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연구의 역사에는 통합과 분리 사이의 줄다리기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DSM-5가 자폐 장애, 아스퍼거 장애, PDD-NOS를 자폐스펙트럼장애 하나로 묶은 것은 통합 쪽으로 기운 결정이었다. 경계가 흐릿한 하위 범주를 무리하게 가르기보다, 하나의 스펙트럼 위에 올려놓고 심각도로 구분하는 편이 정직하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유전학은 정반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변이가 발견된 유전자는 수백 개에 이르렀고, 관여하는 생물학적 경로도 한둘이 아니었다. 임상적으로는 한 진단으로 묶었지만 분자 수준에서는 여러 상태가 한 이름 아래 섞여 있다는 사실이 점점 또렷해졌다.
이질성(heterogeneity)은 자폐 유전학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유전적으로 이질적이다. 같은 진단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원인이 되는 유전 변이가 서로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서는 CHD8 유전자에 신생변이가 있고, 다른 사람에게서는 16p11.2 영역에 결실이 있으며, 또 다른 사람은 수천 개의 일반 변이가 합쳐져 위험이 높아진 경우다. 그런데도 이들은 모두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같은 진단 기준을 충족한다.
이질성의 상당 부분이 진단 기준 확대로 만들어진 인공물(artifact)일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2장에서 본 것처럼 유병률 추정치가 만 명당 4명에서 36명당 1명으로 20~30배 늘어나는 동안, 자폐와 비자폐 집단 사이의 효과 크기는 약 80% 줄었다 (Mottron and Bzdok 2020). 유병률이 늘어난 만큼 효과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지금의 자폐스펙트럼장애 범주 안에 원래의 자폐와 질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제안된 개념이 “원형적 자폐(prototypical autism)“다 (Mottron and Gagnon 2023). 원형적 자폐란 사회적 편향의 부재, 온전한 운동 발달, 유해한 의학적 표지의 부재, 가족 내 응집성을 특징으로 하는, 좁게 정의된 자폐의 원형이다. 지금의 DSM-5 범주는 이 원형적 자폐, 특정 유전 증후군에서 자폐 표현형이 나타나는 증후군적 자폐, 그리고 자폐와 비슷하지만 원인이 다른 표현형 모방(phenocopy)을 구분하지 않고 한 진단 안에 담는다. 이것이 이질성의 한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후속 연구는 원형적 자폐를 둔위 출산이나 왼손잡이처럼 인간 발달의 자연적 변이체로 해석하는 이론적 틀도 내놓았다 (Mottron et al. 2025). 이 관점은 자폐의 이질성 문제를 비추는 여러 시각 중 하나이며, 다른 접근들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트롱의 관점이 진단 범주를 좁혀 이질성을 풀려는 시도라면, 다른 방향에서는 넓은 범주를 그대로 두되 그 안에서 의미 있는 하위 집단을 찾으려는 작업이 활발하다. 최근 여러 독립 연구가 자폐스펙트럼장애 안의 아형(subtype)을 찾아왔는데, 흥미롭게도 서로 다른 방법과 다른 코호트를 썼는데도 비슷한 결론으로 모이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의 시도들은 표현형이나 분자 수준에서 자폐의 아형을 가르려 한다. SPARK 코호트의 자폐 진단군 5,392명을 239개의 표현형 특성으로 군집 분석한 결과 네 개의 잠재 아형이 나왔고, 이 아형들은 양적유전점수(polygenic score, PS)와 신생변이 프로파일에서도 차이를 보였으며 독립 코호트에서도 재현되었다 (Litman et al. 2025). AUTISMS-3D 프레임워크는 언어, 지적 능력, 운동 기능, 적응 행동의 네 축으로 아형을 나누어 내부 검증에서 98%의 예측 정확도를 얻었다 (Mandelli et al. 2024). 혈장 대사체(plasma metabolomics) 분석으로 세 개의 하위 집단을 구분한 연구도 있다. 이 결과는 행동 수준의 이질성이 분자 수준의 차이와도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Prince et al. 2023). 다만 이 분야 전반에 대한 평가는 아직 신중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 군집화로 자폐의 아형을 찾으려는 시도는 지금까지 대부분 독립 코호트에서 재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고 (Rabot et al. 2023), 일부 연구는 수백 명 수준의 작은 표본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더 큰 규모의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표현형 세분화의 힘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있다. SSC 코호트의 남성 597명을 대상으로 표현형 기반의 k-평균 군집 분석을 수행한 다음, 각 군집마다 따로 GWAS를 돌렸다. 전체 집단 GWAS에서는 유전체 수준에서 유의한 좌위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지만, 표현형으로 세분화한 군집 GWAS에서는 65개의 유의한 좌위가 발견되었다(Narita et al. 2020). 자폐스펙트럼장애 집단의 이질성이 유전적 신호를 희석하고 있으며, 한층 균질한 하위 집단으로 나누면 가려져 있던 유전적 연관이 드러난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모트롱의 원형적 자폐 모형과 유전학의 이질성 분해 접근은 대립하는 듯 보여도, 함께 공유하는 인식이 있다. 지금의 자폐스펙트럼장애 범주가 생물학적으로 균질한 단일 집단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Rabot et al. (2023) 연구는 이 두 관점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캐너의 원형에서 DSM 스펙트럼으로, 다시 지금의 이질성 위기까지의 흐름을 추적한다. 차이는 해법에 있다. 모트롱 쪽은 범주를 좁혀서 균질한 원형을 추출하자고 제안하고, 유전학자들은 넓은 범주를 유지하되 유전형에 따라 하위 분류를 만들어 이질성을 풀자고 제안한다. 이 긴장은 파트 3의 유전 변이, 파트 4의 표현형 다양성, 파트 5의 수렴 문제를 다룰 때 거듭 모습을 드러낸다.
여러 자폐라는 표현은 자폐인을 등급으로 나누려는 말이 아니다. 같은 진단명 아래에 매우 다른 발달 경로와 지원 요구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려는 말이다. 부모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아형 이름을 빨리 찾는 일이 아니라, 아이의 의사소통, 감각, 수면, 학습, 안전 문제를 실제 생활에서 세밀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당사자에게는 연구자가 만든 군집이 자신의 정체성을 대신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교사에게는 한 학생에게 효과가 있던 전략이 다른 학생에게 그대로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이질성은 혼란의 이름이 아니라, 지원을 더 개인화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Litman, T., et al. (2025). Latent classes of autism spectrum disorder: A finite mixture model analysis of phenotypic heterogeneity in SPARK. Nature Genetics. doi:10.1038/s41588-025-02224-z
Mandelli, V., et al. (2024). AUTISMS-3D: A multidimensional framework for autism subtypes. Nature Mental Health. doi:10.1186/s13229-024-00613-5
Mottron, L. (2020). Autism heterogeneity: Fact or artifact? Molecular Psychiatry, 26, 3659-3661. doi:10.1038/s41380-020-0748-y
Mottron, L., & Gagnon, D. (2023). Prototypical autism: New diagnostic criteria and a bifurcation model. Acta Psychologica, 237, 103938. doi:10.1016/j.actpsy.2023.103938
Mottron, L., Lavigne-Champagne, A., Bernhardt, B., Dumas, G., Jacquemont, S., & Gagnon, D. (2025). Asymmetric developmental bifurcations in polarized environments: A new class of human variants, which may include autism. Molecular Psychiatry. doi:10.1038/s41380-025-03275-8
Narita, A., Nagai, M., Togashi, N., et al. (2020). Clustering by phenotype and genome-wide association study in autism. Translational Psychiatry, 10(1), 290. doi:10.1038/s41398-020-00951-x
Prince, E., et al. (2023). Phenotype-driven subgroups of autism with distinct plasma metabolomic signatures. Molecular Autism. doi:10.1186/s13229-023-00568-z
Rabot, J., Bherer, C., & Mottron, L. (2023). Genesis, modelling, and remedies for the heterogeneity of autism research.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 148, 105139. doi:10.1016/j.neubiorev.2023.105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