대(ventricular zone)에서 신경 전구세포(neural progenitor cells)에 의해 발현되고, TBR2(EOMES)는 중간 전구세포(intermediate progenitor cells, IPCs)의 마커이며, TBR1은 초기 분화된 뉴런에서 발현된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다. 마커(marker)란 특정 세포 유형에서만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유전자를 말하는데, 세포에 붙은 이름표와 같다. 유전자가 발현된다는 것은 그 유전자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는 뜻이고, 그 단백질이 세포 안에서 특정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세포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PAX6 단백질이 존재하는 세포는 전구세포로서 행동하고, TBR1 단백질이 존재하는 세포는 뉴런으로서 행동한다. 어떤 유전자가 켜져 있느냐가 곧 그 세포가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들은 흩어진 퍼즐 조각들이었다. 개별 연구자들이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한두 개의 유전자를 한두 개의 뇌 영역에서 조사한 결과물이었고, 전체 그림을 조망할 수 있는 체계적인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세스탄 연구실이 하려 한 것은 이 퍼즐 조각들을 모두 한자리에 놓고, 빠진 조각까지 포함한 완전한 그림을 처음으로 그리는 것이었다.
연구 설계의 규모는 주목할 만했다. 연구진은 사후 인간 뇌 조직(postmortem human brain tissue)에서 16개의 서로 다른 뇌 영역을 채취했다. 신피질(neocortex)에서만 11개 영역을 포함했는데, 배외측 전두엽 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 DFC), 배측 전두엽 피질(ventrolateral prefrontal cortex, VFC), 안와 전두엽 피질(orbital frontal cortex, OFC), 내측 전두엽 피질(medial prefrontal cortex, MFC), 일차 운동 피질(primary motor cortex, M1C), 일차 체감각 피질(primary somatosensory cortex, S1C), 하두정 피질(inferior parietal cortex, IPC), 일차 청각 피질(primary auditory cortex, A1C), 상측두 피질(superior temporal cortex, STC), 하측두 피질(inferolateral temporal cortex, ITC), 그리고 일차 시각 피질(primary visual cortex, V1C)이 포함되었다. 신피질 외에 해마(hippocampus, HIP), 편도체(amygdala, AMY), 선조체(striatum, STR), 시상의 배내측핵(mediodorsal nucleus of thalamus, MD), 소뇌 피질(cerebellar cortex, CBC)까지 총 16개 영역이었다. 이렇게 많은 영역을 동시에 포괄한 것은, 뇌의 각 부위가 각자의 고유한 유전자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공통된 프로그램을 공유하는지를 비교하기 위해서였다.
| 약어 | 한국어 명칭 | 영어 명칭 | 뇌 구분 |
|---|---|---|---|
| DFC | 배외측 전전두 피질 | 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 | 신피질 — 전두엽 (frontal) |
| VFC | 배외측 전전두 피질 | Ventrolateral prefrontal cortex | 신피질 — 전두엽 |
| OFC | 안와 전두 피질 | Orbital frontal cortex | 신피질 — 전두엽 |
| MFC | 내측 전전두 피질 | Medial prefrontal cortex | 신피질 — 전두엽 |
| M1C | 일차 운동 피질 | Primary motor cortex | 신피질 — 전두엽 |
| S1C | 일차 체감각 피질 | Primary somatosensory cortex | 신피질 — 두정엽 (parietal) |
| IPC | 하두정 피질 | Inferior parietal cortex | 신피질 — 두정엽 |
| A1C | 일차 청각 피질 | Primary auditory cortex | 신피질 — 측두엽 (temporal) |
| STC | 상측두 피질 | Superior temporal cortex | 신피질 — 측두엽 |
| ITC | 하측두 피질 | Inferolateral temporal cortex | 신피질 — 측두엽 |
| V1C | 일차 시각 피질 | Primary visual cortex | 신피질 — 후두엽 (occipital) |
| HIP | 해마 | Hippocampus | 피질하 구조 |
| AMY | 편도체 | Amygdala | 피질하 구조 |
| STR | 선조체 | Striatum | 피질하 구조 |
| MD | 시상 배내측핵 | Mediodorsal nucleus of thalamus | 피질하 구조 |
| CBC | 소뇌 피질 | Cerebellar cortex | 후뇌 (hindbrain) |
더 중요한 것은 이 영역들을 단일 시점이 아니라 발달의 전 시기에 걸쳐 분석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임신 초기(수정 후 약 8주)부터 노년기(80세 이상)까지, 총 15개의 발달 시기(developmental periods)로 나누어 조직을 수집했다. 구체적으로, 태아기를 초기 태아기(early fetal, 8~12주), 초중기 태아기(early mid-fetal, 13~15주), 후중기 태아기(late mid-fetal, 16~19주), 후기 태아기(late fetal, 20~37주)로 세분하고, 출생 후에는 신생아기, 유아기, 소아기, 청소년기, 성인기를 거쳐 노년기까지 포괄했다. 서로 다른 나이, 성별, 인종의 개인들로부터 수집된 뇌 표본은 각 발달 시기에 여러 독립적인 생물학적 반복(biological replicates)을 제공했다. 이것은 횡단 연구(cross-sectional study)의 고전적인 설계로, 한 개인을 오랜 시간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나이의 여러 개인을 비교함으로써 발달적 변화를 추론하는 방식이었다. 마치 10대, 20대, 30대 사람들을 한꺼번에 모아 비교함으로써 사람이 나이 들면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추론하는 것과 같다. 15개의 발달 시기는 다음과 같이 정의되었다.
| 시기 | 구분 | 연령 범위 |
|---|---|---|
| 1 | 배아기 (embryonic) | 4 PCW ≤ 연령 < 8 PCW |
| 2 | 초기 태아기 (early fetal) | 8 PCW ≤ 연령 < 10 PCW |
| 3 | 초기 태아기 (early fetal) | 10 PCW ≤ 연령 < 13 PCW |
| 4 | 초중기 태아기 (early mid-fetal) | 13 PCW ≤ 연령 < 16 PCW |
| 5 | 초중기 태아기 (early mid-fetal) | 16 PCW ≤ 연령 < 19 PCW |
| 6 | 후중기 태아기 (late mid-fetal) | 19 PCW ≤ 연령 < 24 PCW |
| 7 | 후기 태아기 (late fetal) | 24 PCW ≤ 연령 < 38 PCW |
| 8 | 신생아기 및 초기 영아기 (neonatal and early infancy) | 출생 ≤ 연령 < 6개월 |
| 9 | 후기 영아기 (late infancy) | 6개월 ≤ 연령 < 12개월 |
| 10 | 초기 소아기 (early childhood) | 1세 ≤ 연령 < 6세 |
| 11 | 중·후기 소아기 (middle and late childhood) | 6세 ≤ 연령 < 12세 |
| 12 | 청소년기 (adolescence) | 12세 ≤ 연령 < 20세 |
| 13 | 초기 성인기 (young adulthood) | 20세 ≤ 연령 < 40세 |
| 14 | 중기 성인기 (middle adulthood) | 40세 ≤ 연령 < 60세 |
| 15 | 후기 성인기 (late adulthood) | 60세 ≤ 연령 |
PCW = 수정 후 주수 (post-conceptional weeks).
유전자 발현을 측정하기 위해, 연구진은 Affymetrix의 Human Exon 1.0 ST Array를 사용했다. 이 마이크로어레이는 일반적인 유전자 수준 어레이와 달리, 각 유전자의 개별 엑손(exon)에 대한 탐침을 포함하고 있었다. 엑손이란 유전자에서 실제로 단백질로 번역되는 부분을 말하는데, 하나의 유전자는 보통 여러 개의 엑손으로 이루어져 있고, 마치 책에서 특정 챕터들만 골라 읽는 것처럼 대체 스플라이싱(alternative splicing)을 통해 서로 다른 엑손 조합이 선택되면 같은 유전자에서도 서로 다른 mRNA 변이체(transcript variants)가 만들어진다. 뇌는 인체에서 대체 스플라이싱이 가장 활발한 장기 중 하나이기 때문에, 엑손 수준의 측정은 뇌 전사체 연구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한 유전자의 전체 발현량은 뇌의 두 영역에서 비슷하더라도, 어떤 엑손이 포함되느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어레이를 사용하여 연구진이 얻은 데이터의 규모는 당시 기준으로 상당했다. 총 1,340개의 개별 조직 표본에서 전사체 프로파일을 생성했고, 이를 통해 인간 유전체에 주석이 달린(annotated) 유전자들의 발현 패턴을 16개 뇌 영역과 15개 발달 시기에 걸쳐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1,340개 표본이라는 숫자는 당시 단일 연구에서 달성한 뇌 전사체 데이터 규모로는 유례가 없었는데, 이 방대한 데이터가 바로 이후 수십 개 후속 연구들의 출발점이 된다.
전체 유전자의 약 86%가 뇌에서 발현된다는 것이 첫 번째 주요 발견이었다. 전체 유전자의 약 86%가 적어도 하나의 뇌 영역, 적어도 하나의 발달 시점에서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다른 장기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다. 간에서는 약 60~70%, 심장에서는 그보다 낮은 비율의 유전자만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차이가 왜 생기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려면 이런 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간은 기본적으로 독소를 해독하고, 당을 저장하고, 담즙을 만드는 장기이므로 그 일에 필요한 유전자들만 집중적으로 쓴다. 그런데 뇌는 수천 가지 세포 유형이 수백 개의 영역에서 수십 가지 신경전달물질을 사용하여 서로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다양한 유전자 프로그램을 동원해야 한다. 뇌가 유전체의 이렇게 많은 부분을 사용한다는 것은, 뇌의 세포 다양성과 기능적 복잡성이 유전자 발현의 다양성에 의해 뒷받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흥미로운 것은 두 번째 발견이었다. 뇌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들 중 약 90%가 시간이나 공간, 혹은 둘 다에 따라 차별적으로 조절되었다(differentially regulated). ‘차별적으로 조절되었다’는 표현은 단순히 “다르다”는 말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뜻이다. 즉 우연에 의한 차이가 아니라, 특정 시점이나 영역과 진짜로 연관된 발현 변화라는 의미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잠시 생각해보자. 뇌에서 발현되는 거의 모든 유전자가 특정 시점에, 특정 장소에서만 켜지거나 꺼지거나, 혹은 발현 수준이 올라가거나 내려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발현 패턴이 일정한 유전자는 10%도 안 된다는 뜻이다. 유전체는 고정된 설계도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에 따라 정교하게 조율되는 동적인 프로그램인 셈이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악보처럼, 같은 악단이라도 1악장에서는 현악기가 주도하고 3악장에서는 관악기가 전면에 나서는 것처럼, 뇌도 발달 단계마다 전혀 다른 유전자 앙상블을 연주한다.
시공간적 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패턴은 태아기(prenatal period)와 출생 후(postnatal period) 사이의 극적인 차이였다. 태아기, 특히 임신 중기(mid-fetal period, 대략 13~24주)에는 뇌의 서로 다른 영역들 사이에서 유전자 발현의 차이가 가장 컸다. 전두엽에서 높이 발현되는 유전자가 후두엽에서는 낮고, 대뇌 피질에서 발현되는 유전자 세트가 소뇌에서는 완전히 다른 패턴을 보였다. 이 시기는 뇌의 영역별 정체성(regional identity)이 확립되는 시기로, 각 영역이 고유한 세포 구성과 회로를 만들기 위해 서로 다른 유전자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출생 후, 특히 유아기 이후로 갈수록 뇌 영역들 사이의 전사체 차이는 점진적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출생 후의 뇌가 영역 간 공통된 프로세스, 예를 들어 시냅스 가지치기(synaptic pruning)나 수초화(myelination)를 공유하기 때문일 수 있다. 만들어지는 과정보다 완성된 이후를 유지하는 과정이 더 균일하다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태아기에 일어나는 전사체의 극적인 변화는 뇌 발달의 핵심 과정들과 직결된다. 임신 초기에는 신경 전구세포(neural progenitor cells)의 증식과 신경 생성(neurogenesis)이 활발하고, 이 시기에 높이 발현되는 유전자들은 세포 주기(cell cycle) 조절, 세포 분열(cell division), 그리고 세포 운명 결정(cell fate determination)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임신 중기로 넘어가면 새로 태어난 뉴런들이 적절한 위치로 이동하는 신경 이주(neuronal migration)가 활발해지고, 축삭(axon)과 수상돌기(dendrite)를 뻗어 시냅스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신경 이주란 뉴런이 태어난 자리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과정인데, 마치 새로 입사한 직원이 회사에 들어온 뒤 배치 부서를 찾아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전사체 프로파일에는 축삭 유도(axon guidance), 세포 접착(cell adhesion), 시냅스 형성(synaptogenesis)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단순히 개별 유전자의 발현 패턴을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중 유전자 공발현 네트워크 분석(weighted gene co-expression network analysis, WGCNA)을 적용하여 유전자들 사이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파악했다. WGCNA의 기본 아이디어는 이렇다. 만약 두 유전자가 여러 표본에 걸쳐 항상 함께 올라가고 함께 내려간다면, 즉 발현 패턴이 상관관계(correlation)를 보인다면, 이 두 유전자는 아마도 같은 생물학적 과정에 참여하거나, 같은 조절 메커니즘에 의해 제어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가중’이라는 말은, 두 유전자의 발현 패턴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0이냐 1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강도의 차이가 있는 연속적인 숫자로 나타낸다는 뜻이다. 약한 상관관계는 낮은 가중치, 강한 상관관계는 높은 가중치를 받아서 진짜 관계만 부각된다. 이런 방식으로 발현 패턴이 유사한 유전자들을 그룹으로 묶은 것이 공발현 모듈(co-expression module)이다. 비유하자면,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을 것이라는 추론과 비슷하다.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이런 패턴이 수백 개의 유전자에서 체계적으로 반복된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시공간 전사체 분석에서 수십 개의 공발현 모듈이 발견되었다 (Kang et al. 2011). 이 모듈들은 각각 고유한 시간적, 공간적 패턴을 보였다. 어떤 모듈은 태아기 초기에만 활성화되었다가 출생 전에 꺼졌고, 어떤 모듈은 출생 후에야 비로소 활성화되었다. 어떤 모듈은 신피질 전체에서 비교적 균일하게 발현되었고, 어떤 모듈은 특정 피질 영역에서만 강하게 발현되었다. 각 모듈에 포함된 유전자들의 기능을 분석하면 그 모듈이 어떤 생물학적 과정을 반영하는지 추론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태아기 초기에 활성화되는 모듈에는 세포 증식과 DNA 복제 관련 유전자들이 풍부했고, 출생 후에 활성화되는 모듈에는 시냅스 전달(synaptic transmission)과 이온 채널(ion channel) 관련 유전자들이 집중되어 있었다. 이것은 뇌 발달의 각 단계를 대표하는 유전자 모듈 세트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보여준 결과였다.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발견은 성별에 따른 유전자 발현 차이(sex-biased gene expression)였다. 연구진은 남성과 여성의 뇌 조직을 비교하여, 특정 유전자들이 한 성별에서 더 높거나 낮게 발현되는 것을 관찰했다. 이것은 X 염색체나 Y 염색체에 위치한 유전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상염색체(autosomes)에 있는 유전자들도 성별에 따른 발현 차이를 보였고, 이 차이는 뇌의 영역과 발달 시기에 따라 달랐다. 상염색체란 성염색체(X, Y)를 제외한 나머지 22쌍의 염색체를 말하는데, 이 염색체들에 있는 유전자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발현된다는 것은 단순히 성염색체 유전자의 차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음을 뜻한다. 태아기에 성별 차이가 나타나는 유전자들이 있었고, 성인기에야 비로소 차이가 나타나는 유전자들도 있었다. 뇌의 성별 차이는 단순히 성호르몬의 영향이 아니라, 유전체 수준에서 프로그래밍된 복잡한 현상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였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발현 양적 형질 유전좌(expression quantitative trait loci, eQTL)를 발견하기 위해 유전형 분석(genotyping)을 수행했다. eQTL이란 특정 유전적 변이(genetic variant)가 근처에 있는 유전자의 발현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유전자 A의 프로모터 근처에 있는 단일 염기 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의 한 대립유전자(allele)가 유전자 A의 발현을 높이고, 다른 대립유전자가 발현을 낮출 수 있다. SNP란 인구 집단 내에서 특정 위치의 DNA 염기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인데, 유전체의 특정 위치에 어떤 사람은 A, 어떤 사람은 G가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뇌 조직에서의 eQTL 분석은 유전적 변이가 뇌의 유전자 발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었다.
eQTL 분석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려면 이런 상황을 떠올려 보면 된다.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 GWAS)에서 특정 유전적 변이가 뇌의 크기나 인지 능력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고 하자. GWAS란 수십만 명의 유전체를 비교하여 특정 형질(키, 질병, 특성)과 연관된 DNA 변이를 찾는 대규모 통계 분석이다. 특정 SNP를 가진 사람들이 어떤 병에 더 잘 걸린다거나 더 키가 크다는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 변이가 정확히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영향을 미치는지는 GWAS만으로는 알 수 없다. eQTL 데이터가 있으면, 그 변이가 근처의 어떤 유전자의 발현을 변화시키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유전적 변이에서 표현형까지의 경로를 추론할 수 있다. 마치 어떤 스위치를 누르면 방 안에 불이 켜진다는 것을 알아도, 그 스위치가 정확히 어떤 전선을 통해 어떤 전구에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아야 비로소 전기 회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같다. Kang et al. 연구가 제공한 뇌 eQTL 데이터는 이러한 분석을 가능하게 한 최초의 대규모 자원 중 하나였다.
Kang et al. 2011 논문의 의미는 단일 연구의 발견을 넘어선다. 이 연구는 인간 뇌의 전사체를 체계적으로 매핑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증명했고, 이후 수많은 후속 연구의 토대가 되었다. 데이터는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BrainSpan 데이터베이스의 핵심 자원이 되었고,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이 데이터를 다운로드하여 자신의 질문에 적용할 수 있었다. BrainSpan 데이터베이스가 공개된 이후 단 몇 년 만에 수백 편의 논문이 이 데이터를 인용하거나 재분석했는데, 이것은 하나의 연구가 공개 데이터 자원이 되었을 때 가지는 파급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이 연구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가장 큰 한계는 벌크 조직(bulk tissue)에서 RNA를 추출했다는 것이다. 16개 뇌 영역에서 발현 프로파일을 얻었지만, 각 영역 안에 어떤 세포 유형들이 있고 각 세포 유형이 어떤 유전자를 발현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또 하나의 한계는 마이크로어레이 기술 자체의 제약이었다. 마이크로어레이는 칩에 설계된 탐침에 해당하는 유전자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전사체(novel transcripts)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리고 횡단 설계의 본질적 한계로, 서로 다른 개인의 뇌를 비교한 것이지 한 개인의 뇌 발달을 추적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개인 간 변이(interindividual variation)가 발달적 변화와 혼재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한계들은 이 연구의 가치를 훼손하기보다는, 이후 연구들이 풀어야 할 과제를 명확히 제시해주었다. 다음 장에서 다룰 BrainSpan 프로젝트(Chapter 3)는 바로 이 한계들 중 일부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였다.
References
Kang, H. J., Kawasawa, Y. I., Cheng, F., Zhu, Y., Xu, X., Li, M., … & Sestan, N. (2011). Spatio-temporal transcriptome of the human brain. Nature, 478(7370), 483-489. doi:10.1038/nature10523
주요 용어 안내
마이크로어레이(microarray): 유리 칩 위에 수만 개의 DNA 탐침을 붙여놓고, 조직에서 꺼낸 RNA가 탐침에 달라붙는 정도를 측정하여 유전자 발현량을 측정하는 장치.
공발현 네트워크(co-expression network): 여러 조직 표본에서 항상 함께 올라가고 함께 내려가는 유전자들을 그룹으로 묶은 것. 같은 시간에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같은 회사 직원일 가능성이 높은 것과 비슷한 논리다.
eQTL(expression quantitative trait loci): 특정 DNA 변이가 근처 유전자의 발현량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 유전적 변이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뇌 기능에 영향을 주는지 추적하는 데 쓰인다.
횡단 연구(cross-sectional study): 서로 다른 나이의 여러 개인을 한 시점에 비교하여 발달적 변화를 추론하는 연구 설계. 한 개인을 오래 추적하는 종단 연구와 대비된다.
대체 스플라이싱(alternative splicing): 같은 유전자에서 어떤 엑손을 이어붙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현상. 뇌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