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유병률의 증가는 실재하는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유병률 추정치는 지난 반세기 동안 크게 변화했다. 변화의 궤적을 구체적인 숫자로 추적해보면 규모가 실감된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역학 연구는 유병률을 만 명당 약 4명, 즉 0.04%로 추정했다. 이 시기에 자폐는 드문 질환이었고, 캐너가 기술한 심각한 형태에 가까운 사례만이 포착되었다. 1980년대에 DSM-III가 자폐를 공식 진단으로 인정하면서 유병률은 만 명당 약 10명으로 올라갔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는 만 명당 약 60명(170명당 1명)으로 뛰었는데, 이 시기는 DSM-IV가 아스퍼거 장애와 PDD-NOS를 도입한 때와 겹친다. 2010년대에는 68명당 1명, 이어서 54명당 1명으로 계속 상승했다. 2020년대에 발표된 가장 최근 미국 CDC 추정치는 36명당 1명, 약 2.8%다. 만 명당 4명에서 36명당 1명으로, 반세기 만에 약 70배가 늘어난 셈이다.

이 숫자를 처음 접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자폐를 가진 사람이 실제로 그만큼 늘어난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더 많이 발견하게 된 것인가? 과학적 합의는 후자 쪽에 가깝지만, 답은 단순하지 않다.

여기서 70배라는 표현은 특히 조심해 읽어야 한다. 아주 낮은 출발점에서 비율이 늘어나면 배수는 크게 보인다. 만 명당 4명에서 36명당 1명으로 바뀐 것은 큰 변화지만, 그 안에는 진단 기준 확대, 인식 증가, 성인기 진단, 진단명 대체가 함께 들어 있다. 그래서 이 숫자는 “자폐가 갑자기 폭증했다”는 단정으로 읽기보다, 사회와 의료 체계가 자폐를 포착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유병률 숫자는 실제 생물학적 변화와 제도적 변화가 함께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유병률 증가의 주된 원인 — 진단적 변화

유병률 증가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Matson and Kozlowski 2011).

요인 기전 근거 수준
진단 기준의 확대 DSM-III → IV → 5로 범주가 넓어지며 새 인구 유입 가장 큰 기여
인식의 증가 부모·교사·의사의 인식 향상, 미디어 보급 큰 기여
성인기 진단 증가 아동기에 놓쳤던 성인이 뒤늦게 진단 증가 추세
진단 대체 지적장애 → 자폐스펙트럼장애로 재분류 상당 부분 기여
선별의 확대 M-CHAT 등 보편적 선별 도입, 디지털 선별 중간 기여
부모 연령 증가 고령 부모의 신생변이 축적 (교란 가능성 있음) 작은 기여 가능

가장 큰 요인은 진단 기준의 확대다. 1장에서 다루었듯이, DSM-III에서 DSM-IIIR로, DSM-IIIR에서 DSM-IV로, DSM-IV에서 DSM-5로 진단 기준이 넓어질 때마다 새로운 인구가 진단 범주 안으로 들어왔다. 아스퍼거 장애의 도입(DSM-IV, 1994)으로 언어 발달이 유지되면서 사회적 어려움을 보이는 사람들이 포함되었고, PDD-NOS는 전형적인 자폐의 기준을 다 충족하지 않는 사례까지 진단 가능하게 만들었다. 예전에는 “조금 특이한 아이”로만 여겨졌을 사람들이 새로운 진단명 아래로 들어온 것이다.

두 번째 요인은 인식의 증가다. 부모, 교사, 소아과 의사 등 아이들과 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폐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예전에는 진단을 받지 않았을 경미한 사례들이 의료 체계 안으로 들어왔다. 미디어의 역할도 크다. 영화, 드라마, 책에서 자폐가 다루어지면서 “혹시 우리 아이도?”라는 질문이 늘어나고, 이 질문이 진료실 방문과 진단으로 이어진다. 인터넷의 보급 이후 자폐 관련 정보의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고, 성인 자가 진단(self-identification) 비율도 늘었다. 이 인식 변화와 맞물려 성인기에 처음 자폐 진단을 받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Dufour et al. (2025) 연구는 캐나다 퀘벡주에서 성인기에 처음 자폐 진단을 받은 2,799명의 진단 경로를 추적했다. 이들의 절반은 18~36세 사이에, 4분의 1은 53세 이후에 처음 진단을 받았다. 가장 큰 집단(63.8%)은 이전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이 적었던 사람들이었다. 더 작은 집단에서는 수년간 불안장애, 우울장애,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 양극성 장애 등의 진단을 받으며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뒤늦게 자폐가 확인되었다. 다른 정신건강 진단이 자폐를 가리는 진단적 가려짐(diagnostic overshadowing) 현상을 대규모 자료에서 보여준 결과다. 유병률 상승의 한 요인은, 예전에 다른 진단명으로 분류되어 있던 성인들이 자폐로 재확인되는 흐름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세 번째 요인은 진단 대체(diagnostic substitution)다. 예전에 지적장애로 진단받았던 아이들 중 상당수가, 진단 기준이 변화하면서 자폐스펙트럼장애로 재분류되었다. 미국의 특수교육 통계를 보면, 자폐로 분류된 학생 수가 늘어나는 시기에 지적장애로 분류된 학생 수가 줄어드는 패턴이 나타난다. 질환이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같은 아이들의 진단명이 바뀐 것이다.

네 번째 요인은 선별의 확대다. M-CHAT 같은 선별 도구가 소아과 정기 검진에 포함되면서, 예전에는 놓쳤을 사례들이 조기에 포착되고 있다. 디지털 선별 도구의 발전도 한몫한다. 1장에서 언급한 SenseToKnow 같은 기술은 선별의 민감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Mottron (2021) 연구는 이 유병률 증가를 자폐 연구의 위기로 해석한다. 유병률이 70배 늘어나는 동안 효과 크기가 80% 줄었다면, 현재의 유병률 추정치에 포함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원래의 자폐와 생물학적으로 다른 집단일 수 있다. 이 사실은 연구 대상의 이질성을 높여 유전적 발견의 검정력을 떨어뜨리고, 집단 수준의 비교 연구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탐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4장에서 다룬 Narita et al. (2020) 연구의 결과 — 전체 집단에서 GWAS가 실패하지만 표현형으로 세분하면 유의한 좌위가 나타난다는 것 — 가 이 문제를 직접 보여준다.

부모의 나이라는 변수

유병률 증가의 원인을 진단적 인공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부모 연령의 변화다. 선진국에서 초산 연령은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높아져 왔고, 아버지의 나이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위험 인자라는 역학적 증거는 다수의 대규모 인구 기반 코호트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Kong et al. (2012) 연구는 아이슬란드의 78개 부모-자녀 3인 가족 전장 유전체 시퀀싱에서, 아버지의 나이가 신생변이 수의 거의 모든 변이를 설명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버지 나이가 1년 늘어날 때마다 자녀에게 전달되는 신생변이가 약 2개씩 추가되며, 신생변이 수는 약 16.5년마다 두 배가 된다. 이 발견은 아버지의 나이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위험을 높이는 구체적인 생물학적 기전을 제시한다. 정자를 만드는 정원세포(spermatogonia)는 평생 분열을 반복하면서 DNA 복제 오류를 쌓아가고, 그 결과 고령 아버지의 정자는 젊은 아버지의 정자보다 더 많은 신생변이를 담는다.

이 발견은 아이슬란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5개국 577만 명의 인구 코호트를 분석한 연구(Sandin et al. 2016)에서도 같은 패턴이 확인되었다. 50세 이상 아버지의 경우 상대 위험도가 1.66이었다. 50세 이상 아버지의 자녀가 자폐를 가질 확률이 20대 아버지의 자녀에 비해 약 66% 높다는 뜻이다. 어머니의 나이도 독립적인 위험 인자로 작용했다. 어머니의 나이가 20세 미만인 경우에도 위험이 올라가는 U자형 관계가 관찰되어, 부모 연령 효과가 신생변이 축적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핀란드의 4,713명 자폐 사례를 분석한 연구는, 아버지의 고령은 캐너형 자폐와, 어머니의 고령은 아스퍼거 장애 및 기타 전반적 발달장애와 각각 다른 하위 유형에 연관된다고 보고했다. 부모 연령의 효과가 자폐의 하위 유형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단서다 (Lampi et al. 2013).

다만 부모 연령과 자폐의 관계를 해석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아버지의 나이가 많을수록 정자의 신생변이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 생기는 신생변이의 대부분은 형질에 중립적이다. 한 세대에 약 70개의 신생변이가 발생하지만, 그중 유전자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극소수다. 신생변이 축적만으로 부모 연령 효과를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다른 방향의 해석도 가능하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고 출산하게 되는 형질 자체가 자폐와 유전적으로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오래 학업을 지속하거나 사회적 관계 형성에 시간이 걸리는 사람은 혼인 연령이 늦어질 수 있고, 비슷한 특성을 가진 사람끼리 만나는 동류결혼(assortative mating)이 일어날 수 있다. 이 경우 부모 연령은 자폐 위험을 높이는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 자폐 관련 유전적 소인과 함께 나타나는 연관된 특성에 가깝다. 부모 연령 효과의 인과적 기여가 얼마이고 교란에 의한 것이 얼마인지를 정확히 가려내는 일은 아직 풀리지 않은 과제다.

유전율과 가족 내 재발

유병률의 증가가 실재하든 인공물이든, 자폐스펙트럼장애가 강한 유전적 기반을 가진다는 사실은 의심하기 어렵다. Sandin et al. (2014) 연구는 스웨덴의 200만 명 아동 인구 코호트에서 가족 유형별 재발 위험도를 체계적으로 추정했다. 일란성 쌍둥이의 상대 재발 위험도가 153으로 가장 높았고, 이란성 쌍둥이 8.2, 완전 형제 10.3, 모계 이복 형제 3.3, 부계 이복 형제 2.9, 사촌 2.0이었다. 유전적 공유 비율이 줄어들수록 재발 위험도가 체계적으로 줄어드는 이 패턴은 양적유전 모형에 부합한다. 이 연구에서 추정된 유전율(heritability)은 약 50%였다. 유전율이란 인구 집단 내에서 어떤 형질이 사람마다 다른 정도 중 유전 변이들로 설명되는 비율이다. 유전율 50%란 “사람들 사이에서 자폐가 발생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 중 절반 정도가 유전적 차이로 설명된다”는 뜻이지, 한 개인에게서 자폐의 50%가 유전 때문이라는 뜻이 아니다. 유전율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 수준의 통계량이다. 이 수치가 이전의 쌍둥이 연구들이 보고한 90%대보다 낮은 까닭은 측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쌍둥이 연구에서 추정하는 유전율은 가산적 효과(유전 변이의 효과가 단순히 더해지는 부분)뿐 아니라 유전 변이 간의 상호작용과 우성 효과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유전율이다. 반면 Sandin 연구처럼 가족 구조와 SNP(단일 염기 변이) 자료에 기반한 추정은 가산적 효과만을 잡아내는 좁은 의미의 유전율이다. 같은 형질을 두 가지 다른 창으로 바라보는 셈이므로, 수치가 다른 것이 모순은 아니다. 최적 모형에는 유전적 요인과 비공유 환경 요인만 들어갔고, 공유 환경의 기여는 모형에 필요하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오해는 유전율을 책임의 언어로 읽는 것이다. 유전율이 높다는 말은 부모가 어떤 행동을 잘못했거나, 특정 가족이 문제를 물려준다는 뜻이 아니다. 유전 변이는 모든 사람에게 있고, 자녀에게 전달되는 조합은 생식세포가 만들어질 때마다 새롭게 섞인다. 가족 내 재발 위험이 평균보다 높다는 통계는 다음 아이에게 반드시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예언이 아니라, 의료진이 조기 관찰과 지원 계획을 더 세심하게 세우도록 돕는 정보다. 유전학의 역할은 누군가에게 원인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줄이고 필요한 지원을 더 빨리 연결하는 데 있다.

Constantino et al. (2013) 연구의 이복 형제 재발률 약 10%, 그리고 Miller et al. (2019) 연구의 교차 질환 가족 응집(자폐 아동의 동생에서 ADHD 위험 3.7배 상승)은 자폐의 유전적 구조가 다른 신경발달 질환과 부분적으로 공유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병률 증가, 부모 연령의 영향, 가족 내 재발 패턴이라는 세 가지 역학적 관찰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강한 유전적 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그 유전적 구조는 다양한 종류의 변이를 포함한 복잡한 것이다. 유병률 증가의 상당 부분은 진단적 변화로 설명되지만, 부모 연령 증가에 따른 신생변이 축적 같은 생물학적 요인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이 유전적 구조를 실제로 해부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코호트와 유전체 시퀀싱 기술이 필요했다.

이 장을 삶으로 옮길 때

유병률의 증가는 자폐가 갑자기 퍼졌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진단 기준의 확대, 인식의 변화, 서비스 접근성, 여성과 성인 진단의 증가가 함께 만든 결과로 읽어야 한다. 예비 부모나 임산부가 이 장을 읽을 때 “무엇을 잘못하면 자폐가 생기는가”라는 불안으로 넘어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유병률 통계는 개인의 임신이나 양육을 평가하는 숫자가 아니라, 사회가 어느 정도의 교육, 의료, 돌봄 체계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공공의 지표다. 형제자매와 교사에게도 이 숫자는 드문 예외를 만난다는 느낌보다, 가까운 공동체 안에 이미 함께 살아가는 사람을 어떻게 지원할지 묻는 계기가 된다. 따라서 이 장의 결론은 공포가 아니라 준비에 가깝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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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pi, K. M., Hinkka-Yli-Salomäki, S., Lehti, V., Helenius, H., Gissler, M., Brown, A. S., & Sourander, A. (2013). Parental age and risk of autism spectrum disorders in a Finnish national birth cohort. 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 43(11), 2526-2535. doi:10.1007/s10803-012-16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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