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장에서 살펴본 랭커스터와 크노블리히의 비유도 오가노이드는 높은 수준의 자가 조직화 능력을 보여주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세포가 어떤 뇌 영역의 정체성을 택할지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오가노이드 안에서 대뇌 피질을 닮은 부분, 맥락총을 닮은 부분, 심지어 망막을 닮은 부분이 뒤섞여 나타날 수 있었다. 이것은 발달 생물학의 원리를 보여주는 우아한 증거이지만, 연구 도구로서는 심각한 약점이었다. 만약 연구자의 질문이 대뇌 피질의 특정 세포 유형에 집중되어 있다면, 오가노이드 안에서 피질이 아닌 세포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순수한 잡음이 된다. 같은 프로토콜로 만든 오가노이드라도 배치마다 영역 구성이 달라지니, 실험 간 재현성도 낮아진다. 비유도 오가노이드가 보여준 자연의 창의성은 인상적이었지만, 과학자들에게는 통제 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했다.
그 해법은 발달 생물학 자체에 이미 들어 있었다. 실제 배아 발달에서 뇌의 각 영역은 형태형성인자(morphogen)라는 신호 분자의 조합에 의해 정체성이 결정된다. 형태형성인자란 세포가 어떤 운명을 선택할지를 알려주는 화학 신호인데, 그 종류와 농도에 따라 세포는 전뇌가 될 수도, 중뇌가 될 수도, 후뇌가 될 수도 있다. 이 원리를 오가노이드에 적용하면, 줄기세포에 특정 형태형성인자를 특정 시점에 처리하여 원하는 뇌 영역의 정체성을 유도할 수 있다. 이것이 유도(guided) 프로토콜의 핵심 논리다. 비유도 프로토콜이 세포에게 알아서 자리를 찾으라고 한 것이라면, 유도 프로토콜은 세포에게 구체적인 주소를 알려주는 것이다.
유도 프로토콜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을 이해하려면, 배아 발달에서 뇌 영역의 정체성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먼저 떠올려야 한다. 발달 중인 신경관(neural tube)에서 전뇌-후뇌 축은 FGF, Wnt, 레티노산(retinoic acid) 신호의 상대적 농도에 의해 결정된다. FGF 신호가 강하면 전뇌 쪽으로, Wnt 신호가 강하면 후뇌 쪽으로 정체성이 기운다. 등쪽-배쪽 축은 BMP와 Sonic hedgehog(Shh) 신호의 길항 작용으로 결정된다. BMP가 우세하면 등쪽(dorsal) 정체성이, Shh가 우세하면 배쪽(ventral) 정체성이 유도된다. 이 두 축의 교차점이 뇌의 각 영역을 정의한다. 오가노이드에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줄기세포에 처리하는 형태형성인자의 종류와 농도를 조절함으로써, 연구자는 원하는 뇌 영역의 좌표를 세포에게 입력할 수 있다.
이 원리에 기반하여 여러 연구실에서 다양한 영역 특이적 오가노이드를 개발했다. 형태형성인자의 종류를 바꾸는 것이 세포에게 다른 “명함”을 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BMP7을 주면 세포는 “나는 시상 세포입니다”라는 명함을 받고, Shh를 주면 “나는 선조체 세포입니다”라는 명함을 받는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세르주 파슈카(Sergiu Pașca) 연구실은 인간 피질 구체(human cortical spheroid, hCO)를 만들었는데, 이것은 최소한의 형태형성인자로 등쪽 전뇌 정체성을 유도하여 피질 흥분성 뉴런과 성상세포를 균질하게 생산하는 시스템이었다. 같은 연구실에서 Activin A와 IWP-2를 사용하여 배쪽 전뇌, 특히 외측 신경절 융기(lateral ganglionic eminence) 정체성을 유도한 인간 선조체 구체(human striatal spheroid, hStrS)도 개발했다. BMP7과 MEK 억제제를 사용하면 시상(thalamus) 정체성을 가진 시상 오가노이드(human diencephalic organoid, hDiO)를 만들 수 있었고, NGN2와 신경영양 인자를 사용하면 감각 신경절(sensory ganglion)을 모방한 감각 오가노이드(human sensory organoid, hSeO)를 얻을 수 있었다. 각 오가노이드는 해당 뇌 영역의 마커 유전자를 발현하여 정체성이 확인되었다. hCO는 FOXG1과 PAX6, hDiO는 OTX2와 GBX2, hStrS는 DLX5와 DARPP32를 발현했다.
유도 프로토콜의 장점은 분명했다. 재현성이 비유도 프로토콜보다 훨씬 높았고, 원하는 세포 유형의 순도가 높아 데이터 해석이 수월했다. 그러나 대가도 있었다. 형태형성인자의 처리가 세포의 자연스러운 다양화를 제한하기 때문에, 유도 오가노이드는 비유도 오가노이드에 비해 세포 유형의 다양성이 낮은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실제 뇌에서 각 영역은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대뇌 피질은 시상으로부터 감각 정보를 받고, 선조체로 운동 명령을 보내며, 반대쪽 반구의 피질과 뇌량(corpus callosum)을 통해 끊임없이 소통한다. 하나의 영역만 담은 오가노이드는 세포의 정체성은 재현할 수 있어도, 영역 간 연결과 회로의 형성은 재현할 수 없었다. 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아이디어가 어셈블로이드(assembloid)다.
어셈블로이드의 개념은 단순하면서도 우아하다. 서로 다른 뇌 영역을 모방한 오가노이드들을 각각 따로 만든 다음, 두 개 이상을 물리적으로 붙여놓으면 경계에서 융합이 일어나고, 한쪽 오가노이드의 뉴런들이 다른 쪽으로 축삭을 뻗어 시냅스를 형성한다. 마치 레고 블록으로 각 뇌 영역을 따로 만든 다음, 완성된 블록들을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각 블록의 정체성은 유도 프로토콜로 보장하되, 블록 사이의 연결은 뉴런의 내재적 프로그램이 알아서 만들어낸다. 파슈카는 2018년 Science 리뷰에서 이 어셈블로이드 개념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면서, 단순한 세포 유형의 재현을 넘어 인간 뇌의 회로를 시험관 안에서 재구성하려는 새로운 방향을 제안했다.
2019년, Xiang et al.은 시상-피질 어셈블로이드를 통해 이 개념을 처음으로 실현했다. 연구진은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시상 오가노이드(hThO)를 분화시킨 뒤, 피질 오가노이드와 물리적으로 붙여놓았다. 몇 주가 지나자 피질 뉴런의 축삭이 시상 쪽으로, 시상 뉴런의 축삭이 피질 쪽으로 자라 들어갔다. 실제 뇌에서 시상은 감각 정보를 피질로 중계하고, 피질은 시상으로 되먹임 신호를 보낸다. 이 쌍방향 투사(reciprocal projection)가 시험관 속에서 재현된 것이다. 시상 오가노이드의 뉴런들은 VGLUT2를 발현하는 글루타민산성(glutamatergic) 세포였는데, 이것은 실제 시상 뉴런이 주로 흥분성이라는 해부학적 사실과 일치했다. 누구도 이 뉴런들에게 어디로 축삭을 뻗으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세포들은 자신의 유전적 프로그램에 따라 적절한 표적을 찾아갔다.
2020년, Miura et al.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피질-선조체 어셈블로이드를 만들었다. 선조체는 대뇌 기저핵의 핵심 구조로, 피질로부터 입력을 받아 운동의 개시와 억제를 조절한다. 연구진은 Activin A와 IWP-2를 사용하여 외측 신경절 융기 정체성을 가진 선조체 구체(hStrS)를 분화시켰고, 80~90일 후에 DARPP32 양성 중형 가시 뉴런(medium spiny neuron)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중형 가시 뉴런은 선조체를 구성하는 주된 뉴런 유형으로, 피질로부터 오는 흥분성 신호를 받아 억제성 출력으로 변환하는 세포다.
피질 구체와 선조체 구체를 융합한 어셈블로이드에서, 피질 뉴런의 축삭이 선조체 쪽으로 자라 들어가는 것이 관찰되었다. 흥미롭게도 반대 방향, 즉 선조체에서 피질로의 역방향 투사는 거의 없었다. 이것은 실제 뇌의 회로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피질에서 선조체로의 투사는 뇌의 가장 강력한 하향 경로 중 하나이지만, 선조체에서 피질로의 직접적인 역방향 투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가노이드의 뉴런들이 이 비대칭적 연결 패턴을 자발적으로 재현했다는 것은, 축삭 유도의 분자적 프로그램이 시험관 속에서도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축삭 유도(axon guidance)“란 뉴런의 긴 팔(축삭)이 목표 세포를 찾아가는 과정인데, 마치 GPS 없이도 냄새를 따라 집을 찾아오는 개처럼, 뉴런은 화학 신호를 감지하여 정확한 연결 파트너를 찾아간다. 연구진은 광유전학(optogenetics)을 사용하여 피질 뉴런을 빛으로 자극했을 때 선조체 뉴런에서 칼슘 신호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여, 이 연결이 단순히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기능적인 시냅스를 포함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나아가 22q13.3 결실 증후군(Phelan-McDermid syndrome) 환자의 세포로 어셈블로이드를 만들었을 때, 정상 세포와 다른 칼슘 활동 패턴이 관찰되어 이 시스템이 신경발달 질환의 회로 수준 결함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 보여졌다.
어셈블로이드 기술이 도달한 가장 야심 찬 단계는 Kim et al. (2025)의 인간 상행 체감각 경로 어셈블로이드(human ascending somatosensory assembloid, hASA)다. 이 연구진은 두 개가 아닌 네 개의 서로 다른 오가노이드를 연결하여, 실제 감각 신호가 몸에서 뇌까지 전달되는 전체 경로를 시험관 속에서 재현하려 했다. 감각 신경절 오가노이드(hSeO), 배측 척수 오가노이드(hdSpO), 시상 오가노이드(hDiO), 그리고 피질 오가노이드(hCO)가 순서대로 연결된 이 구조는, 손가락 끝의 통증 수용체에서 시작하여 척수, 시상을 거쳐 대뇌 피질에 도달하는 실제 감각 경로를 모방한 것이다.
이 네 부분 어셈블로이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결과는 신호의 순차적 전달이었다. 감각 오가노이드에 캡사이신(capsaicin, 고추의 매운맛 성분으로 TRPV1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물질)을 처리하면 감각 뉴런이 반응하고, 그 신호가 척수 오가노이드로, 다시 시상 오가노이드로, 최종적으로 피질 오가노이드로 전파되었다. 네 영역을 관통하는 다시냅스 경로(polysynaptic pathway)가 시험관 속에서 형성되어 작동하고 있었다. 또한 감각 오가노이드의 뉴런들은 마우스 감각 뉴런과는 다른 약리학적 반응을 보였는데, 특히 P2X 수용체 길항제인 TNP-ATP에 대한 저항성이 마우스와 달랐다. 이것은 인간 특이적인 약리학적 특성이 이 어셈블로이드에서 재현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마우스 모델로는 예측할 수 없는 인간 감각 생리학을 연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 어셈블로이드의 질환 모델링 잠재력은 SCN9A 유전자를 통해 검증되었다. SCN9A는 나트륨 채널 NaV1.7을 코딩하는 유전자로, 통증 신호 전달에 필수적이다. 이 유전자의 기능 상실 유전 변이를 가진 사람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기능 획득 유전 변이를 가진 사람은 극단적인 통증을 경험한다. NaV1.7을 통증 회로의 음량 조절 버튼으로 생각하면 된다. 기능 상실 변이는 버튼이 0에 고정된 것이고, 기능 획득 변이는 최대 볼륨에 고정된 것이다. 실제로 SCN9A 기능 상실 변이를 가진 사람은 불에 데거나 골절이 생겨도 통증을 느끼지 못해 더 위험할 수 있다. 연구진이 CRISPR로 SCN9A를 제거한 어셈블로이드에서는 감각 반응이 감소하고 회로 전체의 동기화가 손상되었다. 반대로 기능 획득 유전 변이(T1464I)를 도입한 어셈블로이드에서는 감각 흥분성이 증가하고 회로가 과동기화(hypersynchrony)되었다. 유전자 수준의 변화가 회로 수준의 기능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인간 세포로 직접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상-피질, 피질-선조체, 감각-척수-시상-피질이라는 세 가지 어셈블로이드 시스템이 공통적으로 보여준 원리가 있다. 첫째, 뉴런의 축삭은 무작위로 뻗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표적을 선택적으로 찾아간다. 피질 뉴런은 선조체로 축삭을 보내지만 역방향은 형성되지 않고, 시상 뉴런은 피질로 투사하되 소뇌로는 투사하지 않는다. 축삭 유도의 분자적 프로그램이 시험관 속에서도 충실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둘째, 형성된 연결은 단순히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기능적 시냅스를 포함한다. 한쪽 영역을 자극하면 다른 쪽 영역에서 반응이 나타난다. 셋째, 인간 세포의 고유한 특성이 보존된다. 감각 오가노이드의 약리학적 반응은 마우스와 달랐고, 인간 특이적 유전 변이의 효과를 인간 회로 맥락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성과에도 불구하고 어셈블로이드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성숙도다. 대부분의 어셈블로이드 뉴런은 수개월을 배양하더라도 태아 중기에 해당하는 발달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이것은 마치 열심히 키웠더니 어른이 되지 않고 계속 아이 단계에 머무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 뇌는 20여 년에 걸쳐 성숙하는데, 시험관 속 오가노이드에는 그만큼의 환경적 자극과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성인 뇌의 성숙한 뉴런이 보이는 전기적 특성과 시냅스 밀도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공간 구조도 실제 뇌와는 거리가 있다. 실제 피질은 여섯 개의 정밀한 층으로 조직되어 있지만, 피질 오가노이드에서 이 층화가 완벽하게 재현되지는 않는다. 혈관이 없다는 것은 오가노이드 일반의 한계이고,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부재한다는 것도 뇌 환경의 완전한 재현을 제한한다. 그리고 회로 형성에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린다는 시간적 제약은 대규모 스크리닝 연구에의 적용을 어렵게 한다. 이 한계들은 기술의 미래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연구가 풀어야 할 과제를 정의한다. 다음 장에서 우리는 이 오가노이드들이 실제 인간 뇌를 얼마나 잘 재현하는지를 검증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References
Pașca, S. P. (2018). The rise of three-dimensional human brain cultures. Nature, 553(7689), 437-445. doi:10.1038/nature25032
Xiang, Y., Tanaka, Y., Cakir, B., Patterson, B., Kim, K. Y., Sun, P., … & Park, I. H. (2019). hESC-derived thalamic organoids form reciprocal projections when fused with cortical organoids. Cell Stem Cell, 24(3), 487-497. doi:10.1016/j.stem.2018.12.015
Miura, Y., Li, M. Y., Birey, F., Ikeda, K., Revah, O., Thete, M. V., … & Pașca, S. P. (2020). Generation of human striatal organoids and cortico-striatal assembloids from human pluripotent stem cells. Nature Biotechnology, 38(12), 1421-1430. doi:10.1038/s41587-020-00763-w
Kim, J. I., Miura, Y., Li, M. Y., Revah, O., Selvaraj, S., Birey, F., … & Pașca, S. P. (2025). Human assembloids reveal the consequences of SCN9A variants in the somatosensory circuit. Nature (in press).
주요 용어 안내
어셈블로이드(assembloid): 서로 다른 뇌 영역을 모방하는 오가노이드들을 물리적으로 융합시켜, 영역 간 신경 회로를 재현한 3차원 모델. 피질-선조체, 피질-시상 어셈블로이드 등이 만들어졌다.
영역 특이적 오가노이드(region-specific organoid): 특정 뇌 영역의 세포 유형만 선택적으로 만들어지도록 배양 조건을 조절한 오가노이드. SHH, WNT, BMP 같은 신호 분자의 농도를 조절하여 피질, 시상, 선조체 등을 모방한다.
신경 이동(neuronal migration): 어셈블로이드에서 한 오가노이드에서 다른 오가노이드로 뉴런이 이동하는 현상. 실제 뇌 발달에서 억제성 뉴런이 신경절 융기에서 피질로 이동하는 과정을 재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