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다룬 유전 변이들은 대부분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유전체의 두 복사본(아버지에게서 받은 것과 어머니에게서 받은 것) 중 하나에만 변이가 있어도 표현형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변이를 흔히 “우성(dominant)” 변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잠깐 중요한 개념적 정리가 필요하다. 한국어의 ‘우성’과 ‘열성’이라는 말은 마치 우열의 관계, 즉 좋고 나쁜 것의 구분처럼 들리지만, 유전학에서의 우성과 열성은 우열과 전혀 관련이 없다. 우성이란 유전 변이가 한 복사본에만 있어도 분자 수준에서 표현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고, 열성이란 두 복사본 모두에 변이가 있어야, 즉 변이가 동형접합(homozygous)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표현형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두 복사본 중 하나가 정상이면 정상 복사본이 기능을 수행하여 표현형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열성의 원리다.
이것을 공장에 비유해보자. 한 제품을 만드는 공장에 같은 기능의 생산 라인이 두 개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성 변이에 의한 효과는, 한 생산 라인이 멈추면 나머지 한 라인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할 만큼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 장에서 설명한 반수 불충분(haploinsufficiency)이 바로 이것이다. CHD8이나 SCN2A 같은 유전자에서 한쪽 복사본에 기능 상실 변이가 생기면, 남은 한쪽만으로는 뇌 발달에 필요한 충분한 양의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책에서 지금까지 다룬 자폐 관련 신생변이들 대부분이 이 기전으로 작동한다.
열성 변이는 다르다. 한 생산 라인이 멈춰도 나머지 한 라인이 충분히 제품을 공급할 수 있어서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 변이를 가지고 있지만 건강한 사람을 보인자(carrier)라 부른다. 하지만 두 생산 라인이 모두 멈추면, 그때 비로소 제품이 완전히 끊기면서 문제가 생긴다. 유전학 용어로는 두 복사본 모두에 변이가 있는 상태, 즉 동형접합(homozygous) 상태가 되어야 표현형이 나타나는 것이다. 열성 질환이 가족을 놀라게 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모 모두 보인자로서 건강하게 살아왔는데, 두 사람 모두에게서 같은 변이를 물려받은 자녀에게서 예기치 않게 질환이 나타나는 것이다.
자폐 유전학의 주류 발견들, 즉 CHD8, SCN2A, SHANK3 같은 유전자들의 신생변이는 대부분 반수 불충분 기전으로 작동하는 우성(혹은 반우성) 변이다. 그렇다면 열성 변이는 자폐에 기여하지 않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Yu et al. (2013) 연구는 근친 결혼 가족(consanguineous family)에서 전체 엑솜 시퀀싱을 수행하여, 동형접합 열성 변이가 자폐의 원인이 되는 사례들을 확인했다. 근친 결혼 가족에서는 부모가 공통 조상을 공유하기 때문에, 자녀가 같은 희귀 유전 변이를 양쪽 부모 모두에게서 물려받아 동형접합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환경에서 열성 변이에 의한 자폐 사례가 더 잘 관찰되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발견된 열성 변이들은 전사 조절, 신경 이동(neuronal migration), 시냅스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에서 관찰되었으며, 지적장애나 뇌전증 같은 추가적인 신경학적 소견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Lim et al. (2013) 연구는 SSC 코호트에서 유전자의 두 복사본이 모두 기능을 잃는 동형접합 기능 상실(biallelic LoF) 변이를 분석했다. 뇌에서 발현되는 유전자에서의 biallelic LoF가 자폐 환자에서 형제 대비 약 2배 과잉이었고, 자폐 사례의 약 3%를 설명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CNTNAP2 같은 알려진 자폐 위험 유전자에서도 biallelic LoF가 관찰되었다.
Chundru et al. (2024) 연구는 열성 변이의 기여를 가장 큰 규모로 정량화한 연구다. 29,745명의 발달장애 3인 가족(DDD와 GeneDx 코호트)에서 희귀 상염색체 열성 코딩 변이의 기여를 추정했다. 이 연구에서 사용된 연합 분석(federated analysis)이란, 각 기관이 개인 수준의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만 모아서 통합하는 방식이다. 환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대규모 데이터의 검정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연구의 핵심 발견은 열성 변이의 기여가 조상(ancestry)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유럽계 인구에서는 열성 변이가 사례의 2~7%를 설명하는 데 그쳤지만, 근친 결혼이 흔한 인구(중동계, 남아시아계)에서는 14~19%까지 올라갔다. 이 차이는 평균 자가접합도(autozygosity)와 거의 완벽하게 상관(r = 0.99)했다. 자가접합도란 한 개인의 유전체에서 양쪽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두 복사본이 동일한 구간의 비율을 말하는데, 부모가 유전적으로 가까울수록 이 비율이 높아진다.
이것을 유전체 수준에서 측정하는 방법이 동형접합 구간(runs of homozygosity, ROH) 분석이다. 동형접합 구간이란, 한 사람의 유전체에서 아버지에게 받은 복사본과 어머니에게 받은 복사본이 긴 구간에 걸쳐 동일한 영역을 말한다. 부모가 유전적으로 가까우면(즉, 공통 조상을 공유하면), 같은 조상에서 유래한 동일한 DNA 구간이 양쪽 부모를 통해 자녀에게 전달될 확률이 높아지고, 그 결과 자녀의 유전체에 긴 동형접합 구간이 나타난다. Szpiech et al. (2013) 연구는 엑솜 시퀀싱 데이터를 사용하여, 긴 동형접합 구간(최근의 공통 조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되는)이 유해한 동형접합 유전 변이를 유의하게 더 많이 포함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즉, 유전체에서 동형접합 구간이 길고 많은 사람일수록, 그 안에 숨어 있는 열성 유해 변이가 표현형으로 드러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Rosenberg et al. (2013) 연구는 자폐에서의 동형접합 구간과 부모의 혈연 관계를 분석하면서, 이 분석의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 특히 인구 구조에 의한 교란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열성 변이 연구가 자폐 유전학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는 인구 다양성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SSC나 SPARK 같은 대규모 코호트의 참여자 대다수가 유럽계인 환경에서, 우성 신생변이 연구는 비교적 인구 배경에 덜 민감하다. 신생변이는 어느 인구에서든 발생할 수 있고, 부모와의 비교만으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성 변이의 기여는 인구에 따라 크게 다르다. 근친 결혼의 빈도가 높은 인구에서는 열성 변이가 자폐의 유전적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며, 이런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 없이는 자폐의 전체 유전적 그림이 불완전하다.
Chundru et al. (2024) 연구에서 열성 변이의 기여가 모든 인구에서 신생 코딩 변이의 기여보다 낮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근친 결혼이 흔한 인구에서도 열성 변이가 사례의 약 15~19%를 설명하는 데 그쳤고, 신생 코딩 변이는 여전히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알려진 열성 발달장애 유전자들이 전체 열성 부담의 84%를 설명하여,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열성 유전자의 기여는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것은 유전체 수준의 평균이고, 개인 수준에서는 열성 변이가 자폐의 핵심 원인인 사례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로써 Part 3에서 자폐 유전 변이의 주요 유형을 모두 다루었다. 신생 구조 변이, 신생 코딩 변이, 유전되는 희귀 변이, 일반 변이의 양적유전 구조, 전장 유전체 시퀀싱이 밝힌 전체 그림, 비코딩 유전 변이, 반복 서열 확장, 그리고 열성 변이까지. 이 변이들은 각각 다른 기전으로, 다른 규모로, 다른 빈도로 자폐스펙트럼장애에 기여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유전체의 어디에서 어떤 종류의 변이가 발생하든, 그것이 뇌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기능을 교란할 때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Part 4에서는 이 다양한 유전 변이들이 만들어내는 표현형의 다양성, 즉 자폐의 이질성을 유전적 관점에서 다시 들여다본다.
References
Chundru, V. K., Zhang, Z., Böhm, D., Jolly, A., Patel, K., & Kaplanis, J. (2024). Federated analysis of autosomal recessive coding variants in 29,745 developmental disorder patients from diverse populations. Nature Genetics, 56(10), 2080-2089. doi:10.1038/s41588-024-01910-8
Lim, E. T., Raychaudhuri, S., Sanders, S. J., Stevens, C., Sabo, A., MacArthur, D. G., … & Daly, M. J. (2013). Rare complete knockouts in humans: Population distribution and significant role in autism spectrum disorders. Neuron, 77(2), 235-242. doi:10.1016/j.neuron.2012.12.029
Rosenberg, N. A., et al. (2013). Runs of homozygosity and parental relatedness in autism spectrum disorder. Genetics in Medicine, 15(12), 988-989. doi:10.1038/gim.2013.136
Szpiech, Z. A., Xu, J., Pemberton, T. J., Peng, W., Zöllner, S., Rosenberg, N. A., & Li, J. Z. (2013). Long runs of homozygosity are enriched for deleterious variation.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 93(1), 90-102. doi:10.1016/j.ajhg.2013.01.004
Yu, T. W., Chahrour, M. H., Bhatt, S. S., Bhatt, D. L., & Walsh, C. A. (2013). Using whole-exome sequencing to identify inherited causes of autism. Neuron, 77(2), 259-273. doi:10.1016/j.neuron.2013.1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