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3에서는 자폐스펙트럼장애에 기여하는 유전 변이의 종류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신생 구조 변이, 신생 코딩 변이, 유전되는 희귀 변이, 일반 변이의 양적유전 구조, 비코딩 변이, 반복 서열 확장, 열성 변이까지. 이 다양한 유전 변이를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면, 하나의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왜 이렇게 많은 종류의, 이렇게 많은 수의, 이렇게 서로 다른 유전 변이들이 모두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하나의 진단으로 귀결되는가?
이 질문의 규모를 실감하려면 숫자를 떠올려보면 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자폐 위험 유전자는 185개이고, 전체 수는 약 1,000개로 추정된다. 여기에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구조 변이 좌위가 수십 개 더해지고, 비코딩 영역의 조절 변이와 양적유전 위험까지 합치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유전적 원인은 문자 그대로 수천 가지에 이른다. Betancur (2011) 연구는 이미 2010년 시점에서 자폐와 연관된 유전자 103개와 반복 유전체 불균형 좌위 44개를 목록화하면서, 자폐가 하나의 범주로만 설명되는 조건이 아니라 수백 개의 서로 다른 유전적 조건이 행동 수준에서 겹쳐 보이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진단은 하나의 생물학적 실체를 가리키지 않는다. 여러 실체를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놓은 우산(umbrella) 범주에 가깝다.
이 유전적 이질성은 자폐 연구의 근본 도전이다. 만약 자폐스펙트럼장애가 단일 유전적 원인을 가진 단일 질환이었다면, 그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치료를 개발하는 경로는 비교적 단순했을 것이다.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이 CFTR 유전자의 변이로 발생하고, 그 유전자의 기능을 보완하는 약물이 개발된 사례가 그렇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가 1,000개의 서로 다른 유전자가 관여하는 1,000가지의 서로 다른 조건을 하나의 이름 아래 묶은 것이라면, 하나의 치료가 모든 사례에 효과를 보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질성이 곧 무질서를 뜻하지는 않는다. 파트 3에서 이미 보았듯이, 수백 개의 서로 다른 유전자에서 변이가 발견되지만 그 유전자들이 하는 일을 추적해보면 소수의 생물학적 경로, 시냅스 기능, 전사 조절, 크로마틴 리모델링으로 수렴한다. 유전적 이질성 속에 생물학적 수렴이 자리하고 있다는 뜻이며, 파트 5에서 이 수렴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다만 수렴이 있다고 해서 이질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같은 시냅스 경로 안에서도 SHANK3의 변이와 SYNGAP1의 변이는 서로 다른 분자적 기전으로 작용하고, 그에 따라 표현형도 미묘하게 갈린다.
Geschwind and State (2015) 연구는 이 상황을 “극단적 유전적 이질성(extreme genetic heterogeneity)” 속에서의 “수렴적 생물학(convergent biology)“이라는 틀로 정리한다. 유전적 원인은 수백, 수천 가지이지만 그것들이 교란하는 생물학적 과정은 소수로 수렴하고, 그 수렴 지점에서 치료적 개입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논리다. 유전적 이질성이라는 수수께끼에 대한 현재 가장 유력한 답이라 할 만하다. 다만 이 답이 완전한지는 아직 알기 어렵다. 수렴이 어느 수준에서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 수렴이 실제 치료 표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파트 5와 파트 7에서 더 깊이 다룬다.
이질성은 또 다른 얼굴도 갖고 있다. 같은 유전 변이를 가져도 표현형이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16p11.2 결실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자폐스펙트럼장애로 진단받고, 일부는 지적장애만 보이며, 일부는 평균 범위의 인지 기능을 보인다. CHD8 유전자의 기능 상실 변이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폐의 정도, 지적장애의 동반 여부, 거대두증의 유무가 폭넓게 갈린다. 이를 가변적 표현도(variable expressivity)라고 부른다. 같은 유전 변이가 있어도 표현형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셈이다.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한 축은 양적유전 배경(polygenic background), 즉 그 사람이 가진 수천 개의 일반 변이의 합산이고, 환경 요인, 후성유전 차이, 발달 과정의 확률적 요소(stochasticity)도 함께 작동한다.
이 장에서 던진 질문, 왜 그토록 많은 유전 변이가 자폐라는 하나의 결과로 수렴하는가, 그리고 같은 유전 변이가 왜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가는, 이 책의 나머지 부분을 관통하는 핵심 질문이다.
유전적 이질성은 자폐 연구의 어려움이면서 동시에 사람마다 다른 지원을 정당화하는 근거다. 같은 진단명 안에 여러 유전 경로가 있다는 사실은 누군가가 더 전형적이거나 덜 전형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부모에게는 한 결과가 다른 가족의 결과와 다르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 필요하다. 당사자에게는 자신이 특정 유전자나 통계 범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교사와 임상가는 이질성을 이유로 손을 놓는 것이 아니라, 개별 프로필을 더 세밀하게 보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결국 이 장의 메시지는 하나의 원인이나 하나의 해결책을 기대하지 말자는 데 있다.
Betancur, C. (2011). Etiological heterogeneity in autism spectrum disorders: More than 100 genetic and genomic disorders and still counting. Brain Research, 1380, 42-77. doi:10.1016/j.brainres.2010.11.078
Geschwind, D. H., & State, M. W. (2015). Gene hunting in autism spectrum disorder: On the path to precision medicine. The Lancet Neurology, 14(11), 1109-1120. doi:10.1016/S1474-4422(15)000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