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미국 보건복지부(HHS)는 임신 중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파라세타몰) 복용이 자녀의 자폐를 유발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이 주장은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노출과 자녀의 신경발달 장애 사이의 통계적 연관을 보고한 관찰 연구들에 기반한 것이었다. 이 주장은 많은 임신부와 가족들에게 불안을 안겨주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 사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진통제이자 해열제로, 미국과 유럽의 임신부 중 50~65%가 사용하는 약물이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이 주장의 과학적 근거를 엄밀하게 살펴본다. 역학 연구에서 통계적 연관이 관찰되었다는 것과 그 연관이 인과관계라는 것은 전혀 다른 수준의 주장이며, 현재의 증거는 인과관계를 지지하지 않는다.
여러 대규모 관찰 연구에서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녀의 자폐스펙트럼장애 또는 ADHD 위험 사이에 약한 통계적 연관이 보고되었다. “약한”이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위험비(hazard ratio)가 대략 1.05~1.07 범위에 있었는데, 이것은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한 어머니의 자녀에서 자폐 위험이 복용하지 않은 어머니에 비해 5~7% 높다는 뜻이다. 이 수치가 의미를 가지려면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해야 하는데, 역학에서 이것을 교란변수(confounding variable)라 부른다. 교란변수란, 연구하려는 원인(아세트아미노펜)과 결과(자폐) 모두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제3의 요인이다.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는 어머니가 그렇지 않은 어머니와 같은 집단이 아니라는 것이 핵심 문제다.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는 어머니는 이유가 있어서 복용한다. 두통, 감염, 만성 통증, 발열 등이 그 이유다. 대규모 코호트 데이터를 보면,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한 어머니는 복용하지 않은 어머니에 비해 정신 질환 유병률이 높고(14.3% vs 9.4%), ADHD 진단 비율이 높고(3.9% vs 2.4%), 감염 빈도가 높고(6.7% vs 4.4%), 오피오이드 약물의 동시 사용 비율이 높다(15.0% vs 2.4%). 이 조건들은 모두 유전적 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자녀의 신경발달에도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ADHD를 가지고 있다면 그 유전적 위험이 자녀에게 전달되어 자녀의 ADHD나 자폐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데, 동시에 ADHD를 가진 어머니가 두통이나 감기에 더 자주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의 연관은 진정한 인과관계가 아니라 공유된 유전적 위험에 의한 가짜 상관(spurious correlation)이다.
이 교란을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형제 비교(sibling control) 연구 설계다.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를 비교하는 것이다. 한 임신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했고 다른 임신에서는 복용하지 않았다면, 그 두 자녀를 비교하면 어머니의 유전적 배경, 가정 환경, 사회경제적 수준 등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교란변수를 자동으로 통제할 수 있다. 같은 어머니에서 태어났으므로 유전적 배경이 공유되기 때문이다.
Ahlqvist et al. (2024) 연구는 스웨덴의 248만 명 출생 코호트에 이 형제 비교를 적용했다.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노출과 자폐(위험비 1.05) 및 ADHD(위험비 1.07) 사이에 약한 통계적 연관이 관찰되었다. 하지만 같은 데이터에 형제 비교를 적용하자, 자폐와 ADHD 모두에서 위험비가 0.98로 떨어졌다. 즉, 연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이것은 전체 인구에서 관찰된 약한 연관이 진정한 약물 효과가 아니라 가족 수준의 교란에 의한 것이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용량-반응 관계(복용량이 많을수록 위험이 높아지는 패턴)도 형제 비교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인과관계가 있다면 복용량에 비례하여 위험이 높아져야 하는데, 그런 패턴이 없다는 것은 인과관계에 대한 추가적인 반증이다.
더 주목할 점은, 아세트아미노펜뿐 아니라 다른 모든 종류의 진통제(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오피오이드, 편두통 약물)에서도 같은 패턴이 관찰되었다는 것이다. 전체 인구 분석에서는 약한 연관이 나타나지만 형제 비교에서는 사라진다. 만약 아세트아미노펜의 특정 약리학적 작용이 자폐를 유발하는 것이라면, 다른 약물에서도 같은 패턴이 나타날 이유가 없다. 모든 진통제에서 같은 패턴이 나타난다는 것은, 관찰된 연관이 약물의 효과가 아니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상태에 있는 어머니”라는 공통 배경에 의한 교란임을 강하게 시사한다.
Sheikh et al. (2025) 연구는 이 주제에 대한 기존 체계적 리뷰 9개를 평가했는데, AMSTAR 2라는 방법론적 엄격성 평가 도구를 적용한 결과 7개(78%)가 “심각하게 낮은 신뢰도(critically low confidence)“로 분류되었고, “보통 이상의 신뢰도”에 해당하는 리뷰는 하나도 없었다. Berard et al. (2026) 연구는 16개 연구를 통합 분석한 메타분석에서, ADHD에 대한 오즈비는 1.17(유의)이었지만 자폐에 대한 오즈비는 1.10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정량적 편향 분석(quantitative bias analysis)을 적용하면 ADHD 연관도 감쇠되었다.
미국 FDA, 유럽 EMA, 영국 MHRA, 호주 TGA 등 주요 규제 기관들은 현재까지의 증거를 검토한 후,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의 안전성에 대한 기존 권고를 유지하고 있다. 임신 중 발열이나 통증이 있을 때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하는 것이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고열 자체가 태아에 해로울 수 있으므로 적절한 해열제 사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사례는 역학 연구에서 관찰된 통계적 연관을 인과관계로 해석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교훈적 사례다. 과학적 엄밀성이 부족한 주장이 공공 정책의 이름으로 확산되면, 임신부와 가족들에게 불필요한 불안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Part 6을 마무리하면서, Part 7에서는 개별 유전자의 기능과 치료적 가능성으로 넘어간다.
References
Ahlqvist, V. H., Sjöqvist, H., Dalman, C., Lichtenstein, P., Lundström, S., et al. (2024). Acetaminophen use during pregnancy and children’s risk of autism, ADHD, and intellectual disability. JAMA, 331(14), 1205-1214. doi:10.1001/jama.2024.3172
Berard, A., et al. (2026).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acetaminophen exposure during pregnancy and childhood neurodevelopmental outcomes.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 doi:10.1016/j.jaac.2025.05.028
Sheikh, A. S., et al. (2025). Maternal paracetamol (acetaminophen) use during pregnancy and offspring neurodevelopment: An umbrella review with AMSTAR 2 appraisal. BMJ, 388, e088141. doi:10.1136/bmj-2025-088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