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8. 유전적 이질성이라는 수수께끼

Part 3에서 우리는 자폐스펙트럼장애에 기여하는 유전 변이의 종류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신생 구조 변이, 신생 코딩 변이, 유전되는 희귀 변이, 일반 변이의 양적유전 구조, 비코딩 변이, 반복 서열 확장, 열성 변이까지. 이 다양한 유전 변이들을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면, 하나의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왜 이렇게 많은 종류의, 이렇게 많은 수의, 이렇게 서로 다른 유전 변이들이 모두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하나의 진단으로 귀결되는가?

이 질문의 규모를 실감하기 위해 숫자를 떠올려보자. 현재까지 확인된 자폐 위험 유전자는 185개이고, 전체 수는 약 1,000개로 추정된다. 여기에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구조 변이 좌위가 수십 개 더해지고, 비코딩 영역의 조절 변이와 양적유전 위험까지 합치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유전적 원인은 문자 그대로 수천 가지에 달한다. Betancur (2011) 연구는 이미 2010년 시점에서 자폐와 연관된 유전자 103개와 반복 유전체 불균형 좌위 44개를 목록화하면서, 자폐가 하나의 질환이 아니라 수백 개의 서로 다른 유전적 조건이 행동 수준에서 겹쳐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점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진단은 하나의 생물학적 실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실체를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놓은 우산(umbrella) 범주다.

이 유전적 이질성은 자폐 연구의 근본적인 도전이다. 만약 자폐스펙트럼장애가 단일 유전적 원인을 가진 단일 질환이었다면, 그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치료를 개발하는 경로가 비교적 단순했을 것이다.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이 CFTR 유전자의 변이로 발생하고, 그 유전자의 기능을 보완하는 약물이 개발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는 1,000개의 서로 다른 유전자가 관여하는 1,000가지의 서로 다른 조건이 하나의 이름 아래에 있는 것이라면, 하나의 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효과를 보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이질성 속의 구조

그러나 이질성이 완전한 무질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Part 3에서 이미 보았듯이, 수백 개의 서로 다른 유전자에서 변이가 발견되지만 그 유전자들이 하는 일을 추적해보면 소수의 생물학적 경로, 시냅스 기능, 전사 조절, 크로마틴 리모델링으로 수렴한다. 이것은 유전적 이질성 속에 생물학적 수렴이 존재한다는 뜻이며, Part 5에서 이 수렴을 본격적으로 다룰 것이다. 하지만 수렴이 있다고 해서 이질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시냅스 경로 안에서도 SHANK3의 변이와 SYNGAP1의 변이는 서로 다른 분자적 기전으로 작용하고, 그에 따라 표현형도 미묘하게 다를 수 있다.

Geschwind and State (2015) 연구는 이 상황을 “극단적 유전적 이질성(extreme genetic heterogeneity)” 속에서의 “수렴적 생물학(convergent biology)“이라는 틀로 정리한다. 유전적 원인은 수백, 수천 가지이지만 그것들이 교란하는 생물학적 과정은 소수로 수렴하고, 그 수렴 지점에서 치료적 개입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논리다. 이것은 유전적 이질성이라는 수수께끼에 대한 현재 가장 유력한 답이다. 하지만 이 답이 완전한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수렴이 어느 수준에서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 수렴이 실질적으로 치료 표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Part 5와 Part 7에서 더 깊이 다루게 된다.

이질성의 또 다른 측면은 같은 유전 변이를 가져도 표현형이 다르다는 것이다. 16p11.2 결실을 가진 사람들 중 일부는 자폐스펙트럼장애로 진단받고, 일부는 지적장애만 보이며, 일부는 정상 범위의 인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CHD8 유전자의 기능 상실 변이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폐의 심각도, 지적장애의 동반 여부, 거대두증의 유무가 다양하다. 이것을 가변적 표현도(variable expressivity)라고 부른다. 같은 유전 변이가 있어도 그 표현형이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양적유전 배경(polygenic background), 즉 그 사람이 가진 수천 개의 일반 변이의 합산이 한 가지 원인이고, 환경적 요인, 후성유전적 차이, 그리고 발달 과정의 확률적 요소(stochasticity)도 기여할 수 있다.

이 장에서 던진 질문, 왜 그토록 많은 유전 변이가 자폐라는 하나의 결과로 수렴하는가, 그리고 같은 유전 변이가 왜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가는, 이 책의 나머지 부분을 관통하는 핵심 질문이다. 다음 장에서는 유전적 이질성의 다른 쪽 면, 즉 표현형의 이질성을 살펴보면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보다 의미 있는 하위 집단으로 나누려는 시도들을 다룬다.

References

Betancur, C. (2011). Etiological heterogeneity in autism spectrum disorders: More than 100 genetic and genomic disorders and still counting. Brain Research, 1380, 42-77. doi:10.1016/j.brainres.2010.11.078

Geschwind, D. H., & State, M. W. (2015). Gene hunting in autism spectrum disorder: On the path to precision medicine. The Lancet Neurology, 14(11), 1109-1120. doi:10.1016/S1474-4422(15)000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