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1. 약물 치료의 시도와 교훈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약물 치료의 역사는, 솔직히 말하면, 실패의 역사에 가깝다. 이것은 비관적인 선언이 아니라 정직한 현황 보고다. 2026년 현재, 자폐의 핵심 증상(사회적 소통의 어려움, 반복 행동)을 개선하는 것으로 확인된 약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FDA가 자폐와 관련하여 승인한 약물은 리스페리돈(risperidone)과 아리피프라졸(aripiprazole) 두 가지뿐인데, 이것들도 자폐의 핵심 증상이 아니라 과민성(irritability), 즉 공격성과 자해 행동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자폐 자체를 치료하는 약은 아직 없다.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그리고 지금까지 어떤 시도가 있었으며, 그 시도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이 장에서 이 질문을 다룬다. 이후 장에서 다루는 유전자 수준의 정밀 치료(ASO)와 구분하기 위해, 여기서는 특정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지 않는 기전 기반 약물 치료를 다룬다. Persico et al. (2025) 연구는 자폐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수행된 115건의 무작위 대조 시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133개의 약리학적 화합물과 건강 보조 식품을 평가했다. 이 리뷰가 보여주는 전체적 풍경은, 전임상 단계에서 가장 유망해 보였던 약물들(부메타나이드, 발로밥탄, 아바클로펜)이 대규모 시험에서 반복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이다.

시도된 기전들

자폐에 대한 약물 치료 시도는 대략 여덟 가지 기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첫 번째는 흥분/억제 균형(E/I balance)의 조절이다. Part 5에서 다루었듯이, 자폐 뇌에서 흥분성 신호와 억제성 신호의 균형이 교란되어 있다는 가설은 자폐 신경생물학의 핵심 가설 중 하나다. 부메타나이드(bumetanide)는 원래 이뇨제로 사용되는 약물인데, GABA 신호의 방향을 바꾸어 억제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E/I 균형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자폐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초기 소규모 시험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왔지만, 422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SIGN 시험)에서 위약과 차이가 없었다. 아바클로펜(arbaclofen)도 GABA-B 수용체를 표적으로 한 약물이었지만 역시 대규모 시험에서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두 번째는 옥시토신/바소프레신 경로다. 옥시토신은 “사랑의 호르몬”으로 불리며 사회적 유대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폐의 사회적 어려움을 옥시토신으로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는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290명을 대상으로 한 SOARS-B 시험에서 옥시토신 비강 투여는 위약과 차이가 없었다. 바소프레신 수용체를 표적으로 한 발로밥탄(balovaptan)은 로슈(Roche)가 개발한 약물로, 700명 이상이 참여한 세 건의 임상시험(aV1ation, V1aduct 등) 모두에서 효과가 없었고, V1aduct 시험에서는 위약군이 약물군보다 오히려 나은 결과를 보여 시험이 조기 중단되었다.

세 번째는 도파민/세로토닌 경로로, 리스페리돈과 아리피프라졸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약물들은 과민성과 공격성에는 효과적이지만, 사회적 소통이나 반복 행동에는 효과가 없다.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반복 행동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시험되었지만, 자폐 아동에서는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네 번째로 멜라토닌은 수면 장애에 대해 가장 일관된 효과를 보이는 약물이다. 자폐를 가진 사람들에서 수면 문제가 매우 흔하고, 수면의 질이 낮 동안의 행동과 인지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멜라토닌의 역할은 자폐의 핵심 증상 치료는 아니지만 삶의 질 개선에서 중요하다.

다섯 번째는 글루타메이트 경로의 조절이다. 글루타메이트는 뇌에서 가장 풍부한 흥분성 신경전달물질로, 자폐 환자의 일부에서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의 글루타메이트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보고가 있어왔다. 메만틴(memantine)은 NMDA 수용체 길항제로, 글루타메이트의 과도한 신호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Joshi et al. (2025) 연구는 지적장애가 없는 8~17세 자폐 청소년 42명을 대상으로 12주간의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 시험을 수행했다. 메만틴 투여군의 56.2%가 사회적 반응성 척도(SRS-2) 25% 이상 개선과 임상적 전반적 인상 호전을 동시에 충족한 반면, 위약군에서는 21.0%만 충족하여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이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발견은 바이오마커 기반 층화다. 자기공명분광법(MRS)으로 측정한 전대상피질 글루타메이트 수치가 높은 하위 집단에서 메만틴 반응률이 80.0%까지 올라갔고, 위약 반응률 20.0%와의 차이가 극적으로 벌어졌다(오즈비 16.0). 자폐 환자 전체가 아니라, 글루타메이트가 실제로 높은 하위 집단을 바이오마커로 선별하여 약물을 투여하면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 결과는 아직 소규모 표본에서의 발견이지만, 이 책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해온 이질성 문제의 해결 방향 하나를 보여준다. 모든 자폐 환자에게 같은 약을 주는 대신, 생물학적 특성이 맞는 하위 집단에게만 주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동반 질환의 약물 치료다. 자폐 자체에 대한 약물이 없더라도, 동반되는 ADHD(메틸페니데이트, 아토목세틴, 구안파신), 불안(플루옥세틴), 수면 장애(멜라토닌), 뇌전증(항경련제)에 대해서는 효과가 확인된 약물이 있다. “불안과 우울, 그리고 건강 격차” 장에서 다루었듯이 불안과 우울이 자폐 성인의 삶의 질을 가장 강하게 낮추는 요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동반 질환에 대한 적절한 약물 치료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왜 실패하는가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약물이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이 책 전체에서 다루어온 것처럼 유전적으로 극도로 이질적이다. 수백 가지의 서로 다른 유전적 원인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서 같은 약을 시험하면, 일부 하위 집단에서 효과가 있더라도 전체 평균에서는 효과가 희석된다. 둘째, 자폐의 신경생물학적 변화가 태아기에 시작되어 출생 후에는 이미 신경 회로가 형성된 상태이므로, 회로를 재구성하는 것이 분자 수준의 조절보다 훨씬 어렵다. 셋째, 위약 반응(placebo response)이 매우 높다. 자폐 임상시험에서 위약군의 개선율이 23~49%에 달하는데, 이것은 부모와 평가자의 기대 효과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약물군에서 30%가 개선되었다 해도 위약군에서 25%가 개선되었다면 약물의 진정한 효과는 5%에 불과하다. 넷째, 결과 측정 도구의 민감도 문제가 있다. 사회적 소통의 미묘한 변화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고, 현재의 측정 도구가 실제 변화를 충분히 포착하지 못할 수 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예외가 있다. 세크레틴(secretin)이라는 호르몬은 1990년대 후반에 자폐 치료제로 큰 관심을 받았다. 한 아이에게서 극적인 개선이 관찰되었다는 사례 보고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세크레틴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 하지만 이후 15건 이상의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 900명 이상의 아동을 대상으로 검증한 결과, 세크레틴은 어떤 측면에서도 위약과 차이가 없었다. 세크레틴의 사례는 사례 보고와 대조 시험의 차이, 그리고 과학적 검증 없이 확산되는 치료법의 위험을 보여주는 교훈적 사례다.

유전자 특이적 치료의 서광

이 암울한 그림 속에서도 한 가지 밝은 방향이 보이기 시작한다. 유전자 특이적 치료(gene-specific therapy)다. 자폐 전체를 하나의 약으로 치료하려는 접근은 실패했지만,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하위 집단만을 대상으로 하는 접근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강한 근거를 가진 것은 SCN2A 기능 획득 변이에 대한 나트륨 채널 차단제 사용이다. “이온 채널과 방향성” 장에서 다루었듯이 SCN2A의 기능 획득 변이는 발작을 일으키는데, 이 발작에 나트륨 채널 차단제(페니토인 등)가 효과적이라는 것이 3건의 후향적 코호트 연구(총 28~60명)에서 재현되었다. 무작위 대조 시험은 아직 없지만, 이것은 유전형에 기반한 약물 선택이 효과를 보인 가장 확실한 사례다.

하지만 정직하게 말해야 할 것이 있다. 2026년 현재, 자폐 위험 유전자에 대한 유전자 특이적 치료 중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 효과가 확인된 것은 하나도 없다. SCN2A의 사례도 후향적 관찰이지 전향적 시험이 아니며, 나머지 유전자들에 대한 치료 근거는 대부분 마우스 모델이나 사례 보고 수준이다. SYNGAP1에 대한 페람파넬(perampanel)은 1명의 환자 보고, ADNP에 대한 NAP/다부네타이드(davunetide)는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PTEN에 대한 라파마이신, ARID1B에 대한 GABA 양성 알로스테릭 조절제도 마우스 수준이다. 유전자 발견에서 치료까지의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실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 중 하나인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치료를 다룬다.

References

Joshi, G., et al. (2025). Memantine for social communication in autism: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AMA Network Open.

Persico, A. M., et al. (2025). The pediatric psychopharmacology of autism spectrum disorder: A systematic review. Progress in Neuro-Psychopharmacology and Biological Psychiatry, 136, 111176. doi:10.1016/j.pnpbp.2024.111176

SPARK Consortium. (2018). SPARK: A US cohort of 50,000 families to accelerate autism research. Neuron, 97(3), 488-493. doi:10.1016/j.neuron.2018.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