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장애가 단독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자폐로 진단받은 사람 중 약 30~40%는 지적장애를 함께 가지고, 10~30%는 뇌전증이 있으며, 30~50%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 기준도 충족한다. 불안장애나 우울증은 자폐를 가진 성인의 40~70%에서 보고된다. Happe and Frith (2020) 연구가 짚은 일곱 가지 개념적 전환 중 하나가 “순수한 자폐에서 동반이 일반적인 상태로”의 전환이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만 있고 다른 조건은 없는 “순수한” 사례는 오히려 예외이고, 하나 이상의 동반 질환이 함께 있는 쪽이 일반적이라는 인식이다.
이 동반 현상은 우연인가, 아니면 유전적 기반을 공유한 결과인가? 유전학은 후자 쪽을 강하게 지지한다. 자폐와 지적장애, 뇌전증, ADHD의 유전적 원인이 부분적으로 겹친다는 증거가 그동안 쌓여왔다. 이 장에서는 동반 질환의 유전적 기반을 살펴본다.
동반 질환의 유전학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출발점은 개별 유전자 사례다. SCN2A는 뉴런의 나트륨 채널(NaV1.2)을 만드는 유전자인데, 이 유전자의 변이는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영아기 발작(benign infantile familial seizures), 뇌전증 뇌병증(epileptic encephalopathy)이라는 세 가지 서로 다른 질환을 일으킨다. 같은 유전자의 변이에서 왜 서로 다른 질환이 나오는가?
Ben-Shalom et al. (2017) 연구는 이 질문에 답했다. 이 연구는 SCN2A의 다양한 변이를 세포에서 발현시켜 나트륨 채널의 기능을 직접 측정했다. 자폐와 연관된 변이는 대부분 기능 상실(loss-of-function)로 작용했다. 채널이 제대로 열리지 않거나, 세포 표면까지 도달하지 못하거나, 나트륨 이온을 통과시키는 능력이 떨어졌다. 반면 영아기 발작이나 뇌전증 뇌병증과 연관된 변이는 기능 획득(gain-of-function)으로 작용했다. 채널이 너무 쉽게 열리거나, 열린 후 닫히지 않았다.
기능 상실과 기능 획득이라는 개념을 다시 정리해보자. 유전자의 두 복사본 중 하나에 변이가 생겼을 때, 그 변이가 단백질 기능을 없애면 기능 상실이고, 단백질에 원래 없던 새 기능을 부여하거나 기존 기능을 과도하게 만들면 기능 획득이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기능 상실은 브레이크 문제로 차가 멈추지 못하는 쪽이 아니라 엔진이 꺼져 차가 움직이지 않는 쪽이고, 기능 획득은 엔진이 과열되어 제어할 수 없이 빨라지는 쪽이다. SCN2A에서 채널 기능이 줄면 발달 중인 뇌의 뉴런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해 자폐로 이어지고, 채널 기능이 과도해지면 뉴런이 지나치게 흥분해 발작으로 이어진다. 같은 유전자의 서로 다른 변이가 방향이 반대인 기전을 거쳐 서로 다른 표현형을 만들어낸다.
이 현상을 유전학에서는 다면발현(pleiotropy)이라 부른다. 하나의 유전자가 여러 표현형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SCN2A만 그런 것은 아니다. SHANK3는 자폐, 지적장애, 조현병 모두와 연관되고, NRXN1은 자폐, 조현병, 뇌전증에서 변이가 관찰되며, CHD8은 자폐, 지적장애, 거대두증과 연관된다. PTEN은 자폐와 거대두증뿐 아니라 암에서도 변이가 발견된다. 자폐 위험 유전자와 다른 신경발달 질환의 위험 유전자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사실은, 이 질환들이 유전적 기반을 공유하며 같은 유전 변이가 맥락에 따라 다른 표현형으로 드러난다는 뜻이다.
Chow et al. (2019) 연구는 동반 질환의 유전적 구조를 네트워크 수준에서 분석했다. MAGI-S라는 알고리즘으로 뇌전증에 특이적인 유전자 모듈과 일반적인 신경발달 장애에 관여하는 유전자 모듈을 분리했다. 뇌전증 모듈의 핵심 유전자는 SCN1A, GABRA1, KCNB1 같은 이온 채널 유전자였고, 이 모듈에는 시냅스 전달과 칼슘 신호 전달 경로가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반면 뇌전증을 동반하지 않는 신경발달 장애 모듈에는 RNA 조절과 크로마틴 리모델링 경로가 많이 들어 있었다.
이 결과는 11장에서 다룬 세 가지 수렴 경로(시냅스, 전사 조절, 크로마틴)와 곧장 연결된다. 시냅스 경로 안에서도 이온 채널 유전자가 교란되면 뇌전증이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크로마틴 리모델링이나 전사 조절 유전자가 교란되면 뇌전증 없이 자폐와 지적장애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경향이지 절대적 법칙은 아니다. CHD8은 크로마틴 리모델링 유전자이지만 일부 CHD8 변이 보유자에서 뇌전증이 보고되기도 한다. 그래도 전반적인 패턴은, 유전 변이가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경로에 따라 동반 질환의 양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5장에서 다룬 Miller et al. (2019) 연구의 결과도 여기서 다시 의미를 가진다. 자폐 아동의 동생이 자폐 위험뿐 아니라 ADHD 위험도 유의하게 높았다는 사실은, 두 질환이 가족 수준에서 유전적 위험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교차 가족 응집은 유전적 상관의 직접 증거이며, 자폐와 ADHD의 유전적 원인이 부분적으로 겹친다는 뜻이다.
동반 질환은 자폐 옆에 붙은 부차적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의 삶의 질을 크게 바꾸는 실제 건강 문제다. 뇌전증, 수면 문제, 위장관 증상, ADHD, 불안과 우울은 서로 다른 전문 영역에 흩어져 있지만 한 사람의 몸과 일상에서는 함께 나타난다. 부모와 가족은 여러 진료과를 오가며 정보를 연결해야 하는 부담을 자주 떠안게 된다. 당사자의 의사소통 방식이 다르면 통증이나 불편감이 행동 변화로 표현될 수 있으므로, 그 신호를 단순한 문제 행동으로만 보지 않아야 한다. 교사도 수업 집중이나 행동 변화 뒤에 수면, 통증, 약물 부작용이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동반 질환의 유전학은 결국 더 통합적인 건강 지원으로 이어질 때 의미가 있다.
Ben-Shalom, R., Keeshen, C. M., Bhatt, D. L., et al. (2017). Opposing effects on NaV1.2 function underlie differences between SCN2A variants observed in individuals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 or infantile seizures. Biological Psychiatry, 82(3), 224-232. doi:10.1016/j.biopsych.2017.01.009
Chow, J., Jensen, M., Amini, H., et al. (2019). Dissecting the genetic basis of comorbid epilepsy phenotypes in neurodevelopmental disorders. Genome Medicine, 11(1), 65. doi:10.1186/s13073-019-0678-y
Happé, F., & Frith, U. (2020). Annual Research Review: Looking back to look forward — changes in the concept of autism and implications for future research. 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 61(3), 218-232. doi:10.1111/jcpp.13176
Miller, M., Musser, E. D., Young, G. S., Olson, B., Steiner, R. D., & Nigg, J. T. (2019). Sibling recurrence risk and cross-aggregation of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nd autism spectrum disorder. JAMA Pediatrics, 173(2), 147-152. doi:10.1001/jamapediatrics.2018.4076