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 한국의 자폐 코호트 — K-ARC의 여정

자폐 유전학의 대규모 코호트들이 거의 모두 유럽계 인구를 중심으로 구축되어왔다는 것은 앞 장에서 언급한 바 있다. SSC, SPARK, MSSNG의 참여자 대다수가 유럽계 혈통이었고, 동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인구의 대표성은 극히 낮았다. 이것은 자폐 유전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유전체학 전반의 구조적 편향이었지만, 그 결과는 구체적이다. 유럽계 인구에서 발견된 유전적 연관이 다른 인구에서도 재현되는지는 검증이 필요하고, 특정 인구에서만 빈도가 높은 유전 변이는 유럽계 중심의 연구에서 원천적으로 발견되지 않는다. 이 공백을 채우기 위한 시도 중 하나가 한국 자폐스펙트럼장애 연구 컨소시엄(Korean Autism Research Consortium, K-ARC)이다.

K-ARC는 한국의 자폐스펙트럼장애 가족들의 유전체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국제 코호트들과의 통합 분석을 통해 교차 인구 보편성을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 코호트는 2022년에 242개 심플렉스 가족(813명)의 전장 유전체 시퀀싱으로 시작하여, 이후 634가족(2,104명), 1,400가족(3,730명)으로 성장했고, 가장 최근의 통합 분석에서는 SSC와 SPARK를 포함한 78,685명 규모의 국제 통합 분석에 핵심 구성 요소로 참여했다. 코호트의 성장 자체가 연구 역량의 축적 과정이기도 했다. 초기에는 비코딩 변이의 탐색에서 시작하여, 전장 유전체 수준의 성차 분석, 반복 서열 확장, 비코딩 변이 연관 검정 도구 개발, 그리고 가족 내 표현형 편차를 이용한 유전자 발견까지, 방법론적 범위가 점차 확장되어왔다.

비코딩 변이에서 시작하다

K-ARC의 첫 번째 대규모 연구는 비코딩 신생변이와 크로마틴 상호작용의 관계를 탐구한 것이었다. Kim et al. (2022) 연구는 한국의 242개 심플렉스 가족(813명)에 대해 전장 유전체 시퀀싱을 수행하고, 비코딩 영역에서 발생한 신생변이가 3차원 크로마틴 상호작용을 통해 자폐 관련 유전자의 발현을 교란하는지를 분석했다. 인핸서-프로모터 크로마틴 상호작용(enhancer-promoter chromatin interaction)이란,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인핸서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프로모터와 3차원 공간에서 접촉하여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기전을 말한다. DNA가 세포핵 안에서 실타래처럼 접혀 있기 때문에, 선형 유전체상에서 수십만 염기쌍 떨어진 두 영역이 3차원에서는 바로 옆에 위치할 수 있고, 이 접촉이 유전자 발현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연구의 핵심 발견은 두 가지였다. 첫째, 비코딩 신생변이 중 크로마틴 상호작용을 교란하는 변이가 자폐 환자에게서 유의하게 많이 관찰되었다. 둘째, 이 효과는 지능지수(IQ)가 낮은 환자에게서 특히 강했다. 이 결과는 SSC의 1,902가족과 MSSNG의 517명에서 독립적으로 재현되었고, 한국 가족에서 채취한 세포를 역분화시켜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hiPSC, 피부나 혈액 세포를 배아 상태처럼 되돌린 세포)에서의 기능 검증도 수행되었다. 유도만능줄기세포에 대해서는 Part 6에서 자세히 다룬다. 이 연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하나는 최초의 대규모 한국인 자폐 전장 유전체 시퀀싱 데이터를 생산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코딩 유전 변이가 자폐에 기여하는 기전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후 K-ARC의 비코딩 변이 연구는 Part 3에서 더 자세히 다루게 된다.

성차와 전장 유전체의 확장

코호트가 성장하면서 연구 질문의 범위도 넓어졌다. Kim et al. (2024) 연구는 한국의 673개 가족(2,255명)을 포함한 전장 유전체 시퀀싱 분석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성차에 초점을 맞추었다. 자폐 여성에게서 신생 단백질 절단 변이(protein-truncating variant)가 남성보다 유의하게 많이 관찰된다는 것, 그리고 자폐 아동의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높은 양적유전 부담을 견딘다는 것, 즉 여성이 같은 수준의 유전적 위험을 가지고도 자폐 표현형이 나타나지 않는 여성 보호 효과(female protective effect)를 지지하는 결과였다. 이 연구의 중요한 기여는 이러한 성차가 유럽계 인구에서만 관찰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코호트에서도 독립적으로 재현된다는 것을 보여준 점이다. 유전학에서 발견의 가치는 다른 인구에서의 재현에 의해 배가되며, K-ARC는 동아시아 인구에서의 재현 코호트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같은 해에 발표된 다른 연구는 단축 반복(short tandem repeat, STR) 확장에 초점을 맞추었다. Kim et al. (2024) 연구는 한국의 634가족(2,104명)에서 희귀 STR 확장이 대뇌 피질의 바깥쪽 층(2/3층)에 위치하는 흥분성 뉴런의 유전자와 그 유전자 근처의 조절 영역에서 빈번하게 관찰되며, 사회적 장해의 증가 및 적응 행동의 저하와 연관된다는 것을 보고했다. 이 결과는 Trost et al. (2020) 연구가 MSSNG 코호트에서 보고한 유럽계 결과를 한국 코호트에서 독립적으로 재현한 것으로, STR 확장이 인구를 가리지 않는 교차 인종 위험 인자임을 보여주었다.

국제 통합으로의 수렴

K-ARC 연구의 일관된 전략은 한국 코호트에서 발견한 것을 국제 코호트에서 재현하거나, 국제 코호트와 통합 분석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이 전략의 정점은 Kim et al. (2025) 연구에서 나타난다. 이 연구는 한국, SSC, SPARK를 포함한 78,685명(21,735가족, 24,050명 환자)의 통합 데이터에서, 가족 내 표준화 편차(within-family standardized deviation, WFSD)라는 새로운 표현형 측정 방법을 도입했다. 기존의 자폐 유전학 연구가 환자와 비환자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거나 절대적 표현형 점수를 사용했다면, WFSD는 같은 가족 안에서 환자의 표현형이 가족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측정한다. 가족의 유전적, 환경적 배경을 자동으로 통제하는 셈이다. 이 방법으로 18개의 새로운 자폐 위험 유전자를 발견했고, 11개 유전자에서 유전 변이의 위치에 따라 표현형이 달라지는 유전자 내 이질성(within-gene heterogeneity)을 관찰했다.

Lee et al. (2026) 연구는 K-ARC의 또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자폐 유전학은 주로 한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하나의 강력한 변이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하지만 이 연구는 한 사람이 두 개의 유전자에 동시에 희귀 변이를 가지는 공동 발생(co-occurrence) 패턴에 주목했다. 동아시아(K-ARC)와 유럽계(SSC, SPARK)를 포함한 52,670명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특정 유전자 쌍에서 희귀 변이의 공동 발생이 자폐 환자에서 유의하게 빈번했다(동아시아 오즈비 8.97, 유럽계 7.65). 개별 유전자 수준에서는 효과가 보이지 않던 유전된 희귀 변이가, 두 유전자의 조합으로 보면 강한 위험 요인으로 드러난 것이다. 발견된 162개의 유전자 쌍은 세포골격(cytoskeletal) 경로, 특히 액틴 결합과 미세소관 결합에 수렴했는데, 이것은 신생변이가 수렴하는 크로마틴/전사 조절 경로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경로다. 실험적으로도 TIAM2와 WDR19라는 유전자 쌍을 동시에 억제했을 때 섬모(cilia) 형성이 심각하게 교란되었지만, 각각을 단독으로 억제했을 때는 경미한 효과만 나타나 유전자 쌍의 시너지 효과가 확인되었다. 이 발견은 자폐의 유전적 위험이 단일 변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변이의 조합에 의해서도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유전된 변이의 “잃어버린 유전율(missing heritability)“을 설명하는 한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242가족에서 시작하여 78,685명 통합 분석에 이르기까지, K-ARC의 궤적은 비유럽계 코호트가 세계적 자폐 유전학 연구에 기여하는 하나의 모델을 보여준다. 한국 특이적 발견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한국 코호트의 데이터를 국제 데이터와 함께 분석하여 교차 인종 보편성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설계한 것이다. 동시에, 비코딩 변이에 대한 지속적인 강조와 방법론적 도구 개발(CWAS-Plus, WFSD)은 K-ARC가 단순한 재현 코호트를 넘어 독자적인 과학적 기여를 만들어왔음을 보여준다. Part 3에서는 이 코호트들에서 실제로 어떤 유전 변이들이 발견되었는지, 그 변이들의 지형도를 본격적으로 그려본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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