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 책은 주로 유전적 요인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유전율이 약 54%라는 것은, 나머지 약 46%가 비유전적 요인에 의해 설명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유전적 요인 중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어온 것이 임신 중 감염에 의한 모체 면역 활성화(maternal immune activation, MIA)다. 어머니가 임신 중에 감염을 경험하면, 그 면역 반응이 태아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설의 역학적 근거는 오래되었다. 임신 중 인플루엔자 감염이 자녀의 조현병 위험을 높인다는 관찰은 1960년대부터 보고되었고,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해서도 유사한 역학적 연관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역학적 연관만으로는 인과관계를 확립할 수 없다. 감염을 경험한 어머니가 가진 다른 특성(유전적 요인, 사회경제적 요인 등)이 교란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체 면역 활성화 연구가 결정적인 진전을 이룬 것은, 마우스 모델에서 구체적인 분자 경로가 밝혀지면서부터다.
이 분야의 전환점이 된 것은 2016년의 한 실험이었다(Choi et al. 2016). 임신한 마우스에게 폴리아이씨(poly(I:C))라는 합성 바이러스 유사 물질을 주사하여 감염을 모방하면, 태어난 새끼에게서 자폐와 유사한 행동(사회적 상호작용 감소, 반복 행동 증가)과 뇌 피질의 구조적 이상(국소적 피질 탈조직화)이 나타난다. 이 연구가 밝혀낸 핵심 경로는 이렇다. 어머니의 면역 반응에서 IL-6라는 사이토카인(면역 신호 분자)이 분비되고, 이 IL-6가 TH17이라는 특정 면역 세포의 분화를 촉진한다. TH17 세포는 IL-17a라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데, 이 IL-17a가 태반을 통과하여 태아의 뇌에 도달하면 피질 발달이 교란된다. 연구팀은 임신 중 항-IL-17a 항체를 투여하면 새끼의 뇌와 행동 이상이 예방된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반대로 IL-17a를 태아의 뇌에 직접 주입하면 어머니의 면역 활성화 없이도 같은 이상이 나타난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것은 IL-17a가 어머니의 면역 반응과 태아의 뇌 발달 사이의 필요하고 충분한 매개체임을 보여준다.
모체 면역 활성화의 기전에서 더 놀라운 발견은 장내 미생물(gut microbiome)의 개입이었다. Kim et al. (2017) 연구는 같은 폴리아이씨 모델을 사용하면서, 모체의 장내 미생물 구성이 새끼의 행동 이상 발생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TH17 세포를 유도하는 특정 공생 세균, 특히 분절 사상 세균(segmented filamentous bacteria, SFB)을 보유한 어머니의 새끼에서만 행동 이상이 나타났다. SFB가 없는 어머니에게 폴리아이씨를 주사해도 새끼에게 행동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SFB가 없는 어머니에게 SFB를 이식한 후 폴리아이씨를 주사하면 다시 행동 이상이 나타났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심오하다. 감염 자체가 태아의 뇌 발달을 교란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장에 특정 세균이 미리 자리잡고 있어야만 감염에 의한 면역 반응이 TH17/IL-17a 경로를 통해 태아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같은 감염을 겪어도 장내 미생물 구성에 따라 태아에 대한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인간에서도 TH17을 유도하는 세균(비피도박테리움 아돌레센티스, 부착성 대장균 등)이 존재하므로, 이 기전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 이야기는 한 단계 더 발전한다(Kim et al. 2022). 모체 면역 활성화 모델에서 태어난 새끼의 행동 이상(사회성 감소)은 태아기에 결정되어 출생 후 환경을 바꾸어도(정상 어머니에게 양육시키는 교차 양육 실험) 유지되지만, 면역 표현형(염증에 대한 과도한 반응)은 출생 후 어머니의 변화된 장내 미생물에 노출되는 것에 의해 별도로 프로그래밍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행동과 면역이라는 두 가지 결과가 각각 태아기와 신생아기에 독립적으로 결정되며, 둘 다 모체 IL-17a를 상위 원인으로 가진다.
모체 면역 활성화의 효과가 성별에 따라 다르다는 증거도 있다. Schwabenland et al. (2023) 연구는 출생 직후의 마우스에게 폴리아이씨를 투여하는 신생아 면역 활성화(neonatal immune challenge) 모델에서, 수컷 마우스에서만 미세아교세포의 전사체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사회적 행동과 기억 기능이 손상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암컷 마우스에서는 미세아교세포에서 단 3개의 유전자만 변화했고, 행동 이상도 관찰되지 않았다. 수컷에서 히스톤 변형(H3K9ac, H3K4me3)이 면역 관련 유전자 좌위에서 변화하고, T 세포 침투와 IFN-γ 신호가 증가하며, 미세아교세포의 식세포 작용(phagocytosis)이 증가하여 해마의 흥분성 시냅스가 손실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성별 차이는 Chapter 20에서 다룬 여성 보호 효과의 면역적 측면일 수 있다. 면역 자극에 대해 남성의 뇌가 더 강하게 반응한다면, 이것이 자폐의 남녀 비율(4:1)에 기여하는 한 가지 기전일 수 있다.
분자 수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모체 면역 활성화 모델에서 태아의 뇌에 소포체 스트레스(ER stress)가 발생한다는 것이 밝혀졌다(Kalish et al. 2021). 어머니의 IL-17a가 태아의 피질에서 PERK-eIF2α 인산화를 통한 통합 스트레스 반응(integrated stress response)을 유도하고, 이것이 번역(단백질 합성) 프로그램을 재편한다. 이 효과도 수컷 태아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모체 면역 활성화 연구는 자폐의 환경적 요인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이 연구들 대부분이 마우스 모델에서 수행되었다는 한계가 있다. 마우스에서 관찰되는 “자폐 유사 행동”이 인간의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얼마나 대응하는지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 또한 인간에서 임신 중 감염이 자폐 위험을 얼마나 높이는지, 그리고 IL-17a 경로가 인간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는 역학적으로는 시사하지만 직접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다음 장에서는 장내 미생물과 자폐의 관계를 더 넓은 맥락에서 다룬다.
References
Choi, G. B., Yim, Y. S., Wong, H., Kim, S., Kim, H., Kim, S. V., … & Huh, J. R. (2016). The maternal interleukin-17a pathway in mice promotes autism-like phenotypes in offspring. Science, 351(6276), 933-939. doi:10.1126/science.aad0314
Kalish, B. T., Kim, E., Finander, B., et al. (2021). Maternal immune activation in mice disrupts proteostasis in the fetal brain. Nature Neuroscience, 24(2), 204-213. doi:10.1038/s41593-020-00762-9
Kim, S., Kim, H., Yim, Y. S., Ha, S., Atarashi, K., Tan, T. G., … & Huh, J. R. (2017). Maternal gut bacteria promote neurodevelopmental abnormalities in mouse offspring. Nature, 549(7673), 528-532. doi:10.1038/nature23910
Kim, E., Paik, D., Ramirez, R. N., et al. (2022). Maternal gut bacteria drive intestinal inflammation in offspring with neurodevelopmental disorders by altering the chromatin landscape of CD4+ T cells. Immunity, 55(1), 145-158. doi:10.1016/j.immuni.2021.11.005
Kwon, H. K., Choi, G. B., & Huh, J. R. (2022). Maternal inflammation and its ramifications on fetal neurodevelopment. Trends in Immunology, 43(3), 230-244. doi:10.1016/j.it.2022.01.007
Schwabenland, M., Brück, W., Priller, J., et al. (2023). Neonatal immune challenge poses a sex-specific risk for epigenetic microglial reprogramming and behavioral impairment. Nature Communications, 14(1), 2721. doi:10.1038/s41467-023-383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