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두 챕터에서 우리는 유전자 네트워크와 기능적 수렴의 개념을 살펴봤다.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의 수백 개 위험 유전자들이 시냅스 기능, 전사 조절, 크로마틴 리모델링이라는 세너 가지 생물학적 경로로 수렴한다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경로(pathway)는 어디서나, 언제나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시냅스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은 시냅스가 만들어지는 시점에 가장 활발하게 작동하고, 크로마틴 리모델링 유전자들은 세포 운명이 결정되는 시점에 특히 중요하다. 뇌 발달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이해하려면, 어떤 경로가 잘못되었는지를 아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 경로가 뇌의 어느 영역에서, 발달의 어느 시점에, 어떤 세포 유형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동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것이 시공간적 수렴(spatiotemporal convergence)의 핵심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두 종류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하나는 유전자들의 목록, 즉 어떤 유전자들이 질환 위험과 연관되어 있는가다. 다른 하나는 그 유전자들이 뇌의 발달 과정에서 언제, 어디서, 어떤 세포에서 발현되는가를 보여주는 시공간 발현 지도다. Part 1에서 우리는 Kang et al. (2011, Chapter 2) 연구와 BrainSpan 프로젝트(Chapter 3)가 어떻게 인간 뇌의 시공간 전사체 지도를 만들었는지를 살펴봤다. 그리고 이제 그 지도가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는 시점이 왔다. 위험 유전자들의 목록과 시공간 발현 지도를 교차시키면, 그 유전자들이 어떤 발달적 문맥에서 함께 작동하는지를 볼 수 있다. 이 교차점이 바로 시공간적 수렴이다.
시공간적 수렴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증명한 연구가 2013년 Cell 155권 5호에 실렸다. 정확히 말하면 두 편이 같은 호에 나란히 실렸다. 제러미 윌시(A. Jeremy Willsey)가 이끈 논문(997-1007쪽)과, UCLA의 대니얼 게슈윈드(Daniel Geschwind) 연구실의 닐룹 파리크샤크(Neelroop Parikshak)가 이끈 논문(1008-1021쪽)이 그것이다. 두 연구는 독립적으로 수행되었지만, 서로 일치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 유전자들이 뇌 발달의 특정 시점과 특정 세포 유형에서 수렴한다는 것이었다. 접근 방법은 약간 달랐는데, Willsey et al. 연구는 9개의 고신뢰도 씨앗 유전자(seed gene)에서 출발하는 상향식(bottom-up) 쌍별 공발현 분석을 사용한 반면, Parikshak et al. 연구는 BrainSpan 전사체 데이터 전체에 WGCNA를 적용하여 공발현 모듈을 먼저 구축한 뒤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 유전자들이 어느 모듈에서 빈번하게 발견되는지를 검정하는 하향식(top-down) 접근을 택했다. 방법은 달랐지만 두 연구 모두 태아 중기 전두엽의 흥분성 뉴런을 핵심 수렴 지점으로 지목했고, 이 일치가 결론의 신뢰성을 극적으로 높였다.
먼저 Willsey et al. 연구를 자세히 보자. 이 연구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만약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 유전자들이 공통된 생물학적 맥락에서 작동한다면, 그 유전자들은 뇌 발달의 특정 시점과 장소에서 함께 발현되어야 한다, 는 것이다. 연구진은 우선 당시까지 엑솜 시퀀싱 연구들에서 가장 강력한 증거가 뒷받침된 고신뢰도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 유전자들을 9개 추렸다. CHD8, DYRK1A, GRIN2B, KATNAL2, POGZ, SCN2A, TBR1, ANK2, CUL3가 그것들이다. 이 9개는 다수의 독립적 연구에서 기능 손실성 드노보 유전 변이(de novo loss-of-function variant)가 반복적으로 관찰된, 말하자면 가장 확실한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 유전자들이었다. 연구에 편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9개의 씨앗 유전자(seed gene)만으로 분석을 시작하는 상향식(bottom-up) 접근법을 택한 것이다.
분석 방법은 쌍별 공발현(pairwise co-expression) 분석이었다. 9개의 씨앗 유전자들이 쌍을 이룰 수 있는 조합의 수는 36가지인데, 연구진은 이 36쌍에 대해 BrainSpan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뇌의 각 영역과 각 발달 시기의 조합에서 두 유전자가 얼마나 높게 공발현되는지를 계산했다. 9명의 용의자 모두가 같은 장소에 함께 있었던 시간과 장소를 찾는 수사처럼, 9개의 위험 유전자들이 동시에 모두 활발히 발현되는 뇌 영역과 발달 시점이 어디인지를 추적한 것이다. BrainSpan(Chapter 3)은 태아기부터 성인기까지 다양한 뇌 영역의 전사체 데이터를 담고 있는 앨런 뇌과학연구소(Allen Institute for Brain Science)의 공개 데이터베이스로, Part 1에서 소개한 Kang 등 2011년 연구의 데이터(Chapter 2)가 핵심 자원이다. 36쌍의 유전자들이 어느 시공간적 맥락에서 가장 자주 함께 높이 발현되는지를 집계하면, 36개의 서로 다른 쌍들이 공통적으로 수렴하는 특정 시점과 장소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단일 유전자의 발현 패턴이 아니라, 여러 위험 유전자들의 쌍이 집합적으로 수렴하는 시공간적 맥락을 찾는 것이다.
분석 결과는 명확했다. 36쌍의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 유전자들은 태아 중기(mid-fetal period), 구체적으로는 수정 후 약 10~24주 사이의 전전두 피질(prefrontal cortex), 일차 운동 피질(primary motor cortex), 일차 체감각 피질(primary somatosensory cortex)에서 가장 높게 공발현되었다. 이 결과는 무작위로 선택된 유전자 쌍들의 공발현 분포와 비교할 때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했다(p < 0.0001). 더 나아가, 앨런 뇌 지도(Allen Brain Atlas)의 현장 혼성화(in situ hybridization) 데이터를 이용하여 공발현 유전자들이 어떤 피질 층에서 발현되는지를 추가로 분석한 결과, 이 수렴 유전자들이 피질의 5, 6층에 위치하는 심층 피질 투사 뉴런(deep cortical projection neuron), 구체적으로 피질시상 투사 뉴런(corticothalamic neuron)과 피질척수 투사 뉴런(corticospinal neuron)에 특이적으로 발현됨이 확인되었다.
이 발견을 이해하려면 임신 중기 피질 발달의 맥락을 알아야 한다. 임신 10~24주는 인간 대뇌 피질의 심층 뉴런(layer 5, 6)들이 생성되고 위치를 잡으며 초기 축삭 연결을 형성하는 시기다. 자폐스펙트럼장애로 자라날 아기가 아직 손가락도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임신 3~4개월 무렵, 그 뇌 안에서는 이미 회로 구성의 핵심 결정이 내려지고 있다는 뜻이다. 피질의 층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순서대로 만들어지는데, 가장 먼저 만들어지는 것이 6층이고 가장 나중에 만들어지는 것이 2층이다. 따라서 임신 중기는 심층 뉴런들이 형성되는 시기에 해당한다. 이 뉴런들은 대뇌 피질의 출력 신호를 척수, 뇌줄기(brainstem), 시상(thalamus) 같은 하위 구조들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위험 유전자들이 바로 이 세포들이 만들어지고 배선을 구축하는 시점에 집중적으로 함께 작동한다는 것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발생이 뇌의 회로 구성의 가장 초기 단계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같은 호에 실린 Parikshak et al. (2013) 연구는 같은 질문을 다른 각도에서 접근했다. 이 연구는 BrainSpan 데이터에 가중 유전자 공발현 네트워크 분석(WGCNA)을 적용하여 뇌 발달 전체에 걸친 공발현 모듈들을 먼저 구축한 뒤,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 유전자들이 어느 모듈에 통계적으로 과대표현(overrepresented)되는지를 검정했다. Willsey et al. 연구가 소수의 확실한 유전자에서 출발하여 수렴 맥락을 찾아나간 것이라면, Parikshak et al. 연구는 전사체 전체의 구조를 먼저 파악한 뒤 그 구조 위에 위험 유전자들을 올려놓은 것이다. 결과는 일치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 유전자들은 태아기 전두엽 피질에서 활성화되는 모듈, 특히 글루타메이트성 투사 뉴런(glutamatergic projection neuron) 관련 모듈에 유의하게 빈번하게 발견되었다. 두 연구가 서로 다른 통계 방법론, 서로 다른 유전자 목록, 서로 다른 연구실에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태아 중기 전두엽 흥분성 뉴런이라는 수렴 지점이 방법론적 선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뒷받침했다.
이 두 연구가 가능했던 것은 BrainSpan 데이터베이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Part 1에서 Kang et al. (2011) 연구를 다루면서 이미 살펴봤듯이, 이 데이터베이스는 수정 후 8주에서 40세까지의 사후 인간 뇌 조직 수백 개에서 측정한 전사체 데이터를 담고 있으며, 전전두 피질, 해마, 소뇌 등 16개의 서로 다른 뇌 영역을 포괄한다. 이 데이터가 없었다면,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 유전자들을 뇌 발달의 시간축과 공간축 위에 올려놓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쌍별 공발현 분석은 각 유전자 쌍에 대해 수십 개의 발달 시기와 여러 뇌 영역의 조합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만한 규모의 인간 뇌 발달 데이터는 BrainSpan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BrainSpan의 기여는 Willsey et al. (2013) 연구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이후 수십 개의 시공간적 수렴 분석의 기반이 되었고, 특히 레이저 미세절제(laser microdissection)를 이용하여 피질의 각 층을 개별적으로 분리한 BrainSpan의 층 특이적 데이터는 어떤 세포 유형이 위험 유전자들의 발현을 담당하는지를 더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해주었다. 마이크로어레이와 RNA-seq를 모두 포함하는 이 데이터의 공개는 그 자체로 과학적 공공재였다. 하나의 데이터셋이 수백 편의 서로 다른 연구 질문에 답하는 데 재사용되는 것, 이것이 공개 데이터의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이 가장 극적으로 발휘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시공간적 수렴 연구다.
시공간적 수렴이라는 개념은 자폐스펙트럼장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각 질환마다 위험 유전자들이 수렴하는 시공간적 맥락이 서로 다르며, 이 차이가 각 질환의 발병 시기와 임상적 특성을 설명하는 핵심 단서가 된다 (Parikshak et al. 2015).
자폐스펙트럼장애의 경우 앞서 본 것처럼 태아 중기, 전두엽, 심층 피질 뉴런이 핵심 수렴 지점이다. 조현병의 경우는 다소 다르다. 조현병의 위험 유전자들이 집중적으로 발현되는 시기는 태아 후기에서 청소년기까지 더 넓게 분포하며, 특히 시냅스 가지치기(synaptic pruning)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청소년기와의 연관성이 주목된다. 시냅스 가지치기란 발달 과정에서 과잉 생성된 시냅스들 중 덜 활성화된 것들이 제거되는 과정으로, 주로 청소년기에 전전두 피질을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일어난다. 뇌가 10대 때 불필요한 연결을 대규모로 정리하는 “뇌의 리모델링 공사”로 이해할 수 있다. 조현병이 10대 후반~20대 초반에 발병하는 것은 바로 이 공사가 진행되는 시기와 맞닿아 있다. 조현병이 통상적으로 청소년기 후반에서 성인기 초반에 발병하는 것은, 이 시기의 시냅스 가지치기 과정이 정상적으로 조절되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가 뇌의 구성이 잘못되는 문제라면, 조현병은 구성 후의 미세 조정이 잘못되는 문제라는 은유가 어느 정도 들어맞는다.
뇌전증(epilepsy)의 유전적 위험은 또 다른 시공간적 패턴을 보인다. 뇌전증 위험 유전자들 중 상당수는 이온 채널, 특히 나트륨 채널(SCN1A, SCN2A, SCN8A)과 칼륨 채널(KCNQ2, KCNQ3), GABA 수용체 소단위(GABRA1, GABRB3) 같은 유전자들이다. 이 유전자들은 흥분성과 억제성 시냅스 전달의 균형, 즉 E/I 균형을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것들이다. 특히 억제성 인터뉴런(inhibitory interneuron)의 발달과 기능이 뇌전증 취약성의 핵심이다. 억제성 인터뉴런은 복측 전뇌(ventral forebrain)의 신경절 융기부(ganglionic eminence)에서 태어나 대뇌 피질로 이주하는데, 이 이주 과정과 피질 내 편입 과정에서의 장애가 특정 뇌전증 증후군과 연관된다. 따라서 뇌전증의 시공간적 수렴은 억제성 인터뉴런의 발달 경로, 특히 임신 후기부터 출생 후 초기까지의 억제성 뉴런 성숙 과정에 집중된다.
뇌전증의 수렴 패턴을 더 정밀하게 분석한 연구가 Chow et al. (2019) 연구다. 이 연구는 MAGI-S라는 방법론을 이용하여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과 공발현 정보를 통합한 뒤, 뇌전증 특이적 씨앗 유전자(SCN1A, GABRA1, KCNB1)에서 출발한 모듈과 비뇌전증 신경발달 질환에서 출발한 모듈이 어떻게 다른 생물학적 주제로 수렴하는지를 비교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뇌전증 씨앗 유전자에서 구축된 모듈은 시냅스 전달, 장기 강화(long-term potentiation), 칼슘 신호 전달 경로로 수렴했다. 반면 비뇌전증 신경발달 질환의 모듈은 RNA 조절과 크로마틴 리모델링 경로로 수렴했다. 같은 신경발달 질환 스펙트럼 안에서도, 뇌전증이 동반되는가 여부가 분자 수준에서 서로 다른 수렴 경로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 차이는 사실 생물학적으로도 이해가 된다. 이온 채널 유전자들(SCN1A, SCN2A, KCNQ2)은 뉴런의 흥분성을 직접 조절하기 때문에, 이 유전자들이 손상되면 E/I 균형이 즉각적으로 무너지고 발작으로 이어진다. 반면 크로마틴 리모델링 유전자들은 수백 개의 하위 유전자들의 발현을 바꾸는 더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신경 발달을 교란하기 때문에, 급성 흥분성 위기보다는 발달적 조직화의 점진적 이상으로 이어진다.
알츠하이머병은 신경발달 질환들과는 뚜렷하게 다른 시공간적 패턴을 보인다.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유전자들은 미세아교세포(microglia)와 면역 반응에 관련된 유전자들, 아밀로이드 처리 경로, 지질 대사 유전자들에 집중되어 있다. 시공간적으로는 성인기 이후, 특히 해마(hippocampus)와 내후각 피질(entorhinal cortex)에서의 표현형이 두드러진다. 자폐스펙트럼장애가 뇌 형성 과정의 초기 배선 문제라면, 알츠하이머병은 완성된 뇌가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손상되는 문제다. 발달과 노화, 구성과 해체, 두 가지 전혀 다른 방향의 문제가 서로 다른 시공간적 수렴 패턴으로 나타난다.
알츠하이머병의 이 대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Bellenguez et al. (2022)이 78만 9천 명 규모의 코호트에서 수행한 역대 최대 규모의 알츠하이머병 전장 유전체 연관 연구다. 이 연구는 75개의 위험 유전자 좌위를 발견했는데, 이 유전자들이 수렴하는 생물학적 주제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조현병, 뇌전증과는 전혀 달랐다.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amyloid precursor protein) 처리 경로, 타우(tau) 단백질 생물학, 미세아교세포 매개 선천 면역 반응, 그리고 지질 대사와 세포 내 소포 운반(endocytosis)이 핵심 경로였다. 가장 강력한 단일 위험 유전자는 지질 대사와 면역 반응 모두에 관여하는 APOE였다. APOE는 시냅스 단백질도, 크로마틴 리모델러도, 전사인자도 아니다. 알츠하이머병의 수렴이 시냅스나 크로마틴 경로가 아니라 단백질 항상성 유지와 면역 감시 경로에 집중된다는 것은, 알츠하이머병이 근본적으로 다른 종류의 뇌 문제임을 말해준다. 신경발달 질환들이 뇌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문제라면, 알츠하이머병은 이미 완성된 뇌가 단백질 항상성 유지에 실패하고 면역 감시 체계가 오작동하면서 수십 년에 걸쳐 해체되는 과정이다. 같은 신경과학이라는 지붕 아래 있지만, 분자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생물학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연구들은 BrainSpan의 벌크 전사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벌크 전사체란 한 조직 조각에 포함된 수천~수만 개 세포들의 유전자 발현을 평균낸 것이므로, “태아 중기 전두엽”이라는 시공간적 좌표까지는 도달할 수 있었지만, 그 안에서 정확히 어떤 세포 유형이 위험 유전자들의 발현을 담당하는지를 직접 보여주기는 어려웠다. Willsey et al. 연구가 현장 혼성화 데이터를 추가로 분석하여 심층 피질 투사 뉴런을 지목한 것도, 벌크 데이터의 이 한계를 간접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이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시공간적 수렴을 세포 유형 수준까지 분석하려면, 단일 세포 전사체 데이터가 필요했다.
Kim et al. (2024)이 구축한 BTS(Brain Temporal Single-cell) 아틀라스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설계된 통합 데이터 자원이다. 이 연구는 기존에 공개된 8개의 단일 세포 및 단일 핵 RNA 시퀀싱 데이터셋을 하나의 좌표계로 통합하여, 임신 7주부터 90세까지 인간 뇌 발달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393,060개 세포의 아틀라스를 만들었다. 80명의 기증자로부터 얻은 114개의 뇌 조직 시료가 포함되었고, 11개의 발달 단계로 구분되었다. 서로 다른 연구실에서, 서로 다른 플랫폼으로 생산된 데이터들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치 효과(batch effect)는 scVI라는 변이 오토인코더 기반 통합 방법으로 보정했다. 배치 효과란 서로 다른 실험실이나 기기에서 측정한 데이터들 사이에 생기는 체계적 편차다. 두 개의 체중계가 눈금이 서로 다르게 설정되어 있으면 측정값을 직접 합칠 수 없는 것처럼, 서로 다른 실험실의 단일 세포 데이터를 그냥 합치면 실제 생물학적 차이가 아닌 기술적 편차가 결론을 왜곡한다. scVI는 이 편차를 통계적으로 학습하여 제거하는 딥러닝 기반 방법이다.
BTS 아틀라스가 기존의 벌크 전사체 연구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질환 위험 유전자들의 발현을 개별 세포 유형과 발달 단계의 교차점에서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벌크 데이터에서는 “태아 중기 전두엽”이라는 하나의 좌표만 가능했다면, 단일 세포 데이터에서는 “태아 중기 전두엽의 심층 흥분성 뉴런”이나 “태아 후기의 억제성 인터뉴런 전구세포”처럼 세포 유형 축이 추가된 좌표를 사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조현병, 뇌전증, 알츠하이머병 등 여러 신경 질환의 위험 유전자 세트를 각 세포 클러스터의 특이적 발현 유전자와 교차시켜, 어떤 세포 유형에서 어떤 질환의 위험 유전자들이 빈번하게 발견되는지를 체계적으로 검정했다.
결과는 앞서 벌크 데이터에서 도출된 수렴 패턴을 확인하면서도, 동시에 더 정밀한 그림을 제공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 유전자들은 태아기 흥분성 뉴런 계통에서 특히 빈번하게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Willsey et al.과 Parikshak et al.이 벌크 데이터에서 제안했던 태아 중기 피질 투사 뉴런 수렴을 단일 세포 수준에서 직접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단일 세포 데이터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발견도 있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 유전자들의 발현이 흥분성 뉴런 궤적과 억제성 뉴런 궤적에서 서로 다른 시간적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벌크 전사체에서는 뉴런 유형들의 발현이 뒤섞여 이런 궤적별 차이를 구분할 수 없었지만, 단일 세포 해상도에서는 각 계통을 따라 위험 유전자들이 언제 켜지고 꺼지는지를 추적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Palantir라는 궤적 분석 도구를 이용하여 각 세포를 발달 순서대로 정렬한 뒤, 위험 유전자들의 발현이 분화 과정의 어느 지점에서 정점을 이루는지를 분석했다.
또 하나 주목할 발견은 비뉴런 세포 계통에서의 질환 유전자 발현이었다. 기존의 시공간적 수렴 연구들이 주로 뉴런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BTS 아틀라스는 성상세포, 희소돌기세포 전구세포, 미세아교세포 같은 글리아 계통에서도 특정 발달 단계에 맞춰 질환 위험 유전자들이 발현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신경발달 질환의 병리가 뉴런만의 문제가 아니라, 뉴런을 둘러싼 지지 세포들의 발달 프로그램에도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벌크 전사체에서는 소수 세포 유형의 신호가 다수 세포의 평균 속에 묻히기 쉽기 때문에, 이런 발견은 단일 세포 해상도가 아니면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BTS 아틀라스는 벌크 전사체 시대의 시공간적 수렴 연구를 단일 세포 시대로 확장한 자원이다. BrainSpan이 “언제, 어디서”를 물었다면, BTS는 “어떤 세포에서, 분화의 어느 시점에”까지 질문의 해상도를 높였다. 물론 한계도 있다. 서로 다른 연구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통합한 것이기 때문에 잔여 배치 효과가 남아있을 수 있고, 뇌의 모든 영역과 발달 단계가 균등하게 대표되지는 않는다. 또한 전사체 수준의 연관성 분석이므로, 실제 기능적 인과관계는 추가적인 실험적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백 개의 질환 위험 유전자들이 발달 중인 뇌의 어떤 세포에서 어떤 시점에 함께 작동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원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시공간적 수렴 연구의 중요한 진전이다.
시공간적 수렴 개념이 신경발달 유전체학에 가져온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유전 변이를 해석하는 방식의 전환이다. 전통적인 유전학적 사고에서는 유전 변이 자체의 성격, 즉 단백질을 손상시키는가, 아니면 서열 변화가 작은가를 주로 고려했다. 그러나 시공간적 수렴의 관점에서는 그 변이가 어떤 유전자에서 일어났느냐보다, 그 유전자가 언제 어디서 어떤 세포에서 작동하느냐가 표현형의 성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좋은 예가 SCN2A 유전자다. SCN2A는 신경세포의 전압 의존성 나트륨 채널 Nav1.2를 만드는 유전자인데, 이 유전자에서 일어나는 유전 변이의 종류에 따라 전혀 다른 표현형이 나타난다. 기능 획득성 변이(gain-of-function variant), 즉 이온 채널이 더 활성화되는 방향의 변이는 생후 초기에 심각한 영아 뇌전증을 유발한다. 반면 기능 손실성 변이(loss-of-function variant), 즉 이온 채널의 기능이 감소하는 방향의 변이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유발하는데, 놀랍게도 이 경우에는 오히려 발작이 없다. 같은 유전자에서 서로 다른 방향의 변이가 서로 다른 질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변이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변이가 해당 세포의 기능을 어느 방향으로 어느 정도 바꾸느냐, 그리고 그것이 특정 발달 시점의 뇌 회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의 문제다.
또 다른 예는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조현병 사이의 관계다. 앞의 챕터에서 보았듯이, NRXN1, SHANK2 같은 유전자에서는 손상성 변이가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도 발견되고 조현병에서도 발견된다. 같은 유전자의 손상이 어떤 사람에게는 자폐스펙트럼장애로, 다른 사람에게는 조현병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왜 그런가? 이 질문에 대한 완전한 답은 아직 없지만, 시공간적 수렴의 관점에서 한 가지 가설은 이렇다. 유전 배경(genetic background)의 차이, 즉 위험 변이가 발현되는 나머지 유전체의 맥락에 따라, 같은 유전자의 손상이 태아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니면 청소년기의 시냅스 재편에 영향을 미치는지가 달라질 수 있다. 변이가 어떤 발달적 문맥에서 그 유전자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느냐가 표현형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유전 변이를 단순히 특정 유전자의 기능 상실 혹은 획득으로 분류하는 것을 넘어서, 그 변이가 특정 시공간적 맥락에서 특정 세포의 기능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이해하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대규모 인간 뇌 발달 전사체 지도, 단일 세포 시퀀싱을 통한 세포 유형 지도, 그리고 특정 유전자가 각 세포 유형에서 어떤 단백질 복합체와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합쳐질 때, 비로소 유전 변이에서 뇌 표현형까지의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시스템 생물학적 접근의 핵심이다 (Parikshak et al. 2015).
이 모든 연구들이 모여 가리키는 방향이 있다. 신경발달 질환들은 발달의 특정 시간적 창(developmental window)에서 특정 세포 유형의 기능이 교란될 때 발생하며, 그 창의 시점과 세포 유형이 질환의 임상적 특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태아 중기 심층 피질 뉴런의 창이 닫혀야 할 시간에 올바르게 닫히지 못하는 문제, 조현병은 청소년기 시냅스 가지치기의 창에서 일어나는 문제, 뇌전증은 억제성 인터뉴런 성숙의 창에서 일어나는 문제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같은 유전 변이라도 그것이 어느 발달 단계에서 어느 세포에서 발현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표현형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 이해된다.
이 개념은 또한 왜 많은 신경발달 질환들이 출생 시에는 진단되지 않고 수년이 지나서야 표현형이 드러나는지를 설명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위험 유전자들이 태아 중기에 심층 피질 뉴런에서 집중적으로 작동하지만, 그 뉴런들이 사회적 인지와 언어 처리에 관여하는 복잡한 회로를 형성하고 그 기능이 실제로 시험대에 오르는 것은 생후 2~3년 이후이기 때문이다. 분자적 교란은 태아기에 시작되지만, 그 결과가 행동 수준에서 나타나는 것은 훨씬 나중이다. 마치 건물의 기초에 문제가 생겨도 건물이 무너지는 것은 수십 년 후인 것처럼, 뇌 발달의 초기 배선 오류의 결과는 그 배선이 충분히 사용되기 시작한 후에야 드러난다.
시공간적 수렴의 발견은 신경발달 유전체학에 방향을 제시했다. 더 이상 유전 변이 자체만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그 변이가 영향을 미치는 발달적 시간과 세포적 공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엑솜 시퀀싱이 위험 유전자를 찾는다면, 시공간 전사체 분석은 그 유전자들이 작동하는 무대를 밝힌다. 이 두 정보가 합쳐질 때, 수백 개의 서로 다른 유전 변이들이 왜 비슷한 임상적 결과로 수렴하는지의 이유가 비로소 이해된다. 변이 자체가 아니라 그 변이가 영향을 미치는 시간과 공간이 중요하다. 이것이 현대 신경발달 유전체학이 도달한 핵심 통찰이고, 이후의 뇌 유전체학 연구 전체를 안내하는 나침반이 된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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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용어 안내
시공간적 수렴(spatio-temporal convergence): 위험 유전자들이 뇌의 특정 영역, 특정 발달 시점, 특정 세포 유형에서 집중적으로 발현되는 현상. “어떤 유전자가 위험한가”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떤 세포에서 위험한가”를 묻는 관점이다.
GWAS(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 수십만 명의 유전체를 비교하여 특정 형질이나 질환과 통계적으로 연관된 DNA 변이를 찾는 대규모 분석. 흔한 변이(common variant)의 작은 효과를 집단 수준에서 검출한다.
세포 유형 특이적 발현(cell-type-specific expression): 특정 유전자가 뇌의 모든 세포가 아니라 특정 세포 유형에서만 발현되는 현상. 질환 위험 유전자가 어떤 세포에서 작동하는지를 알아야 그 유전자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