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인간의 뇌는 발달이 끝난 정적인 구조물이 아니다. 그것은 매 순간 수조 개의 시냅스가 활성화되고 침묵하며, 유전자들이 켜지고 꺼지며, 세포들이 자신의 상태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역동적인 체계다. 그런데 이 역동성의 배경에는 정교하게 조직된 세포 다양성이 있다. 뇌를 이루는 세포들이 모두 비슷비슷한 뉴런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카할의 골지 염색 스케치에서도, 20세기 전기생리학자들의 기록에서도, 분명히 서로 다른 모양과 기능을 가진 세포들이 보였다. 하지만 그 다양성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 뇌의 어느 영역에 어떤 세포들이 분포하는지, 그리고 그 다양성이 뇌의 기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2023년 이전까지 단편적인 그림밖에 없었다.
그 그림을 완성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이 Siletti et al. (2023) 연구가 Science에 발표되었다. 이 연구는 3명의 사후 성인 남성 기증자로부터 뇌 전체의 약 100개 영역을 채취하여 300만 개 이상의 핵을 단일 핵 RNA 시퀀싱(snRNA-seq)으로 분석했다. 뇌 전체를 빠짐없이 아우른다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인데, 그동안 대부분의 단일 세포 연구가 대뇌 피질이나 해마 등 일부 영역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전뇌(forebrain), 중뇌(midbrain), 후뇌(hindbrain) 모두를 포괄한 최초의 뇌 전체(brain-wide) 세포 아틀라스를 만들어냈다. 이 아틀라스는 31개의 상위클러스터(supercluster), 461개의 클러스터, 3,313개의 하위클러스터로 이루어진 계층적 분류 체계를 만들어냈다. 이 계층적 구조는 마치 동물 분류의 문-강-목-과-속-종처럼, 가장 큰 단위에서 가장 작은 단위로 내려갈수록 세포 유형이 더 세밀하게 구분된다. 이 숫자들이 추상적으로 느껴진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라. 뇌 세포의 종류가 3,000가지가 넘는다는 것이다. 생물학 교과서에서 “뉴런과 글리아”로 단순하게 나뉘던 그 뇌가, 실제로는 어떤 나라의 민족 구성보다도 복잡한 세포 다양성을 품고 있다.
성인 인간 뇌 전체를 아우른 세포 아틀라스에서, 계층적 분류 체계의 가장 상위 수준에는 31개의 상위클러스터가 있다 (Siletti et al. 2023). 이 상위클러스터들은 수십 년간 쌓여온 신경해부학 지식과 단일 세포 데이터가 만나는 지점이다. 계통수(dendrogram)를 보면, 먼저 뉴런(neuron)과 비뉴런(non-neuronal cell)이 가장 큰 두 가지로 나뉜다. 계통수란 마치 가계도처럼 여러 집단 사이의 유사도 관계를 나무 모양의 그림으로 나타낸 것으로, 가까이 연결된 집단일수록 유전자 발현 패턴이 더 유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뉴런들은 다시 두 개의 주요 계통으로 갈라진다. 첫 번째는 종뇌(telencephalon) 유래 흥분성 뉴런(excitatory neuron, SLC17A7 양성)들이고, 두 번째는 종뇌 유래 억제성 뉴런(inhibitory neuron, SLC32A1 양성)과 함께 간뇌(diencephalon), 중뇌(midbrain), 후뇌(hindbrain)의 모든 뉴런들이 포함된 계통이다. 종뇌란 대뇌 피질, 해마, 편도체, 기저핵 등을 포함하는 뇌의 가장 바깥쪽 큰 구조물을 가리키는 해부학 용어다. 이 분기는 진화적으로 의미심장하다. 종뇌는 척추동물 중에서도 포유류에서 가장 크게 발달한 구조로, 종뇌의 흥분성 뉴런들이 하나의 거대한 계통을 형성한다는 것은 이들이 진화적으로 공유된 기원을 가진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 패턴은 마우스 뇌의 분류 체계와도 일치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종이 달라도 뇌의 기본 조직 원리는 보존된다.
대뇌 피질의 흥분성 뉴런들은 상위클러스터 수준에서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상층(upper layer) IT(intratelencephalic) 뉴런들, 심층(deep layer) IT 뉴런들, 심층 NP(near-projecting) 뉴런들, 그리고 심층 CT(corticothalamic)/6b 뉴런들이다. IT 뉴런이란 동측 및 반대측 대뇌 반구 내로 투사하는 뉴런들을 말하고, CT 뉴런은 시상으로 투사하는 뉴런들이다. 투사(projection)란 뉴런이 자신의 축삭돌기를 뻗어 다른 뇌 영역의 세포들과 시냅스를 형성하는 것을 말하는데, 어느 영역으로 투사하는지는 그 뉴런의 기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특성이다. 이 분류는 피질 층(cortical layer)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상층 IT 뉴런들은 주로 2/3층에, 심층 IT 뉴런들은 주로 5층에, CT 뉴런들은 주로 6층에 존재한다. 이것은 신경해부학적 지식과 잘 일치하는 결과이고, 단일 세포 전사체 분석이 기존 해부학적 분류를 분자적 수준에서 검증했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4층에 해당하는 세포들이 뚜렷한 하나의 클러스터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상층 IT와 심층 IT 두 상위클러스터 모두에 일부씩 걸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4층의 역사적으로 논란이 많았던 세포 유형 정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네 가지 상위클러스터의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상위클러스터 | 주요 피질 층 | 투사 방향 | 영역별 분포 특성 | 비고 |
|---|---|---|---|---|
| 상층 IT (upper-layer intratelencephalic) | 2/3층, 일부 4층 | 종뇌 내 — 동측·반대측 피질 (뇌량 경유) | 영역 특이성 가장 높음. BA44–46, 전두 섬엽, A24, M1C, S1C, V1C에서 특이적 분포 | V1C에서 TRPC3+ 4층 뉴런이 특이적. 피질 흥분성 상위클러스터 중 가장 전문화됨 |
| 심층 IT (deep-layer intratelencephalic) | 4층 (일부), 5층 | 종뇌 내 — 동측·반대측 피질 | 내후각 피질(entorhinal cortex)과 이상 피질(piriform cortex)에 특이적 클러스터 보유 | 상층 IT와 함께 4층 클러스터를 공유 |
| 심층 NP (deep-layer near-projecting) | 5/6층 | 인접 피질 영역 (근거리 투사) | 두정엽 피질에서 두 가지 주요 분포 패턴. FI, A24, A44–A46에서 일관된 그룹 형성 | — |
| 심층 CT/6b (deep-layer corticothalamic / layer 6b) | 6층 | 시상 (되먹임 연결) | V1C에서 특이적 클러스터 보유 | GABA와 글루타메이트를 동시 발현하는 클러스터 존재. 6b층은 발달기 하판(subplate) 유래 |
한편, 5층의 ET(extratelencephalic) 투사 뉴런, 즉 종뇌 바깥의 뇌간이나 척수로 축삭을 보내는 뉴런들은 약 25,000개로 매우 희소하여 별도의 상위클러스터를 형성하지 못하고, 림프구 등 희귀 세포와 함께 기타(miscellaneous) 상위클러스터에 포함되었다.
피질이 대뇌를 대표한다면, 뇌간(brainstem)은 뇌의 깊은 곳에서 호흡, 심박수, 수면-각성 주기 같은 생명 유지 기능을 담당하는 구조들이다. 시상하부(hypothalamus), 중뇌(midbrain), 후뇌(hindbrain)를 포함하는 이 영역들에서 Siletti et al. 연구는 예상보다 훨씬 큰 세포 다양성을 발견했다. 피질은 넓은 면적에 걸쳐 비교적 반복적인 피질 기둥(cortical column) 구조를 가지는 반면, 시상하부나 뇌간 핵들에는 작은 공간 안에 극도로 다양한 세포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 461개의 클러스터 중 상당수가 이 뇌간 영역들에서 나왔고, 일부 클러스터들은 단 수백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매우 작은 세포 집단이었다. 이것은 단지 세포의 수가 적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마도 매우 특수한 기능을 담당하는 뉴런들이 뇌의 깊은 곳에 소규모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뇌간 다양성에서 가장 독특한 발견이 있었다. 연구팀이 ‘파편 뉴런(splatter neurons)‘이라고 명명한 세포 집단이었다. 통상적으로 뉴런은 흥분성이거나 억제성이거나, 둘 중 하나다. 흥분성 뉴런은 글루타메이트를 분비하고, 억제성 뉴런은 GABA를 분비한다. 세로토닌 뉴런은 세로토닌을, 도파민 뉴런은 도파민을 분비한다. 이 분류는 단순히 편의상의 구분이 아니라, 뇌 회로의 기본 원리로 여겨져왔다. 흥분성과 억제성의 균형이 깨지면 뇌전증 같은 질환이 생기고, 도파민 시스템이 교란되면 파킨슨병이나 조현병이 생긴다. 하나의 뉴런이 여러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을 동시에 가진다는 것은 마치 한 사람이 여러 언어를 동시에 섞어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기존 관념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그런데 파편 뉴런들은 바로 그런 세포들이었다. 흥분성 마커와 억제성 마커를 동시에 발현하면서, 거기에 더해 세로토닌 뉴런의 마커와 도파민 뉴런의 마커까지 조합하여 발현하는 세포들이 실제로 존재했다. 이것이 기술적 아티팩트가 아닌 진정한 생물학적 현상인지, 그리고 이런 복합적인 신경전달물질 표현형이 무슨 기능을 하는지는 앞으로 연구가 필요하지만, 뇌간의 신경화학적 다양성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발달적 이주(developmental migration)의 흔적도 성인 뇌의 세포 분포에서 읽힐 수 있었다. 시상에는 발달 중에 중뇌에서 이주해온 억제성 뉴런들이 존재하는데, 이 세포들의 전사체 프로파일은 시상의 고유 뉴런들보다 중뇌 뉴런들과 더 가깝게 묶였다. 세포는 위치를 바꾸어도 자신이 어디서 태어났는지를 분자적으로 기억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린 시절에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도 모국어로 꿈을 꾸는 것처럼, 발달 중에 부여받은 분자적 정체성이 성인이 된 후에도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뇌가 다른 뇌 영역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세포 구성을 보인다는 것도 이 연구의 중요한 발견이었다. 뉴런뿐만 아니라 글리아 세포들도 종뇌 안쪽과 바깥쪽에서 서로 다른 두 집단으로 나뉘었고, 희소돌기세포 전구세포(OPC)와 성숙한 희소돌기세포(oligodendrocyte)는 종뇌와 비종뇌 영역에서 각각 다른 하위 유형이 더 풍부했다.
Siletti et al. 연구가 세포 유형의 다양성이라는 수직적 깊이를 보여주었다면, Johansen et al. (2023) 연구는 그 다양성이 사람마다 어떻게 다른지라는 수평적 폭을 탐구했다. Johansen et al. 연구는 75명의 개인으로부터 중측두이랑(middle temporal gyrus, MTG)의 단일 핵 RNA 시퀀싱 데이터를 수집하여 약 400,000개의 핵을 분석했다. 중측두이랑은 언어 처리와 사회적 인지에 관여하는 대뇌 피질 영역으로,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손상되기 쉬운 영역이기도 하다. 3명의 기증자로 정의된 참조 분류 체계의 125개 세포 유형 정체성이 75명 모두에서 얼마나 잘 재현되는지를 먼저 확인했더니, 95% 이상의 핵들이 참조 세포 유형에 정확히 배정되었다. 이것은 중요한 결과다. 세포 유형 정체성은 개인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즉 “인간 뇌의 125가지 세포 유형”이라는 것은 진정으로 일반화 가능한 개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세포 유형의 종류가 보존된다고 해서, 75명의 뇌가 동일하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125가지 세포 유형이 존재하더라도, 각 유형이 차지하는 비율과 각 유형 안에서의 유전자 발현 수준은 개인마다 상당히 달랐다. 이 개인 간 변이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연구팀은 다섯 가지 서로 독립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하나의 방법에서만 나타나는 결과가 아니라 여러 방법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결과만 신뢰했다.
첫 번째 방법은 고분산 유전자(high-variance gene) 검출이었다. 같은 세포 유형 안에서 같은 기증자의 세포들끼리 유전자 발현이 얼마나 비슷한지, 그리고 다른 기증자의 세포들과는 얼마나 다른지를 비교하는 것이다. 만약 어떤 유전자의 발현이 같은 사람의 세포들 사이에서는 비슷한데, 사람이 달라지면 크게 달라진다면, 그 유전자는 “개인 간 변이가 큰 유전자”로 분류된다. 마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보면 같은 학교 학생들끼리는 비슷해 보이지만 학교가 다르면 확연히 다른 것처럼, 같은 사람의 세포들은 서로 비슷하지만 사람이 달라지면 유전자 발현이 달라지는 패턴을 찾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을 이용한 것이었다. 컴퓨터에게 세포의 유전자 발현 데이터만 보여주고, 이 세포가 75명 중 누구의 것인지를 맞춰보라고 시킨 것이다. 어떤 세포 유형에서 컴퓨터가 기증자를 잘 맞춘다면, 그 세포 유형에서 사람마다 뚜렷한 유전자 발현 차이가 있다는 뜻이고, 잘 못 맞춘다면 사람들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세 번째 방법은 UMAP이라는 시각화 도구에서 같은 세포 유형의 세포들이 기증자별로 뭉치는지 아니면 섞이는지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기증자별로 뭉친다면 개인 차이가 크고, 고르게 섞여 있으면 개인 차이가 작다. 이 세 가지 방법의 결과가 높은 일치도(상관계수 0.88)를 보여, 측정 방법에 관계없이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어떤 세포에서 사람마다의 차이가 가장 클까? 결과는 분명했다. 피질 심층(5층과 6층)의 흥분성 뉴런과 미세아교세포에서 발현되는 유전자의 50% 이상이 고분산 유전자, 즉 사람마다 발현 수준이 크게 다른 유전자였다. 반면 억제성 뉴런(GABAergic 인터뉴런)에서는 이 비율이 35% 미만이었다. 피질의 5층과 6층에 있는 흥분성 뉴런은 시상이나 뇌간으로 축삭을 보내는 세포들인데, 이 세포들이 사람마다 가장 다르다는 것은 개인마다 뇌가 다른 영역과 연결되는 방식이 분자 수준에서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세아교세포는 뇌의 면역세포로서 외부 위협에 반응하고 죽은 세포를 청소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세포의 유전자 발현이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는 것은 뇌의 면역 환경이 개인별로 상이하다는 뜻이다. 나이, 성별, 유전적 조상, 기저 질환 등 측정 가능한 변수들을 통계적으로 보정해도, 이 개인 간 변이의 대부분은 설명되지 않았다. 가장 큰 변이의 원천은 단순히 “그 사람이 그 사람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각 개인이 가진 고유한 유전적 배경, 발달 과정의 미세한 차이, 생애 동안 축적된 경험의 총합이 그 개인만의 뇌 세포 구성을 만들어낸다.
나이와 관련된 세포 변화도 발견되었다. 희소돌기세포 전구세포(OPC)는 20세에서 70세 사이에 약 2배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P = 1.2 × 10⁻⁴), 이것은 나이에 따른 유의한 세포 비율 변화가 확인된 유일한 세포 유형이었다. 뇌전증 환자에서는 PVALB+ 억제성 인터뉴런의 비율이 유의하게 감소해 있었다. 이러한 발견들은 뇌의 세포 구성이 나이와 질환에 따라 특정 세포 유형에서 선택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포 유형 특이적 시스 eQTL(cis-expression quantitative trait locus) 분석도 이루어졌다 (Johansen et al. 2023). eQTL이란 특정 유전자의 발현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SNP)를 말하고, 시스(cis) eQTL은 그 변이가 조절하는 유전자와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시스’는 ‘같은 DNA 가닥 위에서 가까이 있다’는 뜻으로, 마치 같은 페이지 안에 있는 각주가 그 페이지의 본문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다. 주요 세포 유형당 150~250개의 유전자가 그 근처에 있는 유전적 변이에 의해 발현이 조절된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이 eQTL들의 상당수가 세포 유형 특이적이어서 벌크 조직 분석으로는 감지할 수 없었다. 이것은 단일 세포 유전체학이 단순히 세포를 분류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전자 변이가 어떻게 뇌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려면, 그 영향이 어떤 특정 세포 유형에서 발현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것이 단일 세포 eQTL 연구의 의미이고, 앞으로 유전체 데이터와 세포 아틀라스 데이터를 연결하는 연구들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인간의 뇌가 특별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그 특별함이 정확히 분자 수준에서 어디에서 오는지는 직접 비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Jorstad et al. (2023) 연구는 이 질문에 비교 전사체학(comparative transcriptomics)으로 답했다. 연구팀은 인간, 침팬지(chimpanzee), 고릴라(gorilla), 히말라야원숭이(rhesus macaque), 마모셋(common marmoset) 이렇게 다섯 종 영장류의 중측두이랑(MTG)에서 단일 핵 RNA 시퀀싱을 수행하여 570,000개 이상의 핵을 분석했다. 이 다섯 종은 진화적으로 약 3,800만 년 전부터 분기하기 시작했으며, 이들을 비교함으로써 어떤 세포적 특성이 영장류 공통 조상에서 이미 존재했고, 어떤 특성이 각 종의 계통에서 독립적으로 획득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먼저 뇌의 세포 구성이 높은 수준으로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다섯 종 모두에서 57개의 상동 세포 유형(homologous cell types)이 확인되었고, 세포 유형 비율과 피질 층 구성이 대형 유인원들 사이에서 높게 보존되었다. 상동 세포 유형이란 서로 다른 종에서 기원과 기능이 같아서 동일한 유형으로 볼 수 있는 세포를 말한다. 마모셋은 일부 차이가 있었는데, 5층과 6층의 IT 및 ET(extratelencephalic) 뉴런 비율이 다른 종들과 달랐다. 이제 흥미로운 부분이 시작된다. 유전자 발현 패턴을 보면, 글리아 세포들의 발현은 모든 종에서 빠른 진화적 변화를 보였다. 하지만 뉴런의 발현은 달랐다. 대부분의 종에서 뉴런의 발현이 글리아보다 느리게 변화한 반면, 인간만은 예외였다. 인간 뉴런의 유전자 발현이 침팬지나 고릴라보다 훨씬 빠르게 분기했다. 침팬지 뉴런은 인간 뉴런보다 고릴라 뉴런에 더 가깝게 묶였는데, 이것은 인간의 뉴런이 다른 유인원들과 비교했을 때 특이하게 빠른 분자적 진화를 겪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 특이적 차별 발현 유전자(human-specific differentially expressed genes, DEGs)들의 기능을 분석하니, 시냅스 연결성(synaptic connectivity)과 신호 전달(signaling) 경로에 관련된 유전자들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었다. 인간이 다른 영장류와 다른 것은 단순히 뇌가 크기 때문만이 아니라, 뉴런들이 서로 연결되고 통신하는 분자적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발견은 이 인간 특이적 DEGs의 15~40%가 인간 가속 영역(human accelerated regions, HARs) 또는 인간 보존 결실(human conserved deletions, hCONDELs)이라는 유전체 요소들과 근접해 있다는 것이었다. HAR은 쉽게 말해 수억 년간 포유류에서 거의 변하지 않다가 인간 조상에서 갑자기 빠르게 변화한 DNA 구간으로, 마치 오랫동안 동결된 계좌에서 갑자기 대규모 거래가 일어난 것처럼 눈에 띄는 진화적 신호를 준다. 이런 구간들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무언가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 하에 연구되어왔다. HAR은 다른 포유류에서는 수억 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인간 계통에서 갑자기 빠르게 변화한 유전체 구간이고, hCONDEL은 다른 포유류에서는 보존되어 있지만 인간에서는 결실된 조절 요소다. 이 요소들이 인간에서 특이적으로 발현 패턴이 달라진 유전자들의 근처에 있다는 것은, 인간 진화 과정에서 일어난 유전체 변화들이 특정 세포 유형의 유전자 발현 조절을 통해 뇌 기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의 일부가 뉴런의 유전자 발현 조절 회로에 있다는 것이다.
성인 뇌의 세포 아틀라스가 보여준 또 다른 중요한 통찰은 글리아 세포의 지역적 다양성이었다. 성상세포(astrocyte)는 오랫동안 비교적 균질한 세포 유형으로 여겨졌다. 물론 피브로성(fibrous) 성상세포와 원형질성(protoplasmic) 성상세포의 구분 같은 형태학적 분류가 있었지만, 분자적 수준에서의 다양성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성상세포들이 종뇌 안쪽과 바깥쪽에서 뚜렷이 다른 분자적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 뇌 전체 아틀라스 데이터에서 드러났다 (Siletti et al. 2023). 뇌의 진화적으로 오래된 영역과 새로운 영역에 사는 성상세포들이 서로 다른 유전자 발현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성상세포도 단순한 지지 세포가 아니라 각 영역의 신경 회로에 맞춤화된 역할을 수행하는 특화된 세포라는 것을 시사한다. OPC도 마찬가지였다. 종뇌와 그 외 영역에서 풍부한 OPC 하위 유형이 달랐고, 성숙한 희소돌기세포도 뇌 전체에 걸쳐 존재하는 두 가지 유형이 종뇌와 비종뇌 영역에서 서로 다른 비율로 존재했다. 뇌의 배선(wiring)을 담당하는 수초(myelin)를 만드는 세포들도 그들이 어느 영역에서 일하는지에 따라 분자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성인 인간 뇌의 세포 다양성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다. 뇌는 수천 종류의 서로 다른 세포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세포 공동체이고, 이 공동체의 구성은 개인마다 다르며, 진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변화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처음으로 이 공동체의 전체 구성원 명단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3,313개의 세포 하위클러스터를 가진 아틀라스는 완성된 지도가 아니라, 탐험이 시작된 지도다. 앞으로 더 많은 개인, 더 많은 영역, 더 많은 기술을 통해 이 지도가 채워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지금 상상하지 못하는 새로운 세포 유형들과, 새로운 생물학적 원리들이 발견될 것이다.
References
Siletti, K., Hodge, R., Mossi Albiach, A., Lee, K. W., Ding, S. L., Hu, L., … & Linnarsson, S. (2023). Transcriptomic diversity of cell types across the adult human brain. Science, 382(6667), eadd7046. doi:10.1126/science.add7046
Johansen, N., Somasundaram, S., Travaglini, K. J., Yanny, A. M., Shumyatcher, M., Casper, T., … & Lein, E. (2023). Interindividual variation in human cortical cell type abundance and expression. Science, 382(6667), eadf2359. doi:10.1126/science.adf2359
Jorstad, N. L., Song, J. H. T., Exposito-Alonso, D., Suresh, H., Castro-Pacheco, N., Krienen, F. M., … & Lein, E. S. (2023). Comparative transcriptomics reveals human-specific cortical features. Science, 382(6667), eade9516. doi:10.1126/science.ade9516
주요 용어 안내
상위클러스터(supercluster): 뇌 세포 분류 체계의 가장 상위 단위. 31개 상위클러스터 안에 461개 클러스터, 3,313개 하위클러스터가 포함되는 계층적 구조다. 생물 분류의 문-강-목-과-속-종에 비유할 수 있다.
IT 뉴런(intratelencephalic neuron): 대뇌 반구 안에서 같은 쪽이나 반대쪽 피질로 축삭을 보내는 흥분성 뉴런. 피질 뉴런 중 가장 다수를 차지한다.
파편 뉴런(splatter neuron): 뇌간에서 발견된, 흥분성과 억제성 마커를 동시에 발현하는 뉴런. 기존의 흥분성/억제성 이분법이 적용되지 않는 세포 집단이다.
개체 간 변이(interindividual variation): 같은 세포 유형이라도 사람마다 비율이나 유전자 발현 수준이 다른 현상. 세포 유형 정체성 자체는 보존되지만, 그 안에서의 양적 차이가 개인의 고유한 뇌 특성을 만든다.
상동 세포 유형(homologous cell type): 서로 다른 종에서 기원과 기능이 동일하여 같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 세포. 인간과 침팬지의 중측두이랑에서 57개 상동 세포 유형이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