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장. 유전자 네트워크와 공발현

앞의 세 장에서 경로 수렴, 전사 조절 인자 수렴, 시공간 수렴을 다루는 동안 “공발현(co-expression)“이라는 개념이 반복해서 등장했다. 이 장에서는 공발현 네트워크 분석이라는 방법론 자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자폐 유전학에서 수렴이 발견된 것은 저절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특정 분석 방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방법을 이해하면 발견의 의미와 한계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공발현이란 무엇인가

공발현의 기본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유전자 A와 유전자 B가 뇌의 여러 영역에서, 또는 발달의 여러 시점에서 함께 높게 발현되거나 함께 낮게 발현되는 경향을 보인다면, 두 유전자는 같은 생물학적 과정에 관여하거나 같은 조절 기전 아래 통제될 가능성이 높다. 출퇴근 시간에 같은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이 같은 동네에 살거나 같은 직장에 다닐 확률이 높은 것과 비슷한 논리다.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수천 개 유전자에 걸쳐 이 패턴을 관찰하면 의미 있는 군집이 통계적으로 드러난다.

공발현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이 가중 유전자 공발현 네트워크 분석(Weighted Gene Co-expression Network Analysis, WGCNA)이다. WGCNA는 수천 개 유전자의 발현 데이터를 입력으로 받아, 발현 패턴이 비슷한 유전자들을 하나의 모듈(module)로 묶는다. 각 모듈은 하나의 생물학적 주제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시냅스 관련 유전자들이 한 모듈로 묶이고, 면역 관련 유전자들이 다른 모듈로 묶이는 식이다.

자폐 뇌의 전사체 — 두 개의 모듈

공발현 네트워크가 자폐 연구에 처음 적용된 중요한 초기 연구는 Voineagu et al. (2011) 연구다. 이 연구는 자폐 진단군 19명과 대조군 17명의 사후 대뇌 피질 조직에서 유전자 발현을 측정하고 WGCNA를 적용했다. 그 결과 두 개의 핵심 모듈이 확인되었다.

첫 번째는 뉴런-시냅스 모듈이다. 이 모듈에 속한 유전자들은 시냅스 기능과 뉴런 간 신호 전달에 관여하며, 자폐 진단군의 뇌에서 발현이 감소해 있었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듈이 자폐의 GWAS 신호와 유의하게 겹친다는 것이다. 일반 변이에 의한 유전적 위험이 이 뉴런-시냅스 모듈의 유전자들에 집중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는 뉴런-시냅스 모듈의 발현 감소가 유전적 원인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두 번째는 면역-교세포 모듈이다. 이 모듈에 속한 유전자들은 면역 반응과 교세포(미세아교세포, 성상세포) 기능에 관여하며, 자폐 진단군의 뇌에서 발현이 증가해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듈은 GWAS 신호와 겹치지 않았다. 면역-교세포 모듈의 발현 증가가 자폐의 유전적 원인이 아니라, 뇌의 환경적 변화에 대한 반응이거나 뉴런 변화에 따른 이차적 반응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이것이 확정적인 결론은 아니며, 파트 6에서 다루는 모체 면역 활성화 연구는 면역 경로가 자폐의 원인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하나의 중요한 발견은, 대뇌 피질에서 전두엽과 측두엽 사이에 전형적으로 존재하는 유전자 발현의 영역 간 차이가 자폐 진단군에서는 약화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전형적인 뇌에서 전두엽에서 높게 발현되는 유전자가 측두엽에서는 낮게 발현되는 패턴이 나타나는데, 자폐 뇌에서는 영역 간 구분이 흐려져 있었다. 이는 뇌의 영역 특이적 유전자 발현 프로그램이 자폐에서 교란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방법론의 진화

Parikshak et al. (2015) 연구는 공발현 네트워크 분석의 방법론적 발전을 종합하면서 이 접근의 강점과 한계를 논의한다. 이 접근의 강점은 개별 유전자 수준에서는 보이지 않던 수렴을 네트워크 수준에서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수백 개의 자폐 위험 유전자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공발현 네트워크 위에 올려놓으면 같은 모듈 안에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다만 한계도 있다. 첫째, 벌크 조직(bulk tissue)에서 측정한 공발현 분석은 서로 다른 세포 유형의 신호가 섞여 있다. 뉴런에서 높게 발현되는 유전자와 미세아교세포에서 높게 발현되는 유전자가 같은 조직에서 함께 측정되기 때문에, 진정한 세포 내 공발현과 세포 유형 구성 비율 때문에 생기는 겉보기 공발현을 구분하기 어렵다. 둘째, 공발현이 곧 인과관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두 유전자가 함께 발현되는 것은 같은 조절 기전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하나가 다른 하나를 조절하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둘 다 제3의 요인에 의해 조절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셋째, 사후 뇌 조직의 유전자 발현이 자폐의 원인을 반영하는지, 자폐를 가지고 살아온 결과를 반영하는지를 구분하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공발현 네트워크 분석은 자폐 유전학에서 수렴을 발견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잡았다.

이 장을 삶으로 옮길 때

공발현 네트워크는 유전자가 혼자 작동하지 않고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도구다. 그러나 모듈이라는 말이 곧 자폐를 진단하거나 한 사람의 뇌 상태를 판정하는 표지는 아니다. 사후 뇌 조직이나 집단 수준 자료에서 보이는 발현 차이는 원인, 결과, 보상, 경험의 흔적이 섞여 있을 수 있다. 부모와 당사자는 면역 또는 교세포 모듈이라는 표현을 특정 보충제나 치료 광고로 곧장 연결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교사와 임상가는 이런 분자 지도와 실제 지원 사이에 아직 긴 번역 과정이 남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장은 분자 수준의 수렴을 보여주지만, 그 수렴을 삶으로 옮기는 일은 여전히 느리고 신중한 작업이다.

참고문헌

Parikshak, N. N., Gandal, M. J., & Geschwind, D. H. (2015). Systems biology and gene networks in neurodevelopmental and neurodegenerative disorders. Nature Reviews Genetics, 16(8), 441-458. doi:10.1038/nrg3934

Voineagu, I., Wang, X., Johnston, P., Lowe, J. K., Tian, Y., Horvath, S., … & Geschwind, D. H. (2011). Transcriptomic analysis of autistic brain reveals convergent molecular pathology. Nature, 474(7351), 380-384. doi:10.1038/nature1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