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길잡이

이 책은 유전학과 신경발달 연구를 다루지만, 가능한 한 전문 용어를 본문 안에서 풀어 설명하려 했다. 그래도 여러 장에 걸쳐 반복되는 말은 처음부터 짧게 붙잡고 가는 편이 읽기 쉽다. 여기의 설명은 사전식 정의라기보다, 책을 읽을 때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안내판에 가깝다. 정확한 세부 내용은 각 장에서 연구 사례와 함께 다시 다룬다. 처음부터 모두 외울 필요는 없고, 낯선 말이 나올 때 다시 돌아와 확인하면 된다.

유전체는 한 사람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DNA 정보 전체를 가리킨다. 유전자는 그 유전체 안에서 단백질이나 기능성 RNA를 만드는 단위라고 생각하면 된다. 변이는 사람마다 DNA 서열이 조금씩 다른 지점을 뜻하며,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말이 아니다. 어떤 변이는 아무 효과가 없고, 어떤 변이는 단백질의 기능이나 유전자 발현을 바꾸며, 드물게는 발달 경로에 큰 영향을 준다. 시퀀싱은 DNA의 글자 순서를 읽는 기술이고, 이 책에서 말하는 유전체 시퀀싱은 그 기술로 개인의 유전 정보를 폭넓게 확인하는 일을 뜻한다.

신생변이는 부모의 혈액 DNA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자녀에게서 새로 확인되는 유전 변이다. 정자나 난자가 만들어질 때, 또는 수정 직후 초기 세포분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다. 유전되는 변이는 부모 중 한 사람에게서 자녀에게 전달된 변이다. 희귀 변이는 인구에서 드물게 보이는 변이를, 일반 변이는 많은 사람에게 넓게 퍼져 있는 변이를 가리킨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유전학이 복잡한 까닭은 강한 효과의 희귀 변이와 작은 효과의 일반 변이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단발성 가족은 한 가족 안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이 한 명인 경우를, 다발성 가족은 두 명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이 말은 가족의 책임이나 부담을 평가하는 표현이 아니라, 연구 설계를 위한 분류다.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 네 명을 함께 분석하는 가족 단위를 쿼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쿼드 자료를 쓰면 자녀에게 새로 생긴 신생변이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변이를 더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 가족을 한 사람씩 떼어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집안의 유전체 정보를 함께 놓고 비교하는 방식이다.

엑솜은 유전체 중 단백질을 직접 만드는 엑손 부분만 모아 부르는 말이다. 인간 유전체 전체에서 엑솜이 차지하는 비율은 작지만, 단백질 기능을 크게 바꾸는 변이를 찾기에는 효율적이다. 전장 유전체 시퀀싱은 엑솜 바깥까지 포함해 DNA 전체를 읽는 방법이다. 비코딩 변이는 단백질을 직접 만들지 않는 영역에 있는 변이지만, 유전자의 켜짐과 꺼짐을 조절할 수 있다. 그래서 엑솜 시퀀싱이 유전자의 본문을 읽는 일이라면, 전장 유전체 시퀀싱은 본문 바깥의 스위치와 여백까지 함께 읽는 일에 가깝다.

코호트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모은 연구 참여자 집단이다. 바이오뱅크는 유전체 정보, 건강 기록, 설문, 때로는 혈액이나 세포 같은 생물학적 자료를 장기적으로 보관하고 연구에 활용하는 체계다. SSC, SPARK, MSSNG, K-ARC 같은 이름은 단순한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 가족과 연구자들이 오랜 시간 함께 만든 연구 기반이다. 코호트가 커질수록 드문 변이를 가진 사람도 더 많이 찾을 수 있고, 작은 효과를 가진 일반 변이의 통계적 신호도 더 안정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부제가 빅데이터와 바이오뱅크의 시대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유전율은 한 개인에게서 어떤 특성의 몇 퍼센트가 유전 때문인지를 말하는 수치가 아니다. 인구 집단 안에서 사람들 사이의 차이가 어느 정도 유전 변이의 차이로 설명되는지를 나타내는 통계량이다. 양적유전 구조는 하나의 특성이 수많은 유전 변이의 작은 효과가 더해져 나타나는 구조를 뜻한다. 양적유전점수는 그 작은 효과들을 가중해 더한 값이지만, 현재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개인 수준에서 정확히 예측할 만큼 정밀하지 않다. 이 개념들은 누구를 선별하거나 낙인찍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자폐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 언어로 읽어야 한다.

유전형은 한 사람이 지닌 유전 변이의 구성을 뜻하고, 표현형은 실제로 관찰되는 특성이나 증상을 뜻한다. 같은 유전 변이를 가진 사람들도 표현형이 서로 다를 수 있는데, 이를 가변적 표현도라고 부른다. 어떤 변이를 가진 사람 모두에게 같은 특성이 나타나지 않는 현상은 불완전 침투도라고 부른다. 이 말들은 어렵지만, 같은 악보를 두 사람이 연주해도 소리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비유로 생각하면 조금 쉽다. 유전 변이는 악보의 일부이고, 실제 삶에서 드러나는 표현형은 그 악보가 몸과 환경, 발달의 시간 속에서 연주된 결과에 가깝다.

GWAS는 유전체 전체 연관 분석을 뜻한다. 수많은 사람의 유전체를 비교해 특정 유전 변이가 어떤 특성과 함께 더 자주 나타나는지 찾는 방법이다. TADA는 신생변이와 유전되는 변이 자료를 함께 써서, 어떤 유전자에 자폐와 관련된 변이가 우연보다 많이 모이는지 계산하는 통계 방법이다. 위험비와 오즈비는 두 집단의 위험이 얼마나 다른지를 나타내는 숫자이고, 신뢰구간은 그 추정치가 어느 범위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큰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위험비 1.05는 5% 더 높다는 뜻이지만, 그 차이가 실제 원인인지 우연이나 교란 때문인지는 연구 설계를 함께 봐야 판단할 수 있다.

전사체는 어느 세포에서 어떤 유전자가 얼마나 켜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RNA 정보의 총합이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에서 만들어낸 작은 장기 모형으로, 뇌 오가노이드는 접시 위에서 인간 뇌 발달의 일부 과정을 흉내 낸다. CRISPR는 특정 유전자를 교란하거나 조절해 그 기능을 시험하는 유전체 편집 도구다.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는 RNA에 달라붙어 스플라이싱이나 단백질 생산을 조절하는 짧은 핵산 약물이다. 이 기술들은 자폐를 하나의 이름으로만 보는 대신, 유전자와 세포, 발달 시점, 치료 가능성을 더 작은 단위로 나누어 살펴보게 한다.

자폐 당사자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았거나 자폐적 특성을 자신의 삶의 일부로 이해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쓴다. 이 책에서는 연구 대상자를 말할 때도 가능한 한 의료 중심 표현보다 참여자, 당사자, 진단을 받은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의료적 평가와 치료가 필요한 상황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자폐를 늘 치료 대상이라는 정체성으로만 설명하면 그 사람의 정체성과 권리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원 필요도는 자폐인의 가치를 나누는 기준이 아니라, 일상생활과 의사소통, 감각 조절, 의료와 교육에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실용적 언어다. 많은 지원이 필요한 사람과 적은 지원이 필요한 사람 모두 자기결정과 존엄을 가진다.

마스킹은 자폐 당사자가 사회적 상황에서 자신의 어려움이나 차이를 숨기거나 보상하기 위해 쓰는 전략을 말한다. 표정과 말투를 의식적으로 맞추고, 대화 대본을 외우고, 감각적 불편을 참는 일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마스킹은 적응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래 지속되면 소진, 불안, 우울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여성, 성인기에 진단받은 사람, 성별 이분법 밖의 자폐인에게서 진단 지연과 함께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은 당사자가 속인다는 뜻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에 맞추기 위해 치른 비용을 설명하는 말이다.

유전적 설명은 결정론과 다르다. 어떤 유전 변이가 자폐와 관련된다는 말은 그 변이가 한 사람의 미래를 전부 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같은 변이를 가진 사람도 표현형이 다를 수 있고, 같은 진단을 받은 사람도 필요한 지원이 다르다. 유전율이나 양적유전점수 역시 개인의 책임이나 부모의 책임을 계산하는 숫자가 아니라, 집단 안에서 차이가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연구 도구다. 이 책에서 유전학을 다루는 목적은 사람을 선별하거나 낙인찍는 데 있지 않고, 더 정확한 상담과 더 적절한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