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장. 정신질환 사이의 유전적 교차

앞 장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와 동반 질환(지적장애, 뇌전증, ADHD)의 유전적 겹침을 개별 유전자 수준에서 살펴보았다. 이 장에서는 시야를 더 넓혀, 자폐가 조현병, 양극성 장애, 주요 우울장애 등 다른 정신 질환과 유전적 구조를 얼마나 공유하는지를 인구 수준에서 살펴본다. 이 질문은 자폐의 정체성을 묻는 근본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가 다른 정신 질환과 유전적으로 독립적이라면 자폐는 고유한 유전적 실체를 가진 셈이고, 유전적 기반이 크게 겹친다면 현재의 진단 범주가 생물학적 실체를 잘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 질문에 답할 때 쓰는 주요 도구가 유전적 상관(genetic correlation) 분석이다. 두 질환 각각의 GWAS 결과를 비교해, 한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유전 변이가 다른 질환의 위험도 높이는 경향이 있는지를 통계적으로 측정한다. 유전적 상관이란 두 질환에 기여하는 일반 유전 변이가 얼마나 겹치는지를 -1에서 1 사이의 값으로 나타낸 것이다. 1에 가까우면 두 질환에 기여하는 유전 변이가 거의 같다는 뜻이고, 0이면 유전적으로 독립이라는 뜻이며, 음수면 한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변이가 다른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브레인스톰 컨소시엄의 발견

Brainstorm Consortium (2018) 연구는 25개 뇌 질환의 GWAS 데이터를 모아, 참여자 265,218명과 대조군 784,643명을 분석해 모든 질환 쌍 사이의 유전적 상관을 추정했다. 이 분석에서 가장 두드러진 패턴은 정신 질환과 신경 질환이 유전적으로 다른 군집을 이룬다는 점이었다. 조현병, 양극성 장애, 주요 우울장애, ADHD, 자폐스펙트럼장애 같은 정신 질환들은 서로 유의한 유전적 상관을 보였다.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의 유전적 상관은 약 0.70으로 매우 높았고, ADHD와 주요 우울장애는 약 0.44, ADHD와 조현병은 약 0.40이었다. 반면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뇌전증, 다발성 경화증 같은 신경 질환은 서로 간에도, 정신 질환과의 사이에서도 유전적 상관이 대부분 유의하지 않았다. 정신 질환은 유전적으로 하나의 군집을 이루고 있었고, 신경 질환은 유전적으로 서로 독립이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이 정신 질환 군집 안에 자리했다. 조현병, ADHD와 유전적 상관을 보였고, 흥미롭게도 교육 수준(educational attainment)과도 양의 유전적 상관을 보였다. 자폐의 유전적 위험에 기여하는 일반 변이 중 일부가, 교육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도 작용한다는 뜻이다. 이 발견은 직관에 어긋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양적유전 구조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수천 개의 일반 변이 중 일부는 인지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다른 일부는 사회적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또 일부는 두 방향 모두에 작용한다. 자폐의 양적유전 위험에 기여하는 변이 중 일부가 인지 능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자폐와 교육 수준 사이의 양의 유전적 상관이 설명된다.

전사체 수준에서의 교차

유전적 상관이 유전 변이의 공유를 보여준다면, 실제로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전사체(transcriptome) 분석에서 볼 수 있다. Gandal et al. (2018) 연구는 PsychENCODE 컨소시엄의 일환으로, 다섯 가지 정신 질환(자폐, 조현병, 양극성 장애, 주요 우울장애, 알코올 의존)의 사후 대뇌 피질 조직을 분석했다. 700개의 피질 조직 시료에서 유전자 발현을 측정하고, 질환 간 유전자 발현 변화의 유사성을 비교했다.

결과는 유전적 상관 분석과 일치했지만, 한 가지 추가 발견이 있었다. 자폐가 전사체 수준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는 것이다.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도 유의한 전사체 변화를 보였지만, 자폐의 변화 규모가 가장 컸다. 전사체 변화의 심각도 순서는 자폐 > 조현병 ≈ 양극성 장애 > 주요 우울장애였고, 이 순서는 질환 간 양적유전 겹침의 정도와 함께 나아갔다. 질환 간에 공유되는 유전자 발현 변화로는 성상세포(astrocyte) 관련 모듈의 상향 조절과 신경-시냅스 모듈의 하향 조절이 있었다. C4A라는 보체(complement) 유전자도 조현병과 자폐 모두에서 발현이 증가해 있었는데, 보체 시스템은 면역 반응의 일부이자 발달 중인 뇌에서 시냅스 가지치기(synaptic pruning)에 관여하는 경로다. 이 발견은 파트 6에서 미세아교세포와 시냅스 가지치기를 다룰 때 다시 등장한다.

이 전사체 분석은 독립적인 RNA 시퀀싱 데이터에서 재현되었다. 자폐에서 1,099개, 조현병에서 890개의 유전자 발현 변화가 독립 데이터에서 재현되어, 이것이 표본 특이적 인공물이 아니라 진정한 생물학적 신호임을 보여주었다.

진단 범주의 의미

유전적 상관과 전사체 교차가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현재의 정신 질환 진단 범주는 생물학적 실체를 반영하고 있는가?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의 유전적 상관이 0.70이라면, 이 두 진단은 하나의 연속체 위 서로 다른 지점일 가능성이 있다. 자폐와 조현병이 유전적 상관을 보이고 전사체 변화를 공유한다면, 두 질환 사이에 생물학적 경계선을 긋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물어야 한다.

다만 유전적 상관이 높다고 해서 두 질환이 같은 것은 아니다. 유전적 상관 0.70은 겹치는 부분이 크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겹치지 않는 부분도 있다는 뜻이다. 22장에서 다룬 SCN2A의 사례처럼, 같은 유전자에서도 변이의 방향(기능 상실 vs 기능 획득)에 따라 자폐와 뇌전증이라는 서로 다른 표현형이 나타난다. 유전적 기반을 공유하면서도 구체적인 표현형에서는 차이를 보이는 이 구조는, 유전적 이질성의 또 다른 면이다.

파트 4를 마무리하며 정리하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다양성은 여러 층위에서 존재한다. 유전적 원인의 다양성(유전적 이질성), 같은 진단 안에서의 표현형 다양성(표현형 이질성), 성별에 따른 역치의 차이(성차), 동반 질환의 다양한 조합(동반 질환), 그리고 다른 정신 질환과의 유전적 겹침(교차 질환 유전 구조)까지.

이 장을 삶으로 옮길 때

정신질환 사이의 유전적 교차는 진단 범주가 서로 닫힌 칸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유전적 상관이 있다는 말이 한 진단이 다른 진단과 같다는 뜻은 아니다. 조현병, 양극성장애, 우울, ADHD와 자폐가 일부 유전적 배경을 공유하더라도, 각 사람이 겪는 어려움과 필요한 지원은 다를 수 있다. 당사자에게는 정신건강 진단이 추가될 때 낙인이 겹치지 않도록 설명과 치료가 조심스럽게 제공되어야 한다. 가족과 교사는 자폐 특성만 보고 불안이나 우울을 놓치지 말아야 하며, 반대로 정신건강 문제만 보고 자폐적 의사소통과 감각 요구를 지우지도 말아야 한다. 이 장은 진단의 경계를 허물기보다, 경계 사이를 건너는 돌봄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한다.

참고문헌

Brainstorm Consortium. (2018). Analysis of shared heritability in common disorders of the brain. Science, 360(6395), eaap8757. doi:10.1126/science.aap8757

Gandal, M. J., Haney, J. R., Parikshak, N. N., Leppa, V., Ramaswami, G., Hartl, C., … & Geschwind, D. H. (2018). Shared molecular neuropathology across major psychiatric disorders parallels polygenic overlap. Science, 359(6376), 693-697. doi:10.1126/science.aad6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