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장. 표현형의 스펙트럼과 아형 분류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이름에 ‘스펙트럼’이 들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진단이 하나의 균질한 상태가 아니라 넓은 범위의 표현형을 포괄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같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들 사이의 차이는 매우 크다. 어떤 사람은 구어가 없고 지적장애와 높은 지원 필요를 동반하며, 어떤 사람은 유창하게 말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도 있다. 어떤 아이는 뇌전증 발작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어떤 아이는 불안장애가 주된 어려움이다. 이 모든 사람이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이라는 두 핵심 기준을 충족해 같은 진단을 받지만, 그 진단 안에서의 변이 폭은 크다.

이 표현형의 이질성은 2장에서 다룬 진단적 문제와 직결된다. Rodgaard et al. (2019) 연구가 보여주었듯, 자폐스펙트럼장애 집단과 비자폐 집단 사이의 신경인지적 차이를 나타내는 효과 크기는 시간이 지나며 줄어들었다. 진단 범주가 넓어지면서 더 이질적인 집단이 연구에 포함된 탓이다. 이질적인 집단을 하나로 묶어 분석하면, 하위 집단 각각에서는 차이가 있어도 평균에 의해 희석된다.

자폐 내 하위 분류 시도는 오래되었다. 이미 1981년에 윙은 캠버웰 역학 연구(Wing 1981)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을 보이는 아이들을 무관심형(aloof), 수동형(passive), 적극적-이상한 형(active-but-odd)으로 구분했다. 무관심형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고, 수동형은 주도적으로 접근하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의 접근을 받아들이며, 적극적-이상한 형은 사회적 접근을 시도하되 일방적이고 맥락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한다. 추적 관찰에서 일부 아이들은 이 유형 사이를 이동했지만, 사회적 상호작용 양상의 차이는 계속 남았다. 이 분류는 임상적 직관에 기반했지만, 이후 40여 년간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패턴이기도 하다.

현대의 아형 분류는 이 임상적 관찰을 넘어, 통계적 방법과 유전체 데이터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하나의 큰 집단을 더 균질한 하위 집단으로 나누면, 각 하위 집단의 유전적 구조와 생물학적 기전이 더 잘 보인다.

표현형에서 유전형으로

자폐의 유전적 위험은 모든 표현형 차원에 균일하게 작용하는가, 아니면 특정 차원에 선택적으로 연결되는가? Warrier et al. (2022) 연구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은 12,893명을 대상으로 핵심 특성, 동반 발달 장애, 성별에 따른 유전적 차이를 체계적으로 조사했다. 자폐의 핵심 특성에 대한 포괄적 요인 분석을 수행한 결과 여섯 개의 독립적 요인이 도출되었고, 일반 유전 변이는 이 핵심 요인들과 연관되었지만 신생 변이는 연관되지 않았다. 자폐의 핵심 행동 특성을 만드는 유전적 기반과, 신경 발달 초기에 큰 효과를 미치는 신생 변이의 유전적 기반이 서로 다르다는 뜻이다. 또한 자폐에 대한 양적유전점수가 높을수록 지적장애 등 동반 발달 장애의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지는 역방향 관계가 나타났다. 지적장애가 없는 자폐 집단에서는 자폐 양적유전점수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많이 유전되는 패턴도 관찰되었는데, 이는 20장에서 다룰 여성 보호 효과의 유전적 근거와 연결된다. 이 결과들은 자폐의 유전적 위험이 모든 표현형 차원에 균일하게 작용하지 않고 특정 표현형 차원에 선택적으로 연결됨을 보여준다.

Narita et al. (2020) 연구는 이 아이디어를 더 밀고 나갔다. SSC 코호트의 남성 참여자 597명을 대상으로 표현형 기반의 군집 분석(k-평균 알고리즘, 비슷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자동으로 묶어주는 통계 기법)을 수행한 후 각 군집에 대해 별도의 GWAS를 실시했다. 앞서 4장에서 언급했듯, 전체 집단에 대한 표준 GWAS에서는 유전체 수준에서 유의한 좌위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으나, 표현형으로 세분화한 군집 GWAS에서는 65개의 유의한 좌위가 발견되었다. 이 결과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집단의 이질성이 유전적 신호를 희석하고 있으며, 더 균질한 하위 집단으로 나누면 숨어 있던 유전적 연관이 드러난다는 강력한 증거다.

유전자 수준에서 보면 이질성의 구조가 더 선명해진다. 185개의 자폐 위험 유전자 중 36개는 자폐 코호트에서 더 자주 변이가 발견되는 “자폐 우세(ASD-predominant)” 유전자였고, 82개는 발달 지연 코호트에서 더 자주 발견되는 “발달 지연 우세(DD-predominant)” 유전자였다(Fu et al. 2022). 두 그룹은 뇌 발달의 시점에서도 달랐다. 자폐 우세 유전자는 성숙하는 흥분성 뉴런에서 발현이 높았고, 발달 지연 우세 유전자는 전구세포와 미성숙 뉴런에서 발현이 높았다. 뇌 발달의 이른 시점이 교란되면 전반적 발달 지연으로 이어지고, 늦은 시점이 교란되면 더 선택적으로 사회적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발달 시점 모형(developmental timing model)은 파트 5에서 수렴의 논리를 다룰 때 다시 등장한다.

유전형 우선 vs 표현형 우선

아형 분류에는 두 접근 방식이 있다. 표현형 우선(phenotype-first) 접근은 행동, 인지, 의학적 특성에 기반해 참여자를 하위 집단으로 나눈 후 각 집단의 유전적 구조를 분석한다. Narita et al. (2020) 연구가 이 방식의 대표적 사례다. 유전형 우선(genotype-first) 접근은 특정 유전 변이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먼저 모은 후 그들의 표현형을 체계적으로 기술한다. 6장에서 다룬 사이먼즈 VIP 프로젝트가 이 방식의 사례이며, CHD8 변이를 가진 사람들만 모아 표현형을 기술한 연구도 같은 접근이다.

두 접근 모두 장단점이 있다. 표현형 우선은 어떤 유전 변이를 가지고 있는지와 관계없이 표현형이 유사한 사람들을 묶으므로, 다양한 유전적 원인이 수렴하는 공통 경로를 찾는 데 유리하다. 다만 표현형 측정의 불일치나 주관성에 영향을 받는다. 유전형 우선은 객관적이고 안정적인 분류 기준(유전 변이)을 사용해 재현성이 높지만, 같은 유전 변이를 가진 사람들 안에서도 표현형이 다양하다는 가변적 표현 문제가 남는다. 현실에서는 두 접근의 반복적 교차 검증이 필요하며, 표현형으로 나눈 하위 집단의 유전적 특성을 확인하고, 유전형으로 나눈 집단의 표현형 패턴을 기술하는 양방향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이질성은 연구의 장애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질성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핵심 과학적 과제다. 이질성의 여러 차원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일관되게 관찰되는 패턴은 성차다. 자폐 진단을 받는 남성이 여성보다 약 네 배 많다는 사실은, 표현형의 다양성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반드시 설명해야 할 핵심 현상이다.

이 장을 삶으로 옮길 때

표현형 아형 분류는 복잡한 자폐 경험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나누려는 시도다. 그러나 아형은 사람을 고정된 상자에 넣는 이름이 아니라, 연구와 지원 설계를 돕는 임시 지도에 가깝다. 부모와 교사는 언어, 운동, 감각, 적응 행동의 조합을 보며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묻는 데 이 개념을 사용할 수 있다. 당사자에게는 연구자가 붙인 아형보다 자신의 경험 설명과 자기결정이 우선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여성, 성인, 마스킹이 큰 사람들은 표준 평가에서 덜 보일 수 있으므로, 아형 연구도 누구를 놓치고 있는지 계속 점검해야 한다. 분류가 좋은 지원으로 이어질 때만 이 연구의 가치가 커진다.

참고문헌

Fu, J. M., Satterstrom, F. K., Peng, M., Brand, H., Collins, R. L., Dong, S., … & Talkowski, M. E. (2022). Rare coding variation provides insight into the genetic architecture and phenotypic context of autism. Nature Genetics, 54(9), 1320-1331. doi:10.1038/s41588-022-01104-0

Narita, A., Nagai, M., Togashi, N., Ichikawa, S., Kobayashi, Y., Ishikuro, M., … & Hozawa, A. (2020). Clustering by phenotype and genome-wide association study in autism. Translational Psychiatry, 10(1), 290. doi:10.1038/s41398-020-00951-x

Wing, L. (1981). Language, social, and cognitive impairments in autism and severe mental retardation. 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 11(1), 31-44. doi:10.1007/BF01531339

Rødgaard, E.-M., Jensen, K., Vergnes, J.-N., Soulières, I., & Mottron, L. (2019). Temporal changes in effect sizes of studies comparing individuals with and without autism: A meta-analysis. JAMA Psychiatry, 76(11), 1124-1132. doi:10.1001/jamapsychiatry.2019.1956

Warrier, V., Zhang, X., Reed, P., et al. (2022). Genetic correlates of phenotypic heterogeneity in autism. Nature Genetics, 54(9), 1293-1304. doi:10.1038/s41588-022-01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