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 책은 자폐의 유전적 원인, 생물학적 기전, 치료 가능성을 다루어왔다. 이 연구들은 대부분 아동기에 진단받은 참여자들의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폐는 아동기에만 머무는 조건이 아니다. 자폐를 가진 아이는 자폐를 가진 성인이 된다. 진단을 받는 순간은 이야기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며, 진단 이후 수십 년에 걸친 삶의 질이 결국 자폐 연구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
자폐를 이야기하는 방식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증”, “경증”이라는 표현으로 자폐의 다양성을 구분하려 했지만, 이 구분은 자폐를 가진 사람의 관점에서 낙인적이고 부정확하다. 현재는 지원 필요도(support needs)에 따른 분류가 점차 자리잡고 있다. 많은 지원이 필요한 자폐(High Support Needs, HSN)는 일상생활, 의사소통, 의료적 관리에서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다. 파트 3에서 다룬 단백질 절단 신생변이를 가진 자폐인들이 이 범주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중간 수준의 지원이 필요한 자폐(Medium Support Needs, MSN)는 특정 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하지만 독립적 기능도 가능한 경우다. 적은 지원이 필요한 자폐(Low Support Needs, LSN)는 독립적 생활이 가능하지만 사회적 상황, 감각 환경, 정신건강 영역에서 지원이 도움이 되는 경우다. 이 범주에서는 신생변이보다 양적유전 요인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우울, 불안, ADHD 같은 공존질환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분류는 자폐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각 사람에게 필요한 지원의 종류와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성인 자폐에 대한 연구는 아동기 자폐 연구에 비해 현저히 부족했다. Happe and Frith (2020) 연구가 지적한 일곱 가지 개념적 전환 중 하나가 “아동기 질환에서 평생의 조건으로”의 전환이었지만, 이 전환이 연구 현장에서 실제로 이루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Roestorf et al. (2019) 연구는 50세 이상의 자폐 성인을 다룬 연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국제적으로 확인하면서, 이 연령대에서의 인지 변화, 건강 문제, 서비스 필요에 대한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폐를 가진 사람의 평균 수명, 노화 궤적, 치매 위험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극히 제한적이다.
이런 가운데, 자폐를 가진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를 실제로 추적한 종단 연구는 매우 드물지만 존재한다. Clarke and Lord (2024) 연구는 3세 이전에 처음 평가받은 자폐 및 발달 조건을 가진 아이들을 26세까지 추적해, 청소년기의 사회적 능력이 성인기의 결과를 예측하는지를 분석했다. 14세 시점의 바인랜드 사회적 적응 점수가 높을수록 성인기에 직업 활동에 참여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며 상호적 우정을 유지할 확률이 높았다. 한편 두 궤적 집단 모두에서 청소년기까지는 사회적 적응 행동이 성장하다가 성인 초기에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패턴이 관찰되어, 학교를 졸업하고 구조화된 환경을 벗어나는 시기가 자폐 성인에게 지원 공백이 커지는 전환기임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는 자폐의 성인기 결과가 진단 자체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일상적 사회 적응 능력에 의해 의미 있게 예측된다는 점에서, 아동기 중재의 방향에도 시사점을 준다.
성인 자폐인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측정한 연구들은 일관된 결과를 보여준다. Mason et al. (2018) 연구는 영국의 성인 자폐인 370명을 대상으로 세계보건기구의 삶의 질 척도(WHOQoL-BREF)를 적용했는데,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환경적 영역 모두에서 일반 인구 규준보다 현저히 낮은 점수를 보였다. 네 영역 중 사회적 관계 영역이 가장 낮았는데, 이는 자폐의 핵심적 어려움이 사회적 소통에 있다는 진단적 정의와 맞물리면서도, 이 어려움이 성인기까지 지속적으로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신건강 진단(불안, 우울 등)이 삶의 질을 가장 강하게 낮추는 요인이었고, 고용 상태, 대인 관계, 적절한 지원을 받고 있는지 여부가 삶의 질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Kim (2019) 연구는 44개의 경험적 연구를 체계적으로 종합하여, 자폐 성인의 삶에서 자기결정(self-determination)이 핵심 개념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자기결정이란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을 스스로 내리고, 그 선택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연구는 자폐 성인들이 고용, 사회 참여, 자기 옹호(self-advocacy), 정체성 형성, 스트레스 관리라는 다섯 가지 삶의 영역에서 자기결정이 삶의 질과 직접 연결된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또 자폐 당사자의 자기 보고 삶의 질이 부모나 보호자의 대리 보고보다 일반적으로 높게 나타난다는 점도 확인했다. 특히 심리적 건강 영역에서 부모-자녀 간 일치도가 가장 낮았는데, 이는 자폐 당사자의 주관적 경험과 보호자가 외부에서 관찰하는 것 사이에 간극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래서 자폐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일이 중요하다.
진단 이후의 지원이 어떠한지를 살펴보면, 상황은 많이 부족하다. Wigham et al. (2023) 연구는 자폐 성인 343명, 친척 45명, 임상가 35명을 대상으로 델파이 합의 과정을 거쳐 진단 후 최적 서비스에 대한 11개의 합의 문항을 도출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 합의와 거리가 멀었다. 응답자의 약 50%만이 진단 후 추적 방문을 받았고, 진단 후 12개월 이내에 어떤 형태의 지원이든 받은 비율이 40%에 미치지 못했다. 정신건강 지원을 받은 비율은 34%, 고용 지원은 18%에 불과했다. Norris et al. (2025) 연구는 영국의 83개 성인 자폐 서비스를 조사한 결과, 83%가 정보 제공과 안내(signposting)만 제공하며, 진단 후 지속적인 관계적 지원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자폐 성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정보 전달이 아니라 심리교육(psychoeducation), 동료 지원(peer support), 그리고 자폐 당사자가 운영에 참여하는 서비스(autistic-led delivery)였다.
Mohammad et al. (2023) 연구는 양적유전점수(PS)와 삶의 질의 연결을 보여주는 독특한 연구다. UK Biobank의 337,423명을 대상으로, 자폐의 양적유전점수가 높을수록 신경증(neuroticism), 우울, 외로움은 높아지고, 삶의 만족도와 긍정 정서는 낮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자폐의 유전적 요인이 진단 여부와 관계없이 인구 전체에서 삶의 질과 연관된다는 것을 보여주며, 3장에서 다룬 넓은 자폐 표현형(BAP)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유전적 요인이 연속적으로 분포하듯, 그 영향도 연속적으로 삶의 질에 반영된다.
자폐 연구가 유전체와 뇌 발달의 기전을 밝히는 데 집중해온 것은 필요한 일이었지만, 그 연구가 가치를 가지려면 자폐를 가진 사람들의 실제 삶에 도달해야 한다. 진단 후 지원의 부재, 정신건강 서비스의 단절, 고용과 사회 참여의 장벽은 유전학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지만, 유전학과 무관한 문제도 아니다. 유전적 원인의 이해가 깊어질수록 보다 정밀한 지원이 가능해지고, 보다 정밀한 지원은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높일 수 있다.
성인 자폐를 다루는 장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은 진단 이후의 삶을 연구의 중심에 놓는 일이다. 아동기에 받은 진단은 성인이 되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고용, 관계, 주거, 의료, 정신건강, 자기결정의 문제로 형태를 바꾼다. 가족은 성인 자녀를 대신해 모든 결정을 내리는 방식과 아무 지원 없이 혼자 두는 방식 사이에서, 지원받는 의사결정이라는 중간 지대를 찾아야 한다.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삶의 질을 스스로 말할 권리가 있으며, 부모나 전문가의 대리 보고가 그 목소리를 대신할 수 없다. 교사와 청소년기 지원자는 졸업 이후의 공백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 이 장은 자폐 연구가 아이의 조기 진단에서 끝나지 않고, 성인의 일상과 권리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Clarke, E. B., & Lord, C. (2024). Social competence as a predictor of adult outcomes in autism spectrum disorder. 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 54, 4589-4603. doi:10.1007/s10803-023-06134-5
Happé, F., & Frith, U. (2020). Annual Research Review: Looking back to look forward — changes in the concept of autism and implications for future research. 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 61(3), 218-232. doi:10.1111/jcpp.13176
Kim, S. Y. (2019). The experiences of adults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 Self-determination and quality of life. Research in Autism Spectrum Disorders, 60, 1-15. doi:10.1016/j.rasd.2018.12.002
Mason, D., McConachie, H., Garland, D., Petrou, A., Rodgers, J., & Parr, J. R. (2018). Predictors of quality of life for autistic adults. Autism Research, 11(8), 1138-1147. doi:10.1002/aur.1965
Mohammad, L., et al. (2023). Well-being spectrum traits are associated with polygenic scores for autism. Autism Research, 16(12), 2342-2352. doi:10.1002/aur.3011
Norris, J. E., et al. (2025). Post-diagnostic support for autistic adults: A systematic review. Autism, 29(1). doi:10.1177/13623613241273073
Roestorf, A., Bowler, D. M., Deserno, M. K., Howlin, P., Klinger, L., McConachie, H., … & Geurts, H. M. (2019). Older adults with ASD: The consequences of aging. Research in Autism Spectrum Disorders, 64, 43-56. doi:10.1016/j.rasd.2018.08.007
Wigham, S., et al. (2023). Consensus statements on optimal post-diagnostic support for autistic adults. 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 53, 4307-4322. doi:10.1177/13623613221097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