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9. 이온 채널과 방향성 — SCN2A의 교훈

지금까지 살펴본 자폐 위험 유전자들 대부분에서, 문제는 유전자의 기능이 상실되는 것이었다. CHD8의 크로마틴 리모델링이 약해지거나, SHANK3의 뼈대 기능이 사라지거나, SYNGAP1의 신호 조절이 망가지는 식이다. 하지만 SCN2A의 사례는 유전자의 기능이 상실되느냐 강화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방향성(directionality)“의 원리는 자폐 유전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며, 향후 정밀 의학의 토대가 된다. 같은 유전자의 변이라도 그 변이가 기능을 얼마나, 어떤 방향으로 바꾸는지에 따라 치료 전략이 정반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런이 어떻게 정보를 전달하는지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뉴런은 전기 신호를 통해 서로 소통한다. 이 전기 신호를 활동 전위(action potential)라 한다. 평상시에 뉴런 세포막의 안쪽은 바깥쪽에 비해 약 70밀리볼트 정도 음성 전위를 띠고 있다(휴지 전위). 뉴런이 충분한 자극을 받으면 세포막의 전위가 순간적으로 역전되어 양성이 되었다가 다시 음성으로 돌아온다. 이 순간적인 전위 변화가 활동 전위이며, 이것이 신경섬유를 따라 파도처럼 전달되어 결국 다음 뉴런과의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이온 채널, 즉 세포막에 있는 이온을 통과시키는 문이다. 나트륨 이온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면 전위가 양성으로 올라가고(탈분극), 이어서 칼륨 이온이 세포 밖으로 나가면 전위가 다시 음성으로 돌아온다(재분극). 이 정교한 이온의 출입이 활동 전위의 형태를 결정한다.

SCN2A는 나트륨 채널 NaV1.2를 만드는 유전자다. NaV1.2는 태아기와 출생 초기 뇌에서 가장 주요한 나트륨 채널로, 뉴런이 처음으로 활동 전위를 발생시키고 신경 회로를 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나트륨 채널은 뉴런 세포막에 박혀 있는 구멍인데, 평상시에는 닫혀 있다가 막전위가 어느 정도 이상 올라가면 열리면서 나트륨 이온이 세포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이 나트륨의 유입이 탈분극을 가속화하여 활동 전위를 완성시킨다. 이후 채널은 자동으로 불활성화(inactivation) 상태로 전환되어 이온을 더 이상 통과시키지 않고, 잠시 후 다시 닫힌 상태로 돌아가 다음 활동 전위를 일으킬 준비를 한다. 이 개폐 과정이 얼마나 빠르게, 어느 전압에서 일어나는지가 뉴런의 발화 패턴을 결정한다.

나트륨 채널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열리는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채널이 왜 뇌 기능에 그토록 중요한지가 더 분명해진다. NaV1.2 채널은 세포막을 24번 관통하는 거대한 단백질 복합체다. 이 채널에는 전압 감지기(voltage sensor)라는 구조가 있는데, 세포막의 전압이 변할 때 이 구조가 움직이면서 채널의 열림과 닫힘을 조절한다. 막전위가 약 -55밀리볼트(역치 전압)를 넘으면 채널이 빠르게 열리고, 열린 후 약 1밀리초 이내에 자동으로 불활성화 상태로 전환된다. 이 불활성화 상태에서는 막전위가 다시 음성으로 회복될 때까지 채널이 열릴 수 없다(불응기). 이 정교한 시간적 조절 덕분에 활동 전위는 뉴런을 따라 한 방향으로만 전달되고, 뉴런이 너무 빠르게 연속 발화하는 것을 방지한다. 자폐와 연관된 변이들이 이 불활성화 속도를 바꾸거나 채널의 열림 문턱값을 조절하면, 뉴런의 발화 패턴 전체가 영향받는다.

발달 단계에 따라 뇌에서 주요하게 사용되는 나트륨 채널이 달라진다는 것이 SCN2A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맥락이다. 태아기와 출생 초기에는 NaV1.2(SCN2A 산물)가 주로 사용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NaV1.6(SCN8A 산물)이 점차 이를 대체한다. NaV1.2에서 NaV1.6으로의 전환은 시냅스 이전(presynaptic) 말단과 축삭 초절(axon initial segment, AIS)에서 일어나는데, 이 전환이 완료되면 NaV1.2는 주로 시냅스 이후(postsynaptic) 수상돌기 쪽에 분포하게 된다. 이 발달적 전환의 의미는, 자폐와 연관된 SCN2A 기능 상실 변이의 영향이 태아기와 출생 초기, 즉 NaV1.2에 의존하는 시기에 가장 크다는 것이다. 이 시기 뉴런들은 적절한 발화 활성을 통해 시냅스를 만들고 강화하면서 신경 회로를 형성해가는데, NaV1.2의 기능이 감소하면 이 과정이 교란된다. 반면 나중에 NaV1.6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되면 NaV1.2의 부재가 덜 치명적이 된다. 이것이 SCN2A 기능 상실 변이의 영향이 발달의 초기 단계에 집중되는 이유다.

SCN2A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SCN2A 관련 신경발달 장애 환자들의 정보를 수집하는 국제 환자 레지스트리가 구축되었는데, 이 데이터를 보면 SCN2A 변이가 매우 다양한 임상 표현형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발달 지연이 없거나 경미한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시작하여, 지적 장애를 동반한 자폐, 발작과 자폐의 복합, 심각한 뇌전증 뇌병증에 이르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이 다양성은 단순히 기능 상실/기능 획득이라는 이분법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변이가 단백질의 어떤 기능 도메인에 위치하는지, 같은 뉴런 안에서 NaV1.2와 함께 작동하는 다른 이온 채널들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시냅스 네트워크 전체의 맥락에서 이 변이가 어떻게 해석되는지가 최종 표현형을 결정한다. 이것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이질성이 단지 서로 다른 유전자들 때문만이 아니라, 같은 유전자의 변이 안에서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Ben-Shalom et al. (2017) 연구는 SCN2A의 다양한 변이를 세포에서 발현시켜 나트륨 채널의 기능을 직접 측정했다. 결과는 명확한 패턴을 보여주었다. 자폐와 연관된 변이들은 채널의 기능을 감소시키는 기능 상실(loss-of-function)이었다. 채널이 제대로 열리지 않거나, 이온을 통과시키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열린 후 너무 빨리 불활성화되는 것이다. 이 기능 상실은 발달 중인 뇌의 뉴런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뉴런이 충분히 발화하지 않으면 시냅스 형성과 강화에 필요한 신호가 발생하지 않고, 신경 회로의 구조와 기능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한다. 앞 장에서 다룬 Wu et al. (2024) 연구에서 보았듯이, SCN2A 기능 상실은 뉴런 활성 감소 → 보체 C3 증가 → 미세아교세포 과잉 가지치기라는 경로를 통해 추가적인 시냅스 손실을 일으킨다. 반면 영아기 발작(benign infantile familial seizures)이나 뇌전증 뇌병증(epileptic encephalopathy)과 연관된 변이들은 채널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기능 획득(gain-of-function)이었다. 채널이 너무 쉽게 열리거나, 열린 후 닫히지 않거나, 불활성화에서 너무 빨리 회복되어 뉴런이 과도하게 흥분하는 것이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기능 상실은 엔진의 출력이 떨어져 차가 제대로 달리지 못하는 것이고, 기능 획득은 가속 페달이 밟힌 채로 걸려서 차가 멈추지 않는 것이다. 같은 부품(나트륨 채널)의 고장이지만 고장의 방향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반대인 것이다. 기능이 상실되면 뉴런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아 발달 중인 뇌의 회로 형성이 교란되고 이것이 자폐로 이어진다. 기능이 과도해지면 뉴런이 제어 없이 흥분하여 발작이 일어난다. 더 복잡한 것은, 심각한 기능 획득 변이를 가진 뇌전증 뇌병증 환자들도 자폐적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발작 자체가 뇌 발달을 교란하여 자폐 특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자폐와 뇌전증은 SCN2A 변이의 공통 종착점이 될 수 있지만, 그 경로는 서로 다르다.

이 방향성의 원리가 치료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같은 유전자의 변이라도 기능 상실인지 기능 획득인지에 따라 치료 전략이 정반대여야 하기 때문이다. 기능 획득 변이에 의한 발작에는 나트륨 채널 차단제(sodium channel blocker)가 효과적이지만, 기능 상실 변이에 의한 자폐에 같은 약을 쓰면 이미 감소한 채널 기능을 더욱 억제하여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기능 상실에는 오히려 남아 있는 복사본의 발현을 높이거나, 보완적인 다른 나트륨 채널을 활성화하거나, 미세아교세포의 과잉 가지치기를 줄이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것은 임상에서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같은 SCN2A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환자라도, 그 변이가 기능 상실인지 기능 획득인지를 먼저 파악하지 않고는 적절한 치료를 선택할 수 없다. Sanders et al. (2018) 연구는 이러한 유전형-표현형 상관(genotype-phenotype correlation)에 기반한 정밀 치료의 가능성을 논의한다. 이 논문은 SCN2A 변이를 가진 환자들의 임상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기능 상실 변이 집단과 기능 획득 변이 집단이 임상적으로도 다른 특성을 보임을 확인했다. 기능 획득 변이 집단에서 발작이 먼저 나타나고 자폐 특성은 나중에 발현되는 패턴이 관찰된 반면, 기능 상실 변이 집단에서는 발작 없이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지적 장애가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았다.

SCN2A의 교훈은 자폐 유전학의 더 넓은 원칙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자폐는 단일한 분자 이상에서 비롯된 단일한 질환이 아니라, 서로 다른 유전자의 서로 다른 방향의 변이가 모여 하나의 행동적 스펙트럼을 만들어내는 복합적 상태다. 이것은 치료 접근에서 “자폐에 맞는 치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의 유전적 변이에 맞는 치료”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SCN2A 변이를 가진 환자들 중에서도 기능 상실 변이를 가진 그룹과 기능 획득 변이를 가진 그룹은 서로 다른 치료가 필요하고, 같은 기능 상실 그룹 안에서도 변이의 위치와 심각도에 따라 세부 접근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수준의 정밀함은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이미 암 치료에서는 표준이 되어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암의 유전자 변이 프로파일에 따라 치료를 선택하는 것처럼, 자폐에서도 유전자 변이의 기능적 방향성에 기반한 맞춤 치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방향성의 문제는 SCN2A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음 장에서 이 원리를 더 넓은 맥락, 유전자 용량(dosage)의 문제로 확장한다.

References

Ben-Shalom, R., Keeshen, C. M., et al. (2017). Opposing effects on NaV1.2 function underlie differences between SCN2A variants observed in individuals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 or infantile seizures. Biological Psychiatry, 82(3), 224-232. doi:10.1016/j.biopsych.2017.01.009

Sanders, S. J., Campbell, A. J., Cottrell, J. R., et al. (2018). Progress in understanding and treating SCN2A-mediated disorders. Trends in Neurosciences, 41(7), 442-456. doi:10.1016/j.tics.2018.11.002

Wu, Q., Bhatt, R., et al. (2024). Microglial over-pruning of synapses during development in autism-associated SCN2A-deficient mice and human cerebral organoids. Molecular Psychiatry. doi:10.1038/s41380-024-025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