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9. 사후 뇌의 전사체가 말해주는 것

Part 5에서 우리는 자폐 위험 유전자들이 세 가지 경로로 수렴하고, 뇌 발달의 특정 시점과 세포 유형에서 공발현한다는 것을 보았다. 이 발견들은 주로 유전학(어떤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가)과 정상 뇌 발달 전사체(그 유전자가 언제 어디서 발현되는가)를 결합한 간접적 추론에 기반한 것이었다. 이 장에서 시작하는 Part 6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증거를 살펴본다. 자폐 환자의 뇌에서 실제로 무엇이 달라져 있는가? 동물 모델과 오가노이드에서 자폐 관련 유전자를 교란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면역 체계가 뇌 발달에 어떻게 개입하는가?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첫 번째 도구가 사후 뇌의 전사체 분석이다.

사후 뇌 조직의 전사체 분석이란 어떤 과정인지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사체(transcriptome)란 특정 시점에 특정 세포나 조직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모든 RNA의 총체를 말한다. DNA가 도서관의 전체 장서라면, 전사체는 그 순간 도서관에서 열람 중인 책들의 목록이다. 어떤 유전자가 활발하게 읽히고 있는지, 반대로 어떤 유전자는 거의 열람되지 않는지를 알 수 있다. 뇌의 경우, 동일한 DNA를 가진 세포들이라도 뉴런, 교세포, 내피세포마다 전혀 다른 유전자 조합을 발현하고 있으며, 이 발현 패턴이 세포의 정체성과 기능을 결정한다. 자폐를 가진 사람의 뇌에서 어떤 유전자의 발현이 일반적 범위와 다르게 높거나 낮은지를 측정함으로써, 우리는 유전자 변이의 결과가 뇌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다.

사후 뇌 분석이 이루어지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 사망 후 뇌를 기증하면, 연구자들은 신선한 상태에서 뇌를 분리하고 관심 있는 부위의 조직을 채취한다. 이 조직에서 RNA를 추출하여 시퀀싱하면, 그 조직에서 어떤 유전자가 얼마나 발현되어 있었는지를 수만 개의 유전자에 대해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자폐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의 뇌 조직과 비교하면, 어떤 유전자의 발현이 자폐에서 증가 또는 감소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과정은 마치 두 공장의 생산 일지를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떤 품목이 더 많이 생산되고 있고, 어떤 품목의 생산이 줄어들었는지를 비교함으로써 두 공장의 운영 방식이 어디서 다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비유에서 공장은 뇌 조직이고, 품목은 단백질을 만드는 데 쓰이는 RNA다.

전사체 연구가 단순한 유전자 목록 작성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공발현 분석 때문이다. 공발현 분석이란 여러 유전자들이 어떻게 함께 증가하거나 감소하는지, 즉 표현 패턴이 서로 연동되어 있는 유전자들의 묶음을 찾아내는 것이다. 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는 유전자들은 보통 같은 생물학적 과정에 참여하거나, 같은 세포 유형에서 주로 발현된다. 이를 공발현 모듈(co-expression module)이라 한다.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함께 연주하는 악기 섹션처럼, 특정 세포의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들은 함께 올라가거나 함께 내려가는 경향이 있다. 이 공발현 패턴을 추적하면 수만 개의 유전자를 의미 있는 몇 개의 묶음으로 정리하고, 그 묶음이 어떤 생물학과 연결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Chapter 27에서 이미 Voineagu et al. (2011) 연구의 핵심 발견을 다루었다. 19명의 자폐 환자와 17명의 대조군의 대뇌 피질에서 유전자 발현을 비교한 이 연구는 두 개의 핵심 공발현 모듈을 발견했다. 뉴런-시냅스 모듈(자폐에서 감소)과 면역-교세포 모듈(자폐에서 증가)이었다. 뉴런-시냅스 모듈은 자폐의 유전적 위험(GWAS 신호)과 겹쳤지만, 면역-교세포 모듈은 유전적 위험과 겹치지 않았다. 이 비대칭은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면역-교세포 활성의 증가가 자폐의 유전적 원인에 의한 일차적 결과인가, 아니면 뉴런의 교란에 대한 이차적 반응인가, 또는 환경적 요인(예: 태아기 감염)에 의한 독립적 기여인가? 이 질문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Part 6의 후반부에서 다시 다루게 될 것이다.

또한 Voineagu et al. (2011) 연구는 전두엽과 측두엽 사이에서 정상적으로 존재해야 할 유전자 발현 차이, 즉 뇌 영역별 특이성이 자폐 뇌에서 감소되어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정상적인 뇌에서 전두엽과 측두엽은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고, 그 기능 차이는 다르게 발현되는 유전자들에 의해 뒷받침된다. 그런데 자폐를 가진 사람의 뇌에서는 이 두 영역의 발현 패턴이 서로 더 닮아 있었다. 이것은 뇌의 기능적 분화가 자폐에서 약화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며, 사회적 인지나 언어 처리 같은 고차원적 기능이 특정 영역에 집중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영역별 분화의 손실이라는 이 발견은 행동 관찰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인지적 특성들과 연결 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분자 수준의 단서다.

Voineagu의 발견 이후, 규모를 크게 키운 Parikshak et al. (2016) 연구는 48명의 자폐 환자와 49명의 대조군, 총 251개 시료를 분석했다. 유전자 발현 변화뿐 아니라 대체 스플라이싱(alternative splicing)의 변화도 체계적으로 측정한 것이 이 연구의 차별점이었다. 대체 스플라이싱이란 하나의 유전자에서 서로 다른 버전의 단백질이 만들어질 수 있는 과정인데, 어떤 부분을 포함시키고 어떤 부분을 건너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분석 결과, 자폐 뇌의 대뇌 피질에서 833개 유전자에 걸쳐 1,127개의 스플라이싱 변화가 관찰되었다. 이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인자로 RBFOX1이라는 RNA 결합 단백질이 확인되었는데, RBFOX1의 발현이 자폐 피질에서 유의하게 감소해 있었다. RBFOX1은 뉴런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단백질로, 시냅스 관련 유전자들의 스플라이싱을 조절한다.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발현되더라도 스플라이싱이 교란되면 예상과 다른 단백질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폐의 분자적 이상이 유전자 발현 수준뿐 아니라 RNA 처리 수준에서도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 발견이었다.

Gandal et al. (2018) 연구는 이 질문을 더 넓은 맥락에서 다루었다. 다섯 가지 정신 질환의 사후 뇌 700개 시료를 분석하여, 성상세포 관련 유전자의 상향 조절이 자폐뿐 아니라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에서도 관찰되는 교차 질환 현상임을 보여주었다. 성상세포(astrocyte)란 뇌에서 뉴런에게 영양과 지지를 제공하고, 신경전달물질을 재흡수하며, 신호 전달의 미세한 조율을 돕는 세포다. 이 세포들의 유전자 발현이 여러 정신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변한다는 것은, 뉴런 기능의 교란에 대한 교세포의 반응이 질환을 막론하고 나타나는 공통적인 뇌의 스트레스 반응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자폐가 다섯 질환 중 가장 큰 전사체 변화를 보인다는 것도 발견했다. 이것은 자폐에서 뇌의 분자적 교란이 다른 정신 질환보다 광범위하고 일찍 시작되었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Gandal et al. (2018) 연구는 또한 전사체의 변화 패턴이 GWAS에서 도출된 유전적 상관관계 패턴과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이는 유전학 수준의 발견과 분자 수준의 발견이 서로를 지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Chapter 28에서 다룬 Wamsley et al. (2024) 연구는 단일 세포 해상도에서 이 변화가 활성화 미세아교세포, 반응성 성상세포, 2/3층 투사 뉴런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남을 보여주었다. 단일 세포 RNA 시퀀싱은 조직 전체의 평균적인 발현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의 발현을 따로 측정하는 기술이다. 마치 합창단 전체의 소리를 녹음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단원의 목소리를 따로 녹음하여 누가 박자를 틀렸는지, 누가 음이탈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과 같다. 이 기술 덕분에 자폐 뇌에서 “어떤 유전자가 달라져 있다”는 수준을 넘어 “어떤 세포 유형이 어떻게 달라져 있다”는 더 정밀한 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2/3층 투사 뉴런은 피질 영역 간의 장거리 소통을 담당하는 세포이고, 이 세포들에서의 유전자 발현 변화는 자폐에서 관찰되는 피질 간 연결의 이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사후 뇌 전사체 분석의 가장 큰 한계는 인과관계를 확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폐를 가지고 수십 년을 살아온 뇌에서 관찰되는 유전자 발현 변화가, 자폐의 원인을 반영하는 것인지 자폐의 결과를 반영하는 것인지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약물, 스트레스, 수면 패턴, 식이 등 수십 년간의 경험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폐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항정신병 약물, 항경련제, 항우울제 등을 복용하는데, 이 약물들이 뇌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바꿀 수 있다. 또한 사후 조직은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을 때의 상태가 아니라,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이후의 상태를 반영하므로, 포르말린 고정 시간, 사후 경과 시간, 냉동 보존 방식 등 기술적 요인들이 측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다른 중요한 한계는 표본 수의 제약이다. 뇌를 기증하는 사람의 수는 제한적이며, 자폐스펙트럼장애의 극심한 이질성을 감안할 때 수십 명의 뇌 시료만으로는 자폐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자폐의 유전적 원인이 수백 가지이고 각기 다른 분자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평균적인 비교에서 나타나는 신호는 실제보다 희석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현재까지의 사후 뇌 연구는 대부분 아동기와 성인기의 뇌를 분석한 것인데, 자폐의 유전적 위험 유전자들은 태아기 전반부의 뇌 발달에 가장 강하게 작동한다. 태아기의 뇌 조직을 얻는 것은 성인 뇌보다 훨씬 더 어렵기 때문에, 가장 결정적인 시기의 직접적인 증거가 가장 얻기 어려운 증거이기도 하다.

이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인과관계를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모델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음 장에서 다루는 뇌 오가노이드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오가노이드는 태아기 뇌 발달의 초기 단계를 접시 위에서 재현하고, 특정 유전자를 교란했을 때의 인과적 결과를 직접 관찰할 수 있게 해준다. 사후 뇌 전사체가 “자폐 뇌에서 무엇이 달라져 있는가”를 보여준다면, 오가노이드는 “특정 유전자의 교란이 이 변화를 직접 만들어내는가”를 검증한다. 두 접근은 서로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자폐의 분자적 기전을 이해하는 데 함께 기여하고 있다.

References

Gandal, M. J., Haney, J. R., Parikshak, N. N., Leppa, V., Ramaswami, G., Hartl, C., … & Geschwind, D. H. (2018). Shared molecular neuropathology across major psychiatric disorders parallels polygenic overlap. Science, 359(6376), 693-697. doi:10.1126/science.aad6469

Parikshak, N. N., Swarup, V., Belgard, T. G., Irimia, M., Ramaswami, G., Gandal, M. J., … & Geschwind, D. H. (2016). Genome-wide changes in lncRNA, splicing, and regional gene expression patterns in autism. Nature, 540(7633), 423-427. doi:10.1038/nature20612

Voineagu, I., Wang, X., Johnston, P., Lowe, J. K., Tian, Y., Horvath, S., … & Geschwind, D. H. (2011). Transcriptomic analysis of autistic brain reveals convergent molecular pathology. Nature, 474(7351), 380-384. doi:10.1038/nature10110

Wamsley, B., Bicks, L., Cheng, Y., et al. (2024). Molecular cascades and cell type-specific signatures in ASD revealed by single-cell genomics. Science, 384(6698), eadh2602. doi:10.1126/science.adh2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