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장에서 SCN2A를 통해 같은 유전자의 변이가 방향에 따라 자폐(기능 상실)와 뇌전증(기능 획득)이라는 정반대의 표현형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았다. 이 장에서는 이 원리를 유전자 용량(gene dosage)이라는 더 넓은 틀로 확장한다. 유전자 용량이란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의 양을 말한다. 우리는 각 유전자를 두 복사본씩 가지고 있으므로, 정상 상태에서 단백질은 두 복사본에서 합쳐진 양만큼 만들어진다. 이 양이 정상보다 줄어들면 기능 상실이고, 늘어나면 기능 획득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많은 뇌 발달 유전자에서 이 양의 변화가 정반대 방향의 임상 결과를 만들어낸다.
Chapter 10에서 다룬 7q11.23 영역의 거울상 현상을 다시 떠올려보자. 이 영역이 결실되면(유전자 복사본이 하나로 줄면) 윌리엄스 증후군이 발생하여 사회성이 과도해지고, 같은 영역이 중복되면(복사본이 셋으로 늘면)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연관된다. 이것은 단지 하나의 유전자가 아니라 같은 염색체 위치에 있는 여러 유전자 묶음이 함께 결실되거나 중복되는 현상이다. 이 영역에는 약 25개의 유전자가 있는데, 복사본의 수가 이렇게 극적으로 반대 방향의 사회적 표현형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그 유전자들이 사회적 뇌의 발달에 정확히 조율된 양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윌리엄스 증후군에서 나타나는 과도한 사회성과 7q11.23 중복에서 나타나는 자폐적 사회 회피가 같은 유전자 영역의 용량 변화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사회적 행동의 분자적 기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PTEN(Phosphatase and Tensin Homolog) 유전자는 또 다른 중요한 용량 민감 사례다. PTEN은 mTOR 신호 경로의 핵심 억제자로, 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조절한다. PTEN의 한쪽 복사본이 기능을 잃으면 mTOR 경로가 과활성화되고 세포가 지나치게 증식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 중 일부, 특히 머리 둘레가 비정상적으로 큰 거대두증(macrocephaly)을 보이는 환자들에서 PTEN 변이가 발견된다. 이 환자들은 거대두증과 함께 지적 발달의 지연, 자폐 특성, 그리고 암 발생 위험의 증가를 보인다. PTEN 변이를 가진 자폐 환자의 뇌는 말 그대로 너무 커진 것인데, 신경 전구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여 뇌의 전체 세포 수가 늘어난 결과다. 이것은 앞 장에서 CHD8 변이 오가노이드에서 관찰된 크기 증가와 같은 방향의 현상으로, mTOR 경로의 과활성화가 뇌 크기를 조절하는 핵심 기전임을 시사한다.
16p11.2 영역의 거울상 현상은 7q11.23과 유사하지만, 다른 임상 특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중요한 사례다. 16p11.2 영역이 결실되면(약 30개의 유전자가 복사본 하나로 줄면)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 발달 지연, 언어 발달 지연과 함께 비만과 거대두증이 나타난다. 같은 영역이 중복되면 마찬가지로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신경발달 장애가 나타나지만, 이 경우에는 반대로 저체중, 두개 모양 이상, 소두증(작은 머리)이 동반된다. 7q11.23과 마찬가지로 같은 유전자 묶음의 결실과 중복이 같은 방향(둘 다 자폐)이 아니라 다른 방향(거대두증 대 소두증)의 동반 특성을 만들어낸다. 이 거울상 관계는 이 영역 안에 뇌 크기와 신경 발달을 정반대 방향으로 조절하는 유전자들이 있으며, 이 유전자들의 발현량이 정확히 맞아야 정상적인 뇌 크기와 기능이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용량 민감성(dosage sensitivity)은 뇌 발달에서 특히 중요하다. 뇌 발달은 수만 가지의 유전자가 정확한 시점에 정확한 양만큼 발현되는 것에 의존하는 극히 정밀한 과정이다. 이 정밀성을 교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유전자 용량을 바꾸는 것이다. 한쪽 복사본이 기능 상실 변이로 비활성화되면 단백질 양이 절반으로 줄고(반수 불충분), 유전자를 포함하는 영역이 중복되면 단백질 양이 1.5배로 늘어난다. 시냅스의 뼈대 단백질(SHANK3)이든, 크로마틴 리모델러(CHD8)든, 이온 채널(SCN2A)이든,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용량 변화가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요리에 비유하자면, 이것은 레시피에서 특정 재료를 절반만 넣거나 두 배로 넣었을 때 요리가 전혀 다른 결과물이 되는 것과 같다. 소금을 절반 넣으면 밍밍하고, 두 배 넣으면 먹을 수 없이 짜다. 두 결과 모두 “소금 양의 이상”에서 비롯되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다.
자폐 유전학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대부분의 위험 유전자가 반수 불충분 기전으로 작동한다는 것은, 이 유전자들이 용량에 매우 민감하다는 뜻이다. Chapter 11에서 다룬 pLI 점수가 높은 유전자들이 바로 이런 유전자다. 건강한 인구에서 기능 상실 변이가 기대치보다 현저히 적게 관찰되는 이유는, 이 유전자들에서 한쪽 복사본의 상실조차도 발달에 해로운 영향을 미쳐 자연 선택에 의해 제거되기 때문이다.
자폐와 함께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또 다른 용량 민감 유전자 영역은 NRXN1이다. NRXN1은 시냅스에서 시냅스 이전과 이후 세포를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단백질인 뉴렉신1을 만드는 유전자다. 이 유전자에서 발생하는 드 노보 결실(한쪽 복사본의 일부가 삭제되는 것)이 자폐스펙트럼장애, 조현병, 지적 장애와 모두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같은 유전자의 같은 방향(결실)의 변이가 이처럼 다양한 신경발달 및 정신과 표현형과 연관되는 것은, 변이의 크기와 위치, 그리고 개인이 가진 다른 유전자들의 배경이 최종 표현형을 결정하는 데 함께 기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NRXN1의 사례는 용량 민감성이 단순히 “양이 많다/적다”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기능 도메인이 영향받는지, 그리고 다른 유전자들이 이 결핍을 보완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복합적인 현상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모든 자폐 관련 변이가 기능 상실인 것은 아니다. 미스센스 변이(아미노산 하나가 바뀌는 변이)는 기능 상실, 기능 획득, 또는 기능 변형을 초래할 수 있으며, 그 중 우성 음성(dominant-negative) 효과는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성 음성이란 변이 단백질이 정상 단백질의 기능까지 방해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복수의 동일한 단백질이 결합하여 하나의 복합체를 이루어야만 기능하는 경우, 변이 단백질 하나가 그 복합체에 끼어들어 전체 복합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 마치 여러 명이 팀을 이루어 무거운 물건을 들어야 할 때, 한 명이 오히려 다른 팀원들의 발을 밟으면 혼자 빠지는 것보다 더 큰 방해가 되는 것과 같다. 이런 경우 두 복사본 중 하나만 변이가 있어도 단순한 반수 불충분보다 훨씬 심한 기능 상실이 나타난다. 일부 SHANK3, FOXP1 변이에서 이 우성 음성 효과가 의심되고 있으며, 임상적으로 더 심한 표현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Fu et al. (2022) 연구에서 185개의 자폐 위험 유전자 중 일부가 기능 상실 변이뿐 아니라 미스센스 변이에 의해서도 지지된다는 것이 발견되었는데, Kaplanis et al. (2020) 연구는 새로 발견되는 신경발달 장애 유전자의 상당수가 오히려 미스센스 주도(missense-driven)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기능 상실이 아닌 기능 변형이 질환의 원인인 경우, 치료 전략은 유전자의 발현량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변이 단백질의 작용을 막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정밀 치료가 “변이의 방향을 먼저 파악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기능 상실 변이에는 유전자 보충(gene replacement) 또는 발현 증가 전략이 필요하고, 기능 획득 또는 우성 음성 변이에는 변이 대립유전자 특이적 침묵(allele-specific silencing) 전략이 필요하다. 같은 질환명, 같은 유전자라도 변이의 성격에 따라 치료가 달라져야 한다는 이 원리가 정밀 의학의 핵심이다.
용량 민감성의 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부모들에게도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자녀가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고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특정 유전자에 변이가 발견되었다면, 그것이 결실(복사본 상실)인지 중복(복사본 증가)인지, 또는 단일 염기 변이라면 그것이 기능 상실 방향인지 기능 획득 방향인지를 아는 것이 치료 계획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같은 자폐 진단이라도 16p11.2 결실을 가진 아이와 16p11.2 중복을 가진 아이는 서로 다른 발달 경로를 보이고, 같은 SCN2A 변이라도 기능 상실과 기능 획득에 따라 사용해야 할 약이 다르다. 이것이 바로 유전체 분석이 단순히 “원인을 찾는 것”을 넘어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되는 이유다. 전장 유전체 시퀀싱과 변이 기능 분석이 자폐 진단의 표준 과정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유전 변이의 방향성과 용량 효과를 이해하는 것은 정밀 의학으로 가는 필수적 단계다. 다음 장에서는 이 이해를 실제 치료로 연결하려는 시도, 특히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치료를 살펴본다.
References
Fu, J. M., Satterstrom, F. K., Peng, M., Brand, H., Collins, R. L., Dong, S., … & Talkowski, M. E. (2022). Rare coding variation provides insight into the genetic architecture and phenotypic context of autism. Nature Genetics, 54(9), 1320-1331. doi:10.1038/s41588-022-01104-0
Kaplanis, J., Samocha, K. E., Wiel, L., et al. (2020). Evidence for 28 genetic disorders discovered by combining healthcare and research data. Nature, 586(7831), 757-762. doi:10.1038/s41586-020-28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