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8. 유전자는 홀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래된 유전학 교과서에는 이런 그림이 자주 등장한다. 유전자 A가 있고, 그 유전자로부터 단백질 A가 만들어지고, 단백질 A가 어떤 특정한 기능을 담당한다. 단순하고 깔끔하다. 그런데 뇌에서는 이 그림이 거의 통하지 않는다. 뇌는 단순함을 극도로 거부하는 장기다. 860억 개의 뉴런이 100조 개의 시냅스로 연결된 이 구조가 단순한 일대일 대응으로 작동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뇌에서 유전자는 홀로 작동하지 않는다. 유전자는 언제나 다른 유전자들과 함께, 세포의 맥락 안에서, 발달의 특정 시점에, 특정 신호에 응답하면서 작동한다. 그것이 유전자 네트워크(gene network)의 핵심 개념이다.

이 개념이 직관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일상적인 곳에서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방식을 안다. 도시의 교통망을 생각해보자. 특정 도로 하나가 막혔을 때 일어나는 일은 그 도로 하나의 용량 감소가 아니다. 우회 차량이 인접 도로로 몰리고, 그 도로가 막히면 또 다른 경로로 파급이 일어난다. 잘 설계된 네트워크는 단일 지점의 장애에 견고하지만, 허브, 즉 많은 연결이 집중된 핵심 노드가 고장나면 전체 망이 기능을 잃는다. 유전자 네트워크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어떤 유전자가 어떤 단백질을 만드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유전자가 어떤 다른 유전자들과 함께 조절되고, 어떤 단백질들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어떤 조절 루프 안에 들어 있느냐가 그 유전자의 기능을 결정한다.

뇌 발달의 맥락에서 유전자 네트워크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학문적 흥미가 아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조현병, 지적장애 같은 신경발달 질환들은 수백 개의 서로 다른 유전자에서 비롯된다. 왜 그렇게 많은 서로 다른 유전자들이 결국 비슷한 임상적 표현형으로 이어지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열쇠가 바로 네트워크다. 서로 다른 유전자들이 같은 네트워크 안에 속해 있다면, 그 네트워크의 어느 지점이 교란되더라도 결국 비슷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이 아이디어를 기능적 수렴(functional convergence)이라 부르는데, 이 책의 4부 전체가 이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유전자 네트워크를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하는가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유전자 공발현 네트워크: 함께 켜지는 유전자들

Part 2에서 우리는 WGCNA(weighted gene co-expression network analysis, 가중 유전자 공발현 네트워크 분석, Chapter 4)를 처음 만났다. Kang et al. (2011, Chapter 2) 연구에서 이 방법이 인간 뇌의 시공간 전사체를 분석하는 데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살펴봤다. 이제 3부에서는 그 맥락을 더 넓혀야 한다. WGCNA가 단순히 한 연구에서 사용된 통계 도구가 아니라, 현대 뇌 유전체학의 핵심 개념적 틀을 제공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공발현(co-expression)이란 두 유전자가 여러 조직 표본에 걸쳐 발현 수준이 함께 오르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수백 개의 조직 샘플에서 유전자 A의 발현이 높으면 유전자 B의 발현도 높고, A가 낮으면 B도 낮다면, 두 유전자는 공발현 관계에 있다고 한다. 마치 어떤 두 학생이 수업마다 같이 결석하고 같이 출석한다면 그들이 같은 동아리나 팀 소속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하는 것처럼, 공발현 유전자들은 같은 생물학적 맥락을 공유한다는 추론의 근거가 된다. 발현 패턴이 높게 상관된 유전자들을 묶은 것이 공발현 모듈(co-expression module)이며, 이 모듈 안의 유전자들은 같은 세포 유형에서 발현되거나, 같은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에 의해 조절되거나, 같은 생물학적 과정에 참여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공발현 분석에는 중요한 철학적 전제가 있다. 같이 움직이는 유전자들은 뭔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통계적 연관성에서 생물학적 의미를 추론하는 귀납적 추론이다. 물론 발현 패턴이 우연히 비슷할 수도 있고, 간접적인 이유로 상관관계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수천 개의 표본에 걸쳐, 수백 개의 유전자가 일관되게 함께 발현된다면, 그것은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그 모듈에 포함된 유전자들을 기능 주석(functional annotation) 방법으로 분석했을 때, 같은 세포 소기관(organelle)에 위치한 단백질을 만들거나, 같은 분자 기능을 수행하는 유전자들이 집중되어 있다면, 그 모듈은 단순한 통계적 인공물이 아니라 실제 생물학적 단위를 포착하고 있는 것이다. WGCNA의 힘은 바로 이렇게 데이터로부터 생물학적 단위를 발견하는 데 있다.

뇌 발달 연구에서 이 방법이 특히 강력한 이유는, 뇌가 시간에 따라 극적으로 변하는 장기이기 때문이다. 임신 초기의 뇌에서는 신경 전구세포(neural progenitor cell)의 증식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높이 발현되고, 임신 중기로 가면 뉴런의 이주(migration)와 분화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전면에 나서며, 출생 후에는 시냅스 형성(synaptogenesis)과 정제(refinement)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활발해진다. 이 각 단계마다 서로 다른 유전자 집합이 함께 발현되어 하나의 모듈을 이루고, 그 모듈이 해당 발달 단계를 정의한다. WGCNA는 이렇게 발달 시기별로 교대로 등장하는 유전자 앙상블을 체계적으로 포착한다.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이 바뀔 때마다 전면에 나서는 악기군이 달라지는 것처럼, 뇌 발달의 각 챕터를 이끄는 유전자 그룹이 따로 있는 것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사후 뇌에서 발견된 수렴

이 개념을 실제로 증명한 이정표적 연구가 Voineagu et al. (2011)이 Nature에 발표한 논문이다. 이 연구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와 대조군의 사후 뇌 조직(postmortem brain tissue)에서 WGCNA를 적용하여 분자적 수렴 경로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사후 조직 연구의 어려움은 Chapter 1에서 이미 다루었다. RNA는 사망 직후부터 분해되기 시작하고, 기증자마다 나이, 사인, 투약력이 다르며, 대규모 코호트를 구성하기 어렵다. Voineagu 등은 자폐스펙트럼장애 19명과 대조군 17명의 전전두 피질(prefrontal cortex, BA9), 상측두이랑(superior temporal gyrus, BA41/42), 소뇌 충부(cerebellar vermis)에서 Illumina 마이크로어레이를 이용해 전사체를 분석했다. 36명이라는 숫자는 작아 보이지만, 당시 자폐스펙트럼장애 사후 뇌 연구로는 가장 큰 규모였다.

연구의 첫 번째 질문은 단순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뇌와 대조군 뇌 사이에 어떤 유전자들이 다르게 발현되는가? 분석 결과 피질에서 444개의 유전자가 유의하게 차이를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 444개 유전자 목록이 전전두 피질과 상측두이랑에서 상당히 겹쳤다는 것이다. 두 영역에서 차별 발현된 유전자들 사이의 중복은 통계적으로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높았고(p=10⁻⁴⁴), 소뇌에서는 이러한 패턴이 관찰되지 않았다. p값이 10⁻⁴⁴이라는 것은 우연히 이런 결과가 나올 확률이 10을 44번 곱한 것 분의 1이라는 뜻이다. 사실상 이 유사성이 우연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깊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개인들은 서로 다른 유전 변이(genetic variant)를 가지고 있을 텐데도, 사후 뇌 조직에서는 같은 유전자들이 같은 방향으로 바뀌어 있었다. 유전적 원인이 다양하더라도, 그 결과로 나타나는 분자적 패턴은 수렴한다는 것이다.

WGCNA를 적용하자 더 뚜렷한 그림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집단에서 특이적으로 변화된 두 개의 주요 공발현 모듈을 발견했다. 첫 번째 모듈은 신경세포(neuronal) 모듈로, 시냅스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풍부했다. 이 모듈에 포함된 유전자들은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에서 발현이 낮아져 있었고, 중요한 것은 이 모듈이 자폐스펙트럼장애 GWAS(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 genome-wide association study) 신호로 유의하게 빈번하게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유전적 위험 변이들이 시냅스 유전자 네트워크를 교란하고, 그 결과가 전사체 수준에서 모듈 전체의 하향 조절로 나타난 것이다. 두 번째 모듈은 면역 및 글리아(immune/glial) 모듈로,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발현이 높아져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듈은 GWAS 신호와 유의한 관련이 없었다. 이는 면역 반응의 활성화가 유전적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닐 수 있음을, 즉 신경 염증이 원인이라기보다는 결과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역 패턴의 소실: 뇌가 뇌다움을 잃을 때

Voineagu et al. (2011)이 발견한 또 하나의 중요한 결과는 전전두 피질과 상측두이랑 사이의 유전자 발현 차이가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에서 현저히 감소해 있다는 것이었다. 정상 발달 뇌에서는 전전두 피질과 측두 피질이 서로 다른 유전자 발현 패턴을 가지고 있어서, 두 영역의 전사체를 비교하면 수백 개의 유전자에서 차이를 볼 수 있다. 이 차이가 두 영역의 서로 다른 기능, 서로 다른 세포 구성, 서로 다른 회로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의 뇌에서는 이 영역 간 차이가 현저히 희미해져 있었다. 전전두 피질이 좀 더 측두 피질처럼 보이고, 측두 피질이 좀 더 전전두 피질처럼 보이는 것이다. 뇌 영역들이 고유한 분자적 정체성을 부분적으로 잃고 있는 것이다. 뇌가 뇌다움을 일부 잃어버린다고 할까.

이 발견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특정 뇌 영역 하나의 기능 이상이 아니라, 뇌 전반의 발달적 조직화 과정의 교란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전전두 피질과 측두 피질은 사회적 인지, 언어, 감정 처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 두 영역 사이의 기능적 연결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사회적 의사소통 결함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여러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다. 영역 간 전사체 차이의 소실은 이 기능적 연결이 뇌 발달 과정에서 이미 분자적으로 이상하게 구성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물론 사후 조직 연구에서는 관찰된 차이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원인인지 결과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전사체의 광범위한 변화는 단일 유전자 변이의 국소적 효과가 아니라, 네트워크 전체가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요소는 A2BP1(FOX1)이다. A2BP1은 뉴런 특이적 RNA 결합 단백질(RNA-binding protein)로서 대체 스플라이싱(alternative splicing) 조절에 관여한다. 대체 스플라이싱이란 같은 유전자 하나에서 여러 종류의 서로 다른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과정이다. 비유하면 하나의 레고 박스에 들어있는 부품들을 배치 방법에 따라 자동차로도, 비행기로도 만들 수 있는 것과 같다. A2BP1이 이 배치 결정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 유전자 하나가 망가지면 수십 개의 다른 단백질들이 모두 잘못 조립된다. 연구진은 RNA-seq를 이용하여 자폐스펙트럼장애 뇌에서 A2BP1 의존적 대체 스플라이싱이 전반적으로 교란되어 있음을 보였다. A2BP1 자체는 이미 알려진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 유전자인데, 이 유전자가 손상되면 그것이 조절하는 수십 개의 다른 유전자들의 스플라이싱이 연쇄적으로 교란된다. 하나의 유전자 변이가 네트워크 전체에 파급 효과(cascading effect)를 미치는 것이다. 이것은 뇌에서 유전자가 네트워크를 이루어 작동한다는 명제의 직접적인 증거였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분자적 이상이 단일 유전자 수준이 아니라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 수준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냅스 네트워크, 전사 조절 네트워크, 크로마틴 리모델링 네트워크

뇌에서 유전자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주요 범주를 이해하려면, 뇌 발달의 주요 생물학적 과정들을 먼저 살펴야 한다. 현대 자폐스펙트럼장애 유전체학 연구들이 반복적으로 지목하는 유전자 네트워크는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첫째는 시냅스 네트워크(synaptic network)다. SHANK2, SHANK3, SYNGAP1, NRXN1, NLGN3, NLGN4 같은 유전자들이 이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이 유전자들이 만드는 단백질들은 시냅스, 특히 흥분성 시냅스의 후시냅스 밀도(postsynaptic density)에서 함께 작동하며 서로를 조절한다. SHANK 단백질은 다른 여러 시냅스 단백질들을 한데 묶는 발판(scaffold) 역할을 하고, NRXN 단백질은 전시냅스와 후시냅스를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접착 분자(adhesion molecule) 역할을 한다. 이 단백질들 중 하나가 손상되면, 다른 단백질들의 국소화와 기능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둘째는 전사 조절 네트워크(transcriptional regulatory network)다. TBR1, FOXP1, ADNP 같은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들이 여기에 속한다. 전사인자란 다른 유전자들의 발현을 켜거나 끄는 단백질인데, 뇌 발달에서 이 유전자들은 각 세포 유형의 정체성을 결정하고 발달 프로그램을 조율하는 마스터 조절자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TBR1은 심층 피질 뉴런(deep cortical neuron)의 분화를 조절하는 핵심 전사인자인데, TBR1이 손상되면 그것이 조절하는 수백 개의 하위 표적 유전자들의 발현이 전반적으로 교란된다. 전사인자 하나의 기능 손실이 수백 개 유전자로 이루어진 조절 네트워크 전체를 흔드는 것이다. 마치 교향악단의 지휘자가 자리를 비우면 모든 연주자가 박자를 잃는 것처럼.

셋째는 크로마틴 리모델링 네트워크(chromatin remodeling network)다. CHD8, ARID1B, KDM5C, SETD5 같은 유전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크로마틴(chromatin)이란 DNA가 히스톤(histone) 단백질을 감고 응축된 구조인데, 크로마틴 리모델링이란 이 구조를 열거나 닫아서 특정 유전자들이 전사될 수 있는지를 물리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이다. DNA를 교과서에 비유하면, 크로마틴 리모델링은 교과서의 어느 챕터를 펼쳐두고 어느 챕터를 덮어놓을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유전자의 스위치가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가를 결정하는 더 상위 수준의 조절인 셈이다. CHD8은 현재까지 발견된 자폐스펙트럼장애 단일 유전자 위험 인자 중 가장 강력한 것 중 하나인데, CHD8이 손상되면 크로마틴 구조의 광범위한 재편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수천 개 유전자의 발현이 변한다. 하나의 크로마틴 리모델러 유전자의 변이가 전사체 수준에서 전 유전체적인 파급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네트워크는 서로 독립적이지 않고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이 점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유전적 이질성(genetic heterogeneity)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분자적 표현형이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한다.

하나의 유전자 변이가 네트워크 전체를 흔든다

유전자 네트워크의 관점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유전학에서 오랫동안 골치 아팠던 질문에 새로운 답을 제시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표현형은 사람마다 매우 다양하다. 같은 진단을 받더라도, 어떤 사람은 언어 능력이 없고 지적장애가 동반되며, 어떤 사람은 언어와 인지 기능이 정상 범위 내에 있지만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이 다양한 표현형을 가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 수준의 원인 또한 매우 다양하다. 수백 개의 서로 다른 유전자들이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연관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수백 개의 서로 다른 원인이 결국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진단 범주로 수렴하는가?

네트워크 관점에서 답은 이렇다. 다양한 유전자들이 결국 같은 네트워크 안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시냅스 네트워크의 서로 다른 구성 요소들이 손상되더라도, 결국 시냅스 기능의 비슷한 방향의 이상이 초래된다. 크로마틴 리모델링 네트워크의 서로 다른 요소들이 손상되더라도, 발달 과정에서 비슷한 유전자 조절 이상이 생긴다. 네트워크의 어느 노드(node)에 타격이 가해지든, 그 네트워크의 전반적인 기능이 비슷하게 저해된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또한 왜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이렇게 많은 유전자들이 위험 인자가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수백 개의 유전자가 세 가지 주요 네트워크 안에 분산되어 있고, 그 네트워크들 중 어느 것이든 손상되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치료에도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만약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수백 개의 개별 유전자들의 문제라면, 각 유전자를 개별적으로 표적하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수백 개의 유전자들이 결국 몇 가지 공통 네트워크와 경로에 수렴한다면, 그 공통 경로를 표적하는 치료법은 다양한 유전적 원인을 가진 환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시냅스 기능의 특정 측면을 조절하거나, 흥분/억제 균형(excitation/inhibition balance, E/I balance)을 회복하거나, 특정 크로마틴 리모델링 효소의 활성을 조절하는 접근이 그러한 예다. 물론 이 아이디어는 아직 임상적으로 완전히 실현되지 않았지만, 신경발달 질환 연구의 방향을 유전자 하나하나의 발견에서 네트워크 수준의 이해로 전환시킨 것은 분명하다.

네트워크 발굴이 가능한 이유: 방법론의 전제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물러서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 분석이 기능적 수렴을 발굴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방법론들이 암묵적으로 어떤 전제에 의존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진지하게 다루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전제가 틀리면 아무리 정교한 분석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수렴은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특정 방법론적 틀 위에서 발굴된 것이므로, 그 틀의 기반을 이해하는 것이 이후 모든 논의의 전제가 된다.

네트워크 발굴의 출발점에는 유전좌위 이질성(locus heterogeneity)과 경로 동질성(pathway homogeneity) 사이의 근본적인 전제가 놓여 있다. 수백 개의 서로 다른 변이가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같은 표현형을 유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 전제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그 변이들이 각기 다른 유전자에서 발생하더라도, 그 유전자들이 속한 생물학적 경로는 같다는 것이다. 마치 한 회사의 컴퓨터 네트워크가 여러 지점에서 문제가 생겨도 결국 같은 서버가 다운되는 것처럼, 서로 다른 유전자들이 손상되더라도 결국 같은 뇌 기능에 타격이 가는 이유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 변이를 가진 개인들은 각자 다른 유전자에 변이가 있지만, 그 유전자들이 속한 네트워크는 같다는 논리다. 이 전제 없이는 네트워크 분석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만약 수백 개의 유전자들이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경로들에 흩어져 있다면, 그것들을 묶을 네트워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전제가 실제로 성립하는지는 경험적으로 검증해야 하는 문제이고, 이후 챕터들에서 다루는 모든 연구들이 바로 그 검증의 결과물이다.

두 번째 핵심 전제는 공발현이 공유된 기능이나 조절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세포 유형과 발달 시점에서 상관 발현되는 유전자들은 같은 전사인자에 의해 조절되거나, 같은 단백질 복합체를 구성하거나, 같은 생물학적 과정에 참여한다는 추론이다.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는 아니다. 그러나 수천 개의 표본에 걸쳐 수백 개의 유전자가 일관되게 함께 발현되는 패턴은 우연이 아니며, 공발현 유전자들이 공통된 전사인자 혹은 조절 프로그램에 의해 제어된다는 것은 충분한 경험적 근거가 있다. 공발현 모듈이 생물학적 실체를 포착한다는 이 전제가 없다면, WGCNA나 시드 공발현 분석 같은 방법들은 의미 없는 통계 연습에 불과해진다. 이 챕터의 앞부분에서 살펴본 Voineagu et al. (2011) 연구가 바로 이 전제의 타당성을 직접 검증한 사례다. 공발현 모듈 안의 유전자들을 기능적으로 분류했을 때 시냅스 기능과 면역 반응이라는 일관된 생물학적 주제가 나타났다는 것이 그 증거다.

세 번째 전제는 단백질 상호작용이 기능적 상호의존성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단백질들은 같은 복합체나 경로에 속하며, 그 단백질들 중 하나를 교란하면 복합체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protein-protein interaction, PPI)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분석 방법들이 이 전제에 의존한다. PPI 데이터베이스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진 단백질에 편향되어 있고 불완전하다는 한계가 있지만, 복합체 수준에서의 연결성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질환 유전자들이 빈번하게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이 세 가지 전제들이 유효하다는 것을 데이터로 검증하면서, 연구자들은 수천 개의 희귀 유전 변이가 각기 다른 유전자에서 발생하지만 공통된 분자 네트워크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증명해왔다. 하나의 유전자는 홀로 서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더 큰 네트워크의 일부이며, 그 네트워크의 구조와 그것을 발굴하는 방법론의 전제를 이해하는 것이 신경발달 유전체학의 진정한 출발점이다.


References

Voineagu, I., Wang, X., Johnston, P., Lowe, J. K., Tian, Y., Horvath, S., … & Geschwind, D. H. (2011). Transcriptomic analysis of autistic brain reveals convergent molecular pathology. Nature, 474(7351), 380–384. doi:10.1038/nature10110

Kang, H. J., Kawasawa, Y. I., Cheng, F., Zhu, Y., Xu, X., Li, M., … & Sestan, N. (2011). Spatio-temporal transcriptome of the human brain. Nature, 478(7370), 483–489. doi:10.1038/nature10523

Zhang, B., & Horvath, S. (2005). A general framework for weighted gene co-expression network analysis. Statistical Applications in Genetics and Molecular Biology, 4(1). doi:10.2202/1544-6115.1128

De Rubeis, S., He, X., Goldberg, A. P., Poultney, C. S., Samocha, K., Cicek, A. E., … & Buxbaum, J. D. (2014). Synaptic, transcriptional and chromatin genes disrupted in autism. Nature, 515(7526), 209–215. doi:10.1038/nature13772


주요 용어 안내

기능적 수렴(functional convergence): 수백 개의 서로 다른 위험 유전자가 결국 공통된 분자 경로나 세포 과정으로 모이는 현상. 서로 다른 유전변이가 비슷한 표현형을 만들어내는 이유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다.

드노보 유전변이(de novo mutation): 부모에게는 없고 자녀에게서 처음 나타나는 유전변이. 부모의 생식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새로 발생하며, 신경발달 조건의 주요 유전적 원인 중 하나다.

크로마틴 리모델링(chromatin remodeling): DNA가 히스톤 단백질에 감긴 구조를 풀거나 조이는 과정. CHD8, ARID1B 같은 크로마틴 리모델링 유전자의 유전변이가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빈번하게 발견된다.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네트워크(PPI network): 세포 안에서 단백질들이 물리적으로 결합하거나 신호를 주고받는 관계를 지도로 나타낸 것. 서로 다른 위험 유전자들이 같은 네트워크 안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