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5에서 자폐 위험 유전자들이 시냅스, 크로마틴, 전사 조절이라는 세 가지 경로로 수렴한다는 것을 보았다. Part 7에서는 이 경로의 핵심 유전자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수렴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개별 유전자의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 환자와 가족에게는 가장 실질적인 의미를 가진다. 특정 유전자에 변이가 확인된 환자와 그 가족에게, “시냅스 경로의 수렴”이라는 추상적 개념보다 “당신의 아이에게서 변이가 발견된 SHANK3 유전자는 이런 역할을 하고, 이런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구체적 정보가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가족들의 모임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SHANK3 가족 모임, SYNGAP1 가족 모임, SCN2A 가족 모임 등이 연구와 치료 개발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SHANK 단백질(SHANK1, SHANK2, SHANK3)은 시냅스 후 치밀질의 뼈대 단백질이다. 시냅스 후 치밀질이란 신호를 받는 뉴런 쪽에서 수용체, 신호 전달 단백질, 세포골격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구조물인데, SHANK 단백질은 이 구조물의 기둥 역할을 한다. SHANK가 없으면 수용체가 제 위치에 고정되지 못하고, 세포 내부의 신호 전달 경로와의 연결이 끊어진다.
SHANK 가족의 세 유전자는 각각 다른 특성을 보인다. SHANK1의 결실은 흥미롭게도 남성에서만 자폐 표현형이 나타나는 남성 한정 침투도(male-limited penetrance)를 보여, Chapter 20에서 다룬 성차 문제와 직접 연결된다. SHANK2에 변이가 있는 환자들은 Silver et al. (2025) 연구에서 체계적으로 기술되었는데, 자폐 진단율이 약 90%로 매우 높고 지적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SHANK3는 22q13.3 영역에 위치하며, 이 영역의 결실은 펠란-맥더미드 증후군(Phelan-McDermid syndrome)을 일으킨다. 이 증후군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 언어 발달 지연, 근긴장 저하(hypotonia)를 특징으로 한다. SHANK3의 기능 상실 변이 하나만으로도 이 증후군의 핵심 특성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은, SHANK3가 시냅스 기능에 얼마나 중요한 유전자인지를 보여준다. 마우스 모델에서 Shank3 유전자를 비활성화하면 사회적 상호작용 감소, 반복 행동 증가, 시냅스 강도 저하가 관찰되며, 시냅스 후 치밀질의 구조가 축소된다. SHANK3 가족 모임은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자폐 유전자 가족 모임 중 하나로, 환자 등록부 운영과 치료 연구 지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NRXN1(뉴렉신 1)은 시냅스에서 신호를 보내는 뉴런(전시냅스)의 표면에 위치하는 접착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다. NRXN1 단백질은 신호를 받는 뉴런(후시냅스)의 표면에 있는 뉴롤리긴(neuroligin) 단백질과 결합하여, 두 뉴런 사이의 시냅스를 물리적으로 안정시키고 시냅스의 형성과 기능을 조절한다. 두 손이 맞잡듯이, 전시냅스의 뉴렉신과 후시냅스의 뉴롤리긴이 만나야 시냅스가 형성되고 유지되는 것이다.
NRXN1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소체(isoform)의 다양성이다. 하나의 유전자에서 대체 스플라이싱(alternative splicing)에 의해 여러 종류의 단백질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Cao et al. (2025) 연구는 긴길이 시퀀싱 기술을 사용하여 NRXN1에서 50가지의 이소체를 확인했고, 이 중 23개는 이전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것이었다. 이소체 구성은 세포 유형에 따라 달랐다. 특정 이소체는 흥분성 뉴런에서만 발현되고, 다른 이소체는 억제성 뉴런에서만 발현되는 것이다. 자폐 환자의 소뇌에서는 특정 변이 이소체가 정상보다 많이 발현되어 있었다. 이것은 같은 유전자라도 어떤 이소체가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기능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소체 수준의 분석이 자폐의 분자적 이해에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NRXN1의 결실은 자폐뿐 아니라 조현병, 뇌전증에서도 관찰되는 다면발현(pleiotropy) 유전자이기도 하다.
SYNGAP1은 시냅스에서 Ras-MAPK 신호 전달을 조절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로, 시냅스 가소성(plasticity)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시냅스 가소성이란 시냅스의 강도가 경험과 활동에 따라 변하는 능력인데, 학습과 기억의 분자적 기반이 바로 이것이다. SYNGAP1에 기능 상실 변이가 있으면 시냅스가 과도하게 강화되어 적절한 조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SYNGAP1의 역할은 시냅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Birtele et al. (2023) 연구는 SYNGAP1이 시냅스가 형성되기 훨씬 전, 뇌 발달 초기의 방사 글리아(radial glia, 신경 전구세포)에서도 발현된다는 것을 인간 뇌 오가노이드에서 보여주었다. SYNGAP1 단백질이 방사 글리아에서 TJP1이라는 단백질과 상호작용하여 세포의 분열 방향을 조절하며, 이것이 피질의 층 구조 형성에 관여한다. 기존에 “시냅스 유전자”로만 분류되던 SYNGAP1이 사실은 발달 초기의 세포 운명 결정에도 관여한다는 발견은, Part 5에서 논의한 경로 분류가 단순화된 것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SYNGAP1 관련 신경발달장애(SYNGAP1-related disorder, SRD)는 전체 지적장애의 약 0.7~1%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Zhang et al. 2026). 환자의 96%에서 발달 지연이 뇌전증보다 먼저 나타나고, 뇌전증 유병률은 70~98%, 자폐 동반은 약 50%다. 주목할 점은 SynGAP 단백질이 두 가지 분리 가능한 역할을 가진다는 것이다. 하나는 Ras-MAPK 신호를 억제하는 GAP 효소 활성이고, 다른 하나는 시냅스 후 치밀질을 조직하는 구조적 뼈대 기능이다. GAP 활성이 선택적으로 상실되면 뉴런의 고유한 흥분성이 변화하고, 뼈대 기능이 상실되면 장기 강화와 발작 감수성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구분은 변이 유형(기능 상실, 미스센스, 스플라이싱)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져야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치료 파이프라인에는 AMPA 수용체 길항제(페람파넬), RAS-MAPK 경로를 조절하는 스타틴, AAV 기반 유전자 보충, 비생산적 스플라이싱을 차단하는 ASO, 내인성 번역을 증가시키는 taRNA 등이 전임상 또는 초기 임상 단계에 있다.
Vermaercke et al. (2024) 연구는 인간 뉴런을 마우스 뇌에 이식하는 이종이식(xenotransplantation) 모델을 사용하여, SYNGAP1이 인간 시냅스의 느린 성숙에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네오테니(neoteny)란 성체가 되어서도 유아기의 특성을 유지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인간의 시냅스가 다른 동물보다 훨씬 천천히 성숙하는 것이 인간 뇌의 고유한 특성 중 하나다. 이 느린 성숙 덕분에 더 오랜 기간 동안 경험에 의해 시냅스가 조정될 수 있다. 인간 뉴런의 시냅스는 마우스 뉴런보다 훨씬 느리게 성숙하는 것이 정상인데, SYNGAP1이 결핍되면 이 느린 성숙이 가속화되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시냅스가 강화된다. 인간 뇌의 고유한 특성인 느린 발달 속도가 교란되는 것이다.
이 세 유전자 가족, SHANK, NRXN1, SYNGAP1의 연구가 보여주는 공통 교훈은 이렇다. 각각은 시냅스의 서로 다른 측면을 담당하지만(구조적 뼈대, 세포 간 접착, 가소성 조절), 어느 하나가 교란되어도 시냅스의 전체적인 기능이 영향을 받는다. 다음 장에서는 시냅스 경로가 아닌 크로마틴 경로의 핵심 유전자들을 살펴본다.
References
Birtele, M., Del Dosso, A., Bhatt, D., et al. (2023). Non-synaptic function of the autism spectrum disorder-associated gene SYNGAP1 in cortical neurogenesis. Nature Neuroscience, 26(12), 2090-2103. doi:10.1038/s41593-023-01477-3
Cao, L., et al. (2025). NRXN1 isoform usage reveals cell-type-specific splicing programs and mutant enrichment in autism cerebellum. Nature Neuroscience. doi:10.1101/2025.11.11.687875
Silver, H., et al. (2025). SHANK2-associated neurodevelopmental disorder. American Journal of Medical Genetics Part A. doi:10.1186/s11689-025-09600-0
Vermaercke, B., Iwata, R., Bhatt, D., et al. (2024). SYNGAP1 controls synaptic neoteny and is required for the protracted maturation of human neurons following xenotransplantation. Neuron, 112(9), 1489-1504. doi:10.1016/j.neuron.2024.07.007
Zhang, J., Xue, G., Wang, X., Rao, X., Chen, J., Fan, L., Liu, L., & Gan, J. (2026). Research progress in SYNGAP1-related neurodevelopmental disorders: from pathogenesis to therapeutic strategies. Frontiers in Neurology, 16, 1773363. doi:10.3389/fneur.2026.1773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