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9. 표현형의 스펙트럼과 아형 분류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이름에 ‘스펙트럼’이 들어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진단이 하나의 균질한 상태가 아니라 넓은 범위의 표현형을 포괄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같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들 사이의 차이는 때때로 놀라울 정도로 크다. 어떤 사람은 언어가 없고 심각한 지적장애를 동반하며, 어떤 사람은 유창하게 말하고 대학을 졸업하며 직업을 가지고 있다. 어떤 아이는 뇌전증 발작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어떤 아이는 불안장애가 주된 어려움이다. 이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이라는 두 가지 핵심 기준을 충족하기 때문에 같은 진단을 받지만, 그 진단 안에서의 변이는 매우 크다.

이 표현형의 이질성은 Chapter 2에서 다룬 진단적 문제와 직결된다. Rodgaard et al. (2019) 연구가 보여주었듯이, 자폐스펙트럼장애 집단과 비자폐 집단 사이의 신경인지적 차이를 나타내는 효과 크기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들어왔다. 이것은 진단 범주가 넓어지면서 보다 이질적인 집단이 연구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집단을 하나로 묶어서 분석하면, 하위 집단 각각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도 평균에 의해 희석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 중 하나는 표현형에 기반한 하위 분류, 즉 아형(subtype) 분류다.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하나의 큰 집단을 보다 균질한 하위 집단으로 나누면, 각 하위 집단의 유전적 구조와 생물학적 기전이 더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다.

표현형에서 유전형으로

자폐의 유전적 위험은 모든 표현형 차원에 균일하게 작용하는가, 아니면 특정 차원에 선택적으로 연결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양적유전 위험 점수(PRS)와 표현형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Warrier et al. 2020)가 있다. 지능, 교육 수준, 조현병에 대한 양적유전 위험 점수를 계산하여 자폐의 12가지 표현형 측정치와의 연관을 살펴본 결과, 두 개의 뚜렷한 표현형 군집이 나타났다. 하나는 사회적 의사소통 어려움, 반복적 행동 같은 자폐의 핵심 특성으로 구성된 군집이고, 다른 하나는 IQ와 적응 행동으로 구성된 군집이었다. 지능에 대한 양적유전 점수는 주로 인지/적응 결과와 연관되었고, 조현병에 대한 양적유전 점수는 반복 행동과 언어적 의사소통 어려움과 연관되었다. 이것은 자폐의 유전적 위험이 모든 표현형 차원에 균일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표현형 차원에 선택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Narita et al. (2020) 연구는 이 아이디어를 더 밀고 나갔다. SSC 코호트의 남성 환자 597명을 대상으로 표현형 기반의 군집 분석(k-평균 알고리즘, 비슷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자동으로 묶어주는 통계 기법)을 수행한 후 각 군집에 대해 별도의 GWAS를 실시했다. 앞서 Chapter 4에서 언급했듯이, 전체 집단에 대한 표준 GWAS에서는 유전체 수준에서 유의한 좌위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표현형으로 세분화한 군집 GWAS에서는 65개의 유의한 좌위가 발견되었다. 이 결과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집단의 이질성이 유전적 신호를 희석시키고 있으며, 보다 균질한 하위 집단으로 나누면 숨어 있던 유전적 연관이 드러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유전자 수준에서 보면 이질성의 구조가 더 선명해진다. 185개의 자폐 위험 유전자 중 36개는 자폐 코호트에서 더 자주 변이가 발견되는 “자폐 우세(ASD-predominant)” 유전자였고, 82개는 발달 지연 코호트에서 더 자주 발견되는 “발달 지연 우세(DD-predominant)” 유전자였다(Fu et al. 2022). 이 두 그룹은 뇌 발달의 시점에서도 달랐다. 자폐 우세 유전자는 성숙하는 흥분성 뉴런에서 발현이 높았고, 발달 지연 우세 유전자는 전구세포와 미성숙 뉴런에서 발현이 높았다. 뇌 발달의 이른 시점이 교란되면 전반적인 발달 지연으로 이어지고, 늦은 시점이 교란되면 보다 선택적으로 사회적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발달 시점 모형(developmental timing model)은 Part 5에서 수렴의 논리를 다룰 때 다시 등장한다.

유전형 우선 vs 표현형 우선

아형 분류에는 두 가지 접근 방식이 있다. 표현형 우선(phenotype-first) 접근은 행동, 인지, 의학적 특성에 기반하여 환자를 하위 집단으로 나눈 후 각 집단의 유전적 구조를 분석하는 것이다. Narita et al. (2020) 연구가 이 방식의 대표적 사례다. 유전형 우선(genotype-first) 접근은 특정 유전 변이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먼저 모은 후 그들의 표현형을 체계적으로 기술하는 것이다. Chapter 6에서 다룬 사이먼즈 VIP 프로젝트가 이 방식의 사례이며, CHD8 변이를 가진 사람들만 모아서 표현형을 기술한 연구도 같은 접근이다.

두 접근 모두 장단점이 있다. 표현형 우선은 어떤 유전 변이를 가지고 있는지와 관계없이 표현형이 유사한 사람들을 묶으므로, 다양한 유전적 원인이 수렴하는 공통 경로를 찾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표현형 측정의 불일치나 주관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유전형 우선은 객관적이고 안정적인 분류 기준(유전 변이)을 사용하므로 재현성이 높지만, 같은 유전 변이를 가진 사람들 안에서도 표현형이 다양하다는 가변적 표현도 문제가 남는다. 현실적으로는 두 접근의 반복적 교차 검증이 필요하며, 표현형으로 나눈 하위 집단의 유전적 특성을 확인하고, 유전형으로 나눈 집단의 표현형 패턴을 기술하는 양방향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이질성은 연구의 장애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질성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핵심적인 과학적 과제이기도 하다. 다음 장에서는 이 이질성에서 가장 두드러진 패턴 중 하나인 성차, 즉 왜 남성에게서 자폐가 더 많이 진단되는가의 문제를 다룬다.

References

Fu, J. M., Satterstrom, F. K., Peng, M., Brand, H., Collins, R. L., Dong, S., … & Talkowski, M. E. (2022). Rare coding variation provides insight into the genetic architecture and phenotypic context of autism. Nature Genetics, 54(9), 1320-1331. doi:10.1038/s41588-022-01104-0

Narita, A., Nagai, M., Togashi, N., Ichikawa, S., Kobayashi, Y., Ishikuro, M., … & Hozawa, A. (2020). Clustering by phenotype and genome-wide association study in autism. Translational Psychiatry, 10(1), 290. doi:10.1038/s41398-020-00951-x

Rødgaard, E.-M., Jensen, K., Vergnes, J.-N., Soulières, I., & Mottron, L. (2019). Temporal changes in effect sizes of studies comparing individuals with and without autism: A meta-analysis. JAMA Psychiatry, 76(11), 1124-1132. doi:10.1001/jamapsychiatry.2019.1956

Warrier, V., Leblond, C. S., et al. (2020). Polygenic scores for intelligence, educational attainment and schizophrenia are differentially associated with core autism features, IQ, and adaptive behaviour in autistic individuals. medRxiv. doi:10.1101/2020.07.21.20159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