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장에서 다룬 공발현 네트워크 분석의 가장 큰 한계는 벌크 조직에서 수행된다는 것이었다. 조직을 갈아서 RNA를 추출하면 수백만 개의 서로 다른 세포의 신호가 섞여 나온다. 서울의 인구 구성을 알고 싶어서 서울 전체 주민의 평균 소득을 구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평균값은 틀린 숫자가 아니지만, 강남구와 관악구의 차이를 가려주지는 않는다. 뇌도 마찬가지다. 대뇌 피질에는 흥분성 뉴런, 억제성 뉴런, 성상세포, 미세아교세포, 희소돌기세포 등 수십 가지 세포 유형이 섞여 있다. 벌크 분석에서 특정 유전자의 발현이 자폐 환자에서 높게 나왔다 해도, 그것이 모든 세포에서 골고루 높은 것인지, 미세아교세포에서만 폭발적으로 높은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
단일 세포 RNA 시퀀싱(single-cell RNA sequencing, scRNA-seq)과 단일 핵 RNA 시퀀싱(single-nucleus RNA sequencing, snRNA-seq)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다. 개별 세포(또는 핵) 하나하나의 유전자 발현을 따로 측정하여, 어떤 유전자가 어떤 세포 유형에서 발현되는지를 구분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자폐 연구에 적용되면서, 벌크 분석에서는 보이지 않던 세포 유형 수준의 수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폐 위험 유전자들이 뇌의 어떤 세포 유형에서 주로 발현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뇌 세포 유형의 지도(아틀라스)이고, 다른 하나는 자폐 위험 유전자 목록이다. 뇌 세포 아틀라스는 NIH BRAIN Initiative와 BICCN(Brain Initiative Cell Census Network)을 통해 구축되었고, 인간 뇌에 3,000종 이상의 세포 유형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자폐 위험 유전자 목록은 Part 3에서 다룬 Satterstrom et al. (2020) 연구의 102개 유전자와 Fu et al. (2022) 연구의 185개 유전자를 사용한다.
이 두 정보를 겹쳐보면, 자폐 위험 유전자가 특정 세포 유형의 조절 요소에서 유의하게 많이 발현된다는 것이 관찰된다. Satterstrom et al. (2020) 연구는 102개의 자폐 위험 유전자가 발달 중인 피질의 흥분성 뉴런 계통과 억제성 뉴런 계통 모두에서 발현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자폐가 특정 한 가지 세포 유형만의 문제가 아니라, 뉴런 전반의 발달과 기능에 관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흥분성 뉴런”이라는 범주 안에도 수십 가지의 하위 유형이 있고, 자폐 위험 유전자가 이 하위 유형들에서 균일하게 발현되는 것이 아니다. Chapter 26에서 다룬 Willsey et al. (2013) 연구가 깊은 층(layer 5/6)의 투사 뉴런에서 공발현 수렴을 발견한 것이나, Chapter 16에서 다룬 Kim et al. (2024) STR 연구가 피질 2/3층의 특정 흥분성 뉴런(CUX2라는 유전자를 발현하는 뉴런)에서 반복 서열 확장의 수렴을 발견한 것은, 자폐의 세포 유형 특이성이 단순히 “뉴런”이 아니라 특정 피질 층과 하위 유형에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위에서 다룬 분석은 자폐 위험 유전자가 어떤 세포에서 발현되는지를 간접적으로 추론하는 것이다. 실제로 자폐 환자의 뇌 세포에서 무엇이 달라져 있는지를 직접 관찰하려면, 자폐 환자의 사후 뇌에서 단일 세포 시퀀싱을 수행해야 한다. Wamsley et al. (2024) 연구는 바로 이것을 했다. 33명의 자폐 환자와 30명의 대조군의 전두엽 피질에서 591,000개의 단일 핵 전사체를 분석하여, 35개의 세포 유형을 구분하고 각 세포 유형에서 자폐와 연관된 유전자 발현 변화를 확인했다.
결과에서 몇 가지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첫째, 세포 유형의 구성 비율은 대부분 자폐와 대조군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활성화된 미세아교세포(activated microglia)와 반응성 성상세포(reactive astrocyte)의 비율이 자폐 환자에서 유의하게 증가해 있었다. 미세아교세포는 뇌의 면역 세포로, 정상 상태에서는 뇌 환경을 감시하다가 손상이나 감염이 발생하면 활성화되어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성상세포가 반응성 상태로 바뀌는 것도 뇌의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다. 이 교세포의 변화가 자폐의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Voineagu et al. (2011) 연구에서 벌크 수준으로 관찰된 면역-교세포 모듈의 상향 조절이 단일 세포 수준에서 구체적인 세포 유형(활성화 미세아교세포, 반응성 성상세포)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 뉴런 중에서 가장 큰 전사체 변화를 보인 것은 2/3층의 투사 뉴런(callosal projection neuron)이었다. 이 뉴런에서 시냅스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감소하고 스트레스/염증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해 있었다. 셋째,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유전자 간의 조절 관계를 재구축한 결과(어떤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켜고 끄는지를 추적하는 분석), IRF8이라는 전사 조절 인자가 교세포의 반응성을, CUX1이라는 전사 조절 인자가 뉴런의 정체성을 조절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이 두 전사 조절 인자가 조절하는 유전자들은 자폐의 GWAS 신호 및 신생변이와 유의하게 겹쳤다.
이 발견은 유전 변이(원인)와 전사체 변화(결과) 사이의 연결을 보여준다. 자폐 위험 유전자의 변이가 전사 조절 네트워크를 교란하고, 그 교란이 특정 세포 유형에서 특정 방향(시냅스 감소, 교세포 반응 증가)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벌크 전사체에서 모호하게 보였던 두 모듈(뉴런 감소, 면역 증가)이 단일 세포 해상도에서 비로소 구체적인 세포 유형과 연결되었다.
Part 5를 마무리하면서, 지금까지 다룬 수렴을 정리해보자. 수렴은 여러 층위에서 존재한다. 가장 넓은 수준에서, 수백 개의 유전자가 세 가지 생물학적 경로로 모인다(경로 수렴). 그다음, 이 경로들의 교차점에서 전사 조절 인자들이 같은 유전체 위치를 공유하며 같은 하류 유전자를 조절한다(조절 수렴). 이 수렴은 뇌 발달의 특정 시점(태아 중기)과 특정 세포 유형(깊은 층 투사 뉴런, 2/3층 투사 뉴런, 교세포)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시공간 수렴). 그리고 실제 자폐 환자의 뇌 세포에서 관찰되는 유전자 발현 변화가 유전적 위험과 일치하는 패턴을 보인다(유전-전사체 수렴).
이 수렴은 자폐 유전학이 유전적 이질성이라는 벽 앞에서 멈추지 않고 전진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원리다. 유전적 원인이 1,000가지라 하더라도, 그것들이 교란하는 생물학적 과정은 소수로 수렴하며, 그 수렴 지점에서 자폐의 기전을 이해하고 치료 표적을 찾을 가능성이 열린다. Part 6에서는 이 유전자들의 기능을 실험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방법들, 사후 뇌 분석, 오가노이드, CRISPR 스크리닝, 모체 면역 활성화 모델을 살펴본다.
References
Fu, J. M., Satterstrom, F. K., Peng, M., Brand, H., Collins, R. L., Dong, S., … & Talkowski, M. E. (2022). Rare coding variation provides insight into the genetic architecture and phenotypic context of autism. Nature Genetics, 54(9), 1320-1331. doi:10.1038/s41588-022-01104-0
Kim, J. H., Koh, I. G., Lee, H., & An, J.-Y. (2024). Short tandem repeat expansions in cortical layer-specific genes implicate in phenotypic severity and adaptability of autism spectrum disorder. 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s, 78(10), 598-607. doi:10.1111/pcn.13676
Satterstrom, F. K., Kosmicki, J. A., Wang, J., Breen, M. S., De Rubeis, S., An, J.-Y., … & Buxbaum, J. D. (2020). Large-scale exome sequencing study implicates both developmental and functional changes in the neurobiology of autism. Cell, 180(3), 568-584. doi:10.1016/j.cell.2019.12.036
Voineagu, I., Wang, X., Johnston, P., Lowe, J. K., Tian, Y., Horvath, S., … & Geschwind, D. H. (2011). Transcriptomic analysis of autistic brain reveals convergent molecular pathology. Nature, 474(7351), 380-384. doi:10.1038/nature10110
Wamsley, B., Bicks, L., Cheng, Y., et al. (2024). Molecular cascades and cell type-specific signatures in ASD revealed by single-cell genomics. Science, 384(6698), eadh2602. doi:10.1126/science.adh2602
Willsey, A. J., Sanders, S. J., Li, M., Dong, S., Tebbenkamp, A. T., Muhle, R. A., … & State, M. W. (2013). Coexpression networks implicate human midfetal deep cortical projection neurons in the pathogenesis of autism. Cell, 155(5), 997-1007. doi:10.1016/j.cell.2013.1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