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3. 진화가 남긴 복잡성

진화는 최적화 알고리즘이 아니다. 자연선택은 현재의 환경에서 번식을 더 많이 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뿐, 미래의 위험을 미리 계산하거나 부작용 없는 완벽한 해법을 선택할 능력이 없다. 이 단순한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깊다. 어떤 유전적 변화가 지금 당장 개체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다면, 그것이 먼 미래에 다른 문제를 초래할지라도 자연선택은 그 변화를 선호한다. 인간의 뇌를 생각해 보자. 다른 어떤 동물도 갖추지 못한 언어, 추상적 사고, 도덕적 판단 능력을 가능하게 한 이 3파운드짜리 구조물은, 동시에 조현병(schizophrenia), 자폐스펙트럼장애, 양극성 장애, 주요 우울장애와 같은 신경정신과적 조건들이 다른 동물보다 훨씬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종이기도 하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인간 집단에서 약 1%의 유병률을 보이며, 조현병은 약 0.7~1%에서 발생한다. 다른 동물에서는 이와 유사한 형태의 신경 발달 변이가 자연 상태에서 이렇게 높은 빈도로 관찰되지 않는다. 이 빈도가 유지된다는 것 자체가 진화적으로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이 조건들과 연관된 유전 변이 중 일부는 생식 적합도를 낮추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자연선택에 의해 제거되지 않았는가? 답의 일부는 복잡함 자체에 있다. 더 복잡한 시스템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변이할 수 있으며, 인간 뇌의 복잡성을 가능하게 한 바로 그 분자들이 동시에 신경 발달의 다양한 경로를 만들어내는 기반이 된다.

앞 장(Chapter 22)에서 우리는 인간 뇌의 진화적 독특성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살펴봤다. 이 장에서는 그 복잡성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추적한다. 시냅스를 구성하는 단백질 복합체가 수억 년에 걸쳐 어떻게 팽창해왔는지, 유전체 중복이 어떻게 시냅스의 부품 수를 늘렸는지, 그리고 그 부품들이 뇌 전체에서 어떻게 다양한 조합으로 배치되어 시냅톰(synaptome)이라는 시냅스의 지도를 만들었는지를 살펴본다. 동시에, 이 복잡성이 왜 신경 발달의 다양한 경로, 그리고 그 중 일부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표현형으로 이어지는지도 함께 다룬다.

이 문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관건은 단순히 “왜 나쁜 유전자가 집단에 남아 있는가”가 아니라, “왜 같은 진화적 변화가 인지 능력과 신경정신과적 조건을 동시에 만들어내는가”를 묻는 것이다. 두 질문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같은 현실을 가리킨다. 첫 번째 질문은 인구유전학적 관점에서 변이의 지속성을 묻고, 두 번째는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적응과 부작용의 공진화를 묻는다. 앞으로 살펴볼 내용들은 이 두 관점이 하나의 분자적 현실에서 만난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인간의 뇌를 만든 유전체는 동시에 인간의 뇌에서 가장 다양한 신경 발달 경로를 가능하게 하는 유전체이기도 하다.

시냅스 단백질 복합체의 진화적 팽창

시냅스 후막 밀도(postsynaptic density, PSD)는 시냅스의 신호 수신부를 이루는 단백질 복합체다. 1970년대에 처음 전자현미경으로 관찰된 이 구조물이 얼마나 많은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는지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의 일이다. Emes et al. (2008)이 수행한 비교 단백질체학 분석은 그 역사적 전모를 드러냈다. 단세포 생물인 효모에도 이미 시냅스 단백질의 조상 격인 스캐폴드 단백질과 키나아제들이 존재한다. 효모에서 무척추동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PSD 단백질체는 약 5배 팽창했고, 무척추동물에서 척추동물로의 전환, 즉 약 5억 년 전 척추동물의 공통 조상이 1R/2R 전체 유전체 중복(whole-genome duplication)을 겪으면서 PSD 단백질 수는 또다시 약 2배 증가했다. 그 결과 포유류의 PSD는 약 1,500개의 단백질로 이루어진 거대한 신호 복합체가 되었으며, 이것은 무척추동물 시냅스의 약 300개 단백질과 비교할 때 약 5배에 달하는 복잡성이다.

이 팽창이 무엇을 가능하게 했는지는 행동 수준에서 확인된다. Emes & Grant (2012)는 종의 PSD 단백질체 복잡도가 그 종의 행동 다양성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을 보였다. 더 많은 PSD 단백질을 가진 종은 더 다양하고 유연한 학습 행동을 보인다. 전체 유전체 중복이 만들어낸 NMDA 수용체 소단위 가족의 기능적 분화는 인지의 다차원적 조율을 가능하게 했다. Ryan et al. (2013)은 GluN2A와 GluN2B의 C-말단 도메인이 단지 29%의 서열 동일성만을 가지면서도 학습, 불안, 운동 조율, 공간 작업 기억 등 네 가지 행동 영역을 독립적으로 조절한다는 것을 swap knock-in 실험으로 보였다. 단순한 유전자 하나에서 유전체 중복을 통해 네 가지 기능을 각각 담당하는 분자들이 분화되어 나왔고, 그 분화가 인지의 다양성을 만든 것이다. Grant (2009)가 강조한 것처럼, 포유류 PSD 단백질 복합체가 가질 수 있는 조합의 수는 이미 1,000만 개를 넘는다. 이 조합 공간의 다양성이 인지의 풍부함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하나의 구성 요소에 변이가 생기면 전체 복합체의 기능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적 민감성을 만들어낸다. 공항의 환승 체계를 생각해보라. 연결편이 많을수록 더 다양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지만, 하나의 연결이 바뀌면 전혀 다른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PSD 복합체도 마찬가지로,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더 정교한 신호 처리가 가능하지만, 변이에 의해 영향받는 지점도 함께 늘어난다.

PSD 단백질체의 진화적 팽창이 질환 부담으로 직결되는 증거는 수치에서도 뚜렷하다. Emes & Grant (2012)의 분석에서 PSD를 구성하는 유전자 130개 이상이 인간 뇌 질환과 연관되어 있으며, 자폐스펙트럼장애(47개 유전자), 조현병(54개 유전자), 지적장애(37개 유전자), 뇌전증(30개 유전자)이 상당한 중복을 보이며 이 PSD 유전자 목록을 공유한다. SHANK3, NRXN1, SCN2A는 모두 PSD 복합체의 구성 요소이면서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주요 원인 유전자다. 이것은 다면발현(pleiotropy)의 구조적 기반이다. 진화가 하나의 단백질 복합체를 팽창시키고 분화시키면서 만들어낸 각각의 구성 요소는, 인지의 서로 다른 측면을 담당하는 동시에 서로 다른 질환에 기여하도록 연결되어 있다. 시냅스 단백질이 진화한 바로 그 이유로, 시냅스 단백질의 유전 변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뇌 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원시시냅스에서 인간 시냅스까지: 세포부착분자와 단백질체의 진화

시냅스를 구성하는 단백질들은 시냅스보다 먼저 존재했다. 이 말은 직관에 어긋나는 것처럼 들리지만, 비교 유전체학이 알려주는 사실이다. 시냅스라는 구조물이 등장하기 훨씬 전, 단세포 생물에 이미 시냅스 단백질의 조상 격인 분자들이 있었다. 효모에는 신호 전달 스캐폴드 단백질과 키나아제가 약 30개 존재하며, 편모충류(choanoflagellate, 다세포 동물의 가장 가까운 단세포 친척)에서는 이 원시시냅스(protosynapse) 단백질이 약 60개로 늘어난다(Ryan & Grant 2009). 이 단백질들은 세포 안에서 외부 신호를 받아 반응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뉴런이 등장하면서 이 기존의 신호 전달 기구가 세포 사이의 접합부, 즉 시냅스로 배치된 것이다. 진화는 시냅스를 백지에서 설계한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부품들을 새로운 장소에 재배치했다.

생물 시냅스후막 단백질 수 진화적 사건
효모 ~30 (원시시냅스) 신호 전달 스캐폴드 기원
편모충류 ~60 다세포 동물 분기 이전
초파리 ~150-200 무척추동물 시냅스
제브라피쉬 ~1,000 2R 전체 유전체 중복 이후
마우스/인간 ~1,500 포유류 시냅스 복합체 완성

시냅스가 본격적으로 복잡해지기 시작한 것은 약 5억 년 전 척추동물의 조상이 전체 유전체 중복(whole-genome duplication)을 두 차례 겪으면서부터다. 이 사건을 1R/2R 중복이라 부른다. 유전체가 통째로 복사되면, 기존의 모든 유전자가 두 벌씩 생기고, 이 중복 유전자(paralog) 쌍은 이후 서로 다른 기능을 갖도록 분화할 수 있다. 시냅스에서 이 분화의 대표적 사례가 NMDA 수용체의 GluN2 소단위다. 무척추동물에서는 GluN2가 하나뿐이지만, 2R 중복을 거친 척추동물에서는 GluN2A, GluN2B, GluN2C, GluN2D의 네 가지로 분화되었다. 마찬가지로 시냅스후막의 핵심 발판 단백질인 PSD-95/MAGUK 계열도 하나에서 네 가지(DLG4/PSD-95, DLG1/SAP97, DLG2/chapsyn-110, DLG3/SAP102)로 늘어났다. 한 가지 부품으로 한 가지 일을 하던 시냅스가, 네 가지 부품으로 네 가지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시냅스 단백질 복합체 안에는 세포부착분자(cell adhesion molecule)도 포함되어 있다. 시냅스를 형성하고 유지하려면 시냅스전 뉴런과 시냅스후 뉴런이 물리적으로 붙어 있어야 하는데, 이 접착을 담당하는 분자들이 세포부착분자다. 마치 두 사람이 악수를 하듯, 시냅스전 막의 분자와 시냅스후 막의 분자가 서로를 잡고 있는 것이다. Husi et al. (2000) 연구는 NMDA 수용체 복합체를 최초로 대규모 단백질체학으로 분석하여 77개 단백질을 발견했는데, 이 복합체 안에 N-카드헤린(N-cadherin), L1, NCAM-180, 콘택틴(contactin), 뉴로리긴(neuroligin) 같은 세포부착분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신호를 받는 수용체, 신호를 전달하는 스캐폴드, 그리고 시냅스의 구조를 유지하는 접착 분자가 하나의 거대한 복합체 안에서 함께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복합체에서 학습에 유전적으로 필수적인 단백질이 15개 확인되었으며, 이 중 NF1, Rsk-2, L1 세 유전자는 인간에서 유전변이가 발생하면 학습 장애를 일으킨다.

이후 인간 시냅스의 단백질 구성이 본격적으로 밝혀졌다. 인간 사후 뇌 조직에서 시냅스후막을 정제하여 질량분석기로 분석한 결과, 1,461개의 단백질이 발견되었고, 이 중 748개가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합의 단백질체(consensus proteome)였다(Bayés et al. 2011). 이 1,461개 단백질 중 199개 유전자에서 인간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변이가 보고되어 있었고, 그 질환의 수는 269개에 달했다. 269개 질환 가운데 133개, 즉 약 절반이 신경계 질환이었다. 시냅스후막이라는 하나의 구조물에 들어 있는 단백질들이 100개가 넘는 뇌 질환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이 구조물의 진화적 복잡성이 곧 다양한 신경정신과적 조건과 연결되는 분자적 지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진화적 보존 정도를 수치로 측정하면, 시냅스후막 단백질은 유전체 전체 평균이나 다른 뇌 하부 구조의 단백질보다 유의하게 높은 보존도를 보였다(dN/dS 분석에서 P < 10⁻¹⁴⁸). 시냅스후막은 유전체에서 가장 강하게 보호받는 구조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마우스의 시냅스후막은 얼마나 다른가? 두 종의 시냅스후막 단백질체를 병렬로 비교한 결과, 구성 단백질의 70% 이상이 공유되었지만, 공유 단백질 중에서도 34%는 풍부도(abundance)에서 2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Bayés et al. 2012). 특히 PSD-95/MAGUK 계열 네 구성원 중 DLG1DLG2는 마우스에서 더 풍부한 반면, DLG3는 인간에서 더 풍부했다. 같은 유전체 중복에서 만들어진 네 형제 유전자가 종에 따라 서로 다른 비율로 발현된다는 것은, 시냅스의 분자적 레시피가 종마다 미묘하게 다르다는 뜻이다. 인간에서 풍부한 단백질들은 세포막 역학(membrane dynamics)과 세포골격 리모델링에 관련된 것들이 많았는데, 이는 인간 시냅스가 구조적 가소성(structural plasticity, 시냅스의 형태가 활동에 따라 변하는 능력)에 더 최적화되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시냅톰: 뇌 전체의 시냅스 다양성 지도

시냅스를 구성하는 단백질이 약 1,500가지라면, 이 단백질들의 조합은 시냅스마다 같을까? 같은 뇌 안에서도 해마의 시냅스, 소뇌의 시냅스, 선조체의 시냅스가 서로 같은 분자 구성을 가지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Grant 연구팀은 시냅톰(synaptome)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시냅톰이란 뇌 전체에 존재하는 모든 시냅스의 분자적 다양성을 지도로 나타낸 것이다. 마치 유전체(genome)가 모든 유전자의 총합이고, 전사체(transcriptome)가 모든 RNA의 총합이듯, 시냅톰은 모든 시냅스의 분자적 정체성 총합을 의미한다.

이 시냅톰을 실제로 시각화하기 위해, 마우스 뇌에서 PSD-95에 초록 형광 단백질을, SAP102에 주황색 형광 단백질을 붙인 유전자 변형 마우스가 만들어졌다(Grant 2019). 이 마우스의 뇌 전체에서 약 10억 개의 시냅스를 분석한 결과, 시냅스는 37가지 아형으로 분류되었다. PSD-95만 있는 시냅스, SAP102만 있는 시냅스, 둘 다 있는 시냅스가 있고, 각각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세분화되었다. 중요한 발견은 이 37가지 아형의 비율이 뇌 영역마다 다르다는 것이었다. 피질, 해마, 시상, 선조체, 소뇌가 각각 고유한 시냅스 아형 조합, 즉 “시냅스 지문”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뇌 안에서도 영역마다 시냅스의 분자적 레시피가 다른 것이다.

이 시냅스 다양성은 시간에 따라서도 변한다. 생애주기 시냅톰 아틀라스(lifespan synaptome atlas)는 마우스의 출생부터 18개월(노년)까지 10개 시점에서 109개 뇌 영역에 걸쳐 약 50억 개의 시냅스를 추적했다(Cizeron et al. 2020). 그 결과 시냅톰 발달이 세 단계로 구분되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시냅스가 빠르게 만들어지면서 뇌 영역 간 시냅스 다양성이 급격히 증가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시냅스 구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세 번째 단계(노화)에서는 시냅스 밀도가 감소하면서 크기가 커지고, 뇌 영역 간 시냅스 다양성이 감소하는 “탈분화(dedifferentiation)“가 일어난다. 어린 시절에 뇌 영역들이 각자 고유한 시냅스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노화에서 역행하는 것이다.

시냅스의 분자적 다양성은 수명과도 관련이 있다. 시냅스 단백질의 수명을 뇌 전체에서 측정한 결과, PSD-95의 수명은 몇 시간에서 몇 달까지 시냅스마다 크게 달랐다(Bulovaite et al. 2022). 피질과 해마에는 수명이 긴 시냅스가 풍부한 반면, 뇌간과 시상하부에는 수명이 짧은 시냅스가 풍부했다. 수명이 긴 시냅스는 기억과 학습에 관여하는 영역에 집중되어 있었고, 수명이 짧은 시냅스는 본능적 행동을 담당하는 영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노화 과정에서는 수명이 긴 시냅스가 우선적으로 보존되는 반면, 수명이 짧은 시냅스가 먼저 손실되었다. 기억을 담당하는 시냅스가 노화에 더 강한 것이다. PSD-95 유전변이를 도입하면 시냅스 단백질의 전체적인 수명이 변하는데, 이것은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조현병의 세포 모델에서 관찰되는 현상과 일치한다.

가장 최근에는 시냅스의 나노 수준 구조까지 뇌 전체에서 매핑되었다. NanoSYNMAP이라는 기술을 이용하여 PSD-95와 SAP102 초복합체(supercomplex)가 시냅스 안에서 얼마나 가까이 배치되어 있는지를 측정한 결과, 이 나노 구조가 뇌 영역마다 다르고, 발달 과정에서 변하며, 노화와 함께 재편된다는 것이 밝혀졌다(Kaizuka et al. 2026). 시냅스의 복잡성은 어떤 단백질이 있는가(구성)뿐만 아니라, 그 단백질들이 나노미터 수준에서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가(구조)에도 있는 것이다. 이 나노 구조의 차이가 시냅스의 기능적 차이를 만들어내는 분자적 논리(molecular logic)의 한 층위를 구성한다.

이 모든 연구가 말해주는 메시지는 하나로 수렴한다. 시냅스는 균일한 접합부가 아니라, 뇌 영역, 발달 시기, 노화 정도에 따라 분자적 정체성이 달라지는 극도로 다양한 구조물이다. 그 다양성의 기반이 되는 약 1,500개의 시냅스 단백질에 유전변이가 발생하면 130개 이상의 뇌 질환이 초래된다. 진화가 시냅스에 쌓아올린 복잡성은 인간의 인지를 가능하게 한 동시에, 그 복잡성의 어느 한 지점이 교란되었을 때 다양한 방식으로 뇌가 고장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정화 선택 아래 놓인 뇌 유전자들

진화적 제약의 관점에서 뇌 유전자들은 다른 어떤 조직의 유전자들보다 강한 정화 선택의 압박 아래 있다. 정화 선택이란 특정 유전자나 유전체 영역에 생기는 해로운 변이들이 자연선택에 의해 빠르게 제거되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 영역의 정화 선택 강도는 그 영역에 축적된 희귀 변이의 수를 중립적으로 예측되는 수와 비교함으로써 추정할 수 있다. Uddin et al. (2014)은 인간 집단 데이터를 분석하여 뇌에서 높이 발현되는 엑손일수록 희귀한 미스센스 유전 변이가 적다는 역상관관계를 보였다. 이것은 그 엑손들에 생기는 유전 변이가 적응도(fitness)를 심각하게 낮추기 때문에 자연선택에 의해 빠르게 제거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뇌 발현이 높고 희귀 변이 부담이 낮은 엑손들, 즉 정화 선택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영역에서 생기는 드노보 유전 변이들이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에서 정상 형제에 비해 2.4배 높은 빈도로 발견된다. 진화가 가장 강하게 지키려 하는 유전체 영역이 질환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영역이기도 한 것이다.

Marderstein et al. (2025)의 연구는 이 패턴을 후성유전체 수준에서 더욱 정밀하게 확인했다. 132가지 세포적 맥락에 걸쳐 단일 세포 크로마틴 접근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 변이들의 정화 선택 강도를 비교했을 때, 태아기 뇌 뉴런의 크로마틴 접근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이들이 가장 강한 정화 선택 하에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132가지 세포 유형 중에서 가장 강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것이다. 진화는 태아기 뇌 뉴런에서의 조절 변이를 가장 강하게 제거하려 한다. 이것은 태아기 뇌 뉴런에서의 전사 조절이 돌이킬 수 없는 발달적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태아기에 잘못된 유전자 발현 패턴이 형성되면 성인 뇌의 기능이 근본적으로 손상되며, 이 손상은 이후의 어떤 과정으로도 완전히 교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이 강한 선택압 아래에서도 드노보 유전 변이는 매 세대마다 평균 1~2개씩 꾸준히 발생하여 인간 유전체에 새롭게 도입된다. Zeng et al. (2018)이 UK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분석하여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28가지 복잡 형질 중에서 인지 능력, 교육 수준, 자녀 수와 같은 형질들이 가장 강한 음의 선택(negative selection) 신호를 보인다. 즉, 이런 형질들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 변이들은 드물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그 변이들이 적응도를 낮추기 때문에 희귀한 상태로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인지 능력은 강한 선택압에 의해 유지되는 형질이고, 그 인지 능력에 기여하는 유전체 영역은 동시에 신경발달 질환 위험이 집중되는 영역이다. 자연선택은 이미 존재하는 나쁜 변이를 제거할 수 있지만, 새롭게 발생하는 드노보 변이의 속도를 늦출 수는 없다. 그것이 강한 정화 선택 아래에서도 높은 질환 유병률이 유지되는 이유다. 자연선택을 스팸 필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래된 스팸 패턴은 막을 수 있지만, 지금 막 만들어진 새로운 스팸은 즉시 막을 수 없다. 드노보 변이는 바로 그 새 스팸이다. 필터가 아무리 강력해도 매 세대마다 새로 생기는 것들은 걸러지기 전에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다면발현: 인지 진화와 신경정신과적 조건은 같은 동전의 양면

다면발현(Chapter 21)이란 하나의 유전자나 유전 변이가 여러 가지 독립적인 형질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신경발달 질환의 유전학에서 이것은 예외가 아니라 규칙이다. 16p13.11 결실은 어떤 환자에게는 뇌전증만, 어떤 환자에게는 지적장애만, 또 어떤 환자에게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일으킨다. 22q11.2 결실은 조현병(약 25%), 자폐스펙트럼장애(약 30%),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지적장애, 양극성 장애에 걸쳐 다양한 신경정신과적 결과를 초래한다 (Zhu et al. 2014). SCN2A는 기능 획득 변이(gain-of-function)가 있으면 영아기 뇌전증 뇌병증을 일으키고, 기능 상실 변이(loss-of-function)가 있으면 발작 없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초래한다. 같은 유전자, 다른 방향의 교란, 완전히 다른 임상 결과다. 이 패턴은 DSM 진단 범주들이 서로 독립적인 생물학적 실체라는 전통적인 가정이 잘못되었음을 시사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조현병, 지적장애, 뇌전증은 서로 다른 병이 아니라 같은 분자적 기반의 서로 다른 임상적 표현일 수 있다.

암(cancer)과 신경발달 질환이 상당한 유전자 목록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이 다면발현의 또 다른 면모를 드러낸다. Crawley et al. (2016)은 CHD8, CHD7, ARID1B와 같은 크로마틴 리모델링 유전자들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드노보 유전 변이 목록과 대장암, 난소암의 체세포 유전 변이 목록 모두에 올라 있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가장 빈번한 드노보 유전자인 CHD8은 대장암에서도 반복적으로 유전 변이가 발생하는 유전자다. PTEN은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거대두증을 동반한 증후군을 일으키는 동시에 TP53 다음으로 가장 흔하게 유전 변이가 발생하는 종양 억제 유전자다. 이 공통성의 논리는 단순하다. 태아기 뇌 발달 과정에서 신경 전구세포가 증식, 분열, 분화를 정확히 조율하는 데 필요한 분자 기제는 성체 신체 조직에서 세포 성장을 통제하는 분자 기제와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그 기제가 발달 과정의 뇌 전구세포에서 기능 상실 변이로 교란될 때는 신경발달 질환으로, 성체 분열 조직에서 기능 획득 변이로 교란될 때는 암으로 나타난다. 같은 유전자, 다른 세포, 다른 방향의 교란, 다른 임상 결과.

Boyle et al. (2017)이 제안한 옴니제닉 모델(omnigenic model)은 이 다면발현의 수학적 필연성을 설명한다. 질환 관련 세포 유형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들은 매우 촘촘하게 연결된 조절 네트워크를 이루기 때문에, 어떤 유전자에서 발생하는 변이도 핵심 질환 유전자들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존재한다. 쉽게 말하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일으키는” 유전자들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뇌 세포에서 발현되는 거의 모든 유전자가 조금씩 기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치 교통 혼잡은 특정 차 한 대 때문이 아니라 도로 위 모든 차들의 합산 효과인 것처럼. 이 모델에 따르면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일반 집단의 유전적 위험은 단지 몇 가지 핵심 유전자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발현되는 사실상 모든 유전자에 분산되어 있다. 어떤 조절 변이든 중요한 발달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반 집단 유전 변이들의 공유 유전율(shared heritability)만으로도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의 약 49%를 설명할 수 있다는 추정이 있다. 드노보 유전 변이만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일반 집단에 광범위하게 퍼진 수많은 작은 효과들의 합산이 상당한 위험을 만들어낸다.

인간 특이적 유전자 발현 변화와 신경발달 질환의 연결

앞 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Jorstad et al. (2023)은 인간 뉴런의 유전자 발현이 다른 영장류에 비해 빠르게 분기되었으며, 이 분기의 상당 부분이 HAR과 hCONDEL 인근에 위치한 유전자들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였다. 진화적 가속이 일어난 바로 그 유전체 영역들이 신경발달 질환 위험과도 연결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Pratt et al. (2024)이 구축한 인간 뇌의 시스-조절 요소(cis-regulatory element) 목록은 361,844개에 달하는데, 이것은 다른 어떤 조직보다도 큰 수다. 이 거대한 비코딩 규제 장치들의 목록 자체가 인간 뇌가 얼마나 많은 조절 유전 변이의 잠재적 표적을 가지는지를 보여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조절 요소들 중 일부는 영장류 특이적이어서 기존의 보존성 점수 기반 변이 해석 도구들이 그 위험성을 탐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태아기 뇌에만 활성화되는 조절 요소들에 생기는 비코딩 변이는 현재의 유전체 임상 검사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Khaitovich et al. (2008)은 조현병과 인간 뇌 진화의 관계에 대해 더 직접적인 가설을 제안했다. 인간 계통에서 양의 선택(positive selection)을 받은 22개 생물학적 과정 중 6개가 조현병에서 발현이 이상한 유전자들로 유의미하게 가득 찼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방향성이다. 인간 뇌 진화 과정에서 증가한 대사물질들이 조현병에서는 감소하는 방향으로, 감소한 대사물질들이 조현병에서는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한다. 마치 조현병은 인간 뇌가 진화적으로 이동해온 방향에서 반대 방향으로 미끄러지는 것처럼 보인다. 달리 말하면, 인간의 뇌가 어떤 대사적 최적점을 향해 진화했다면, 조현병은 그 최적점에서 뒤로 밀려나는 상태와 비슷하다. 최고 성능을 위해 정밀하게 조율된 엔진일수록 조율이 조금만 틀어져도 크게 고장나는 것처럼. 인간의 인지를 가능하게 한 에너지 대사의 최적화 지점이 너무 좁아서, 그 좁은 최적점에서 벗어나는 유전 변이가 바로 조현병이라는 신경정신과적 조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그림을 종합하면 하나의 일관된 서사가 떠오른다. 인간 뇌의 진화적 확장은 더 많은 뉴런, 더 긴 발달 기간, 더 정교한 시냅스 회로, 더 복잡한 전사체를 선택함으로써 달성되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선택이 강화하고 보존해온 분자들, 시냅스 단백질 복합체의 구성 요소들, 태아기 뇌 조절 요소들, 인간 특이적 피질 확장을 구동하는 신호 경로들은 모두 그 정확성에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에 정화 선택 아래 강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그 강한 제약 아래에서도 드노보 유전 변이는 끊임없이 발생하며, 조절 네트워크의 복잡성은 그 변이 하나가 여러 임상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다면발현의 구조를 만든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일으키는 유전 변이의 상당 부분이 인간 피질의 진화에 기여한 바로 그 분자들에서 발생한다. 앞 장에서 살펴본 oRG의 mTOR 경로, HAR이 조절하는 Wnt 신호, 시냅스 네오테니의 분자 제동 장치들은 모두 이 이야기에서 두 역할을 맡고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진화의 도구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신경 발달이 다양한 경로로 분기할 수 있는 분자적 기반이기도 하다. 인지 능력의 진화와 신경정신과적 조건의 출현은 같은 분자적 토대 위에 서 있다. 이것이 바로 진화가 우리에게 남긴 복잡성이다.

References

Jorstad NL, Song JHT, Exposito-Alonso D, Suresh H, Castro-Pacheco N, Krienen FM, Yanny AM, et al. (2023) Comparative transcriptomics reveals human-specific cortical features. Science 382:eade9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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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용어 안내

시냅스후막 밀도(PSD, postsynaptic density): 시냅스의 신호 수신부를 이루는 약 1,500개 단백질의 복합체. 전체 유전체 중복을 통해 척추동물에서 크게 팽창했으며, 130개 이상의 뇌 질환과 연결되어 있다.

전체 유전체 중복(whole-genome duplication): 유전체 전체가 통째로 복사되는 사건. 약 5억 년 전 척추동물 조상에서 두 차례(1R/2R) 일어났으며, 시냅스 단백질의 종류와 복잡성을 크게 늘렸다.

시냅톰(synaptome): 뇌 전체에 존재하는 모든 시냅스의 분자적 다양성을 나타낸 지도. 37가지 시냅스 아형이 뇌 영역마다 서로 다른 비율로 조합되어 있다.

정화 선택(purifying selection): 해로운 유전변이를 자연선택이 제거하는 과정. 뇌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들은 다른 조직의 유전자들보다 강한 정화 선택 아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