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1. 역치 모형과 유전적 부담

앞 장에서 여성 보호 효과를 설명하면서 “역치”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이 장에서는 역치 모형(liability threshold model)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유전적 구조를 이해하는 데 왜 중요한지를 더 깊이 다룬다.

역치 모형은 유전학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널리 사용되는 개념적 틀 중 하나다.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자폐와 같은 질환은 있거나 없는 것으로 진단된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거나 받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연속적인 유전적 부담(genetic liability)이 존재한다. 모든 사람은 자폐 위험에 기여하는 유전 변이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으며, 그 부담의 합이 특정 역치를 넘으면 자폐 표현형이 나타나고, 넘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는다. 물이 컵에 차오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물(유전적 부담)은 연속적으로 차오르지만, 컵이 넘치는 것(자폐 표현형)은 불연속적 사건이다. 물이 컵 테두리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테두리를 넘는 순간 물이 쏟아진다.

이 모형이 유용한 이유는 여러 가지 관찰을 하나의 틀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Chapter 13에서 다룬 양적유전 구조, 즉 수천 개의 작은 효과를 가진 일반 변이의 합산이 자폐 위험의 대부분을 설명한다는 것은, 유전적 부담이 연속적 분포를 가진다는 역치 모형의 가정과 잘 맞는다. Chapter 5에서 다룬 가족 내 재발 패턴, 즉 완전 형제의 재발률(약 10배)이 이복 형제(약 3배)보다 높고 사촌(약 2배)보다 높다는 것도, 유전적 부담이 유전적 공유 비율에 비례하여 전달되는 연속적 변수라는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역치의 높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앞 장에서 다룬 여성 보호 효과는 역치 모형에 성별에 따른 역치 차이를 도입한 것이다. 남성의 역치가 낮고 여성의 역치가 높다면, 같은 수준의 유전적 부담이 있을 때 남성에서는 자폐가 나타나지만 여성에서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Jacquemont et al. (2014) 연구에서 자폐 여성이 남성보다 더 큰 유전적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발견은, 여성이 더 높은 역치를 넘기 위해 더 많은 유전적 위험 요인을 축적해야 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역치의 높이가 다른 것은 성별만이 아닐 수 있다. Weiner et al. (2017) 연구가 보여주었듯이, 큰 효과의 신생변이를 가진 환자에서도 양적유전 위험이 추가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것은 역치 모형의 관점에서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 신생변이가 컵에 물을 크게 한 번 붓는 것이라면, 양적유전 위험은 많은 수의 작은 물방울이 합쳐진 것이다. 큰 물 한 번으로 컵이 거의 차더라도, 작은 물방울들이 추가되어야 비로소 넘칠 수 있다. 역으로, 같은 신생변이를 가진 두 사람 중에서 양적유전 위험이 높은 사람은 자폐가 나타나고 낮은 사람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이 같은 유전 변이를 가져도 표현형이 다른 불완전 침투도(incomplete penetrance)의 한 가지 설명이 된다.

역치 모형의 한 가지 확장은 다중 역치(multiple thresholds)의 가능성이다. 자폐 없이 넓은 자폐 표현형(BAP)만 보이는 상태, 자폐스펙트럼장애로 진단되는 상태, 그리고 자폐에 지적장애와 뇌전증이 동반되는 상태가, 유전적 부담의 서로 다른 역치에 대응할 수 있다. Reichenberg et al. (2016) 연구는 경도 지적장애가 정상 IQ 분포의 하단과 연속적인 반면, 중도 지적장애는 질적으로 구분되는 별도의 원인(주로 신생변이)에 의한 것이라는 “불연속 가설(discontinuity hypothesis)“을 지지했다. 자폐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있을 수 있다. 양적유전 위험의 연속적 축적에 의한 자폐와, 단일 유전자의 강한 효과에 의한 자폐가 질적으로 다른 것일 가능성이다.

역치 모형이 말해주는 것과 말해주지 않는 것

역치 모형은 유전적 부담과 표현형 사이의 관계를 개념화하는 데 유용한 틀이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이 모형은 유전적 부담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어떤 생물학적 경로를 통해 뇌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컵에 물이 차오른다는 비유에서, 물의 성분이 무엇인지는 다루지 않는 것이다. 물이 일반 변이 수천 개의 합산인지, 희귀 신생변이 하나인지, 또는 둘의 조합인지에 따라 생물학적 기전이 다를 수 있고, 따라서 치료적 접근도 달라야 할 수 있다.

또한 Dougherty et al. (2022) 연구가 보여주었듯이, 역치 모형의 일부 예측은 경험적으로 일관되게 지지되지 않는다. 이것은 모형이 틀렸다기보다는, 현실이 모형보다 더 복잡하다는 뜻일 가능성이 높다. 유전적 부담이 성별에 따라 다른 역치를 가진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유전적 부담의 구성 자체가 성별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성별 특이적 유전 구조), 유전 변이의 효과가 성별에 따라 다를 수 있다(유전자-성별 상호작용). 이러한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큰 코호트에서의 성별 층화 분석과, 분자 수준에서의 성별 특이적 기전 연구가 필요하다.

다음 장에서는 자폐스펙트럼장애와 함께 나타나는 동반 질환들, 특히 지적장애, 뇌전증, ADHD의 유전적 기반을 살펴본다.

References

Dougherty, J. D., Marrus, N., Maloney, S. E., et al. (2022). Can the “female protective effect” liability threshold model explain sex differences in autism spectrum disorder? Neuron, 110(20), 3243-3262. doi:10.1016/j.neuron.2022.06.020

Jacquemont, S., Coe, B. P., Hersch, M., et al. (2014). A higher mutational burden in females supports a “female protective model” in neurodevelopmental disorders.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 94(3), 415-425. doi:10.1016/j.ajhg.2014.02.001

Reichenberg, A., Cederlöf, M., McMillan, A., Trzaskowski, M., Kapara, O., Fruchter, E., … & Lichtenstein, P. (2016). Discontinuity in the genetic and environmental causes of the intellectual disability spectrum.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3(4), 1098-1103. doi:10.1073/pnas.1508093113

Weiner, D. J., Wigdor, E. M., Ripke, S., Walters, R. K., Kosmicki, J. A., Grove, J., … & Robinson, E. B. (2017). Polygenic transmission disequilibrium confirms that common and rare variation act additively to create risk for autism spectrum disorders. Nature Genetics, 49(7), 978-985. doi:10.1038/ng.3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