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2. 유전되는 희귀 변이

앞의 두 장에서 다룬 신생변이는 부모에게 없던 것이 자녀에게서 새로 생긴 변이다. 부모와 자녀의 유전체를 비교하면 찾아낼 수 있고, 그 변이가 자폐에 기여하는 것인지를 판단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하지만 한 사람이 가진 400~500만 개의 유전 변이 중 신생변이는 60~80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99.98%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된 변이(inherited variant)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유전적 위험 중 신생변이가 인구 전체 수준에서 설명하는 비율은 약 2.6%에 불과하다는 Gaugler et al. (2014) 연구의 추정을 떠올려보자. 나머지 위험은 어디에 있는가? 상당 부분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변이에 있다.

유전된 변이를 연구하는 것이 신생변이보다 어려운 이유를 일상적인 상황에 비유해보겠다. 도서관에서 오탈자를 찾는다고 생각해보자. 새로 인쇄된 책에만 있고 원판에는 없는 오탈자는 찾기 쉽다. 원판과 새 책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된다. 이것이 신생변이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원판에도 이미 있는 오탈자 중에서 어떤 것이 의미 있고 어떤 것이 무해한지를 가려내는 것은 훨씬 어렵다. 모든 사람의 유전체에는 400만 개 이상의 유전 변이가 있고, 그 대부분은 건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무해한 변이들의 바다에서 자폐에 기여하는 변이를 골라내는 것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일이다. 게다가 유전된 변이의 개별 효과는 신생변이보다 작은 경우가 많다. 신생변이가 유전자를 완전히 파괴하는 경우가 흔한 반면, 유전된 변이는 유전자의 기능을 약간만 손상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효과가 큰 유전된 변이는 자연 선택에 의해 인구에서 빠르게 제거되므로, 인구에 남아 있는 유전된 변이는 효과가 작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심플렉스 가족에서의 증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된 희귀 변이가 자폐에 기여한다는 증거는 축적되어왔다. Krumm et al. (2015) 연구는 SSC의 2,270개 4인 가족 가족에서 희귀 유전된 단백질 절단 변이(protein-truncating variant, PTV)의 부담을 분석했다. PTV란 앞 장에서 설명한 기능 상실 변이의 한 종류로, 단백질 합성을 조기에 중단시키는 넌센스 변이나 읽기 틀 이동 변이를 포함한다. 인구에서 드물게 관찰되는(빈도 1% 미만) PTV만을 대상으로, 자폐 환자와 영향받지 않은 형제 사이의 부담을 비교한 결과, 자폐 환자에서 유의하게 많은 희귀 유전된 PTV가 관찰되었다.

특히 이 과잉 부담은 이미 신생변이에 의해 자폐 위험 유전자로 확인된 유전자들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 다시 말해, 신생변이와 유전된 변이가 같은 유전자 세트에 수렴하고 있었다. 어떤 유전자가 신생변이에 의해 자폐와 연관된다면, 같은 유전자의 유전된 변이도 자폐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자연스럽다. 유전자의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유전자를 파괴하는 변이가 자폐를 일으키는 것이라면, 그 변이가 새로 생긴 것이든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든 결과는 같을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부모가 그 변이를 가지고도 자폐가 아니었다면 그 변이의 침투도(penetrance), 즉 변이가 있을 때 실제로 표현형이 나타나는 확률이 100%가 아니라는 뜻이 된다.

이 연구에서 또 하나 주목할 발견은 성차였다. 자폐를 가진 여성에게서 유전된 PTV의 부담이 남성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Part 1에서 다룬 여성 보호 효과와 일치하는 결과다. 여성이 자폐 표현형에 이르기 위해서는 남성보다 더 큰 유전적 부담이 필요하고, 따라서 자폐로 진단된 여성은 남성보다 더 많은 위험 변이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데, 실제로 유전된 PTV 부담에서 그 차이가 관찰된 것이다. 또한 어머니로부터의 PTV 전달이 아버지로부터의 전달보다 약간 높은 경향이 있어, 어머니가 자신은 영향받지 않으면서 자녀에게 위험 변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어머니 자신에게는 여성 보호 효과가 작동하여 자폐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 변이가 아들에게 전달되면 보호 효과 없이 자폐 표현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멀티플렉스 가족이 보여주는 것

유전되는 변이의 역할을 연구하기에 심플렉스 가족보다 더 적합한 설계가 있다. 한 가족에서 두 명 이상의 자녀가 자폐를 가진 멀티플렉스 가족이다. 여러 자녀가 자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모가 가진 유전적 위험 요인이 자녀에게 전달되고 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모든 자폐 자녀에게 전달되었지만 영향받지 않은 자녀에게는 전달되지 않은 변이를 찾으면, 그것이 자폐에 기여하는 유전된 변이의 후보가 된다.

Ruzzo et al. (2019) 연구는 AGRE 코호트에서 493개 멀티플렉스 가족(2,308명)의 전장 유전체 시퀀싱을 수행하여, 69개의 자폐 위험 유전자를 확인했다. 이 중 16개는 이전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유전자였고, 대부분 희귀 유전된 변이에 의해 지지되었다. 심플렉스 코호트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유전자들이 멀티플렉스 코호트에서 비로소 드러난 것이다. 코호트의 설계가 발견의 범위를 결정한다는 원칙이 여기서 다시 확인된다.

흥미로운 것은 유전된 위험 변이와 신생변이가 관여하는 생물학적 경로가 부분적으로 달랐다는 점이다. 앞 장에서 신생변이가 크로마틴 리모델링 경로에서 가장 강한 신호를 보였다면, 유전된 변이는 세포골격 조직과 이온 수송 경로에서 더 두드러졌다. 그러나 두 종류의 변이가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을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네트워크 위에 놓아보면, 같은 네트워크 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비유하자면, 신생변이는 건물의 전기 시스템을 공격하고 유전된 변이는 배관 시스템을 공격하지만, 둘 다 같은 건물의 기능을 교란하는 것이다. 이 연구는 또한 NR3C2라는 유전자의 프로모터 결실이 여러 가족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것을 발견하고, 제브라피시(zebrafish) 모델에서 이 유전자의 기능 상실이 수면 패턴과 사회적 행동을 교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프로모터란 유전자 바로 앞에 위치하여 유전자의 발현을 시작시키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영역인데, 이 스위치가 결실되면 유전자 자체는 멀쩡하지만 켜지지 않게 된다. 유전자가 고장난 것이 아니라 전원 버튼이 없어진 셈이다.

가장 큰 규모의 통합 분석인 Zhou et al. (2022) 연구는 42,607명의 자폐 환자를 포함한 데이터에서, 유전된 기능 상실 변이가 환자에게 유의하게 더 많이 전달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비대칭이 드러났다. 이미 알려진 자폐/신경발달장애 유전자가 신생변이 부담의 약 2/3를 설명하는 반면, 유전된 변이의 과잉 전달 신호는 약 20%만 설명했다. 나머지 80%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유전된 위험 유전자에서 오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 연구에서 NAV3가 유전된 기능 상실 변이를 통해 확인된 새로운 자폐 위험 유전자로 보고되었는데, 상대 위험도가 약 4배로 중간 수준의 효과를 가졌다. 유전된 위험 유전자의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신생변이 유전자의 변이를 가진 사람들보다 인지 장애가 덜한 경향을 보였다. 이것은 유전된 변이가 신생변이보다 효과가 작고, 따라서 표현형이 덜 심각할 수 있다는 예측과 일치한다.

유전되는 희귀 변이의 기여를 이해하는 것은 자폐의 유전적 구조를 완성하는 데 필수적이다. 신생변이가 심플렉스 자폐의 약 10~30%를 설명한다면, 유전된 희귀 변이는 특히 멀티플렉스 가족에서 추가적인 위험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 두 종류의 희귀 변이를 합쳐도 자폐의 유전적 위험 전체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나머지는 인구에서 흔하게 관찰되는 일반 변이의 합산에 있으며, 다음 장에서 이 양적유전 구조를 살펴본다.

References

Gaugler, T., Klei, L., Sanders, S. J., Bodea, C. A., Goldberg, A. P., Lee, A. B., … & Buxbaum, J. D. (2014). Most genetic risk for autism resides with common variation. Nature Genetics, 46(8), 881-885. doi:10.1038/ng.3039

Krumm, N., Turner, T. N., Baker, C., Vives, L., Mohajeri, K., Witherspoon, K., … & Eichler, E. E. (2015). Excess of rare, inherited truncating mutations in autism. Nature Genetics, 47(6), 582-588. doi:10.1038/ng.3303

Ruzzo, E. K., Pérez-Cano, L., Jung, J.-Y., Wang, L., Kashef-Haghighi, D., Hartl, C., … & Wall, D. P. (2019). Inherited and de novo genetic risk for autism impacts shared networks. Cell, 178(4), 850-866. doi:10.1016/j.cell.2019.07.015

Zhou, X., Feliciano, P., Shu, C., et al. (2022). Integrating de novo and inherited variants in 42,607 autism cases identifies mutations in new moderate-risk genes. Nature Genetics, 54(9), 1305-1319. doi:10.1038/s41588-022-011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