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장. 뇌 발달의 어느 시점, 어떤 세포에서

앞의 두 장에서 자폐 위험 유전자들이 세 가지 생물학적 경로(시냅스, 크로마틴, 전사 조절)로 수렴하고, 전사 조절 인자 수준에서 공유 결합 부위로 같은 하류 유전자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보았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수렴의 그림이 완성되지 않는다. 유전자는 늘 같은 수준으로 작동하지 않고, 발달의 특정 시점에 특정 세포에서 켜지거나 꺼진다. 자폐 위험 유전자들이 언제, 어디서 작동하는지를 아는 것이 왜 중요한가? 그래야 자폐가 뇌 발달의 어느 과정에서 시작되는지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답한 것이 Willsey et al. (2013) 연구다. 이 연구는 2012년에 확인된 9개의 고확신 자폐 위험 유전자(CHD8, DYRK1A, GRIN2B, KATNAL2, POGZ, SCN2A, TBR1, ANK2, CUL3)를 출발점으로 삼아, BrainSpan이라는 인간 뇌 발달 전사체 데이터베이스(태아기부터 성인기까지 인간 뇌의 여러 영역에서 모든 유전자의 발현을 측정한 공개 자원)에서 이 유전자들이 뇌의 어느 영역, 발달의 어느 시기에 함께 발현되는지(공발현, co-expression)를 분석했다.

공발현이란 두 유전자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함께 켜지거나 함께 꺼지는 경향을 말한다. 일상에 비유하면, 같은 시간대에 같은 동네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같은 커뮤니티에 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과 같다. 유전자 A와 유전자 B가 특정 뇌 영역, 특정 발달 시기에 함께 높이 발현된다면, 두 유전자가 같은 생물학적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

태아 중기, 깊은 피질층

분석에서는 9개의 자폐 위험 유전자가 가장 강하게 공발현하는 시공간적 창이 태아 중기(임신 10~24주)의 전두엽과 일차 운동/체감각 피질로 나타났다. 자폐의 뇌 발달적 기원이 태아기에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증상이 관찰되는 시기는 출생 후 2~3세이지만, 유전적 교란은 이미 태아기 뇌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뜻이다. 세포 유형 수준에서는, 대뇌 피질의 깊은 층(layer 5/6)에 있는 투사 뉴런(projection neuron)에서 공발현이 가장 강했다. 깊은 층의 투사 뉴런은 대뇌 피질에서 시상, 뇌간, 척수 등 다른 뇌 영역으로 정보를 보내는 장거리 연결 뉴런이다. 이 뉴런의 기능이 교란되면 대뇌 피질과 나머지 뇌 사이의 소통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발견의 방법론적 혁신은 “아래에서 위로(bottom-up)” 접근이었다는 점이다. 미리 경로나 세포 유형을 가정하지 않고, 유전자들의 공발현 패턴에서 자연스럽게 수렴 지점이 도출되었다. 연구자들이 “자폐 유전자는 시냅스 유전자일 것이다”라고 가정하고 시냅스 유전자만 분석한 것이 아니라, 유전체 전체의 발현 데이터를 편견 없이 분석했더니 태아 중기의 깊은 피질층이라는 수렴 지점이 나타났다.

발달 시점과 표현형의 관계

19장에서 다룬 Fu et al. (2022) 연구의 발견과 연결하면, 발달 시점과 표현형 사이의 관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자폐 우세(ASD-predominant) 유전자 36개는 성숙하는 흥분성 뉴런에서 발현이 높았고, 발달 지연 우세(DD-predominant) 유전자 82개는 전구세포와 미성숙 뉴런에서 발현이 높았다. 뇌 발달의 시간축을 따라 보면, 전구세포가 먼저 증식하고, 뉴런이 분화되고, 뉴런이 성숙하면서 시냅스를 형성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발달 지연 우세 유전자는 이 과정의 이른 단계에서, 자폐 우세 유전자는 늦은 단계에서 주로 작동한다.

이 결과를 풀어보면 이렇다. 이른 단계의 유전자가 교란되면 뉴런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영향을 받아 전반적인 발달 지연과 지적장애가 동반되는 경향이 있다. 건물을 짓는 비유에서 기초 공사가 잘못되면 건물 전체가 기울어지는 것과 같다. 반면 늦은 단계의 유전자가 교란되면 뉴런 자체는 만들어지지만 뉴런 간의 연결과 소통이 영향을 받아, 지적 능력은 비교적 보존되면서 사회적 의사소통에 선택적으로 어려움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건물의 구조는 괜찮지만 배선이 잘못되어 통신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경향이지 절대 법칙은 아니다. CHD8은 이른 시기(전구세포)에 작동하는 크로마틴 리모델러이지만, CHD8 변이 보유자 중에 지적장애가 없는 사람도 상당수 있다. 발달 시점만으로 표현형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인 패턴은 일관된다.

피질을 넘어 — 소뇌와 교세포

초기의 공발현 분석이 대뇌 피질의 흥분성 뉴런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최근의 연구들은 시야를 넓히고 있다. 자폐 위험 유전자들의 수렴이 대뇌 피질에만 국한되지 않고 소뇌, 교세포(글리아) 계통에서도 관찰된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 파트 4에서 언급한 동반 질환 우세 아형이 독특하게 성상세포(astrocyte) 계통에서의 유전자 발현 변화를 보인다는 발견은, 자폐의 세포 유형 수렴이 뉴런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Wamsley et al. (2024) 연구는 PsychENCODE 컨소시엄의 일환으로 자폐 진단군 33명과 대조군 30명에서 591,000개의 단일 핵 전사체를 분석해, 활성화된 미세아교세포와 반응성 성상세포가 자폐 진단군의 뇌에서 유의하게 증가해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2/3층의 투사 뉴런에서 시냅스 유전자의 하향 조절과 스트레스 관련 유전자의 상향 조절이 관찰되었으며, 이 변화를 주도하는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에서 IRF8(교세포 반응성 관련)과 CUX1(뉴런 관련)이라는 두 핵심 전사 조절 인자가 확인되었다. 이 전사 조절 인자들이 조절하는 유전자들은 자폐의 일반 변이(GWAS)와 희귀 변이(신생변이) 모두와 유의하게 겹쳤다.

수렴의 논리를 정리하면 이렇다. 수백 개의 서로 다른 유전자가 세 가지 생물학적 경로로 수렴하고(경로 수렴), 그 경로들의 교차점에 공유 전사 조절 인자가 있으며(조절 수렴), 이 수렴은 뇌 발달의 특정 시점, 특정 세포 유형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시공간 수렴).

이 장을 삶으로 옮길 때

뇌 발달의 시점과 세포 유형을 말할 때, “태아기”라는 단어가 부모의 불안으로 곧장 이어질 수 있다. 태아 중기의 수렴이 보인다는 말은 임신 중 한 행동이 원인이라는 뜻이 아니라, 어떤 유전자가 어느 발달 단계에서 더 중요하게 작동하는지를 가리키는 연구 결과다. 초기 발달의 생물학이 중요하다고 해서 이후의 교육, 치료, 환경 조정이 의미 없어진다는 뜻도 아니다. 뇌는 발달 내내 경험과 지원의 영향을 받으며, 학교와 가정의 환경은 당사자의 부담과 가능성을 실제로 바꾼다. 교사에게 이 장은 특정 세포 이름을 외우라는 요구가 아니라, 발달 단계마다 필요한 지원이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과학은 시작점을 설명하지만, 삶은 그 뒤의 시간 속에서 계속 만들어진다.

참고문헌

Fu, J. M., Satterstrom, F. K., Peng, M., Brand, H., Collins, R. L., Dong, S., … & Talkowski, M. E. (2022). Rare coding variation provides insight into the genetic architecture and phenotypic context of autism. Nature Genetics, 54(9), 1320-1331. doi:10.1038/s41588-022-01104-0

Wamsley, B., Bicks, L., Cheng, Y., et al. (2024). Molecular cascades and cell type-specific signatures in ASD revealed by single-cell genomics. Science, 384(6698), eadh2602. doi:10.1126/science.adh2602

Willsey, A. J., Sanders, S. J., Li, M., Dong, S., Tebbenkamp, A. T., Muhle, R. A., … & State, M. W. (2013). Coexpression networks implicate human midfetal deep cortical projection neurons in the pathogenesis of autism. Cell, 155(5), 997-1007. doi:10.1016/j.cell.2013.1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