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5. 뇌 오가노이드의 탄생

2013년 어느 가을, 오스트리아 빈의 분자생물공학연구소(IMBA)에서 일하던 위르겐 크노블리히(Juergen Knoblich) 연구실의 매들린 랭커스터(Madeline Lancaster)는 자신이 무언가 이상한 것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페트리 접시 안의 조그만 구 모양 조직이 단순히 신경세포를 만드는 게 아니라, 마치 뇌처럼 스스로를 조직하고 있었다. 뇌실(ventricle)처럼 생긴 공간, 그 주변을 정렬된 전구세포들, 바깥으로 이주하는 어린 뉴런들. 아무도 그렇게 되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세포들은 혼자서 그것을 알고 있었다. 뇌실이란 뇌 안에 있는 뇌척수액으로 가득 찬 공간인데, 발달 중인 뇌에서는 이 뇌실 주변에 줄기세포들이 늘어서서 뉴런을 만들어낸다. 랭커스터와 크노블리히가 그해 Nature에 발표한 논문은 이 관찰을 학계에 알렸고, 이후 인간 뇌 발달 연구의 방향이 바뀌었다.

그 이전의 세상이 어땠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인간 뇌 발달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2013년 이전은 만성적인 좌절의 시대였다. 살아있는 인간의 뇌에서 조직을 꺼낼 수는 없다. 사후 조직은 단 하나의 시점을 보여줄 뿐이고, 발달의 동적인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우스 뇌는 연구하기 편리하지만, 인간과 마우스의 뇌 발달 사이에는 깊은 간극이 있다. 마우스의 피질 발달은 2주 남짓이면 대부분 끝나지만, 인간의 피질 발달은 임신 기간 9개월 내내 이어지고 출생 이후에도 수년을 더 계속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인간의 피질 바깥쪽 뇌실하대(outer subventricular zone, oSVZ)에는 외측 방사 글리아(outer radial glia, oRG, Chapter 9)라는 전구세포가 풍부한데, 마우스에는 이것이 극히 드물다. 인간의 거대한 피질을 만들어내는 핵심 세포가 모델 동물에는 거의 없으니, 마우스 실험의 결과를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랭커스터의 답은 간결했다. 인간의 줄기세포가 스스로 뇌를 만들도록 내버려두면 어떨까? 인간 배아줄기세포(human embryonic stem cells, hESCs)나 역분화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iPSCs)는 이론상 인체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 역분화 줄기세포(iPSCs)란 피부세포처럼 이미 특정 역할을 맡은 세포를 다시 초기화하여 어떤 세포로도 될 수 있는 상태로 돌려놓은 것이다. 이 세포들을 3차원으로 배양하면서 발달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만 제공한다면, 세포들이 가진 내재적 발달 프로그램이 알아서 작동하지 않을까? 이것이 랭커스터와 크노블리히의 핵심 가설이었다. 그리고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프로토콜은, 돌이켜 보면 매우 단순했다.

자가 조직화의 마법: 프로토콜과 그 논리

프로토콜은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 hESC나 iPSC를 모아서 배아체(embryoid body)를 만든다. 수백에서 수천 개의 줄기세포가 모인 이 3차원 덩어리는 초기 배아 발달의 세포 집합을 어느 정도 모방한다. 배아체는 세포들에게 “혼자가 아니라 이웃이 있다”는 신호를 주는 첫 번째 단계다. 2차원 평판에서는 세포가 서로 위아래로 층을 만들 수 없으므로, 이 3D 덩어리를 만드는 것이 뇌 발달을 시작하는 핵심 조건이다. 쉽게 말하면 줄기세포들을 한데 모아 뭉치게 한 것인데, 이 상태에서 세포들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발달 초기의 배아를 흉내 내기 시작한다. 둘째, 이 배아체를 신경 유도(neural induction) 조건에서 배양하여 신경외배엽(neuroectoderm)으로 이끈다. 여기에 뼈 형성 단백질(bone morphogenetic protein, BMP)과 변환 성장 인자(transforming growth factor, TGF-β) 신호를 동시에 차단하는 이중 SMAD 억제(dual SMAD inhibition) 방법이 사용될 수 있지만, 랭커스터의 원래 프로토콜은 이보다 훨씬 최소한의 개입을 택했다. 셋째, 신경화된 배아체를 마트리겔(Matrigel)이라는 기저막 단백질 혼합물에 포매(embedding)한다. 마트리겔을 젤리 같은 발판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 단계가 결정적이었는데, 마트리겔은 세포외 기질의 발판을 제공하여 조직이 3차원으로 팽창하고, 뇌실 같은 공간을 형성하고, 방사 방향의 극성(apicobasal polarity)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넷째, 마트리겔에 포매된 조직을 회전 생물반응기(spinning bioreactor)로 옮긴다. 반응기의 회전 운동은 영양분과 산소가 조직 전체에 고르게 전달되도록 하여, 정적 배양에서 피할 수 없는 중심부 괴사를 줄이고 더 크고 복잡한 오가노이드(organoid)가 성장할 수 있게 했다. 회전 생물반응기란 작은 세탁기처럼 조직이 담긴 배양액을 계속 천천히 돌려주어 산소와 영양분이 골고루 퍼지게 하는 장치다.

이 프로토콜에서 가장 급진적인 측면은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다. 랭커스터와 크노블리히는 외부의 형태형성인자(morphogens)를 더하여 “이쪽은 피질이 되어라, 저쪽은 시상이 되어라”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형태형성인자란 세포에게 “너는 이런 종류의 세포가 되어라”라고 알려주는 신호 물질인데, 이것을 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것이 비유도(unguided) 프로토콜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세포들이 내재적 발달 프로그램, 즉 수백만 년의 진화가 세포의 유전체에 새겨놓은 지시에 따르도록 내버려두었다. 그 결과가 자가 조직화(self-organization)였다. 세포들은 서로 소통하면서 공간적 패턴을 만들어냈고, 어떤 세포는 전구세포로 남아 계속 증식하고, 어떤 세포는 뉴런으로 분화하여 이주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이 발생 후 약 8~10일이면 신경 정체성이 확립되고, 20~30일이면 서로 다른 뇌 영역을 닮은 구역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포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뇌가 되려 하고 있었다.

랭커스터의 오가노이드(organoid)에서 나타난 구조는 단순한 세포 덩어리가 아니었다. 피질 유사 영역에서는 유체로 찬 뇌실 유사 공간(ventricular-like cavities)이 형성되었고, 이 공간 주변을 PAX6와 SOX2를 동시에 발현하는 방사 글리아(radial glia) 전구세포들이 줄지어 섰다. 이것이 뇌실대(ventricular zone)에 해당한다. 그보다 바깥쪽에는 TBR2(EOMES) 양성 중간 전구세포(intermediate progenitor cells, IPCs)가 자리잡았는데, 이는 뇌실하대(subventricular zone)의 특징이다. 가장 바깥쪽에는 TBR1 양성의 어린 뉴런들이 분포했다. 이 PAX6 → TBR2 → TBR1의 층상 배열은 발달 중인 인간 피질의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이어지는 세포 유형의 계층적 배열과 정확히 일치했다. 마치 건물의 층처럼, 가장 안쪽 층에서 바깥쪽 층으로 세포들이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방사 글리아 세포들은 핵간 이동(interkinetic nuclear migration), 즉 세포 주기에 따라 핵이 뇌실 표면과 뇌실하대 사이를 오가는 특징적인 움직임도 보였다. 수십만 년 전에 진화한 세포 행동이, 페트리 접시 안에서 충실히 재현되고 있었다.

인간만이 가진 것: 외측 방사 글리아의 재현

그러나 랭커스터의 오가노이드에서 발견된 것 중 가장 흥분되는 것은 뭔가 다른 것이었다. 방사 글리아는 두 종류가 있다. 뇌실에 접한 쪽에서 분열하는 첨단 방사 글리아(apical radial glia, aRG)는 뇌실대의 주민이다. 그런데 인간 피질 발달에서만 유독 풍부한 또 다른 유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외측 방사 글리아(outer radial glia, oRG)다. oRG는 뇌실하대의 바깥쪽(oSVZ)에 자리를 잡고, 아첨단 과정(basal process)이라는 긴 돌기를 피질 바깥쪽으로 뻗은 채 비대칭적으로 분열하여 뉴런을 만들어낸다. 비대칭 분열이란 세포가 둘로 나뉠 때 하나는 계속 줄기세포로 남고 다른 하나는 뉴런이 되는 방식으로, 한 개의 줄기세포에서 아주 많은 뉴런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게 해준다. 인간 피질의 거대한 표면적, 그리고 그로 인한 특유의 주름진 형태는 이 oRG 세포들이 뉴런을 엄청나게 많이 생산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마우스 뇌에는 이 세포가 극히 드물다. 그래서 마우스 실험으로는 이 인간 특이적 메커니즘을 연구할 수가 없었다.

랭커스터의 오가노이드가 oRG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이 인공 조직이 단순한 신경 덩어리가 아닌 진정으로 인간적인 발달 논리를 담고 있다는 증거였다. 외부에서 “oRG를 만들어라”라는 지시 없이도, 줄기세포들은 스스로 알고 있었다. 이 oRG의 존재는 하나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마우스에서 연구하기 어려웠던, 인간 피질 확장의 분자적 기반을 이제 직접 인간 세포에서, 인간 발달의 맥락에서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초기 뇌 오가노이드의 한계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하나의 발견이 Lancaster 논문의 가치를 확고히 했다.

오가노이드는 실제 뇌를 닮았는가

2년 후, J. Gray Camp와 동료들은 이 흥분을 좀 더 냉정하게 평가하기로 했다. 오가노이드가 뇌처럼 생겼다는 것은 형태적 관찰이고, 그것이 정말로 태아 뇌의 발달 프로그램을 분자 수준에서 재현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분자 수준이란 세포 안에서 어떤 유전자들이 켜지고 꺼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Camp와 그의 팀은 단일 세포 RNA 시퀀싱(single-cell RNA sequencing, scRNA-seq)을 사용하여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려 했다. 단일 세포 RNA 시퀀싱이란 하나의 세포 안에서 켜진 유전자들을 모두 한꺼번에 읽어내는 기술인데, 수백 개의 세포를 동시에 분석하여 각 세포가 어떤 ‘정체성’을 가지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은 임신 12~13주 태아의 신피질(neocortex)에서 226개의 단일 세포를, 그리고 hESC 및 iPSC 유래 뇌 오가노이드에서 508개의 단일 세포를 시퀀싱했다. 이 두 데이터셋을 나란히 놓고 비교 분석했다.

결과는 고무적이었지만, 동시에 솔직했다. Camp et al. 논문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오가노이드의 피질 유사 영역들이 FOXG1, NFIA, PAX6, NEUROD6 같은 전뇌 피질 마커를 발현하며, 태아 피질의 발달적 세포 상태(첨단 전구세포, 기저 전구세포, 초기 뉴런, 성숙 뉴런)에 상응하는 클러스터들을 만들어냈음을 보여주었다. 유전자 마커란 특정 세포 유형에서만 켜지는 유전자로, 이것이 올바른 마커들을 발현한다는 것은 그 세포가 올바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태아 피질 발달과 관련된 주요 유전자 모듈들, 즉 세포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 신호, Notch/Delta 신호, 신경돌기 성장(neurite outgrowth) 관련 유전자들의 80% 이상이 오가노이드에서도 유사한 발현 패턴을 보였다. 신경피질 발달이나 진화와 관련된 유전자들의 80% 이상이 오가노이드의 피질 유사 세포에서 태아 조직과 유사한 발현 프로필을 보였다. 이것은 오가노이드가 단순히 겉모습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핵심적인 발달 유전자 프로그램을 충실히 실행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러나 Camp et al. 연구는 차이점도 숨기지 않았다. 오가노이드에서는 기저 전구세포(basal progenitors)가 첨단 전구세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이는 뇌실하대의 발달이 충분하지 않다는 신호였다. 일부 오가노이드 클러스터는 등쪽 피질보다는 배쪽 전뇌나 비피질 영역의 특성을 보였고, 한 오가노이드 안에서도 영역 정체성이 뒤섞여 있었다. 또한 FOS와 EGR1 같은 즉각 초기 유전자(immediate early genes)들이 배양 조건에서 비정상적으로 높게 발현되었는데, 이는 세포들이 배양 환경에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 즉각 초기 유전자들은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외부 자극에 반응할 때 빠르게 켜지는 유전자들로, 실제 뇌 안에서는 이렇게 높게 발현되지 않는다. 이러한 불일치들은 세포들이 완전히 자연스러운 상태에 있지 않다는 것을 시사했으며, 이후 더 체계적인 검증 연구들이 필요하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형태형성인자의 언어: 이중 SMAD 억제와 축 패턴화

랭커스터와 크노블리히의 프로토콜은 비유도 방식의 자가 조직화를 택했지만, 그 배후에는 정교한 발달생물학 지식이 전제로 깔려 있었다. 신경관(neural tube)은 발달 초기에 두 개의 독립적인 축을 따라 패턴화된다. 앞뒤 축(anteroposterior axis, AP axis)은 어느 부위가 전뇌가 되고 어느 부위가 척수가 될지를 결정하고, 등배 축(dorsoventral axis, DV axis)은 신경관의 등쪽에 감각 회로가 발달하고 배쪽에 운동 회로가 발달하도록 구분한다. 이 두 축이 교차하면서 뇌의 모든 영역이 제 위치에 자리잡는다. 오가노이드 프로토콜을 이해하려면 이 두 축을 제어하는 형태형성인자(morphogens)의 논리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앞뒤 축을 따른 영역 정체성은 WNT, RA(레티노산), 그리고 FGF 신호의 농도 기울기로 결정된다. WNT 신호가 낮고 FGF 신호가 높은 환경은 신경관의 앞쪽, 즉 전뇌(telencephalon) 정체성을 유도한다. WNT 신호가 점차 높아지면 중뇌(mesencephalon)로, RA 농도가 높아지면 후뇌(rhombencephalon)와 척수 방향으로 세포가 결정된다. 따라서 피질 오가노이드를 만들려면 WNT 신호를 억제한 환경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등배 축은 BMP와 SHH가 맞서는 방식으로 제어된다. 등쪽에서 높은 BMP 신호는 등쪽 신경관 정체성, 즉 피질 흥분성 뉴런의 전구체인 등쪽 전뇌를 유도한다. 반대쪽에서 높은 SHH 신호는 배쪽 전뇌, 즉 억제성 인터뉴런의 요람인 신경절 융기(ganglionic eminence)를 유도한다. 대부분의 피질 오가노이드 프로토콜이 SHH 신호를 억제하거나 추가하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외부의 SHH 없이 신경외배엽 세포들은 자연스럽게 등쪽, 즉 피질 방향으로 이동한다.

이 맥락에서 이중 SMAD 억제(dual SMAD inhibition)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사용하는지가 분명해진다. SMAD는 BMP 신호와 TGF-β 신호를 세포 내로 전달하는 공통 매개 단백질이다. BMP 신호는 뼈 형성 단백질(bone morphogenetic protein)이라는 이름 그대로 중배엽과 외배엽 방향의 분화를 촉진하고 신경 정체성 획득을 억제한다. 쉽게 말해, SMAD는 “뇌가 되어라”는 신호 대신 “뼈나 근육이 되어라”는 신호를 전달하는 릴레이 선수다. 이 선수를 두 군데서 동시에 막아버리면(이중 SMAD 억제), 줄기세포는 기본값으로 신경 계통을 향해 간다. TGF-β 신호 역시 중배엽 분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줄기세포가 비신경 계보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이 두 신호를 동시에 차단해야 한다. 실험실에서는 SB431542(TGF-β 수용체 억제제, ALK4/5/7 차단)와 LDN193189(BMP 수용체 억제제, ALK2/3 차단)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표준 방법이다. 이 두 화합물을 동시에 처리하면 세포들이 중배엽이나 내배엽으로 빠지지 않고 앞쪽 신경외배엽, 즉 전뇌 방향으로 기본 경로(default pathway)를 따라 분화하게 된다. 이것이 이중 SMAD 억제가 모든 피질 오가노이드 프로토콜의 출발점이 되는 이유다. 이중 SMAD 억제를 적용하면 iPSC는 별도의 지시 없이도 FOXG1과 PAX6를 발현하는 전뇌 신경외배엽 세포로 전환되며, 이후 WNT 신호 억제를 더하면 이 세포들이 등쪽 피질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 이중 SMAD 억제 전략이 랭커스터 방식의 비유도 프로토콜과 결합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랭커스터 프로토콜은 신경 유도 단계에서 최소한의 화학적 개입으로 배아체를 신경화시키는데, 이 단계에서 혈청 제거와 인슐린 배지 조건 자체가 BMP와 TGF-β 신호를 부분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완전한 이중 SMAD 억제를 쓰는 유도 프로토콜(예: hCO 프로토콜)과 비교하면 신경화 효율이 낮고 재현성도 떨어지지만, 그 대신 세포들이 내재적 발달 논리를 따를 여지가 더 커진다. 재현성 대 자발성의 이 교환 관계(trade-off)는 비유도 프로토콜과 유도 프로토콜 사이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이며, 연구자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어느 쪽이 적합한지가 달라진다.

Hendriks et al. (2023) 연구가 Cell에 발표한 인간 태아 뇌 오가노이드(fetal brain organoids, FeBOs) 연구는 이 분야에 전혀 다른 출발점을 도입했다. 랭커스터와 크노블리히가 iPSC를 출발 세포로 사용한 것과 달리, Hendriks et al. 연구팀은 임신 12~15주(gestational week 12-15, GW12-15)의 인간 태아 뇌 조직을 직접 사용했다. 1~2mm 크기의 태아 뇌 조직 절편을 EGF, FGF-2, FGF-10이 포함된 혈청 무첨가 배지에서 오비탈 쉐이커(orbital shaker)로 배양하자, 조직 자체가 자발적으로 팽창하여 오가노이드를 형성했다. 이 방식은 마트리겔 없이도 조직 자체가 ECM 환경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ECM(세포외기질)이란 세포들이 기대어 사는 발판 같은 것으로, 젤처럼 세포 주변을 채우는 단백질 구조물이다. 오가노이드가 스스로 이 발판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건물이 자기 기초를 직접 만들어내는 것처럼, 자가 조직화 능력의 주목할 만한 사례다. FeBOs는 95% 이상의 수립 효율로 만들어졌으며, 8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확장 배양이 가능했고, 부피는 약 15,000배까지 증가했다. 기계적으로 절단하여 계대 배양하면 각 절편이 다시 완전한 오가노이드로 성장했다.

FeBOs는 iPSC 유래 오가노이드가 재현하기 어렵다고 알려진 특성들을 처음부터 갖추고 있었다. 배양 중인 FeBOs에서 HOPX, PTPRZ1, FAM107A, PTN을 발현하는 두터운 외측 방사 글리아(outer radial glia, oRG) 층이 확인되었다. 오가노이드의 주변부에는 SOX2 양성 신경 줄기세포들이, 안쪽에는 CTIP2 양성 심층 피질 뉴런과 SATB2 양성 상층 피질 뉴런들이 자리잡았다. 성장인자를 제거하고 0.5% 기저막 추출물(basement membrane extract)을 첨가하여 성숙화를 유도하면, SYN1, PSD-95, GRIN2A, GRIA1 같은 시냅스 유전자들이 상향 조절되고 층별 마커들의 발현이 분명해졌다. 조직 유래 FeBOs는 단순히 태아 뇌 세포를 배양에 적응시킨 것이 아니었다. 분비단백체(secretome) 분석에서 FeBOs의 ECM 구성이 iPSC 유래 오가노이드의 것보다 실제 태아 뇌 조직의 ECM에 훨씬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FeBOs가 뇌 조직 특이적인 세포외 환경을 스스로 조성하고 유지한다는 것을 뜻한다.

FeBOs의 지역 특이성도 보존되어 있었다. 등쪽 전뇌에서 얻은 FeBOs는 PAX6, EMX1, EMX2를 발현하며 피질 정체성을 유지했고, 배쪽 전뇌에서 얻은 FeBOs는 NKX2-1, DLX2, GSX2를 발현하며 신경절 융기 정체성을 유지했다. 이 등배 정체성은 8개월 이상의 장기 배양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VoxHunt 알고리즘을 이용한 공간 유전체학적 분석은 각 FeBOs가 대뇌 앞이마엽(PFC), 일차 시각 피질(V1), 측두엽 영역의 정체성을 구분하여 유지한다는 것까지 확인했다. VoxHunt란 각 세포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실제 뇌 지도와 비교하여 “이 세포는 전두엽의 어느 구역 세포와 가장 비슷한가”를 계산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이다. 조직 출처에 따라 오가노이드가 서로 다른 뇌 영역의 정체성을 유지한다는 것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Hendriks et al. 연구는 CRISPR 편집을 FeBOs에 적용하여 TP53, PTEN, CDKN2A, PDGFRA 유전자들을 조합적으로 결손시킴으로써 교모세포종(GBM)과 미만성 내인성 교종(DMG) 유사 종양을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FeBOs는 iPSC 유래 오가노이드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도구다. iPSC 오가노이드가 환자 특이적 변이 연구와 유전체 편집에 강점이 있다면, FeBOs는 이미 지역 정체성이 확립된 인간 태아 뇌의 세포 생물학을 더 충실하게 재현하는 데 강점이 있다. 두 접근의 공존은 이 분야의 도구 상자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

더 오래, 더 다양하게

오가노이드를 몇 달씩 배양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질문에 답한 것이 Giorgia Quadrato와 동료들의 2017년 Nature 논문이다. Quadrato는 Lancaster식 전뇌 오가노이드 프로토콜을 수정하여 초기 배아체의 크기를 줄이고(세포 2,500개 수준), 배양 후기에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를 추가함으로써 오가노이드가 9개월 이상 생존하도록 최적화했다. BDNF란 뇌 안에서 뉴런이 살아남고 성장하도록 돕는 단백질로, 뉴런의 비료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이렇게 장기 배양된 오가노이드를 Drop-seq 기반 단일 세포 전사체 분석으로 대규모로 프로파일링했다. 31개 오가노이드에서 82,291개의 단일 세포를 시퀀싱한 이 연구는, 뇌 오가노이드 분야에서 당시까지 가장 규모가 큰 단일 세포 분석이었다.

6개월 된 오가노이드가 보여준 세포 다양성은 상당했다 (Quadrato et al. 2017). 6개월 된 오가노이드는 전뇌 피질 유사 세포와 뉴런들뿐 아니라, 성상세포 유사 세포(AQP4, GFAP 발현), 희소돌기세포 전구 유사 세포, 증식 중인 전구세포, 도파민성 뉴런 유사 세포(TH 발현), 그리고 광수용체 세포를 포함한 망막 유사 세포들(CRX, RCVRN 발현)까지 포함하는 10개의 주요 전사적 클러스터로 분류되었다. 성상세포는 뇌 안에서 뉴런을 지지하는 별 모양의 세포이고, 희소돌기세포는 뉴런의 축삭을 감싸서 신호 전달을 빠르게 해주는 세포다. 이 다양성은 미유도 프로토콜의 자가 조직화가 단순히 피질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경발생에 잠재적으로 관여하는 다양한 신경 계보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수개월 된 오가노이드에서 수상돌기 가시(dendritic spines)가 관찰되었고, 다전극 어레이(multielectrode array) 기록에서는 자발적 신경망 활동(spontaneous network activity)이 포착되었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것은, 오가노이드 내의 망막 유사 세포들이 실제로 빛 자극에 반응하여 신경 활동을 조절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빛이 없는 실험실 환경에서 만들어진 이 인공 조직이 빛을 ‘보는’ 원시적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Quadrato의 연구는 중요한 문제도 드러냈다. 일부 세포 클러스터는 오가노이드들 사이에서 재현성이 낮았다. 특히 어떤 클러스터는 53%의 오가노이드에만, 또 다른 클러스터는 32%의 오가노이드에만 나타났다. 재현성이 낮다는 말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도 어떤 오가노이드에는 특정 세포 유형이 나타나고 다른 오가노이드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학적 도구로서는 큰 약점이다. 같은 레시피로 케이크를 구웠는데 매번 완전히 다른 케이크가 나온다면, 그 레시피를 믿을 수 없는 것과 같다. 과학 실험은 다른 연구실에서도 똑같이 재현되어야 의미가 있다. 게다가 같은 생물반응기 안에서 자란 오가노이드들이 서로 다른 생물반응기의 오가노이드들보다 훨씬 더 비슷했는데, 이는 세포 내재적 프로그램뿐 아니라 배양 환경의 물리화학적 조건이 오가노이드의 세포 구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했다. 재현성의 문제는 오가노이드가 정밀한 실험 도구로 사용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확실히 했다.

오가노이드, 구체, 어셈블로이드: 세 가지 접근법의 정리

Pașca (2018) 연구는 이 분야의 지형도를 정리했다 (Pașca 2018). 그는 세 가지 접근법의 차이를 개념적으로 정리했다. 첫째 유형은 정적 배양 접근법(organ-on-a-chip)으로, 신경세포를 미세유체 채널에 배양하여 물리적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랭커스터 방식의 비유도 오가노이드로, 자가 조직화를 통해 다양한 뇌 영역을 동시에 만들어내지만 재현성이 낮다. 셋째는 파슈카 자신이 개발에 기여한 유도(guided) 방식의 영역 특이적 구체(spheroids)로, 특정 형태형성인자(morphogens)를 써서 원하는 뇌 영역 정체성을 유도한다.

파슈카가 특히 주목한 것은 이 분야의 미래 방향이었다. 그는 단독의 오가노이드나 구체(spheroid)가 아니라, 서로 다른 영역을 가진 두 개 이상의 구체를 물리적으로 융합하는 어셈블로이드(assembloid) 개념을 명료하게 제시했다. 어셈블로이드란 레고 블록으로 각 뇌 영역을 따로 만든 다음, 완성된 블록들을 서로 붙여서 실제 뇌처럼 연결된 회로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각 구체는 특정 뇌 영역을 닮도록 유도되고, 융합 후에는 서로 다른 영역의 세포들이 축삭을 뻗고 시냅스를 형성하며 상호작용한다. 이것은 단순히 세포 유형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인간 뇌의 회로(circuits)를 재구성하려는 시도였다. 당시 Birey et al. 연구에서 이미 전뇌-선조체 어셈블로이드를 통해 억제성 인터뉴런의 이주를 재현한 연구가 있었고, 파슈카는 이 어셈블로이드 개념이 뇌 오가노이드 기술의 다음 단계로 부상하고 있음을 기술했다. 이 예측은 불과 몇 년 안에 여러 연구실에서 실현되었는데, 그것은 다음 장의 이야기다.

한계들,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

Lancaster와 Knoblich의 2013년 논문이 가져온 변화는 기술적인 것이었지만, 그 철학적 함의는 더 깊다. 세포가 스스로 조직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조직화가 발달 중인 뇌를 닮은 구조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뇌 발달의 근본적인 논리가 외부의 정밀한 지시 없이 세포들의 내재적 프로그램에 상당 부분 저장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마치 씨앗 안에 나무가 될 정보가 이미 들어있는 것처럼, 세포 안에도 뇌가 될 정보가 이미 저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오가노이드들은 실제 뇌가 아니다. 혈관이 없어서 크기와 성숙도에 한계가 있고,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가 없으며, 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초화(myelination)는 일어나지 않는다. 영역의 배치는 실제 뇌의 정밀한 공간 조직화와는 거리가 멀고, 인접한 오가노이드 사이에서도 세포 구성의 차이가 상당하다. 오가노이드를 수개월 배양해도 세포들은 대체로 태아 중기에 해당하는 발달 상태에서 머무는 경향이 있으며, 성인 뇌의 특성을 갖춘 성숙한 뉴런을 얻는 것은 아직도 어렵다.

그러나 이 모든 한계가 2013년에 처음으로 가능해진 것들의 가치를 줄이지는 않는다. 살아있는 인간 뇌 조직을 실험실에서 키울 수 있다는 것, 그 조직이 발달의 핵심 특징들을 재현한다는 것, 그리고 그 조직으로 인간에게만 있는 세포와 구조를 연구하고 유전자를 교란하고 발달의 동적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2013년에 처음으로 가능해졌다. 이후의 과학은 이 가능성을 다듬고 확장하고 검증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뇌 오가노이드는 영역 특이적 모델로, 여러 영역을 연결하는 어셈블로이드로, 그리고 인간 뇌 발달의 정밀한 분자적 지도를 만들기 위한 통합적 플랫폼으로 진화해 나갔다.


References

Lancaster, M.A., Renner, M., Martin, C.A., Wenzel, D., Bicknell, L.S., Hurles, M.E., Homfray, T., Penninger, J.M., Jackson, A.P., & Knoblich, J.A. (2013). Cerebral organoids model human brain development and microcephaly. Nature, 501(7467), 373–379. doi:10.1038/nature1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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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용어 안내

오가노이드(organoid): 인간 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3차원으로 배양하여 실제 장기와 유사한 구조를 만들어낸 조직. 뇌 오가노이드는 태아 뇌의 초기 발달 과정을 모방하여 뉴런과 전구세포를 자발적으로 형성한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피부 세포나 혈액 세포에 야마나카 인자(OCT4, SOX2, KLF4, MYC)를 도입하여 다시 줄기세포로 되돌린 세포. 환자 본인의 세포에서 만들 수 있어 질환 모델링에 쓰인다.

마트리겔(Matrigel): 세포 배양에 사용되는 젤 형태의 세포외기질. 세포가 3차원으로 자랄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며, 초기 뇌 오가노이드 프로토콜에서 핵심 재료였다.

자가 조직화(self-organization): 외부 지시 없이 세포들이 스스로 구조를 형성하는 현상. 뇌 오가노이드에서 뇌실대와 피질판 유사 구조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