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5. 늦게 진단받은 여성들

Chapter 20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남녀 비율이 약 4:1이라는 것을 다루면서, 여성 보호 효과라는 유전학적 모형을 살펴보았다. 여성이 자폐에 이르기 위해서는 남성보다 더 큰 유전적 부담이 필요하다는 모형이었다. 하지만 4:1 비율의 원인은 유전학만이 아닐 수 있다. 자폐를 가진 여성이 남성보다 정말 적은 것인지, 아니면 같은 수만큼 있지만 진단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최근의 연구들은 후자의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많은 여성이 자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동기에 진단받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야, 때로는 수십 년이 지나서야 진단에 이른다.

Harrop et al. (2024) 연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20년간 진단 데이터를 분석하여, 남녀 비율이 5.6:1에서 3.1:1로 좁혀졌지만 여성의 진단 연령이 남성보다 평균 19개월 늦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비율이 좁혀졌다는 것은 이전에 진단받지 못했던 여성들이 점차 진단 체계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뜻이지만, 여전히 여성은 남성보다 늦게 진단받는다. 13세 이후에 처음 진단받는 비율이 여성에서 20.9%인 반면 남성에서는 14.1%였다. Diemer et al. (2025) 연구는 SPARK 코호트의 성인 여성 자폐인 1,424명을 분석하여, 평균 진단 연령이 24.2세이며 약 2/3가 성인기에야 처음 진단받았다는 것을 보고했다.

왜 여성의 진단이 늦어지는가? 가장 많이 논의되는 요인은 사회적 마스킹(social camouflaging)이다. 자폐를 가진 여성들은 사회적 상황에서 자신의 어려움을 숨기거나 보상하는 전략을 남성보다 더 많이, 더 일찍부터 발달시키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의 표정을 연구하고 모방하거나, TV 드라마나 소설에서 사회적 대본을 학습하거나, 말투와 몸짓을 또래에 맞추어 조절하는 것이다. Bargiela et al. (2016) 연구에서 면접한 늦은 진단 여성들은 이 과정을 “사회적 가면을 쓰는 것”으로 표현했다. 이 마스킹은 겉으로 보이는 사회적 기능을 유지시키지만, 내면의 스트레스와 소진은 축적된다. Oshima et al. (2024) 연구는 영국과 일본의 자폐 성인을 비교하여, 마스킹과 정신건강의 관계가 문화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영국에서는 마스킹이 많을수록 정신건강이 선형적으로 나빠지는 관계를 보인 반면, 일본에서는 마스킹이 너무 적어도 너무 많아도 정신건강이 나빠지는 비선형적 관계가 관찰되었다. 이것은 마스킹의 비용이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늦은 진단의 또 다른 원인은 진단 도구 자체의 편향이다. ADOS와 ADI-R을 포함한 표준 진단 도구들은 주로 남성 자폐 아동의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여성의 자폐가 남성과 질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면, 남성 중심으로 설계된 도구는 여성의 자폐를 포착하는 데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 Dufour et al. (2025) 연구는 성인 진단 전까지의 궤적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는데, 그중 ‘진단 가림(diagnostic overshadowing)‘이 중요한 유형이었다. 진단 가림이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다른 정신과적 진단이 먼저 내려지면서 그 뒤에 숨어 있는 자폐가 인식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여성 자폐인은 진단 전에 평균적으로 여러 개의 정신과적 진단을 받아왔을 가능성이 높다.

늦게 진단받은 여성들의 상황은 역설적이다. Diemer et al. (2025) 연구에 따르면, 성인기에 진단받은 여성들은 아동기에 진단받은 여성들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정규 고용률이 높으며, 결혼이나 장기적 관계에 있는 비율이 높다. 겉으로 보기에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울증(61.8%), 불안장애(69.9%), 섭식장애(17.3%), 물질 사용 장애의 비율이 높았고, 34.1%가 자살 사고를, 20.7%가 자해 또는 자살 시도를 보고했다. 겉으로 보이는 기능과 내면의 고통 사이의 이 간극이 늦은 진단 여성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마스킹을 통해 사회적 기대에 맞추어 살아왔지만, 그 대가로 정신건강에 심각한 부담이 쌓인 것이다.

Bargiela et al. (2016) 연구의 또 다른 중요한 발견은, 면접한 14명의 늦은 진단 여성 중 9명(64%)이 성적 학대 경험을 보고했다는 것이다. 사회적 상황을 직관적으로 읽기 어려운 것이 자폐의 핵심적 어려움인데, 이것이 위험한 상황을 인식하고 회피하는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사회적 수용에 대한 강한 욕구와 마스킹의 습관이 거절이나 자기 보호의 표현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 발견은 자폐와 여성의 안전 문제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진단 이후의 지원이 정보 제공을 넘어 안전과 보호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진단이 늦었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아동기에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한 수십 년이 축적된 결과로, 정신건강의 손상, 정체성의 혼란, 관계의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쌓여 있다. 동시에, 늦은 진단이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이 왜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느꼈는지를 처음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자기 이해와 자기 수용이 시작될 수 있다. 이 양면성을 인식하고, 진단 후 적절한 정신건강 지원과 동료 연결을 제공하는 것이 늦은 진단 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자폐를 가진 성인들이 직면하는 건강 격차의 문제를 살펴본다.

References

Bargiela, S., Steward, R., & Mandy, W. (2016). The experiences of late-diagnosed women with autism spectrum conditions: An investigation of the female autism phenotype. 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 46(10), 3281-3294. doi:10.1007/s10803-016-2872-8

Diemer, M. C., et al. (2025). A comparative analysis of autistic women and gender-diverse adults diagnosed in childhood versus adulthood. Autism Research. doi:10.1002/aur.70073

Dufour, I., et al. (2025). Five distinct pre-diagnostic trajectory types among adults receiving an autism diagnosis. Autism. doi:10.1186/s11689-025-09627-3

Harrop, C., et al. (2024). Twenty-year trends in autism diagnosis: North Carolina. 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 doi:10.1111/jcpp.13939

Oshima, F., Takahashi, T., Tamura, M., Guan, S., Seto, M., Hull, L., … & Shimizu, E. (2024). The association between social camouflage and mental health among autistic people in Japan and the UK: A cross-cultural study. Molecular Autism, 15(1), 5. doi:10.1186/s13229-023-00579-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